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않겠어.
당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야.

조지경은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감옥에 있는 것보다 더한 고통에 시달렸다.
갑자기 보석되었다면서 감옥에서 나온 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얼굴에 큰 상처가 난 동생에게 붙들려 나온게 이틀 전.
그리고 역시 잘 알지도 못하는 저택에 갇혀 눈가리개를 한채로 벗은듯 한 여자들과 한방에 갇혀 있는 게 그의 공포를 부채질했다. 가끔 그의 행동을 보고 갸르륵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즐거울지도 모르지만, 그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옛날의 기억속에서 고통을 받았다.
그가 젊은 시절, 정치가, 정치꾼들에게 던져줬던 여자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런 걸 원하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그는 원하지 않는 여자들이라도 억지로 끌어내곤 했다.
그리고 그 여자들 중 한명...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한 경찰관의 아내이자, 자신의 동생과 함께 하게 만들었던 그 여자가 했던 말이 오늘에야 떠오른 것이었다.

당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야.

"...제발 부탁이야..."

조지경은 신음소리를 냈다.

"더는 괴롭히지 말아줘...

"어머, 무슨 말씀을..."

외국인과 한국인이 뒤섞인 듯한 여자들의 환호성이 그의 귀를 따갑게했다. 그 중 몇마디는 한국말인것으로 보아
그의 행동을 제대로 관찰하라고 보내진 여자들인 듯 싶었다.

"날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어야..."

"비참하게라니."

동생의 목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냐니."

그의 눈을 터뜨릴듯이 매여있던 눈가리개가 어느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잘라내졌다.

"이건 천국이 아니던가요?"

상처를 떼어내면서 동생이 말했다. 그제서야 조지경은 그의 동생이 진짜로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당신이 그들에게 보여주었던 천국을 다시 당신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뭐가 비참하게 입니까?"

"...누가 이런 걸 천국이라고..."

"당신이."

로만 칼라가 휙 하고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지윤은 천천히 조지경을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또박또박 그의 죄를 일렀다.

"모 의장에게 인턴아가씨를 넘긴 게 당신이 아니셨나요? 그리고 모 경찰의 아내를 붙들어다가 역시 그 친구이자 지금은 잘 나가는 정치가인 모 형에게 맡긴 게 당신이 아니셨는지...그ㅡ리고 또, 모 위원에게 노래방 아가씨를 붙여준 것 뿐만이 아니라 아가씨들이 나오는 술집도 비밀리에 운영한 것도 진실인 것이고..."

"그만! 넌 도대체 그런 거 하곤 거리가 멀지..."

"안 멀어요. 형."

지윤이 그에게 눈가리개를 다시 던져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였는지  주변에 있던 수영복 차림의 아가씨들이 방을 나갔다.


"너...안본 새 많이 이상해졌구나."

"...세상에서는 흔히들 파계신부라고들 하지요. 후."


로만 칼라를 벗은 지윤의 가슴에는 큰 흉터가 나 있었다. 어깨에서부터 가슴까지 나 있는 그 상처에 조지경은 다른 의미로 아연실색했다. 얼굴을 보았을 때는 얼굴에 충격을 받았지만, 가슴에 난 상처야 말로 정말 큰 상처였던 것이다.

"당신같은 사람에겐 잘 어울리는 하루였을텐데요."

"...뭐가 잘 어울리냐. 이 내꼴이 우스우냐? 괜히 병률이 편을 들다가..."

"...어차피 당신은 다른 사람을 찾았을 수도 있지 않나요? 자신의 탐욕을 대리해줄 사람은 많고 많으니까."

"됐다."

조지경은 벌떡 일어났다.

"난 가련다."

"맘대로 하시죠."

동생이 말했다.

"하지만 나가면 더 이상 형을 보호해줄 수 없습니다. 이미 병률형이 손을 써놓고 있을 거에요."

"무...무슨 뜻이야?"

"어차피 길지 않을 수형생활이었지만, 그 사이에 형을 죽일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는 이야기죠...병률형은 당신이 생각하는것보다 무서운 맹수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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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토모 나라의 [작은별 통신]

내가 가끔 요시모토 나라라고 읽는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수필집...
처음 요시토모 나라를 접했더 건 동화작가를 꿈꾸면서 일러스트라는 잡지를 읽을 때였다.
그때는 그 심술궂은 하드보일드, 하드락만 생각하다가 그 잡지에 얼굴을 벽에서 내밀고 눈을 감고 있는 그 정적인 모양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은 늘 여러가지인데, 나는 항상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생각하곤 했다.
작은별 통신은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겪었던 여러가지 방황, 내지는 경험을 자랑하지 않고, 간소하고 다정하게 끌어내온다.
대부분의 예술가가(특히 꼰대기질이 강하다면야...)자기 고생담을 늘어놓으면서 자기 자랑을 얼마나 해대는가 생각하면... 요시토모 나라의 이야기는 담백해서 놀라울 정도다.
몇번의 대학을 바꾸면서 자신의 이상에 가깝게 다가가는 그 모습이 정말 이상적인 예술가의 모습인 것 같다.
도자기를 주제로 한 원서가 따로 있는 모양인데-솔직히 그건 예쁘긴 하지만, 도판만인 도자기 인형이 무슨 소용인가 말이지...-그건 다음 기회에 접하기로 하고...
작은별 통신은 압축감있게 그려낸 전시회에 대한 감상이며, 작품을 만들어간 과정을 설명한 수필집이어서 더욱 감명깊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케이트라는 작품이 있다.(케이토. 라고 읽는 모양이지만.)태국에서 만난 봉사자 가이드 이름인 것 같다. (요시토모 나라와의 여행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다. 나중에 전시하면서 케이트 그림을 그린 모양이다. 근데 너무 실물이랑 닮았다...아무리 왜곡되어 보이는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이라지만.)

음, 그리고 이건 살짝 팁. 예전부터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알았겠지만
일본 만화창작집단 클램프의 작품 중 하나인, 좋으니까 좋아. 에 보면 요시토모 나라풍의 조각품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때는 별 희한한게 다 있네...라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요시토모 나라의 도자기 인형이 그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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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이준구를 만난 후, 병률은 기분이 굉장히 나빠졌다. 시궁창에 빠졌다 다시 나와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었다.
이준구라는 이름을 쓴 길준은 자신도 모르게 큰 실수를 한 것이었다. 복수의 뒤에 바로 길준이 들어있다는 것.
그걸 노출해버렸으니. 거기다가 더 기분 나쁜 일이 하나 남아있었다.

"형이 어딜 간건지 모르는 겁니까?"

정의의 동창은 어색하게 어깨를 푸는 동작을 했다. 항상 그는 그런 식으로 생각을 미루는 버릇이 있었다.

"당신의 형이 둘이라면서? 둘 중 하나는 알지...나머지 하나는 몰라."

"...설마하니 우리 부자형말입니까? 그 사람은 조사할 필요도 없지요. 감옥에 있으니까 신경 쓸...아니."

"그 아니라고. 맞아. 보석되었다던데...."

"그럴리가!"

병률은 당장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분의 고성과 몇분의 침묵이 흐른 후, 병률은 전화를 끊었다.

"그렇군요. 이런 식으로 복수가 시작되는 건가...그럼 하나는?"

"몰라."

형 둘 중 하나는 배후에서 습격을 하는 인물이다. 그 인물이 바로 털보인 셈인데. 아직까지 병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배후에 습격하기 좋은 연합통신의 비밀 정보원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침묵했고, 한 사람은 무시했다.그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좋습니다.  당신조차도 내 편은 아닐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당신이 누구 부탁을 받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는 모르지만...이건 내게도 중요한 문제니까요. 사랑하는 여자를 한번 뻇긴 걸로 시작해서 그놈은 날 송두리째 빼앗아갈 생각인가본데, 말도 안되는 이야깁니다. 당신도 주의해주시죠."

"물론. 내가 지킬 건 지키지. 난 약속 하나는 정말 잘 지키니까."

병률은 예쁘기만한 쓰레기라는 별칭을 지닌 블랙베리를 손에 들고 전화를 다시 걸었다.
이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가장 사적일 때 쓰는 전화였다.

"아, 소장님...보석되었다는  조지경씨가 어떻게 풀려났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저하고 약속할 떄 그 사람이 보석되면 저한테 알려주기로 하신 적...예?"

그는 블랙베리를 손에 든 채 기사가 기다리는  차에 올랐다.


"네? 전화로 알려주셨었다고요?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요?"

"......"

그가 농아라서 채용했던 운전기사는 그가 타자마자 부드럽게 억센 골목길을 후진해 서울로 가는 네비를 켜놓으며 운전했다.

"잠깐, 루가씨."

기사 루가는 잠깐 고개를 병률에게 향했다. 
그는 물론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 특유의 섬세함으로 웬만한 소리만으로도 행동할 수 있었다.
병률은 수화로 그에게 다시 말했다.

"전에 여기서 내 블랙베리로 전화받던 사람  누군지 아나?"

"......"

기사 루가는 충실한 운전기사답게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운전했다.
병률은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블랙베리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 놈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젠장."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 병률이었다. 그로서는 길준을 다시 보게 된 것부터 시작해서 그가 시작한 모든 일들이 병률의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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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이 터졌다. 벌써 몇번째인건지. 다행히 내 집은 화재경보기가 있어서 급하게나마 처리할 수 있었다.
오븐이 오면 안되는 집이라도 있나?
그렇게 몇번이나 불조절을 했는데도 터진다면 그건 오븐 문제겠지만...
오븐을 몇번이나 갈았는데 이렇다는 건 내가 오븐 다루는 기술이 없다는 거겠지.
이래서야 평생 빵이나 케이크는 먹지도 못하고 푸딩만 먹게 생겼다.


물론 푸딩이야 내가 수준급으로 만들긴 하지만
잘 만든 푸딩은 잘 익은 귤처럼 탱글탱글하고 촉촉한것이 생크림을 얼마나 넣었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리고 탄력있는 그 모양이 꼭 먹어달라고 사람을 유혹하는 것 같다
툭하고 건드리면 찰랑하고 접시에서 요동을 친다.
그래...그렇지. 푸딩이라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푸딩 레시피를 어디다 뒀더라?
아, 여기 있군. 하지만 역시 나는 푸딩보다 빵이나 케이크가...


빵은 멋지지, 비스코티나 깡파뉴...재료가 빈약해도 나오지 않는 그 훌륭한 질감들.
케이크는 더더군다나 멋지다. 시트를 오븐에서 굽고 나오면 거기다가 부드러운 질감의 생크림이나 매끄럽고 입안에서 기름진 버터크림을 발라주면, 아까전까지 갈색이었던 것이 색색깔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 위에 싱싱한 과일 절임을 올려주고, 다른 크림으로 장식까지 하면...
아아...그 얼마나 멋지단 말인가?

접시 위에 올려놓으면 푸딩처럼 탱글 하진 않지만, 그 풍부한 질감이 사람을 반하게 한다.
입안에 넣으면 그 층층이 바른 크림의 농후한 맛과 그 맛과 어우러지는 은근한 부드러움.
푸딩처럼 질감이 항상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루가 천천히 입안에 바스러지면서 남기는 그 부드러운 맛.
얹은 과일맛과 시트 사이의 크림 맛, 그리고 빵의맛이 어우러져 푸딩은 저리가라 하는 맛을 남긴다.
언젠가 한번 푸딩파와 빵파와 케이크파로 나뉘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못 말리는 푸딩파 친구도 거기에 대해서는 인정한 적이 있던 것이다.

하여간 빵도 안되고, 케이크도 안되니, 제과점 시폰 케이크라도 사와서 크림을 치덕치덕 발라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채식주의자들이 말하는 오븐 안써도 되는  빵을 만들까..
아니 그건 혁명이 아니라 반역이다!
오븐은 오븐이어야 하고, 빵과 케이크는 그 불길을 거쳐야 진정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거니까.
좋다. 몇천개의 오븐이 불타더라도 언젠간 옳은 오븐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계속해야지...
우선은 푸딩부터 다시 만들고...
레시피가 어디 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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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 2015-02-27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저는 푸딩을 굉장히(!) 잘 만듭니다.ㅎㅎㅎㅎ
근데 안 만든지가 벌써 7년이 다 되어가서 아직까지 잘할 수 있는지는 잘 모 르겠어요...
 

이제는 하다하다 별 일은 다하는 듯...;;;;;;;;;(30분 시간안에 다 쓰자니 시간은 부족하고, 또 웹서핑도 해야 하고...T.T)

결국은  점심시간에  밥먹는 시간동안 밥이 나올 때까지 핸드폰으로 메모를...;;;;;;;;;

메모 내용도 결국은 사사롭기 그지 없고...

악어가 꼬리를 치는 장면을 쓰고 밥을 먹었으니...;;;;;;;;(개가 꼬리를 치는 것과 악어가 꼬리치는 것과의 차이는...;;;;;;;;; 호러를 쓰고 있다고 자각하고 말았음.)

하여간 또 1주일을 이렇게 보내고 말았군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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