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속에서 하이킥!

가끔은 내가 전문 저자가 아니라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할  때가 있다.
 그건 내가 어떤 만화나 소설로부터 강렬한 충격에 가까운 영감을 전해받고 노골적으로 모사하는 것을 후에 발견할 때다. [키스]도 내게 그런 만화다.
고등학생 시절 만화책방에서 그걸 보고 충격을 받고 모티브 몇개를 그대로 갖다쓴 내 나름대로의 대작!의 소품이 있었다. 쓰면서 의기양양해 했지만 후에 전자책으로 다시 읽고 나니 그게 몽땅 다 허세라는 걸 알았다.
노골적인 표절, 모사를 독창적인것으로 생각했었다니!
고등학생 시절에 [키스]의 일본판을 사모으기도 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더더군다나 나는 고등학생 시절 이후로 더 발전한 스토리텔러가 된 것도 아니고...
마츠모토 토모도 사실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기에는 힘들어진 것 같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사실 그건 토모씨의 최상치였고, 어느 누구도 그 정도의 최상치를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카덴차, 하드밥, 쿨재즈, 스튜디오 피아노 연주자.
클래식에서 모던, 재즈. 콜트레인에서 사카모토 류이치, 포레, 사티 등등...
사랑의 표시인 키스가 달콤함에서 야수의 날카로운 노림새, 어린 아이의 질투가 가지는 앙큼함 등등으로 변주되는 것도 매력이다. 보통 [키스]란 순정만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거 아니었던가.
하지만 토모씨의 [키스]는 첫 시작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의 안내자나 다를 바 없다.


피아노를 다루는 방법도 굉장히 매력적이다.단순히 피아노가 나오는 만화와는 이미 격을 달리한 만화다.
피아노 치는 손가락이 나오는 장면 장면이 잘라져서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거기서 전공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다들 그 손가락에 넋이 나갔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전공자 빼고 라고 이야기한다는 건 전공자가 봤을 때 그게 뻥!같아 보일 수도 있어서다.)실제로 컷 수를 세아리고 있는 감상자도 있었다고 들었으니...

고시마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피아노에서이고, 카에의 여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천진난만한 관객으로 있을 떄이다. 연주자와 관객의 감정선이 어디서 만나느냐애 따라서 음악감상의 질이 드러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해피엔딩을 맞기에 가장 적절한 존재랄까.
사실 고시마의 옛날 그녀는 연주자이고, 감성이 다소 강해서 같은 연주자로서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학원 분위기는 학생과 스승의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판타지적이지만, 후에 두 사람의 결말을 결정짓는데는 크게 도움이 된다. 니키 류조가 좀 걸리긴 하지만, 두 사람은 아마 미국에서 잘 지내지 않을까...싶은 결말이다.
뭐 이런 판타지 만화가 다 있어. 라고 생각은 하지만 앞으로도 음악 생각이 나면 가끔 전자책앱에서 읽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은미는 그 많은 금괴들이 화물트럭에 실려 옮겨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서야 이 모든 일이 어쩌면 나라 하나를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젖어 들었다. 

"여기서  뭐해?"

털보가 다가오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전화를 하고 있었어요."

"병률이한테 하고 있었군,"

털보는 그렇게 말한 후 그녀에게 금괴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그녀는 애써 냉정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무슨 일이시죠?"

"여기까지 따라온거면 이야긴 뻔하지 않아?"

"당신들은 정말..."

공포감에 젖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뛰어난 게임판이 그냥 게임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초심자의 감같은 것이었다.

"당신이 병률이하고, 저 길준인가하는 녀석하고 둘 사이에 두고 저울질 하는 걸로 알고 있긴 한데..."

"......"

그녀는 애써 가장했던 냉정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내가,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여요?"

"응."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털보에게 그녀는 그만 한숨을 쉬고 말았다.

" 이것 보세요. 털보씨. 이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요,"

"그럼?"

"이건 본래 일본이 국내에서 채굴한 금을 가공한 거에요.즉 엄연히 국가재산이죠. 우리가 이렇게 발견해서 들고 가긴 하지만, 몰래 얼마나 많이 가지고 갈 수 있는지는 모른다고요. 길가에 CCTV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요?
그리고 더 나가면 이건 정치를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요. 더더군다나 도둑맞아도 신고도 못하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털보는 그녀의 손에 금괴를 꼭 쥐어주었다.

"그래도 한개 정돈 남겠지. 기념품이라고 생각해둬."

"그게 무슨..."

"길준이한테 들은 이야기야. 내 동생이 여기저기 폐를 끼치고 돌아다니니 형된 입장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어. 그동안 신세도 많이 지고 했지만, 이젠 헤어져야 할 것 같아. 난 나대로 동생이 한 일을 처리해야지.
내 본래 직업의 의미를 다시 찾으러 갈 시간이야."

"그럼?"

"이젠 못 본다고 생각해둬. 미운 놈이 금괴 하나 쥐어주고 사라졌더라...그 정도 의미만 남아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

털보는 그 속의 말을 다 털어놓진 않았다. 어머니가 들려준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아버지는 헤어지는 날 어머니에게  금괴 하나를 쥐어주고는 그렇게 떠났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속의 비극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털보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부터 일어날 싸움은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 여자에게는 하지 않으리라. 다만 보지 못할 것이라고만 눙쳐두자.
그는 그리고 트럭들이 출발할 때 길준 모르게 한 트럭에 얻어 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몇대의 트럭이 천천히 새벽 폭포부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 말 그대로 그런 소리로만 들리는 굴삭기도 2대 들어와 있었다.
폭포는 크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만약 그 안에 금괴가 들어있다는 게 확실하다면
공사하는 기분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건데?"

그의 질문에 길준이 손가락을 폭포쪽으로 가리켰다.

"털보씨 보기에 역시 방해가 되는 건 저 폭포 아닙니까?"

"용제를 가지고 왔다기에 어떻게 하나 했더니만 그냥 저 폭포안으로 굴삭기를 그냥 넣을 거야?"

"....글쎄. 여기 환경론자로 변신한 파계 신부가 있군요."

지윤도 따라와 있었다.

"몸에 안 좋은 용제는 써서는 안됩니다. 주변 관광객이나 주민들을 생각하세요. 형, 형의 도의니 뭐니도 이거랑 상관이...읍읍...."

털보는 어느새 따라온 지윤의 입을 틀어막고, 길준에게 한 손을 들어올려보였다.

"잘 하리라 믿겠어."

"어딜 가는 겁니까? 당신의 그 역사적인 장면을..."

"난 은미 꼬시러 가야돼."

"후..."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고 길준은 생각에 빠졌다.

"주민들을 위해서...란 말이지?"

이준구가 인부들을 지휘하다가 잠시 쉬는 듯, 길준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폭포의 물보라가 여기저기 튀어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길준의 말에 준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가 폈다.

"음, 질소로 얼린 후 들어가기로 했습니다만, 신부님 의견은 다른 모양이더군요."

"더 들어볼 필요도 없군요. 마침 방해꾼도 없으니 시작합시다. 양은 충분하지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털보와 신부, 그리고 그 둘이 폭포의 물이 얼어붙는 것을 보는 동안
은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작은 폭포지만 전체 물 근원에 질소를 붓고, 물줄기를 전체적으로 얼리는 작업은 꽤 힘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 정리가 되었을 때 그들은 폭포안쪽에 들어있는 약 100여개의 놋상자를 발견할수 있었다.
놋상자는  각각 하나가 요즘의 컨테이너 박스와 비슷했고, 무게도 하나당 약 1톤급은 되는 듯 했다.

"울 아버지가 너무 국제적으로 놀았던 모양이야. 여기까진 미처 생각 못했는데?"

털보의 말에 길준이 피식 웃었다.

"아니 부자라면 이 정도는 돼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 난 그냥 금괴 하나만 있으면 되거든. 저건 좀 오바야."

"하긴, 싣고 가긴 곤란하겠군요. 저렇게 많을 줄은 몰랐으니 말입니다."

준구의 이름을 빌린 길준의 지휘로 2톤 트럭 30대와 1톤 트럭 40여대가 긴급 공수되었다.
그 차들은 폭포에서 상자를 끌어낸 후 잽싸게 포장되어 다시 고속도로로 달려나갔다.

"문제는."

길준이 천천히 하늘을 보았다.

"길거리에 붙어 있는 CCTV다. 천개의 눈같으니, 병률이 놈한테 조금 밀릴 수도 있겠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복숭아를 그리려다 갑자기 쫀득한듯한 토끼가 생각나서 그렸습니다,흐음...좀 더 예쁘게 찍을 수도 있을 걸 그랬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말러의 천인 교향곡에 대해서는 옛날에 한 첼리스트의 인터뷰로 들은 적이 있다.
천명의 편성을 천개의 첼로로 대신했다는...
그래서 난 엄청 우아하고 고상한 곡인줄 알았다.
하지만  어제 오늘 그 CD 두 개를 다 듣고 나니, 이건 우아이전에 이해도를 엄청 높이지  않으면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난 기본적으로 음 편향적인 인간이라,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건 듣다보니 머리가 쪼개질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말러는 예전에 대지의 노래는 들어본 적이 있어서, 만만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이건...한계를 넘어선 블록버스터-좋은 의미가 아니라 편성이 그렇다는 점에서-음악이 아닌가. 한구석 잘라내서 영화에 붙여도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말러...정말 다 들어도 좋은 걸까...;;;;;;그냥 얌전하게 슈만, 멘델스존을 듣는 게 좋은 거 아닐까...
알마 말러가 대지의 노래를 듣고 말러와 소원해졌다더니만, 대지의 노래 이후더라도 이 교향곡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거라는데 백원 건다.
음악과 소음의 차이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아주 중요한 계기였다.
또한 다음에  cd 골라서 듣는 것도 신중해야겠지...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