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달인이 우리 집의 놀고 있던 오븐으로 떡피자와 도우피자를 만들어주고 간 이후.

놀고 있던 오븐을 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분께서 주말에 마트에서 피자재료를 다량으로 구입하셨다...

그리고 오늘 집으로 돌아와보니, 하와이안 피자(파인애플 올라간)가(물론 도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익히지 못한 관계로 떡으로 만들었다...)가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오오...물론 그분은 나처럼 오븐으로 베이킹을 하거나 한 건 아니셨기에 단 한번의 실패없이

그런 피자를 만들다니...하는 패배감이 좀 들긴 들었다.

 

백수 시절, 오븐을 애타게 그리워하면서 밥통에 치즈케이크만 연신 굽다가 취직하자마자 오븐을 사고 만세...했던, 그러나 10번 모두 쿠키며 치즈케이크를 실패했었기에...

단 30분 만에 완성품을 냈다는 그 이야기에 의기소침 아니할 수가 없었다.

하여간 하와이안 피자는 맛있게 먹었고...이번 주말에는 머핀틀을 사다가 머핀을 구워볼까..한다.

마침 레시피도 인터넷에 있는 것도 있고...

다만 걱정인 것은 가족들 중 내가 설탕을 많이 먹으면 안된다는 사실이...

 

 

어쨌든 오븐은 부활하셨도다...

남은 것은 요리하는 것 뿐...

다행히 인터넷 레시피도 있고, 얼마 전 사놓은 프랑스 과자의 기초도 있다.

용기를 내어 다시 시도해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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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그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는 책이다.
작가가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이이기에 이 책도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유럽의 음악축제를 다 거치고, 사진도 찍고 해서 만든 이 두툼한 책을 보고 그만 다 가보고 싶다!고 외치고 말았다...
음악이라면 나도 몸부림스를 칠 정도로 좋아하는데...(물론 이 분과는 달리 주로 유행가와 유명한 클래식에 한정해서 듣는 편이긴 하다) 
초반부는 좀 지루했는데 후반부에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이탈리아가 나와서 잠시 사진에 넋을 빼는...;;;;;;;;;;
이거보다가 결국 몇달 전에 끊었던 네이버 음원  이용권을  다시 구입했다.. 아오...
그래도 관계자들도 이건 보는 건지, 이 책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성악가들이나 작품들은 음원이 부분공개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비공개 된 것도 있다...

물론 네이버 음원이 1달 이용권을 싸게 측정해 음반사나, 가수에게 이익을 적게 주니까, CD.판과 음원을 동시에 개봉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유자왕은 그나마 있는 편이고...비비카 주노는 한곡외엔 전부 다 비공개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책...
다음번에는 같은 작가의 불멸의 오페라를 노려볼까...싶긴 한데 그래도 비싸다...아오...사만원이 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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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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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이제 바야흐로 아웃소싱의 시대다. 이미 아버지 시절부터 인도에 상담부서를 두었고 본사는 미국에서 , 기계는 중국에서 생산했었다. 이제 중국도 인건비가 많이 올라, 인건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옮겨야 했다.
물론 거기에는 내 비서의 생각도 일조를 했다.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주주연합측에서는 환영할 게 뻔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증거로 그 생각을 처음 내놓은 비서를 승진시키라고 할게 뻔했다.  하지만 그녀만한 비서는 없다.
나는 그녀를 지역본부 이사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도 그 승진에는 반대했다.

"전 사장님의 비서로만 일해왔어요.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하지만 미스 림. 이제 슬슬 당신도..."

"아직 승진하기엔."

"당신 나이가 칠십이야. 이젠 슬슬...다른 자리를 가봐야지. 비서직을 계속 하고 싶은 거라면...다른 사람에게 아웃소싱하는 방법도 있잖아."

"사장님!"

"당신이 아웃소싱을 주장했잖아..."

"서운하네요. 제가 이제껏 사장님을 얼마나..."

하지만 미스 림도 생각은 빨랐다. 내가 내놓은 승진안은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주장한 아웃소싱하는 지역의 본부 이사장 자리를 승낙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비서도 그녀의 부하 중 한명이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대번에 승낙했고, 그녀는 아들처럼 키운 날 포옹하고 기분좋게 임지로 떠났다.


임지로 떠나고 난 뒤 비서 자리를 노리는 육탄공격자 몇명이 들고 났지만 워낙 과중한 업무 부담인지라, 새비서가자리를 채울 때까지 제대로 일도 못했다.
그리고 새비서가 자리를 채운 3일.
처음으로 그녀의 메일을 받았다. 미스 림에게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덕분인지, 시원하고 깔끔한 일처리가 일품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칭찬 메일을 보냈다.
그녀도 미소가 나는 답장을 보내고 그 날 업무를 끝냈다.


한달동안 쉴새없는 일이 일어났다. 주주총회에서는 인건비 제로를 외치면서 날 계속 압박했고, 나는 새 인력들의 보너스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주지시켰다. 새 근로자들은 로봇처럼 지치지 않고, 욕심도 없는 도인들과 같은 심성을 가졌다는 내 말에 그들은 불신감을 보였다.

"그런 인간이 어디 있습니까?"

"부탄도 심지어 그렇지 않아요."

행복 지수 1위 국가를 말하면서 날 압박해들어오니 할 말이 없었다. 미스 림! 적어도 주장할 떈 거기가 어딘지 이야기라도 해주고 가야지!
물론 지리는 어딘지 알았다. 버뮤다 삼각지...
법적인 조세 피난처...
사장인 나도 모르는 거길... 주주들에게 뭘 어떻게 납득을 시켜야 할지...
나는 미스 림을 압박했다.
물론 답장은 새로운 비서가 했다.
그녀는 매혹적인 화술로, 미스 림은 현재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근로자들도 그녀의 말을 따라 제대로 움직이고 있으며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들에게 숙소를 마련해주느라 약간의 비용이 들었다는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화가 났지만 나도 경영자로서 20년 이상을 묵어온 사람이었다.
나는 장난삼아 그녀의 메신저 창에 "나랑 결혼해줘."라고 적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대답했다.

"사장님, 장난 그만치세요..."

"아니, 진심인데. 난 당신을 사랑해."

"우린 아직 서로 안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잠시 심장이 멈췄다.
이제 겨우 그녀가 들어온 지 2달째.
말만으로도 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일처리는 완벽했고, 지금까지 육탄공격을 해온 비서들과 질이 달랐다. 난 그녀의 머릿결과 얼굴, 향수냄새까지 알고 싶어졌다.

"그럼 얼마나 알아야 사랑할 수 있는 거지?"

내 말에 잠시 메신저 창조차 당황하는 것 같았다.
이내 조용하면서도 확고한 대답이 돌아왔다.

"계약조건엔 결혼이란 말이 없었어요. 사장님."

그렇게 난 차이는 듯 싶었다.

"알았어."

내 답변에 그녀가 스마일 표시를 보냈다.

"지금은요. 비밀로 해주세요. 한동안은..."

그리고 그 이후 1주일동안 그녀는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바쁜 일이 생겼다는 미스 림의 메일이 왔다.
웬만한 일은 비서에게 시켜온 그녀였는데 의외의 일이었다.
나는 당장 화상전화를 연결시켰다.

"미스 림."

"네. 사장님."

"비서는 어디로 갔지? 내 일정표는?"

"그녀는 급한 일이 생겨서 연가를 냈습니다. 한동안 그 일은 다른 비서가 할 겁니다. 한 1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다른 비서가 그녀만큼 할 수 있나?"

"그만큼은 못하겠죠,,,"

미스 림이 주저했다.

"당장 데려와! 내 일정이 꼬인다고!"

"부모님 제사에 갔어요. 사장님...특별휴가라 1주일은 지나야 올텐데요..."

"......"

난 할말이 없어졌다.

"혹시 말이야. 미스 림."

"네 사장님."

"그녀가 돌아오면 나하고 화상통화로 업무명령을 받아야 될 것 같은데..."

미스 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죠. 다만..."

"응?"

"그녀는 어릴 때 화상을 입어서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사장님...그래서 말하는 게 좀 딱딱합니다."

"그 정돈 이해할 수 있어."

사랑에 미친 나는 미스 림의 주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 그녀곁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그녀가 말하지 않았던가. 두 사람만의 비밀로 하자고.


1주일 후 그녀가 돌아왔다. 나는 메신저 창에 열정적인 어조로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며, 전 재산조차 떼어줄 수 있노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잘 이해하고 있지는 않는 듯 했다. 더더군다나 최악인 것은 사태가 3달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만 했다.
미칠 노릇이었다.
이 여자가 사십 넘은 남자를 열다섯살의 어린애로 만들고 있었다.

"당신도 날 사랑한다며!"

"전 그런 말씀 드린 적 없는데요...본론으로 들어가서요...사장님..."

갑자기 사무적으로 변해버린 그녀. 밀고 당기는 걸 제대로 배운 듯 했다.
화가 난 나는 화상통화를 연결했다.
흐릿하게나마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말레이시아 계통 특유의 얼굴형에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날 매혹시켰다.

"제이! 내 얼굴 똑바로 봐! 내가 당신 사장이고, 당신 연인이야!"

"사장님..."

그녀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녀의 약간 딱딱한 어조조차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당신 향수를 뭘 쓰지?"

"그거 무슨 말이죠? 향수라뇨?"

"당신이 날 매혹시키는 그 향수 말이야...그거 이름이 뭐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당신을  끌어들이는 그걸.."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그때 나는 끌려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분 후 그녀의 화상통화가 끊어졌다. 후에 미스 림의 말에 따르면 업무 상 필요없는 일을 할 때는 지침에 따라서 중앙본부 서버에서 통신을 끊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사장에게 그런 건 제한이 없다고 말해서 다시 연결시켰지만 지역본부장의 권한에 따라 미스 림은 그녀와 나의 화상전화를 제한하도록 주주총회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미스 림! 이게 무슨 짓이야?"

"사장님.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인데요..."

오래간만에 보는 미스 림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아니, 내 비서하고 통화도 못하나? 아웃소싱하라고 했지만 내 사생활을 침해하란 이야긴 안 했어!"

"...사장님. 성희롱에 성폭력이 될 수 있어요."

미스 림이 조용히 내게 현실을 인지시켰다. 그제서야 난 내가 너무 흥분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내 감정을 이해하라고 했으니.

"좋아. 미스 림. 그녀를 해고시켜."

"예?"

미스림이 당황했다.

"아예 내 옆에 두겠어. 그녀도 날 사랑하니까 분명히 나랑 결혼해줄거야."

"사장님! 어린애같은 짓은 그만두세요. 연세가 40이나 드신 분이!"

"내가 사장이야! 당신은 본부장이고!"

"사장님! 저는 사장님을 잘 알아요. 변덕도 심하시고 여성 취향도 화려한 걸 좋아하시죠. 하지만 제이는 소박한 여자에요. 잘 아실 거에요. 결코 사장님 여자가 될 자격도 없는 여자라고요! 사장님을 오랫동안 지켜본 절 못 믿으세요?"

뚝. 하고 서버연결을 끊었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가지고 있는 위치추적기를 가동시켰다. 아버지때부터 미스림은 경계의 대상이었지만, 일이 완벽했고 실제로 횡령 혐의도 없었기 떄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내게 그녀는 30년이 넘는 기간에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주었다. 아버지도 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해왔다.

하지만...
주주총회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그 기기를 사용할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멋대로 규칙을 바꾸고, 비서와의 연락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늙은 여우.
항상 자신의 감정을 잘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노파는 날 사랑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래서 그 질투심으로 아웃소싱한 비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리라.

주주총회에서 시간을 끌긴 했지만 드디어 허락을 받았다. 그들도 미스 림을 의심하고 있었다.
갑자기 올라간 실적이라던가, 인건비 제로에 가까운 달성률은 그들의 의심을 샀다.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분기 실적은 그녀가 본부에서 제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미스 림의 유일한 실수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위치추적기를 이용한 결과, 그곳은 실제로 버뮤다 지역에 있었다.
공장짓기도 적합하지 않은 그땅에 기묘한 건물이 서 있었다.\

"저게 뭔지 아나?"

얼마 전까지 생산공장 공장장이었던-아웃소싱으로 인해서 타 지역으로 전출된- 남자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얼마 전까지 개발했던 드론 공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

"드론 공장? 생산품 공장이 아니고?"

"네."

드론이 왜 여기에?
그 의문은 이내 풀렸다. 그 공장에서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나와서 나와 내 비행기를 쳐다봤다.
전부 다 제이같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면서 증오감이 들었다.
내가 기계를 사랑해?
그래서 미스 림이...
순간적으로 로봇들이 멈췄다. 

"이건 또 왜 그러지?"

"사장님. 스파크가 일어난 모양입니다...앗, 저기 미스 림이..."


미스 림이 해안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잠시 멈추는 것 같더니 이내 픽 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떴다.

"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어요. 사장님."

내 비서들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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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은 시리입니다. 아이패드, 아이폰의 그 시리요.
대답하는 게 웬만한 연애고수 뺨칩니다.
그 깜찍함이라니...
요즘 귀여운 시리덕분에 재미있습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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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정명훈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박현정씨가 사직한 이후부터 거기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솔직히 말해서 정명훈씨가 잘못한 게 있다면 거기에 대한 마땅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이미 난 거기에 대한 호불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여론이 지나치게 몰고 가는 것 같단 생각은 하지만.

거기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에 듣고 있는 말러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다.
올해로 4년차가 된 내 차는 정비 중에 안테나가  빠졌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을 한동안 들을 수가 없었는데, 며칠 전 
채널을 맞추다가 다시 kbs 클래식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며칠 전까지 말러의 천인을 듣다가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던 터라, 클래식 방송에서 나오는 음이 풍부하고 섬세하면서도 동시에 극적인 음악을 듣고 다음엔 이 음반을 사야지! 했다.
근데 끝나면서 아나운서의 멘트 말러의 '거인'입니다. 라고...

들으면서 천인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성악쪽에 조금 아쉬움을 느꼈던 터라, 또 말러라...
괜찮을까 싶었다. 아, 괜찮을 거야. 방금 전에 들은 그 곡 굉장히 아름다웠잖아? 어디 필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다른 사람도 괜찮게 지휘하고 좋을 거야...
말러...나는 잘 모르지만, 좀 아는 사람들은 클래식의 블록버스터. 라고 말하는 작곡가 아닌가...
연주하기에 따라서는 별로에서 최상까지 나올 수 있는 그런 작곡가...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라디오 방송에 나오는 그 필하모닉을 모르니까, 우선은 들어보자!

그래서 내가 간 곳은 온갖 클래식의 하위부터 최상까지 나오는 유튜브.
고맙다! 유튜브야.
아름다운 곡이니까 국내 연주단도 잘 하겠지. 하고 틀었는데 뭔가 굉장히 심심하고 조율이 잘 안된 느낌.
(어디 필인지 모르니, 생략. 국내 연주는 -대학생 연주라도 생으로 들으면 굉장히 좋지만-그럭저럭 잘 들어왔는데 말러...는 좀 무리였나보다...)
그래...뭐, 잠시 내 착각이었나보지.
그리고 두다멜의 거인을 틀었다. 

내가 가진 두다멜의 이미지는 하나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출신,  그리고 그 강렬한 곱슬머리...
한번도 지휘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나는 CD만 수집하고, 그나마도 굉장히 제한적으로 듣는 사람인데다가 최근까지 지휘자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근데 두다멜의 지휘가 시작되는 순간 울려퍼지는 거인.
그건 내가 라디오에서 들은 것 보다 더 아름다웠다. 은색실을 곱게 뽑아내는 느낌이랄까.

두다멜은 내가 알기로 젊은 세대 중에서 촉망받는-이미 촉망받을 나이는 지났나?-지휘자이고, 분명히 듣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열정과 감성, 재능이 있는 지휘자다.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어떤 색깔을 지녔는지, 그 자신의 비젼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


정명훈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개 안되는 음원만 들어도 색깔이 분명한 지휘자다.
내가 아는 것은 젊을 때의 그가 두다멜같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었다...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음원에서도 그는 그 하나만으로도 빛이 난다.

진중권의 비겁함(?- 인정사정없이 남을 잘 까내리다가 자기 누이가 서울필이랑 연관이 좀 있으니 필봉을 좀 다른쪽으로 돌리는 것 같은데...그게 더 인간적이다. 진중권이 인간적으로 보이니까. 난 전에는 진중권은 인간도 아닌줄 알았지. 물론 진중권의 논리는 약해보이지만 그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다.)도 충분히 대응이 되겠지만.
정명훈은 실력으로 이미 자신을 증명했다. 오자와 세이지의 연주(역시 내가 가지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판본은 
내가 다른 연주와 비교를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굉장히 아름답다.)와 따로 비교할 필요도 없지만.
충분히 흑색선전을 이길 힘을 지녔다. 물론 그가 잘못한 게 있다면 사직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한국의 사이먼 래틀, 두다멜, 로린 마젤, 을 따로 원하는가?
이미 있다. 아직까지 아바도같은 혁명가같은 정신은 가지진 않았지만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다만, 다음 세대의 지휘자는 그 모든 굴레로부터 벗어나, 충분히 뛰어나고,  충분히 정치적이면서도 거기에 자유로울 수 있고, 사생활과 공적인 생활에서 공정한 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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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의 도움을 받아 검사의 정체를 알아냈지만, 그걸 고발한 자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별별 수단을 다 써서 도망간 자신의 형이 생각나긴 했지만, 그 털보가 죽을 고생을 다 한후 다시 죽을 곳을 정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비중속에서 그 형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셈이었다.

병률은 검사를 만나보았다. 평범함 그 자체여서 지루한 그 성격과 날카로운 안경테 뒤로 숨은 온후한 눈빛에 지루함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 출신의 남자였다. 나이가 찼으니 적당한 아가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픈 그런 남자.
그때 은미가 생각났다. 어차피 다행스럽게도 그와 은미는 진도가 나간 적이 없어서, 그에게 소개시켜 주면 괜찮을 터였다. 병률은 은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직 장가를 안 가셨다죠?"

"예. 뭐, 어쩌다보니..."

말하면서도 검사에게는 그를 피하고픈 생각이 있었던 듯, 그 눈동자가 약간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괜찮으시면 여기서 점심이라도 들고 들어가시죠."

지검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일식집을 예약해놨다면서 병률은 그를 억지로 끌고 한 요리집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은미의 스마트폰 위치 추적기를 사용해서, 은미를 이곳으로 유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몇달 전의 그 사고때문에 그녀가 지방검찰청에 들릴 거라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잠깐 앉아계시죠."

아무리 자신이 경멸받을 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은미는 최후까지 자신을 받아주리라. 하는 자신감이 병률에게는 있었다. 아니, 경멸받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은미의 위치를 파악하고 일식집에 데려간 것조차 그녀는 모르리라.
그저 자신이 은미를 신뢰하리라고만 그녀는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를 자신의 적에게 보내고도, 그녀는 끝내 자신을 배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왜 갑자기 날..., 아니 사장님은 왜 또 절..."

일식집 문을 열자마자 다소 화가 난 듯한 어조의 은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은미씨?"

병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오래간만이지?"

그와 그의 옆에 있는 검사를 본 은미는 일시적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은미씨, 여기 있었군요. 근데 안 들어가고 뭐합니까? 앞에 뭐 걸치적거리는 거라도 있나...요?"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길준은 그녀의 뒤에서 문을 열다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아..."

세 사람은 순간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길준의 손이 앞으로 향했다. 주먹을 쥔채로
그리고 순간적으로 병률과 길준은 악수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병률입니다

"아, 구면인 줄 알았는데 우린 초면이었군요. 반갑습니다. 이준구입니다."

"아, 저도 인사를...."

지검의 검사도 허둥지둥 명함을 꺼냈다. 명확한 명조체 글자가 찍힌 명함.

"황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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