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가 끝났다고?"

형사의 말에 길준이 입가를 약간 일그러뜨렸다.

"주의사항이나 듣고 치우란 말입니까."

"...선생님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지 모르겠군요. 엄밀히 따지자면 선생님 혐의는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그걸 없애드리는 건데 왜 그런 과민반응을..."

"이것보세요."

참다못해 은미가 나섰다.

"저희 사장님은 잘못한 게 전혀 없으세요. 정당방위였고, 우리는 그 증거를..."

"나도 당신네같은 철면피들을 감방에 처넣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쩌겠어요. 윗분 명령인것을. 그러니 이번 일을 반성의 기회로 삼아서 같은 짓을 저지르지 마십시오. 전 갑니다."


형사가 떠나자 은미도, 길준도 동시에 같은 말을 뱉어냈다.

"그 인간이..."

병률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그 말은 금구였다. 두 사람은 얼른 시선을 마주치고는 어색하게 돌아섰다.

"의외의 구석에서 적에게 도움을 받는 건 참 쓰라린 일이죠."

지윤이 그 말을 듣고 나왔는지, 적산가옥의 미닫이를 열었다.
새로 맞춘 로만 칼라가 바람에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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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면회는 언제쯤 시작될지, 동생이 과연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감방의 동료들에게는 관심이 눈꼽만큼도 없는 그는 그저 면회자가 언제 오는지만 관심이 있어서 다른이들의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았다.

"어이, 포주."

들어오자마자 소문이 퍼져버려 어차피 그를 아는척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그는 이 별명이 너무 싫었다.

"난 포주가 아니네만."

"정치인에게 여자를 팔아먹은 걸 포주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불러."

"......"

그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험할 떄는 입을 다무는게 상책이었다. 간수가 없는 동안에는 감방안에서 폭력행위가 있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성경이 귀에나 들어가겠어? 그나저나 저 놈을 지정해서 성경 읽어주겠다는 사람도 있고 별일일세."

"면회만 오는 게 아니라 사식도 넣어줄거라던데...간수가 아주 특별대접이지."

그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그는 간수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벽을 사이에 두고, 신부 하나가 서 있었다. 얼굴을 돌리고 그를 보았을 때 간이 아무리 큰 형이라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기대하고 있던 상황인데도 죄책감으로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서오십시오. 우린 구면이죠?"

총상으로 얼굴이 엉망이 된 신부, 하지만 지윤인 걸 알아보기에는 너무나도 선명한 얼굴선이었다.

"시...신부니...ㅁ."

분명히 심장을 향해 총을 쏘았다고 했는데 어째서 얼굴이 저렇게 되었는지...
그는 너무나도 분명한 자국을 보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시간은 짧은데, 그렇게 언제까지 엎어져 계시렵니까."

요한 신부가 그렇게 말하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성경은 창세기, 가인이 아벨을 살해하는 부분이었다.
단호하고도 냉정하게 신부는 그가 면회 시간 내내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낭독기계처럼 성경을 읽고 있었다.

"1주일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질 때까지 형은 이마를 바닥에 박고 일어서질 못했다. 간수는 어차피 그가 어떻게 면회를 받건 관심이
없었기에 칸막이 사이의 신부가 사라지고 난 후 바로 그를 일으켜 세워 다시 감방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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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대화를 한가득.

맛있는 음식도 먹고...맛있는 선물도 받고, 맛있는...(그만! 넌 먹는 것 밖에 모르냐.)

하여간 재미있었습니다.

내일부터는 손님과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녀볼 계획입니다.

손님이 피자를 좋아하셔서-수준급의 피자달인이기도 합니다.-내일 점심 메뉴는 아마 피자가 되지 않을까...합니다...제가 좋아하는 피자를 손님도 좋아하셔서 기쁩니다.

 

2.

 

그림자의 햄릿 보러 오시는 분이 있으신지는 잘 모르겠는데...쨌든.

100회까지 올린 다음 좀 쉬던지, 관망을 하던지 할 계획입니다.

사실 저런 걸 다루는게 쓰는 사람이야 신나지만 보는 사람은 어떤지 모르니까요...;;;;;;;;;;;

모델도 몽테크리스토 백작하고 햄릿을 좀 섞어놓은 형태라서...;;;;;;;;;

저는 복수극 쓰는게 인생의 행복 중 하나인 사람이라 배려정신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3.

그래도 글은 계속 올리긴 할 겁니다...손님하고 제 시간이 좀 다르면 설날에도 아마 쓰고 있겠죠... 오늘은...음, 없습니다. 손님과 즐거운 대화 중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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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손풀기용으로 이것저것 그려볼 때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서양 기사들의 문장을 꽤 재미있게 보던 때가 있었죠. 깊이 파고들어가진 않아서 그 의미는 잘  모르지만.

오늘은 선과 선으로 된 문양 비슷한 것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지저분해보이는게 리터칭을 안 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뭐, 처음 완성해놓고 보니 좋아보이더군요. 사진찍어서 이렇게 올리니까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재료는 고지서뜯을 때 나오는 부산물에 볼펜입니다... 저렴한 재료에 저렴한 수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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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장 나가라고.이 멍청아!"

말이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정의는 얼른 뒤로 물러섰다.
한때는 형제같이 친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서로의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너무 화내지마. 형."

그는 상대방을 부드럽게 달래면서 현관문쪽으로 향했다.

"오늘은 형이 화가 많이 난 것 같으니까. 이만 나가볼게. 하지만 다음에는..."

"다음은 없어. 다시는 돌아오지마. 난 너한테 할 말 같은 거 없으니까. 잘 가. 경찰 나리."

비번인 날을 택해 오래 전의 동창생을 만나러 온 길이었다. 정의보다는 한 살 많은 그는 학교의 짱이었다.
짱이라고 해서 폭력사건을 일으켜서 1년 늦게 들어온 건 아니었다.
단지 배치고사를 치러 오는 날,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던 탓에 늦었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후로 그는 학교의 짱으로 군림했고, 그런 그를 눈여겨봤던 조직폭력배들에 의해서 역시 조직폭력배가 되었다. 



   그런 그를 정의가 만나러 온 건 다름이 아니라 울산에 정착한 그 형이 요양원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였다.
조직원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놓을 인물인 그가 왜 그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왔으나 형은 그 대답을 거부했다.

"네가 낑기면 안된단 말이다. 이 멍청한 놈아."

말보로 담배를 후우하고 내뱉는 그 뒤로 병률이 나타났다.

"잘 했어요. 내가 당신네 애들을 거둬들이지.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애초에 당신이 뒷 마무리가 어설퍼서 그랬던 거잖소."

정의의 형, 정의의 동창생은 그렇게 말하고는 현관문을 닫았다.

"그래서 당신이 필요했던 거지요."

병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가 몰래 듣는 사람이 없나 하고 확인하는 것처럼. 그는 심지어, 정의의 동창생이 닫은 현관문을 다시 한번 열었다가 닫기도 했다.

   "당신이 있어서 안심입니다.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이죠."

"내 조직원 중의 한놈이 입이 어설퍼서 그랬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아니오. 난 당신과 당신 조직원들은 믿습니다."

병률이 싱긋하고 웃었다.

"내가 안 믿는 건 국회에 있는 내 동료들과 내 친구들이죠."

"다행이군."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병률의 말에 그가 차가운 눈으로 병률을 노려보았다.


"왜?"

"당신의 부하들은-그러니까 당신이 동생들이라고 부르는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죠?"

"인재라고 하니 간지럽군. 그냥 뒷조사 잘 한다고 말하는 거겠지? 그런 거라면 정말 잘 하는 놈들이지."

"그럼, 당신들이 파묻은 그 사건을 단번에 알아낸 그 검사와 그 소문을 낸 소식통은 금방 찾을 수 있겠군요."

"......"

"...찾아서 어떻게 할거냐고 묻진 마시죠. 난 이 악의적인 소문의 근본을 찾고 싶을 뿐이니까."

"당신 정말 위험한 사람이군."

병률은 싱긋 웃고는 그의 입에 물려 있는 말보로 담배를 그대로 빼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진짜 위험한 건."

그리고는 그 담배를 발로 문질러 껐다. 치이익. 소리가 잠깐 났다가 사그라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들이죠. 난 그렇게까지 위험한 사람은 아닙니다. 가까이 다가오면 모를까...그리고 아까전에 말한 그 조사대상자들은 너무 가까이 왔어요. 난 덤비는 상대는 봐주는 사람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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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률을 처음 정치의 길로 끌어들였던 형은 현재 곤란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병률의 은인이라고 봐도 좋았을 의원이 수뢰죄로 감방에 들어간데다가 자신은 현재 동생에게 버림받은 상태였다.

"네가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

면회를 온 지인, 그러니까 실제로는 형제 사이인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돌았다.
한명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정치인, 한명은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죄수.

"왜 당신 하나만 특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왜냐니. 난 너의..."

"그 말 한번만 더 반복하면 앞으로 쫄쫄 굶으며 살게 해주지."

냉랭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제서야 그는 동생이 그 여자의 남편을 가뒀던 병원의 원장의 말로를 떠올렸다.
행방불명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그 시체가 울산 앞바다에서  콘크리트에 묻힌 채 발견되었다는 말에 동생을 떠올렸던 것이다.

"좋아. 그렇지. 당신은 내 목숨줄을 잡고 있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날 구해줄거요?"

"...구원은 스스로 하는 거지. 얌전히 형기나 채워요. 나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동생이 돌아간 후 그는 배신감을 곱씹었다. 어떻게 키워줬는데 이런 보답이나 하다니...

"내일 면회가 되어 있으니 미리 준비 잘 하시오."

교도관의 말에 그는 귀가 번뜩 띄었다.

"누가 옵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면회라고 하긴 그렇고, 성경을 읽어주러 신부가 온다는군."

"신부? 나같은 사람에게 신부가?"

"하긴 어울리진 않지."

교도관은 히죽 웃었다.
그 신부의 말이 우스웠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자는 다 형제니까..."

그 말에 갑자기 두 사람의 형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아직 안 죽었단 말이..."

"살인죄까지 지었나? 아니면 잠시 돌은건가?"

교도관의 말에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아니오. 내일 성경말씀 잘 듣도록 하지요."

그의 눈길에 살기가 돌았다. 아직 기회는 있는 것이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동생을 다시 무릎꿇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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