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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 필독서 시리즈 24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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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은 책은 그 핵심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함께 읽은 이와 소통하는 기쁨을 누렸고요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설레는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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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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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하나하나 시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읽다 보니 꼭 순서대로 읽어야 했으므로 소설로 남았다. 길지 않은 글인데도 많은 것이 담겼다. <흰>이 준 서사에 큰 감동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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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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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뒤로 읽게 된 <흰 >이다. 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하나하나 시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읽다 보니 꼭 순서대로 읽어야 했으므로 소설로 남았다. 길지 않은 글인데도 많은 것이 담겼다. <흰>이 준 서사에 큰 감동이 일었다.

흰색을 모은 소설이다. 잔잔할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인생이라는 솥 안에 끓고 있었던 것들을 휘저어주는 글이었다. 가장 바닥에 가라앉은 것. 자꾸 타버리는 그것을 계속 저어준다. 파도가 존재하는 이유처럼 이 글이 존재한다. 흰색이 주는 의미. 고유의 색을 가지기 이전이기도 하고 색을 빛내줄 빛이기도 하다.

내 안에 잠들어 있고, 섞어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 그 빛으로 보게 한다. 방치되어 있다가 내 안에서 폐허가 된 곳을 확인한다. '아픈 상처에 소금' 쓰리고 아프지만 치료가 되는 게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상처를 찌르며 신경을 살려내야 했듯이 그 시작점까지 거슬러 온 기분이다.

천천히 읽었다. 장이 바뀔 때 흰 여백을 남겨주셨고 한두 장 가볍게 지나는 동안의 여운. 그마저도 세심했다. 그 틈에서 나를 본다. 끌려 나오는 내 모습이 있어서 함께 써둔다.

그런 메모가 하나하나 늘어나며 이것들이 파스처럼 느껴진다. 지금 엄청난 근육통을 앓고 있는 내게 붙여진 파스. 너무나 화해서 곧 떼어내고 싶지만 그 화한 곳을 느끼며 근육통을 이겨낼 것만 같다.

작가의 바램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비껴나기를, 살아내기를 가득 염원한다.



한강은 자신의 작업들이 일종의 '질문'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

- [채식주의자] 2007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 [바람이 분다, 가라 ] 2010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가'

'삶을 살아내야 한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볼 때 그것이 가능한가'

- [희랍어 시간] 2011

'내가 정말 인간을 믿는가, 이미 나는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이제 와서 인간을 믿겠다고 하는 것일까'

- [소년이 온다] 2014

'왜 죽으면 안돼는거야?'

'어떻게 인간적 삶을 껴안을 수 있는걸까'

- 흰 2016

❤️ 폴란드 번역가 유스트나 나이바르

그녀와 한강의 만남은 마치 <작별하지 않는다>의 경하과 친구 인선과의 관계 같기도 했다. 유스트나의 초청으로 당시 14살 아들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그 바르샤바에서의 시간들이 <흰>의 배경이 된 만남임을 알고나니 ( 흰 개정판 작가말을 통해 알게됨) 조금더 감정이 가시화 된다.

언니 - 아기 - 그녀

파괴되었으나 끈질기게 재건된 사람.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이자 두 시간만에 떠나간 만나지 못한 언니에게 은유된 많은 생명에게 '죽지 마라. 제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고독과 고요 그리고 용기...

우리 안에 깨어지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는, 어떻게도 훼손되지 않는 부분을 믿아야 했다. 믿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 - 한강

모든 질문들을 내 삶에서도 하나씩 만나가길, 세계의 폭력과 억압들이 순해지기를 바라본다.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보낼게.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한강. 한강은 글을 통해 자신을 씻어내는 중이리라.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이 한강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도 그를 이용하려 하려들지 말고 놓아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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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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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제 입장에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경험인 것이고 많은 분들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미술사, 과학사, 종교사, 철학사, 음악사, 문학사까지 연관된 해부학. 저 혼자서는 결코 접해볼 수 없는 대단한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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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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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전과 진화에 관련된 책을 좋아합니다. 최근에도 지식의 흐름, 세계가 연결되는 문명의 변화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 뭘 알았다기보다는 그 뒤로 무엇을 보든지 이전보다 훨씬 머릿속에 잘 그려진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 세계가 상상되는 것이지요.  이 해부학 책도 그 시대를 더 가까이 느껴보기 위한 선택입니다. 그러니까 학문으로 접근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대로 상상하고 싶어 하는 독자의 야망으로 읽고자 했던 거죠. 알고 보면 미술, 음악, 문학, 과학 그 어떤 분야와도 연결되어 있네요. 그래서 경험을 추천드립니다.


어릴 적 과학실에 가면 있던 인체 전신 골격은 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죠. 해골이라고 하면 죽음이 떠오르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잖아요. 제가 살면서 사람의 인골을 마주할 경험은. . . 없겠죠. 이 책에는 의학의 기틀을 세운 해부학 책 150여 권을 담고 있고 해부학  희귀 도판 240컷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의학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제 입장에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경험인 것이고 많은 분들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소설이나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하는 글을 만나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작가란 사람은 애초에 나와는 다른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다가 차츰 알게 됩니다. 작가들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 수집을 하고 현장 체험을 하고 연구에 가까운 인고의 시간을 가진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 책 <해부학자의 세계>의 여는 글에서 '작가는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다'라는 글을 보고 그런 작업들이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와 현실을 또 미래를 상상하고 연결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 감각을 깨우는 일이었어요. 특정 주제의 서적을 출판시기에 따라 차례대로 훑으면 그 변천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지금까지 지식이 발전한 사회적. 과학적 역사가 한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 해부학은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문명 간 전쟁은 인체를 향한 호기심의 첫 번째 원천이었다. 이후 5세기에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서유럽에서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무렵 동방에서는 새로운 배움터가 세워지며 해부학에 막대한 기여를 한 이슬람 황금시대가 시작되었다. 그 시대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서양 학자들은 에스파냐의 과거 이슬람 학술기관을 찾아가 그곳에 소장된 문헌들을 라틴어로 옮겼다. 

  • 20세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해부학 삽화집이라고 일컬어지는 출판물들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그중에서 오스트리아 해부학자 에두아르트 페른코가 쓴 네 권짜리 <인체 국소 해부학 및 응용 해부학>은 전쟁 중에 나치가 저지른 잔혹함을 바탕으로 쓰인 책으로 낙인찍혔다. 

  • 해부를 하려면 당연히 시신이 필요하지만 해부용 시신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해부학 역사 내내 많은 사건과 사고를 일으켰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도 그렇고 히틀러 나치가 저지른 잔혹한 사람들에 대해선 너무나 끔찍해서 해부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먼저 생길 정도지만 그와 별대로 많은 사람을 살려낸 의학적 성과라는 걸 애써 의식해야 했어요. 신성모독에 관한 종교적 마찰도 굉장했고, 잘못된 사실을 강력하게 믿게 되는 과정도 수없이 있었다는 것에서 이 시기에 공포소설들도 많이 나타났던 것 같아요. 그러나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려는 노력하는 만큼이나 인체구조와 기능에 대한 신비를 알아내려는 노력에 대해 알아가 봅니다.


  •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는 미술학교에서도 해부학을 가르쳤다. 예술과 해부학은 서로 공생 관계였고, 시대를 불문하고 해부학 책에서 삽화는 텍스트만큼이나 훌륭하게 정보를 전달했다.

  •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해부학 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자 갓 매장한 시체를 훔쳐다가 강사나 학생에게 파는 시신 도굴꾼이 기승을 부렸다. 1829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있었던, 두 시신 도굴꾼의 충격적인 재판도 있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도 연구 목적으로 신선한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 병원과 뒷거래한 전력이 있다.

  • 17세기 현미경부터 19세기 초의 내시경까지, 엑스레이에서 현재의 CTDHK MRI까지 인체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술의 발전은 해부학의 시각화에 영양을 미쳤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고전 소설을 읽을 때도 뭔가 달라질 것 같네요. 문학에서도 아내의 시신을 판 돈으로 술을 진탕 먹고 마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오늘날은 법의학자가 사망원인과 범죄를 밝혀 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해부학의 역사는 인류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신세계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고대 세계의 해부학

중세의 해부학

르네상스 시대의 해부학

현미경의 시대

계몽의 시대

발명의 시대


이 책에서는 고대 이집트 전쟁 중 상처 처치법을 설명한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로 시작해 21세기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근골격계 MRI>, <인체 해부학 및 생리학 컬러링북>까지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채워온 150권의 책, 특히 19세기 말까지 출판된 해부학 책을 다룹니다. 저 혼자서는 결코 접해볼 수 없는 대단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 모든 신체 부위가 제 이름을 찾았고, 서로 어떻게 어우러져 사람을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지 잘 이해되었다. 20세기부터  해부학은 세포에서 아세포 수준으로 크게 도약해 새로운 미시적 단계에 들어섰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 기원전 3000년경

외과 처치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문헌. 전체 48개 상처에 대한 치료법을 기술하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을 다루었다.


코스의 히포크라테스 (기원전 460 ~370)

이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의학도들은 그의 이름을 걸고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의료 윤리와 진찰법을 남겼고 병은 신이 내렸고 치료한다는 시대에 건강을 종교로부터 분리하였다.


의학집성 (1491)

요하네스 데 케탐이 소유했던 해부학 원고집의 한 페이지. 전쟁터에서 발상한 다양한 상처와 무기, 치료법을 기술하였다. 목판화 삽화를 곁들인 최최의 해부학 인쇄서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

인간의 눈을 연구한 천문학자. 케플러의 연구는 현대 광학의 근간이 되었다.



제5원소 (1574)

레온하르트 투르나이서가 집필한 이 책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네 가지 체액 (점액, 혈액, 황담즙, 흑담즙)을 점성술 기호와 반은 남성, 반은 여성인 사람으로 보여준다.


철학의 진주 (1503)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는 시도에서 그레고어 라이슈는 발을 관장하는 물고기자리에서부터 양자리가 뇌에 미치는 영향까지 인체에 대한 점성술적 설명을 책에 포함시켰다. 인간의 눈과 뇌를 그린 해부도가 있는데 영혼의 다양한 기능이 머문다고 여겨지는 뇌실을 보여준다.


  • 1852년 영국 정부는 살인법을 제정해 처형된 살인자의 시신에 한 번 더 칼을 대는 공개 해부형을 시도했다.  살인법이 시행된 이후 살인 사건이 줄었다.  덩달아 합법적으로 해부할 수 있는 시체가 급격히 줄었다.  내다 팔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시신 도굴단이 끌자  시신용 철제 금고도 등장했다.


주로 참수된 범죄자를 시신 해부용으로 허가받던 시대라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종교적인 것과 맞물려 엄격한 계율과 신념체계를 만들었을 것 같네요. 중세 시대를 암흑의 시대라 하는 게 실감이 나네요. 오늘날의 윤리와 도덕, 민주주의가 있기까지 쉽게 오지 않았음을 통해 더욱 소중해집니다. <도덕감정론> 같은 책이 왜 나와야 했는지 알 것만 같아요. 그럴수록 철학의 힘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무튼 해부학,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해부도가 오싹했지만 컬러화된 삽화는 보기가 더욱 힘들었어요. 당연히 당대에 논란이 될만했죠. 요즘도 뉴스에서 끔찍한 장면은 흑백처리하는데 붉은 피의 색을 대면하고 직접 해부할 수 있는 감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그런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도는 마음이 좀 편하더군요. 정교하지만 잔인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예술미를 느꼈어요. 아무튼 사람을 살리고자 시작된 의학, 생명과학, 생명나노기술 뭐가 되었든 선한 영향력이길 계속 바라며 이 책의 리뷰를 마칩니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남기는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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