영어동화 : 세계명화 100편 - 세계 10대 화가의 명작을 영어로 읽어요! 영어동화 100편
하현주 지음, 마이클 A. 푸틀랙 감수 / 이지스에듀(이지스퍼블리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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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어동화 시리즈 세계명화 100편>은 영어 교재의 틀을 빌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미술과 언어의 감각적 결합이 담겨 있다. 고흐, 고갱, 드가, 르누아르, 루소, 마티스, 모네, 세잔, 클림트, 클레. 이름만 들어도 예술의 공기가 느껴지는 이 10인의 화가들이 남긴 명화 100편이, 한 장 한 장 고급 인쇄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지스에듀 특유의 정교한 색감과 질감 덕분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작은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단순한 감상용 화집에 머물지 않는다. 그림 옆에 적힌 짧고 리듬감 있는 영어 문장들이, 학습의 긴장감 대신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Look at the light. Feel the sky.”와 같은 문장은 단순한 영어 예문이 아니라, 그림의 감정을 시처럼 옮겨놓은 문장이다. 문법보다 리듬이 먼저 와닿고, 설명보다 감정이 앞선다. 그래서 영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림과 함께 문장을 흡수하게 된다.


각 페이지마다 있는 QR 코드는 이 책을 특별하게 완성시킨다. 단순히 듣기 자료가 아니라, 원어민의 리듬과 억양을 통해 그림의 공기를 함께 느끼게 해준다. 한줄 한줄 해석해 놓지 않아도 원어민의 리딩으로 자연스럽게 문장 자체을 흡수할 수 있다. 학습이 아닌 감상의 경험, 공부가 아닌 몰입의 시간이 된다.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영어 노출의 장이 되고, 어른에게는 언어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음악 같은 책이다.




게다가 단순히 그림 옆에 단어 뜻을 덧붙여놓는 방식이 아니라, 문장 안에서 단어의 감정을 함께 알려준다. 예를 들어 ‘bright’라는 단어가 고흐의 해바라기를 통해 전달될 때, 그것은 단지 ‘밝은’이라는 뜻이 아니라 ‘생명의 뜨거운 기운’이 된다. 이런 식의 연결은 사전을 넘어서 언어가 감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그래서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영어와 미술이 함께 흘러든다.


<영어동화 시리즈 세계명화 100편>은 공부의 형식을 빌린 감상의 책이다. 눈으로 그림을 읽고, 귀로 문장을 듣고, 마음으로 뜻을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다. 영어를 공부하는 책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가 싶을 만큼, 페이지마다 색과 소리가 살아 있다. 미술과 언어가 만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 이 작은 기적은 ‘배움’보다 ‘느낌’을 먼저 생각하게 한다. 결국 이 책이 가르쳐주는 건 단어가 아니라, 단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그림과 영어를 함께 배운다는 건 단순히 언어를 익히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림 속 이야기를 영어로 표현하며 우리는 실생활에 필요한 문장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동시에 인문학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른다. 색과 선, 감정이 담긴 예술 작품을 통해 언어가 살아 있는 맥락으로 다가오고, 그 과정에서 교양과 감성을 함께 쌓을 수 있다. 결국 그림과 영어의 만남은 지식과 감정, 배움과 즐거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태의 독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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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챗GPT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 AI 입문서 CHATGPT,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Suno, 노트북LM, Sora, 감마, 냅킨
이성원(누나IT)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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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챗 GPT>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딱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챗GPT로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심지어 돈을 번다는데 나는 여전히 ‘그게 대체 뭐길래 다들 난리야?’ 하는 수준이었다.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는, 그 묘한 거리감. 이 책은 바로 그 어색한 간극을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안내서다. 어렵지 않게, 그러나 허투루 지나가지도 않게.




책은 ‘AI 초보자’의 눈높이를 정확히 짚는다. 첫 장부터 계정 생성 방법, 프롬프트 입력법, 그리고 자주 하는 실수까지 차근히 짚어준다. 마치 옆자리에서 손가락으로 직접 화면을 가리켜주는 듯한 친절함이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아, 이제 나도 챗GPT를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기술 서적이라기보다, “나처럼 AI가 낯선 사람”을 위한 마음이 담긴 책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단순히 챗GPT 사용법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AI 서비스들을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글쓰기, 이미지 생성, 영상 편집은 물론이고 음악을 만드는 사이트까지 알려준다. 사실 나는 음악 생성 AI에 관심은 많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책 속에서 이미지 수정 앱인 ‘나노바나나’와 원하는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Suno’ 같은 플랫폼을 발견했을 때, 마치 비밀스러운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내일부터 하나씩 실행해봐야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올랐다. 인구수를 대비하지 않고도 세계에서 챗GPT의 유료 이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 그만큼 우리는 빠르게 변화에 반응하고, 또 새로움에 호기심을 품는 민족이다. 그런데 그 호기심이 때로는 ‘두려움’과 한몸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을 덮을 즈음엔, 기술이 내 일상을 위협하는 낯선 존재가 아니라, 나를 돕는 든든한 도구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AI의 작동 원리나 모델의 내부 구조를 깊이 파고드는 책은 아니다. 이론보다 ‘활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 기술적인 탐구보다는 “일단 써보자”는 실용적 접근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훨씬 잘 맞는다. 하지만 그게 이 책의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든 배움에는 단계가 있고, 이 책은 그 첫 번째 계단을 가장 다정하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나도 이제 참여할 수 있다’는 감각이었다. 간단한 글쓰기나 아이디어 정리에만 국한되던 나의 AI 활용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챗GPT가 단지 답변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내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협력자처럼 다가왔다. 책을 읽는 동안 ‘이건 나에게도 가능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결국 이 책은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정작 나만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어준다. 그 문턱에서 주저앉아 있던 나를 조용히 일으켜 세운다. 같이 가자며 손을 내미는 책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AI 시대의 구경꾼이 아니다. ‘나노바나나’와 ‘Suno’를 실행하며, 그 세계 안에서 나만의 창작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의 용기를, 바로 이 책이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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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 - 하늘에 색을 입히다
안유진 지음 / 이덴슬리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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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즐기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단청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을 것이다. 화려한 궁궐의 처마 밑이나 산속 사찰의 기둥, 지방의 작은 누각에 이르기까지, 단청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 보수가 이루어졌더라도, 오방색의 조화와 세밀한 문양이 만들어내는 그 독특한 아름다움은 결코 바래지 않는다.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은 그런 단청의 세계를 손끝으로 직접 느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단순한 도안부터 시작해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며, 짧은 설명과 현장 사진, 그리고 색칠 가이드가 함께 제공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단청이 단지 ‘예쁜 전통문양’이 아니라 오랜 세월 우리 삶과 신앙, 그리고 자연을 담아온 색의 철학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 안유진은 신문에서 ‘전통의 맥이 끊긴다’는 기사를 보고 전통문화대학교로 편입, 20대 중반에 무형문화유산 ‘단청장’ 이수자가 된 인물이다. 젊은 이수자인 그녀가 단청을 알리는 방식으로 ‘컬러링북’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전통은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손에 쥐고 색칠하며 즐길 수 있는 현재의 일상 속에서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단청(丹靑)’이라는 말 자체가 붉은색과 푸른색을 뜻하지만, 실제 단청에는 오방색이라 불리는 다섯 가지 색이 쓰인다. 붉은색은 정열과 태양, 푸른색은 성장과 생명, 노랑은 중심과 균형, 흰색은 결실과 순수, 검정은 지혜와 깊이를 상징한다. 이 다섯 색이 서로 어우러지며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표현하는 것, 그것이 단청의 본질이다. 색 하나하나가 방향과 계절, 생명과 기원을 품고 있어 단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이 된다.




단청은 단지 미적인 목적에 머물지 않는다. 목재를 보호하고 병충해를 막는 실용적 역할을 하며, 동시에 종교적 신앙심이나 권위, 위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으로 기능했다. 수백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다섯 가지 색으로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속에 하늘과 땅의 질서를 담아냈다.

책 속에는 곱팽이, 여러가지 꽃, 동물, 수호신 등 다양한 문양이 담겨 있다. 단순히 색칠하는 행위를 넘어, 각 문양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바람을 느껴볼 수 있다. 드라마를 틀어놓고, 혹은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색을 입히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된다. 색을 고르고 손을 움직이는 그 시간은 명상과도 같다.




나는 원래 컬러링북을 좋아한다. 짧은 집중 속에서 마음이 정리되고, 손끝의 작은 색이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청 컬러링북>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단청을 단순히 ‘전통미술’로만 보던 내 시선이 ‘우리의 색’으로 확장된 순간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앞으로 절이나 궁을 방문할 때, 단청의 색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얼마나 더 재미있어질지 생각만으로도 신이 난다.


글이 많지 않은 책이지만, 짧고 굵게 핵심만 전하고 바로 색칠로 이어지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무형문화유산의 정신을 이렇게 현대적으로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실감했다. 손끝으로 단청을 그려보는 경험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전통을 현재의 나로 잇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K-컬쳐가 유행하고, '김밥'과 '사자보이스'가 세계의 사랑을 받는 이런 때에, <단청 컬러링북>은 그런 의미에서 ‘색으로 배우는 우리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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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트렌드 2026 - 위기 속 돈의 흐름을 지배하는 50가지 생존 공식
정태익 외 지음 / 북모먼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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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리뷰입니다.]


<머니트렌드 2026>은 이름만 들으면 경제 전문가들이나 읽을 법한 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막상 펼쳐보면 돈의 흐름에 서툰 사람에게도 의외로 친절하다. 나는 주식도, 코인도, 부동산도 다 궁금하지만 동시에 다 어렵다고 느끼는 평범한 사람이다. 경제 뉴스는 보려 해도 단어부터 막히고, ‘지금이 투자 타이밍이다’ 같은 말은 늘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세계를 크게 보는 시선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길잡이처럼 느껴졌다.




책은 단순히 “어디에 투자하라”는 식의 조언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돈이 움직이는 방향”을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저자는 “경기가 충분히 살아난 다음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적한다. 이미 회복세가 눈에 보이는 시점에는 돈의 흐름이 그곳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투자는 감이 아니라 흐름의 타이밍이구나’라는 걸 처음 실감했다.


특히 조선업의 움직임을 경기의 바로미터로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단순한 업종 분석이 아니라 산업과 세계경제가 연결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인사이트였다. 이런 설명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암호화폐에 대한 설명이었다. 형체가 없는 자산이라서 늘 불안했고, 그 불안 때문에 애써 외면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왜 생겨났고,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이 무엇인지까지 차근히 알려준다. 덕분에 ‘코인은 위험하다’라는 막연한 공포 대신 ‘이건 이런 원리구나’라는 이해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머니트렌드 2026>은 단지 투자 지침서가 아니다. 인플루언서나 디지털 크리에이터처럼 새로운 경제 생태계 속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책은 ‘누가 지금의 소비를 이끌고 있는가’, ‘어떤 세대가 유행을 만드는가’, ‘사람들이 왜 물건보다 경험을 소비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덕분에 돈의 흐름이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투자처와 관심 분야를 떠올렸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주제를 더 깊게 다뤄볼까 하는 아이디어도 생겼다. 이 책이 내게 경제적 자유를 바로 안겨준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줬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저자의 태도였다. 미래를 예언하듯 단정하지 않고, “확실한 건 없다”는 말 속에서도 방향을 제시한다. 무책임하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분석을 통한 충분한 설명을 해주고 선택을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다.


이 책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두려움 대신 관찰을 권한다. ‘지금의 돈’이 아니라 ‘다음의 흐름’을 보라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나는 트렌드를 쫓기보다 이해하려는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돈을 안 버는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라 관찰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머니트렌드 2026>은 단순한 경제 트렌드서가 아니라 ‘생각의 습관’을 바꿔주는 책이다.




읽는 내내 느꼈던 건, 결국 ‘부’란 정보가 아니라 시선의 차이라는 것이다. 같은 세상을 살아도 누군가는 위기를 보고, 누군가는 기회를 본다. 저자는 그 차이를 ‘미리 보는 힘’에서 찾는다. 미래를 맞이하는 사람이 아니라 준비하는 사람으로 살라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오래 남는다. <머니트렌드 2026>은 그래서 경제를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었다. 돈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삶의 태도를 묻는 책.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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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 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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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후에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스트레스’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대의 철학자를 오늘날의 심리적 피로감에 연결시키다니, 과연 어떤 방식으로 엮어냈을까 궁금했다. 사실 나는 니체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도덕의 계보> 같은 제목만 들어봤을 뿐, 막연히 ‘신은 죽었다’는 문장으로만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니체라는 인물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사랑을 했으며, 또 어떤 방식으로 삶을 통찰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공짜로 점심을 대접받은 기분이다.




책 머리에 적힌 문구가 꽤 인상적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통독하거나 낭독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책장을 펼치기 위한 책이다. 말하자면 산책 중이나 여행 중에 말이다.”

이 말 그대로, 이 책은 정좌하고 몰입해서 읽기보다는 가볍게 들고 다니다가 문득 마음이 움직일 때 꺼내 읽기에 좋은 책이다. 작고 가볍고, 핑크색 표지까지 사랑스럽다. 여행 가방이나 출퇴근용 가방 안에 넣어두면, 잠깐의 틈새 시간에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


책은 총 8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니체의 철학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며, 특히 인간관계나 자존감, 열정, 평판처럼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본 주제를 다룬다.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라,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니체의 위로’처럼 느껴진다. 니체의 말을 인용하되 무겁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일상의 장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두 번째 주제, “웃음을 발명하라; 비통함 속에서 만들어낸 행복으로 인간은 시간을 잊는다.”였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주제다. 큰 불행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아 웃는 사람도 있고, 큰 행복속에서 작은 불행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파랑새는 내 안에 있다."라는 말에 좀 꽂혀있다.




니체는 고통과 절망을 단순히 피해야 할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변형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라본다. 웃음을 발명하라는 말은 억지로 웃으라는 뜻이 아니라, 비통함을 품은 채로도 삶을 긍정하라는 메시지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지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나는 지금 내 비통함을 어떻게 다루고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또 흥미로웠던 챕터는 “정치권력의 쳇바퀴가 되지 말아라.”였다. 정치라는 것은 멀리하려 해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니체는 정치가 인간의 본질을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경계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정치적 갈등에 쉽게 휘둘리고, 누군가의 목소리에 휩쓸려 분노하거나 너무 쉽게 혐오로 변질된다. 니체는 그럴수록 스스로의 판단을 세우고, 타인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 메시지가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인상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분량도, 문체도, 구성도 모두 부담이 없지만, 읽고 나면 묘하게 마음 한쪽이 단단해진다.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몇 페이지를 읽다가도 문득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고, 지하철 안에서 몇 줄을 훑다 보면 이상하게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는 철학서이기보다 일상용 사색집에 가깝다. 진지함을 잃지 않되, 부담스럽지도 않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니체가 멀리 있는 철학자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현대적 멘토’처럼 느껴진다. 작고 예쁜 책 한 권이, 생각보다 큰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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