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난 것인지 기억이 나는 흉터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어. 이 흉터는, 내 몸에 난 흉터 중에 제일 의미 있다는 거.”
손을 뻗은 렉시온이, 세리니엘의 뺨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난 상처잖아. 내겐 단순한 흉터가 아니라, 훈장 같은 거야. 또……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우리가 다른 평범한 부부처럼 싸우게 됐을 때…… 이 흉터를 보면, 당신이 나를 조금이라도 빨리 용서해주지 않을까?”
“……네?”
“물론 그냥 해 본 소리야. 당신이 나를 혼내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싸우는 일 같은 건 없을 테니까.”
렉시온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 사실 혼낼만한 일도 없을 거야. 나한테는 당신이 법이거든. 그러니…….”
“그거 아세요? 공작님께서는 은근히 이상한 부분에서 말이 길어지신다는 거.”
-알라딘 eBook <후회는 필요 없습니다 4 (완결)> (백이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