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나나 키친을 읽었다.
제목이 재미있어 보여서 샀는데 원제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원래 출판할 계획이 있었던 책이 아니라고 하던데 읽어보면 정말 그렇다.
일기의 한부분을 그냥 편집해서 내놓은 듯한.
그렇다고 내용이 나쁜 건 아니고, 육아와 식사에 대한 정감있는 일기같다.
나는 소설가라고 하면 폼잡고 글쓰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수필은
할 말 다하면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면을 잃지 않는다.
그래...좋아...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다만 불만인것은 역자가 일본어를 옮기면서 과카몰레라는 소스이름을 와카모레로 옮겼다는 점 정도? 다소 대중화된 소스 이름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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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쉬는 게 일이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쉬고 있다. 그러니까 퇴직한 게 아니라 그냥 쉬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아직까지 야근 수당, 출장비 정산이 끝나지 않아서 완전히 그만둔게 아니니 말이다. 


설마하니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아니, 정정한다. 내가 어리석었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는데...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왜 하필이면 그때 나여야 했던 걸까?

그 노숙인이 어쨰서 내 바지를 잡았던 걸까.
그리고 나는 왜 하필이면 그때 발길질을 했던 걸까.


"돈좀 주세요...1주일을 굶었어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 그 사람을 왜 나는 발길질을 했나.
1주일을 굶었던, 한달을 굶었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그저께 마구 달렸기 때문에, 어제 굉장히 피곤했던 탓도 있다.
그리고 그 피로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던 것이다.
출근시간에 한참 늦은 시간이었다.
초조했고, 나는 바지를 잡은 손을 놓게 하기 위해서 발길질을 했다. 무의식적이었다.
혐오였는지...아니면 초조함때문이었는지...


그리고 그때 플래시가 터졌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발길질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SNS는 빨랐다. 하루만에 나는 인터넷 공간을 달구었고 이틀만에 회사에서 잘렸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나는 실수를 했을 뿐인데...
그리고 사흘만에 나는 왜 갑자기 잘렸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발길질을 한 그 노숙인이 죽었던 것이다.
발길질을 해서 죽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발길질녀와 노숙인의 죽음을 같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
사과하라는 내용이 인터넷을 덮었다. 가족애게 사과하라고. 가족에게 보상금을 내라고.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매일매일 내 아파트 문앞에 살인자!라는 종이가 붙었다.
그리고 그 노숙인의 가족이 날 찾아냈다.
보상금을 내고 나니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인데 충분히 난방할 정도의 돈도 없었다. 나는 구직 등록을 하고, 최소한으로 난방비를 줄였다. 나는 물론 알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집을 팔고 좀 더 작은 집으로 가야 한다는 걸.
하지만 인터넷은 내 개인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집을 팔기로 하면 인터넷의 악소문때문에 집값을 적당히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한가지 이유를 더 가지고 있었다.
집을 판다는 건 내 등급이 한단계 내려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노숙인과 같은 단계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난 방을 나가기가 힘들어졌다.
사람들은 잊어줄만도 한데 잊지 않았다.
매일매일 문앞에 붙은 종이를 떼내고 빨간 스프레이가 묻은 낙서를 지우는 것도 일이었다.
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나는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자동이체, 카드 결제...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 진짜 돈이 하나도 없었다. 대출도 받았지만, 집밖을 안나가는 걸 오래 하니 구직에 대한 욕망도 희미해졌다.
돈을 갚지 못해 집달리들이 온 날, 나는 처음으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2년만에 보니 더 이상 문에는 스프레이도 뿌려지지 않았고, 종이도 붙어 있지 않았다.

나는 옷장에서 후드티를 꺼내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내가 발길질을 한 장소에서 양철 그릇을 앞에 내놓고,엎드렸다.
땡그랑 소리가 울렸다. 나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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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쉬는 게 일이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쉬고 있다. 그러니까 퇴직한 게 아니라 그냥 쉬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아직까지 야근 수당, 출장비 정산이 끝나지 않아서 완전히 그만둔게 아니니 말이다. 


설마하니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아니, 정정한다. 내가 어리석었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는데...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왜 하필이면 그때 나여야 했던 걸까?

그 노숙인이 어쨰서 내 바지를 잡았던 걸까.
그리고 나는 왜 하필이면 그때 발길질을 했던 걸까.


"돈좀 주세요...1주일을 굶었어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 그 사람을 왜 나는 발길질을 했나.
1주일을 굶었던, 한달을 굶었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그저께 마구 달렸기 때문에, 어제 굉장히 피곤했던 탓도 있다.
그리고 그 피로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던 것이다.
출근시간에 한참 늦은 시간이었다.
초조했고, 나는 바지를 잡은 손을 놓게 하기 위해서 발길질을 했다. 무의식적이었다.
혐오였는지...아니면 초조함때문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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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아하는 소심한 지망생입니다. 하하...
배짱좋게 창작블로그에 몇편 올렸지요.
그럭저럭 원하는 목표치까지는 못 갔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로가 될 생각이라면 좀 더 몰아붙일 필요도 있겠지만.
직장인이라 주말외에는 글쓸 시간이 잘 없어서 하루에 짧게나마 30분 시간을 만들어두려고 합니다.
30분 초쓰기란 30분을 어떻게든 쵸내어서, 글을 써보자하는 저의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30분 동안 한 페이지도 못 썼다면 올리지 못할테고, 그 안에 무사히 쓸 수 있다면 올리기로요...
뭐, 하루에 한 편씩 성과가 안 좋으면 그건  블로그 내에만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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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바라왔어
내가 할 수 있는 
그 무언가,

침묵으로 외치며
나는 춤을 추었지.
날 바라보라고.

침묵은 걷지 못하는 새
시선은 차갑고
대답은 없었지.

얼음같은 대지에
발을 디뎌
얼어붙어도

포기라는 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고인의 석상을 보며
살아있었던 적을 
추억할 수 있는가?

침묵의 무언가.
이제는 바꾸기로 했네.

힘찬 몸의 선도
꽃다운 윤무도
침묵의 외침도

아직은 저 하늘에 닿기 멀어서
이젠 말하리라.
외치리라.

나 여기에 있다고.
하늘이여!
날 보라고.

사람들이여!
날 보라고.
내가 여기 있다고!

붉은 피 점점이 흘리며
아니, 뜨거운 피를
왈칵 쏟으며

나 외치리라.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을 
내 꿈을 위하여.

침묵의 무언가가 아닌
피의 유언가를 쓰리.
마지막 순간까지

그때야 내 노래는
하늘을 뚫고 날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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