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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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에 관한한 나름 진지하게 살아본 것 같아서 조금은 다행이었고, 어떤 부분들은 아직도 세상과 사람들이 어려운 나에게 여전히 필요한 조언이었다. 삶은 여전히 어렵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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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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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가 좋아서 한참을 머물렀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 아는 사람도 없다.' 그랬다. 사랑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이라 참 쉬운 것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을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랑 앞에서 세상을 처음 배우게 된다는 것을 여기에 실린 시들로 느껴본다. 때로는 다 안다고 생각한 사랑도 최선을 다해 모르려는 힘으로, 때로는 최선을 다해 알려는 힘으로 이 시들을 만나보라는 기획의도는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아~ 이것도 시구나. 아~ 그랬던 내 마음도 시 같은 것이었구나. 사랑이 시가 되는구나 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사랑과 상대가 아는 사랑은 다르기 마련이고 사랑이 다른 이유는 받은 사랑의 양태와 표현이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랑은 언어와 같은 것이다. 사랑을 같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그 사랑은 배우기도 수월하고 전하기도 수월하니까. 그러나 이것이 아주 당연하다거나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경험으로 알게 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처럼 각자의 언어로만 표현하는 사랑이 왜 힘든지, 오해를 만드는지, 결국 헤어지고도 상처를 안고 있는지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 만난 시집에는 많은 시인들의 시가 담겨 있다. 시를 읽다보면 다얀한 모습의 사랑을 만난다.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아직 뭐하지만 울가 정말 소중하고도 아련하게 기어가고 있는 것들. 나를 그 해로 데려가준 시집이다. 봄이라 마음이 일렁이는 요즘, 가방 안에 시집 한 권 넣어다니다가 아무데나 앉아 읽는다. 그렇게 펼쳐 읽은 시는 어떤 날을 내게 가져다주는 것 같다. 준비 되어야 할 것은 어던 시집이냐 보다는 어떤 설렘이 아닐까!





'나는 사랑이 뭔지 알아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묻는다. 사랑의 품은 얼마나 될까요? 하고 말이다.

내가 해온 사랑은 무엇이었던가? 거기에 대한 답을 들으려 하기 보다는 몰랐던 순간들에 대한 발견이 되었으면 하는 시집이었다. '아, 내 사랑은 이렇게 내게로 왔구나' 그런 시간이었다. 마냥 진지하지도 고민스럽지만도 않게 사랑은 그렇게 우리 주변에 있다.

봄이고 사랑이 꽃피는 시기이다. 사랑이 깃든 만물을 보는 사람들은 시를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이 잠시 멈추어 내 안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리워 좋고, 함께 있는 시간은 이야기 나누고 들어 줄 수 있어서 좋은 시간 그게 사랑이다.



얼굴 - 이영광

너는 내 표정을 읽고

나는 네 얼굴을 본다

너는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래서나도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러다 너는 취해 운다

그래서 나는 취하지 않고 운다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너는 나를 두고 집으로 갈 것이다

나는 너를 두고, 오래 밤길을 잃을 것이다

네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돛처럼 피어나고

내 얼굴은 무수한 표정들에 닻처럼 잠겨 있다





환절기 - 박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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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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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이 뭔지 알아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묻는다. 사랑의 품은 얼마나 될까요?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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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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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가 모두 형제라는 시선은 5편의 동화 모두를 아우른다.
인간이 영생의 꿈을 가지는 새로운 이유를 만난 것 같아서 뭉클했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느끼며 동화를 읽고 뭉클했던 마음의 여운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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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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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덧 24회차에 대상 수상작인 SF 동화를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가 학교 독서 동아리에서 받아온 책을 통해 <긴긴밤>, <5번 레인>, <해리엇>, <동희의 오늘> 등의 책으로 문학동네 창작동화를 알게 되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아이와 주고받는 책이 되었는데 아이가 학년초 학급문고로 5권의 책을 가져가며 친구들과 같은 책을 읽고 공유하게 되는 것에 대해 설렜다.

문학동네 수상작은 우주에 대해 다룬 하신하 님의 5편의 작품이 실려있고 그래서 그 자체로 SF 동화가 되었다. 외계인이나 로봇, 그러니까 인간과 인간이 아닌 로봇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리고 돌봄의 시선을 느낀다. 인류 문명의 시작이 다친 생명을 돌봐주던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얼핏 알고 있는데 경이로운 진화다. 이 SF 동화에서도 느껴지는 다정함. 인간이라 더 소중하고 비인간이라 덜 소중한 무엇이 아니라 모두 우주 안에서 연결된 존재로 함께 해가는 이야기들이 따뜻하다. ​​​

동화엔 역시 그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삽화도 칭찬해 보고 싶다. ​​

혼자라고 느낄 때, 용기 내고 싶을 때,

‘만약’ 대신 ‘꼭’을 말하고 싶을 때

내 곁에 속삭이는 우주의 목소리

“걱정 마, 나의 작고 소중한 친구.”

우주의 속삭임

p 6~ 35

반짝이는 별먼지

첫 문장


'별먼지'가 흔들렸다.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창밖에서 흔들리는 낡은 간판 '별먼지'를 바라보았다. 백내장 때문에 흐릿해진 할머니의 눈동자가 간판에서 그 너머로 향했다.

"할머니 뭐 기다리세요?"

"당첨 선물을 기다리고 있지..."

첫 문을 연 '반짝이는 별먼지'는 우주복권으로 강하게 남는다. 매일 라디오를 듣는 할머니는 어느 주파수를 통해 외계인과 소통하게 되고, 50년 뒤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 사람인 할머니에게 우주에서 선물 전달자가 온다. 할머니가 예측했던 50년 뒤는 바로 오늘인 것이다.

"50년 뒤에 지구에 우주선이 오고 우주 호텔이 생깁니다. 외계인을 만나고 싶어요. 환영합니다."

"할머니가 오로타 행성으로 간다고요?"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이 있지. 별먼지처럼."

할머니를 우주로 떠나보내기 싫은 소년의 마음에 우주에서 온 제로가 위로를 건넨다. 혼자가 아니라 온 우주가 친구라는 말과 함께 '별 먼지'라는 이름처럼 생명의 순환을 담은 이중적 의미를 가진 이 동화가 어른인 내게는 조금 슬펐는데 아이들에겐 어떨지 궁금했다.

50년 뒤라면,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사람에겐 돌봄 AI 로봇이 함께 할지도 모른다. 소년에게 제로가 있듯이 말이다.





 타보타의 아이들

인간은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타보타 행성에 탐사 기지를 세웠지만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척박하고 질병에 시달리며 인간의 계획은 실패한다.

p 43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인간들이 사라졌지만 나는 언제나 묻고 대답을 기다린다. 로봇은 감정이 없다고들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인간과의 친밀한 교감을 위해 언어와 감정이 함께 프로그래밍 되었다. 인간들이 떠나면서 자원을 채굴하고 분석하여 본부와 교신하는 주요 기능만 남기고 기지의 기능 대부분은 정지시켰다. 그러나 나의 감정과 표현 기능은 삭제하지 못했다.
감정이 프로그래밍 되었고 상항 판단이 가능한 로봇 티티는 생명체 활동을 감지해 내고 성실과 헌신으로 보보를 키워낸다. 

"나와 함께 있고 싶은 거구나."

"이게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인가요?"

"아니, 서로 사랑을 나누는 방법 중의 하나지."

"티티가, 우리의 첫걸음이 될 거야."

"이건, 우리가, 키운 아들이야."

보보 힘내, 이게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야.




 달로 가는 길

집으로 배달된 로피는 내 키에 나만 한 몸무게로 설계된 최신형 휴머노이드이다.
주의 사항은 로피를 가족같이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로피는 맞춤형 로봇답게 부족함 없이 완벽하게 적응한다. 로피는 나의 기분을 파악해 게임을 할 때는 져주기도 한다.

"로피, 엄마 아빠가 가끔 이상하지 않아? 어디 아프신 걸까?"

"부모님은 예정대로 움직이고 계십니다."

달에 가서 살면 어떨까?

언젠가 달에 갈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이야.
기억을 가져가길 원하요. 달을 보고 싶어요. 그때까지 전원을 끄지 말아 주세요.
반전이 숨어있는 동화라 길게 말할 수 없다.

인간은 AI에게 어디까지 의지하게 될까? 그런 질문을 던지는 도우미 로봇에 관한 동화는 구시대 인간인 내게 무척 새로웠다. 때가 되면 낡고 더듬거리기 시작해서 바꿔온 스마트폰이 책상 서랍에 가득한 느낌이다. 쓸모는 다했으나 내 분신 같아서 버릴 수 없었다. 탈피한 껍질처럼 느껴지는 기술의 진보를 이 동화로 느낀다.






들어오지 마시오

첫 문장
숨도 쉬지 않고 뛰었다. 잡히면 맞는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려면 따라오는 애들보다 빨리 뛰어야 한다.
길고양이지만 내 고양이다. 길고양이를 괴롭히던 지호 일당에게 대든 뒤로 피해 다녀야 했다. 고양이와 내 처지는 같다. 그날도 지호 일당을 피행 숨어든 파란 대문 집은 고양이 장고와 나, 무아무아족의 아지트가 된다.
외계 생명체 무아무아는 물컹한 연기 같은 형체로 스스로는 힘이 없지만 어딘가에 붙으면 괴력이 생긴다. 

"나도 더는 맞고 살 수 없어."

"무아무아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p 114
곤경에 처해 간절하게 도움이 필요하면 누구나 최소한 한 번쯤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게 길 고양이든. 못된 아이든.
"전 싸움이 싫어요. 그래도 고양이는 지키고 싶어요."




지나 3.0 

첫 문장
잠 못 드는 밤이면 엄마는 더 오래도록 책을 읽어 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푹 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ㆍㆍㆍ
모든 것이 변해도 태양이 뜨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태양이 변했다. 태양은 더욱더 거세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대폭발의 시기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었고 아빠의 예상보다 빨리 일어났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지구에서 태어났으니 마지막도 지구에서 죽을 거라며 우주선 탑승을 거절했다. 대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우주선 발사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많은 것을 남겨두고 서둘러 지구를 떠나야 태양계를 빠져나갔다. 

우주를 떠돈 지 5년이 지났다. 허약해진 엄마와 지누는 동면기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나는 우주선의 저녁이 되면 동면기의 머리맡에 앉아 잠든 엄마와 진우에게 책을 읽어 주었다.


" 이 여정은 30년, 50년, 아니 어쩌면 더 길 수도 있어."

"너무 길어지면 못 만날 수도 있잖아요."

"우리는 꼭 다시 같이 지낼 거야."

스무 살 생일에 아빠는 나의 DNA를 채취했다.
"아빠의 DNA는 보관하지 않나요?"
"네가 곧 내 DNA니까."

다시 10년이 흘렀다. 
시간을 견디려면 지나 유기체와 기계를 결합한 2.0, 3.0으로 계속 거듭나야 했다.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다. 내 몸을 만들고 남은 물질로 로봇을 만들었다. 내 몸과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 로봇이라면 내 형제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가 모두 형제라는 시선은 5편의 동화 모두를 아우른다. 
인간이 영생의 꿈을 가지는 새로운 이유를 만난 것 같아서 뭉클했다. 엄마를 다시 만나 따뜻하게 포옹하고 얘기 나누고 바라볼 수 있길 바라는 커다란 그리움, 우주의 시간 속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시간 동안에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무엇이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느끼며 동화를 읽고 뭉클했던 마음의 여운이 깊다.






#제24회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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