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날뻔하지 않았습니까!"

이준구의 고함소리에 길준은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해도 위험한 일은 맞았다.

"그렇게 윤리적이지 못한 분인줄은 몰랐습니다."

"......"

루가의 성격상 주어진 일은 뿌리치지 못했으리라. 아니면 병률을 배반한 것처럼 자신을 배반했을 수도 있긴 했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만 알았어도...

"뭐 어떻단 말입니까? 루가는 선택을..."

짝!

준구가 손을 들어서 길준을 뺨을 쳤다. 그리고 곧이어 길준의 멱살을 잡았다.

"제정신입니까?"
"당신이 분노하는 건 동성애때문입니까? 아니면  그가 루가의 친부라서?"

"...당신이 알고 있는 건 저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준구가  멱살을 내려놓고 말했다.

"적어도 큰 문맥에 있어서 당신은 정보는 미리 알려주시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제가 루가를 데리러가지 않았다면...지금쯤..."

"지금쯤?"

길준은 여유있게 말머리를 잡았다.

"그다지, 별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그때 그 방에 미리 CCTV를 설치해놨었으니까...그리고 옆방에는 털보씨가 미리 와 있었죠. 내가 부른 것처럼 하진 않았지만...아마 지금쯤 알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겠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하여간, 조지경씨 문제는 잘 되고 있는 거겠죠? 그런 무딘 마음으로 조지경에게 이용이나 당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조지경은 준구가 갈때마다 별 시시한 소리들을 퍼부어서 준구를 괴롭게 만들곤 했다. 원래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의 준구가 맡을 일은 아니었다. 길준은 2주가 넘어가자 해결사들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거라고 했다.
준구도 심정적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조지경이 있는 말 없는 말 다 털어놓는 것은 마음을 털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사람좋게 믿는 것이었다.

"잘 되고 있습니다."

준구는 시무룩하게 대꾸했다. 그리고 그 시간 조지경은 로열 호텔의 토르테에서  윤희와 만나고 있었다.
이미 그녀가 길준을 만난 건 알지도 못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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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를 배운다. 열심히 배운다.

뭔 말인지 몰라도 열심히 배운다.

한 시간 듣는다고 알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에 레이? 소노 코레아노?

뭔 말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달라붙는 찐득한 말들.

그래봤자. 또 탈락이겠지.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이탈리아어같은 네가 좋아.

알수 없지만 귀에 좋은

오페라 듣다가 필 꽂힌 것 같은

그 단어같은 네가 좋아라.

 

 

네가 오페라같진 않겠지만

모든 게 다 오페라 같을 순 없겠지.

넌 나한테 다 알아들을 수 없는 오페라의

이탈리아어같은 사람.

다 알순 없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너는.

이탈리아어!

 

 

학점짜게 주는 이탈리아어!

그래서 난 사전을 들고

널 연구할 거야...

다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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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먹성이 좋아, 책도 음식류 나오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맛의 달인>에서 기타오지 로산진 나오는 부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어느날 기타오지 로산진으로 검색하다가 기타오지 로산진의 일본미미(아름다울 미, 맛미)를 중국판으로 구했습니다.(일본판으로 구하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그나마 한자만 읽으면 될테니까.-중국어판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어를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득부득 산 제게 문제가 많습니다만...)

중국어는 기본 중국어만 3번을 배워서 간단한 것만 압니다...(어학능력이 부족하야 같은 걸 여러번 반복해야 압니다...석두...)그런 관계로 읽어본 즉 기본 단어 두부, 이거, 저거, 물건에 해당하는 단어만 알고 다른 단어는 어림짐작해서 읽는데...

자주 나오는데 모르는 단어가 몽복피(꿈몽, 점 복, 껍질 피)하고, 해삼화(해삼을 가리키는 말인거 같은데 끝에 꽃 화자가 나와서...)인터넷 사전을 뒤져보았으나 뜻이 전혀 나오질 않는군요...;;;;;;;

해삼화까지는 몰라도 좋으니 몽복피만 무슨 뜻인지 알면 좋겠습니다...;;;;;벌써 3개월째 이 단어를 붙들고 있네요...

잘 아시는 분의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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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의 대담
인류지성사 산책이라고 되어 있고, 실제로 내용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두 사람이 좀 극적 지점이라서 그런가, 서로 동의하는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중간중간 말이 끊어지기도 하고(다치바나 다카시는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에 더빙까지 해서 그런가 만화에 너그럽지만 사토 마사루는 만화는 거의 취급도 안하는 것 같다.)각자 길로 각자 이야기를 하는 데 더 가까운 편.
처음 한 3번 읽을 때까지는 그 점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그동안 안 읽었었지,다시 읽어보자...해서
읽어보니 당시 이책이 나올때까지는 소개가 안된 책이거나 덜 소개된 책들이 있었다.
게공선, 아마미야 카린, 무문관 등.
게공선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아마미야 카린은 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곤란해서...
무문관은 강신주 선생 책으로 주마간산식으로 읽었고...
하여간 두 사람 입담이 좋아서 그런가, 서로 대치하는 구석도 많은데도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잘 읽었다.
자, 이제 버리는데는 유감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그동안 좀 거칠게 읽은 탓에 제본이 다 뜯어져버린 관계로 이 책은 정말 서재턴데이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유엔 창립에 칸트가 중심이 되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범우사본으로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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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저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이다. 먼 아주 먼 곳에, 내 손이 닿지 않는 보석. 
그것이 천국이고 낙원이다.

루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귀가 완벽하게 들리는 건 아니지만, 귀가 아주 멀어버린 건 아니었다.
이 말은 그의 고용주인 병률도 자주 하던 말이었다. 그 말이 귀에 익어버려서 그런가 루가도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처럼 생각되곤 했다.실제로 그랬다. 동생이 끌려가면서 지르던 비명은 아직도 귀에 선했다.
그때 그는 그녀와 자신이 단지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빌린 빚을 갚기 위해서 그 꼴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동생도 무사하고 자신도 이제 귀가 좀 들릴 정도가 되었다.
여전히 동생을 못 만나고 있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길준을 재촉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체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자는 거기 내려놓게."

길준의 부탁(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었다. 길준은 간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부탁이라고.)으로 그는 상자를 어떤 남자를 만나러 갔다. 로얄 호텔 레지던스 808호.

"혼혈인가?"

남자는 늙그수레했지만 강인한 인상이었다. 마치 돌을 포크레인으로 두들겨 깨서 만든 듯한 얼굴에 멋은 없었지만
약간 흰자가 검은자보다 많은 그 눈은 그가 그 눈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듯 번쩍였다.

"......"

그렇다면 어쩌겠냐고. 묻진 않았다. 루가는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 상자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어쩌면 일본에서 한 때 유행했다는 택배매춘일지도 몰랐다.
물론 복수를 준비하는 남자답게 선량하지만은 않을 그 남자를, 루가는 신뢰했다.

"잠깐 거기 앉아있게. 의외의 선물까지 들어오다니 별일이군."

수신인은 가린상사.라고 적혀 있었다.노인은 빙긋 웃었다. 
그 택배 상자를 열면서 노인은 별다른 도구 없이 맨손으로 꽁꽁 싼 테이프를 뜯어냈다.
다 뜯어낸 후 노인은 상자를 열지 않고, 루가에게 말을 걸었다.

"몇살인가?"

"......"



"하긴 잠깐 있다갈 사람한테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는 건 아니군."

그는 후하고 웃고는 택배를 한켠으로 치웠다. 잠깐 본 것만으로도 루가는 그 택배안에 수많은 현찰들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남자 보통 남자가 아니다!
루가는 직감으로 느꼈다.

"당신...누구?"

"...나?"

노인은 루가의 손을 잡아당겼다.

"우리나라 사람이 확실히 아닌 모양이군. 하긴 그 편이 비밀 숨기기에도 좋겠지만..."

어쩌면 낙원은 손이 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갈급함을 만든다는 점에서 지옥에 한없이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루가는 그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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