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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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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산 도시의 익숙한 동네와 일상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히며 새로운 일을 하는 나를 가끔 상상해 본다. 혹시 나도 모랐던 내 천직을 발견하지 않을까? 우연하고도 낯설게 만난 사람들이 가족만큼 끈끈해지는 이야기에서 묘한 설레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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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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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정 지역에서 '일주일 살기','한 달 살기'프로그램을 공공사업으로 지원하는 '생활관광'을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 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오래 산 도시의 익숙한 동네와 일상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히며 새로운 일을 하는 나를 가끔 상상해 본다. 혹시 나도 모랐던 내 천직을 발견하지 않을까? 우연하고도 낯설게 만난 사람들이 가족만큼 끈끈해지는 이야기에서 묘한 설레임이 느껴진다.

하쿠다 사진관, 하와이의 어느 사진관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제주의 방언 '하쿠다'는 하겠다는 뜻이었다. will do.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하고 싶은 것들을 메모 했다. 이 소설은 뭔가를 꿈꾸고 실천하게 하는 소설이다.

제주의 하쿠다 사진관은 카페도 겸하고 있다. 비쥬얼과 환경이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준비가 잘되어 있는 사장 석영이 있지만 홍보가 전혀 되지 않아 손님이 없다. 그러다가 우연한 만남으로 제비가 사진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비슷하고도 다른 재능은 시너지를 얻으며 성장한다. 하쿠다 사진관이 사진과 음식 그리고 사람들의 스토리를 모두 담는 특별한 사진관이 되어가는 모습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이 시대의 이야기이자 젊은날의 초상화 같은 소설 [하쿠다 사진관]을 만나는 내내 상상해 본 다양한 삶의 배경은 다채로웠다. 시간이 멈춘듯 느리고 고요하다가도 바이크를 탄 것 같은 스피드를 느끼게 했고 제주 바다를 오감으로 느끼며 제주의 풍경에 흠뻑 빠져 들게 되었다. 이 소설 때문에라도 제주에 가야할 이유가 생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전작보다 더 많은 독자층을 흡수했을 것이 확실했다. 제주, 제주여행, 사진, 바이크, 라이딩, 해녀, 스쿠버다이빙, 경찰, 지질학자, 어린이, 부모, 젊지 않은 젊은 날들을 사는 사람들, 방황, 고민, 그리고 비밀, 사람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풍성했음으로 즐거웠다.

제주의 풍경과 제주 방언으로 어쩐지 종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생각도 많이 나며 겹쳐 보이기도 했는데 모든 것이 의도된 듯 그리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가 생각난다. 하쿠다 사진관의 사장인 석영과 그곳에서 일하게 된 제비를 보며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게 된 산티아고가 가져온 변화를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소설에서 '초심자의 행운'이 언급되는 순간도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플라멩코를 추는 남자] and [하쿠다 사진관]

전작 소설에서는 굴착기사로 일하면서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플라멩코 춤을 멋지게 추는 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는 60대의 가장은 존재도 모르고 살던 중년의 딸과 재회하게 된다. 그 만남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진짜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전작도 좋았지만 전작보다 모든게 풍성했던 이번 소설에서는 서울에서 일하던 어린이집과 사진관을 그만두고 훌쩍 제주로 떠나온 여행에서 마지막날의 에피소드로 우연히 들른 하쿠다 사진관에서 일하게 되며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는 제비라는 25세 인물과 제비의 도움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하쿠다 사진관 사장인 34세 석영이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외면에 드러나는 이야기보다 내면에 꼭꼭 숨겨둔 이야기들을 나누며 더 끈끈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이 힙하기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들어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제발......

비밀을 털어놓고 가벼워지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의 비밀, 나의 치부, 나의 결핍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으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제비가 떠나온 곳도 다시 정착한 곳도 사진관이라는 것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사진관에 대한 경험이다. 이곳은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니까!

허태연의 소설에는 작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 그 작은 실행이 켤코 작지만은 않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주는 변화를 동경하는 내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섞이며 고인물을 흐르게하는 기적. 그 작은 물줄기가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보는 재미는 긴장감과 설렘을 느끼게 한다.

이 시간이 잊히지 않고

영원히 기억되게끔 돕는 것


나와 내 삶이지만 스스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은 타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그런 사진의 매력이 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있다. 사진은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소설

사람들의 표정을 기억하고 싶은 소설

행복하기만을 바라고 골라낸 포장된 감정에 치여 돌보지 못한 무뎌지고 모난 감정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소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점필로 찍어주는 듯한 소설이다.

여러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발견한 보물들을 잘 기억하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다산북스 독서지원으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히 쓴 리뷰입니다


‘난 언제쯤 내 삶의 주인공이 될까?‘​

매일 전철을 타고 퇴근하면서 제비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우연히 본 광고판에 화려한 제주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때, 제비는 결심했다. 비행기를 타기로, 그는 사회생활로 지친 자신의 청춘에 제주 여름을 선물하기로 했다. ‘한 달 살이‘를 할 거여서 지내던 원룸은 계약을 해지했다. 풀옵션 원룸이라 정리할 짐이 많진 않았다. 여행을 하며, 제비는 찬란한 미래를 계획할 생각이었다.
- P14

이제 서른넷. 석영은 자기가 아직 젊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들만큼 젊진 않았다.​

‘다시 그 시절로 가고 싶어?‘​스스로를 향해 석영은 물어보았다. 기억 속 그의 청춘은 썩은 필름처럼 얼룩져 있었다. 아무리 젊음이 부러워도, 그 시절을 다시 겪을 자신은 없었다. 사진관을 열겠다는 목표 하나로 10년을 달려왔다. 그 흔한 연애 한번 못 해보고,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지금 아름답게 보이는 저들 역시 그런 시간을 견디고 있을 터였다. - P169

"만일 물꾸럭 신이 있어 사람에게 길흉을 가져온다면, 그리고 네가 잠수에 실패해 액운을 당한다면, 그때 너는 후회할 거야.​‘아 물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 울겠지. 지금처럼 서럽게. 하지만 네가 잠수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네게 액운이 닥쳐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수영을 배워.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 하다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 P200

"세상에는 놀랍도록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어." 뒷짐을 진 채 남자가 말했다. "형사 일을 하면서, 나는 세상 별별 것을 봤지. 온갖 더러운 것 치사한 것 끔찍한 것을 봤어. 그런 게 세상이라 오래 믿었지. 하지만 오늘……… 이것들을 보니 그 생각이 틀린 것 같아.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두들기면 먼지 나는 게 정한 이치라 여겼는데………."

- P206

어떤 남자는 아이의 탄생과 동시에 아버지가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아이의 성숙 이후에 아버지가 될 수 있다. 또는 그렇게 여겨질 수 있다. 효재에게 성급한 방식으로 아버지가 되기보다, 언젠가 ‘그 사람이 내 아버지였구나.‘ 깨닫는 날이 오면 좋겠다.



- P272

스테판 거츠가 커피를 홀짝거렸다. 잔이 비어가는 걸 보고 제비는 커피를 다시 내렸다. 지질학자는 팔을 뻗어 깍지를 꼈다.

"조금요. 난 뜨거운 걸 좋아하나 봐요. 모든 걸 휩쓸어 가는 용암 같은 것. 주상절리는 그 흔적이죠. 그래서 연구하는 게 아닐까....."스테판 거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얘기군. 하지만 깊이 생각해야 해. 네가 휩쓸려 사라지길 바라는 게 무엇인지 말이야. 왜 너는 스스로 그 힘이 될 수 없고, 지나간 힘의 흔적을 추종하며 들여다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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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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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남긴 것이라면 그림과 편지가 있다.

고흐의 편지가 없었다면 고흐의 그림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편지의 수령인은 동생 테오, 테오의 부인 요 봉어르, 여동생 빌 반 고흐, 어머니 아나 반 고흐, 폴 고갱, 존 러셀, 아크놀트 코닝, 폴 시나크, 에밀 베르나르, 외젠 보흐, 아를의 여인의 모델이기도 한 아를의 카페 드 라 가르의 주인 부부 등이다.

고흐는 가족과 친구에게 쓴 편지에 자신의 그림을 언급하며 작업중인 그림을 설명하고 작게 그린 스케치를 함께 보내곤 했다. 글을 통해 설명하는 고흐의 색채는 여기에서 저기를 가는 과정을 아우르는 것 같다. 고흐의 글씨를 보는 것 역시 또다른 즐거움이었는데, 강조된 스펠링이 있어서인지 글씨가 그림 같았고 그대로 작품 같았다. 이 책의 묘미는 이 손글씨와 드로잉 작품이기도 하다.




예전에 나는 고흐의 그림을 생각하면 노란색을 떠올리며, 황금빛 들녁이나 일출, 일몰, 불빛, 별빛에 많이 끌렸었다면 이번엔 녹색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크게 들리기도 했다. 아~ 노랑이 있려면 녹색이 있어야 하는구나! 또 자주 등장하는 코발트빛에 매료되고 주황, 적색, 보라색 등 색채는 고흐에게 매우 중요했다. 이글대는 입체감을 간직한 고흐의 채색은 아주 입체적이고 스스로 빛의 명암을 가진다. '고흐는 찢어지는 듯한 삶의 고통을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바꿔놓는다'고 말하는 것을 어디선가 읽었다.



색채를 쓰는 뛰어난 감각을 지닌 고흐는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것을 보았던 것이 틀림없다.

녹색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고흐가 보는 자연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고흐가 모델로 담은 소박한 사람들은 언제나 과장되지 않고 꾸며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느꼈다. 고흐에겐 연민의 눈이 있다.


여전히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커다란 성당이 아니라 민중의 눈이야......

빈센트

 

나는 붉은색과 초록색을 통해 인간의 끔찍한 열정을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빈센트

 

초록색이 이렇게 많이 보일줄이야! 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을까?

<빈센트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는 확실히 밝은 노란색과 짙은 초록색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살 곳을 찾아 헤매며 살아가는 운명

고흐는 떠나고 싶어했고 아를에 닿았다.  


봄에 프랑스 남부 지방으로 갈 것 같습니다.

푸르른 빛깔에 생생한 색채가 넘쳐나는 그곳에요 -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1853~1890

네덜란드 출생,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20세기 미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900 여점의 그림과 1100 여점의 드로잉과 스케치 등의 유작을 남겼다.


1866년~1888년

260통의 편지 중에서 109통의 편지와 스케치를 포함한 그림 150 여점이 이 책에 실려 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말한다.

'아, 내가 요즘 보는 것들을 너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러운 것들이 많아서 마음을 빼앗아 간단다. 특히나 그림이 좀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더 그렇단다......'

자신이 본 대로 그릴수 있고, 사람들이 자신이 보는 것들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고흐의 열정에 깊이 닿는다. 아를을 담은 그림들은 은둔성향이 있는 내게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게 한다. 그를 이해하면서도 그를 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그의 편지로 선명해지는 것 같다.

 

고흐가 경제적으로 캔버스나 물감 값, 방임대료, 음식비 등을 걱정하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힘들었다. 고흐도 사람들과 무슨 대화든 나누고 싶어했다. 누구라도 먼저 친절히 인사라도 해준다면 말이다. 과장되고 가식적인 사람들을 떠나 남부의 조용한 마을에서도 집안에 머무르거나 인적이 드문 곳을 찾으며 은둔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예술적 교류 만큼은 누구보다 넓게 유지하며 진심으로 예술을 사랑했던 고흐를 통해 평생 더 많은 것들을 느껴갈 것 같다. 또 만나고, 또 만나며 오해와 편견으로 만났던 것들을 더 진실하고 소박하게 만났으면 하는 바램도 들었다.



1888년 11월 1~2일 B19a/716

친애하는 동료 베르나르에게


오랫동안 생각해 온 건데, 화가라는 우리의 고약한 직업에는 인간이 지닌 손과 노동자의 배고픔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 파리 거리의 탐미적인 멋쟁이들보다는 자연적인 취향( 사랑하고, 너그러운 기질)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그림 외에도 고흐가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늘 언제보다 천천히 걸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중에도 허밍버드 출판의 이번 책은 고흐가 마지막 3년을 보낸 아를에서 쓴 편지와 그때 그린 드로잉, 습작, 채색을 마친 완성작들을 볼 수 있다. 

고흐의 드로잉이 채색을 거쳐 완성작이 되는 과정이 꽤나 긴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고 그가 해바라기, 씨부리는 사람 같은 연작을 그리는 고흐를 다시 본다.

 



동생 테오가 보낸 주 50 프랑의 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매달 집 임대료를 내고 욕심내서 캔버스와 물감, 그리고 도판과 책을 구하고 나면 고흐의 식사는 비루했고, 커피로 대신 하는 날들도 많았는데 무엇보다 동생 테오에게 지운 경제적인 짐을 하루라도 빨리 벗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반대로 생전에 딱 한 점의 그림만이 팔렸다니 안타깝기만 했다. 돈을 벌지많으면 독립된 인간이기 어렵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라는 칭송을 듣지만 그럴수록 더 미안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노란집에서 자기 방을 꾸미는 빈센트에게서 희망과 즐거움이 느껴기지도 한다. 그러나 집을 구하고도 가구가 변변치 않아서 집에 온전히 들어가서 살기까지 4개월 더 여관에 머물렀다니 고흐에게 넉살과 융통성이 좀 더 있었다면 달랐을까? 그가 좀 덜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온전한 가정을 꾸려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키우고 함께 하는 것을 고흐도 많이 꿈꾸지 않았을까? 누구의 방해도 없이 또 매섭고 차가운 바람과 비를 피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방 하나의 소중함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이번엔 또 어쩐일인지 고흐와 니체가 너무나 많이 닮아보여서 또 한번 놀랐다.

 

아를의 조그마한 노란 집은 아프리카, 열대 지방, 북쪽 사람들 사이의 간이역이 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고흐의 드로잉과 그림 그리고 편지  속의 고흐를 읽고 싶어서 쉴 새 없이 눈을 옮기고 다시 읽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의 여운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관련 영화를 보곤 한다. 두 편의 영화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는 기쁨을 느낀다.

<러빙빈센트>, <고흐,영원의 문에서>를 다시 보았다.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히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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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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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본 대로 그릴 수 있고, 사람들이 자신이 보는 것들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고흐의 열정에 깊이 닿는다. 아를을 담은 그림들은 은둔성향이 있는 내게도 어느 곳으로 떠나고 싶게 한다. 그를 이해하면서도 그를 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그의 스케치와 편지로 선명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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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미술관 - 지친 하루의 끝, 오직 나만을 위해 열려 있는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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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나이인 75세에 붓을 잡기 시작한 그랜마 모지스, 모든 것을 얻었다가 모든 것을 잃었던 렘브란트, 시련을 자양분 삼아 더 단단하게 성장했던 쿠르베와 발라동, 부족한 환경, 치명적인 육체적 결함 같은 결핍을 오히려 재능으로 꽃피운 무하와 로트레크….

 

 

 

책을 통해 만나게 될 그림에 앞서서 이 책의 표지와 컬러감, 고급진 속지의 세련됨, 텍스트의 아름다움까지 한껏 느꼈다. 소제목들과 곳곳에 안착한 문장의 배열이 아름답기까지 해서 미술관에 그림을 한 점, 한 점 거는 것 같은 섬세함을 느끼게 되는데 책의 내용과 함께 정성을 많이 들인 책이구나 싶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물론 위대한 예술가들과 나의 삶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 누구도 쉬운 삶을 산 이는 한 명도 없다는 것.

 

우리는 매일 좌절을 경험한다.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때때로 사람으로 인해 상처도 받는다.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며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한다.

 

그런데 부족해서, 고통스러워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서, 너무 늦어서, 오히려 모든 절망을 경험했기에 모두를 위로할 수 있었던 예술가들이 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여정에서 그들은 어떻게 자신을 믿으며 옳다고 생각한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을까? 극도의 절망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던 힘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지친 하루의 끝, 오직 나만을 위해 열려 있는 미술관

 

<위로의 미술관> 속 작품들은 지친 하루의 끝 가만히 책장을 열어줄 당신만을 위해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오롯이 품고서 기다리고 있다.

 

한 번 미술관에 간다고 그림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여러 번 찾게 되는 마음처럼 그림과 화가 이야기는 언제나 새롭고 좋다. 그것은 많은 시선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미술사에 대해 딱히 아는 바가 없는 나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화가와 그림에 관한 이야기와 역사의 흐름도 간단하게 함께 큐레이션 해주니 책 안에서 길을 잃는 일이 없었다.






두려움을 이겨낸 열정

모네의 <수련>에 담긴 위로

모네는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작품을 통해, 지치고 고단한 사람들에게 수련이 흐드러진 고요한 연못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길수 있는 안식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오랜 세월 수많은 실패와 수모, 절망을 겪었기에 이 모든 감정을 위로하는 작품을 남기려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선을 여러 곳으로 흐르게 해주는 이런 그림은 내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언제나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지만 하늘 한 번 보기 힘든 일상에서 탁상 달력에서라도 만나는 그림으로 잠시 복잡한 생각을 멈춰 세울 수 있담면 그 순간이 위로이다.

 

 



느릴 순 있어도 늦은 건 없다

모리스 허쉬필드, 그랜마 모지스

 


일흔이 넘어서 그린 1600여점의 그림.

꿈을 꾸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그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이룰 꿈을 마음 깊이 간직한 모든 이에게 응원과 희망이 되고 있다.

나보다도 부모임에게 새로은 꿈을 일깨워 드리고 싶게 하는 스토리를 가진 그림이기도하다.

 

 


 

병 때문에 열린 새로운 예술의 길

인생은 내가 까야 하는 굴이다

앙리 마티스

< 이카로스>, < 푸른 누드 >, < 굴이 있는 정물화>


스무 살 즈음 맹장염 수술로 침대에 머물던 시절, 그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처럼 다시 한번 육체적 고통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으며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또다시 침대 위에서 도전한다.

 

일흔이 넘어 암 수술을 받을 당시 그는 의사에게 작품의 마무리를 위해 3~4년만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리고 기적같이 84세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며 수많은 이에게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기 나름이라는 감동을 주었다. 마티스는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가이자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용기와 행복을 북돋아 주는 어른이기도 하다.

 

 


 

우울한 화가에게 찾아온 은둔의 시간

본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

폴 세잔

 


 

1893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파리에 갤러리를 연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는 당기의 화방을 방문한 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세잔의 그림에 매혹된다.


 

세잔의 첫 개인전을 찾은 젊은 화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400년간 지배하던 미술의 규칙을 완벽히 무너뜨린 그의 그림을 보며 용기를 얻은 것이다. 그들은 세잔이 머무는 엑상프로방스를 마치 순례하듯 방문했고, 그와 대화하며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세잔은 나이 60세가 다 돼서야 새로운 미술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와 똑같이 고향에 머물며 들뜨지 않은 채 묵묵히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한 평론가에게 “자연은 아주 복잡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작업을 무척 천천히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끝이 없는 것 같다"라는 겸손한 말을 전한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 같던 그의 묵묵한 발걸음은 1906년 10월에 멈춘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다 쓰러진 세잔이 결국 일어서지 못한 것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에 남긴 편지에,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아이바스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감상자가 실제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는 바다를 숱하게 여행하며 자신이 본 풍경을 사전 스케치하지 않고, 작업이 시작되면 기억한 내용을 캔버스에 간단히 스케치한 후 그대로 채색을 이어갔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격렬하게 뒤흔드는 영원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도스토옙스키도 황홀감을 표시했다는데, 위험해 보이는 이 그림에서 묘하게 안정감과 희망을 느낀다. 어떤 격동이 있더라도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다잡게 되고 고난을 이겨낸 모든 결과가 가치롭기를 희망하게 되기도 한다. 불규칙 속에서 다시금 규칙을 발견하고 언제든지 적응해내는 인간을 나역시 고귀하게 보고싶다.

 


 

이후로도 많은 이름과 그림이 기다리고 그 중 오늘 지친 하루를 잊게하는 그림에 대해 묻는다면 전진한 아이와 반려동물의 표정이 리얼하게 담긴 그림들이 좋았다. 감정이 다 느껴지고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줄 것 같은 그림들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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