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가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김평산의 집안.그에 수치심을 느낀 음전한 함안댁의 죽음에,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참으로 매정하달까.목맨 나무부터 새끼줄 하나까지 몽당 몽당 부적으로 나누어 가지는 메마른 민심.시절이 하수상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씁쓸한 마음이 드는 장면이고, 인상에 깊이 남는 장면이다.그렇게 몰락한 집안의 심성이 곧은 아들 한복이의 미래도 몹시 기대되는 점이고.'사람 병신쯤이야 가문 병신보다는 나을 테니'라는 구절에서 보이듯,가문의 명예와 지위가 아직은 중요한 사회라는 인식이 일제강점기 하에서 점차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거의 십 년 전쯤 읽다 만 토지를 나이를 먹고 다시 도전해 읽으면서, 그때도 느낀 점이긴 한데, 보이는 점 느끼는 점이 나이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지는구나 하는 것은 재독으로 느끼는 재밌는 지점이다. 그리고 억척스럽고 질투만 가득한 여인으로 그려지던 강청댁의 시집오던 날의 스케치는.... 사람 사는 일에 대한 덧없음이 느껴지는 쓸쓸한 장면으로 남았다.- 쓴웃음을 띠고 윤씨 부인은 햇빛이 튀고 있는 강변을 바라본다. 머지않은 날 최 참판댁의 그 기나긴 역사는 끝이 날 것이요 양반계급이 무너질 것을 예감하는 것이다. 기골이 좋았던 시할머님, 시할머님은 생산을 많이 했으나 자식들을 다 기르진 못했다고 했다. 참판부인이던 증조할머니, 참판의 모친이던 고조할머니. 그러니까 타성의 여인들 오 대가 최참판댁을 이룩하였고 지켜왔으며 마지막 최씨의 피를 받은 서희로써 끝이 난다. 다른 핏줄의 여인들이 지켜 내려온 가문은 제 핏줄의 여인으로 하여금 막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야릇한 운명 같기도 했다. - 124- 일반 서민들 역시 권위는 두려운 것이며 피하는 것이 상수라 생각한다.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진 자들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는 것이다. 그만큼 수탈만 당해온 역사였으니까. - 3812024. apr.#토지 #박경리 #1부3권
업장용 대용량 레시피와 홈베이킹용 소량 레시피를 같이 제시해주어 여러모로 유용하다.에그 타르트는 꽤 자주 땡기는 디저트라 맛집의 레시피가 궁금해 사보았다.해볼 만한 레시피가 잔뜩이라 신난다.2024. apr.#슈라즈에그타르트 #박지현
달걀물 바를 때는 우유, 생크림 같은 유지방을 10 대 1 비율로.색을 위해서는 일차 도포 후 냉장실에 보관해 살짝 말린 후 2차 도포 하기도.밤 조림을 수비드로 하는 방법도... 신기.파이 특화된 레시피 북이라 자주하는 베이킹은 아니지만 팁은 많이 얻을 수 있다.2024. apr.#하이파이 #김다해 #시그니처파이레시피
부동산 전문 사기꾼 지면사의 이야기.읽기 전엔 좀 혈압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소시민보다는 재력가들 등쳐먹는 이야기라 크게 열받는 부분은 없었다는 게 좀 웃긴 부분.은퇴를 앞둔 형사가 등장해 뭔가 적극적인 해결이 되려나 했으나, 이 이야기는 철저히 사기꾼 시점의 이야기였다.그래서인지 딱히 공감되는 인물 없이 그저 사건 개요 읽듯 읽게 되는 점이 있는 듯.한때 피해자였던 다쿠미가 지면사 세계에 몸담게 되는지 정도가 궁금했던 지점.결국 자기들끼리 허물어져가는 범죄자 집단에 일말의 안타까움이나 동정심은 안 생긴다.그러나 미션임파서블같이 착수되는 계획이 흥미진진하긴 하다. 영화 같은 이야기여서 의외이긴 하지만 2017년에 일어난 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비 오는 날 사기꾼 이야기를 읽으니 왠지 우중충해졌지만... 재밌게 읽은 편.- 매수자를 동정하는 마음은 없었다. 강인한 자가 웃고 나약한 자가 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예전에 자신이 탈탈 털렸듯이 나약한 자는 탈탈 털리면 되는 것이다.(...)사기로 돈을 가로챘다고 해서 가슴속 구멍이 메워지는 일은 없었다. 스스로 악에 완전히 물들어버린다고 지난날을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선의나 양심을 착취하는 동안, 아니, 그런 자각조차 점차 무의식의 심연으로 가라앉고 어느새 지면사라는 일 자체를 탐하게 되었다. 지면사로서 일에 몰두할 때만큼은 자신이 투명해진 것처럼 무심해질 수 있다. - 1122024. may.#도쿄사기꾼들 #신조고 #이판사판시리즈
조금 걱정된다 싶게 무른 공정위 공무원인 시로쿠마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공무원 정의구현 이야기.우리나라도 어떨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본의 공정위는 재무성에 치이고 경산성에 무시당하고 검찰한테는 따당하고 국민의 무관심 속 공공기관이라고 서술되는데, 소속 공무원들의 정의감과 의무감은 세상 비장하다. 저런 사람들이라면 뭘 해도 하겠다 싶은 그런 기분이다.게다가 몸쓰는 게 더 수월한 주인공 시로쿠마와 묘한 기류가 생기는 고쇼부는 자타공인 천재 공무원... ㅋㅋ 공무원이 천재인 설정은 드물어서 재밌다고 생각했다.지역 사업체 간의 담합 카르텔, 갑질 등에 대한 이야기라 어느 나라의 상황에 가져다 놔도 어색하지 않다.그에 더해 일본의 공무원 사회도 뒷배가 되어주다 은퇴 후 사기업의 한자리 하는 일이 왕왕 있는 모양인데, 세상이란 다 비슷하겠지.... 싶은 씁쓸함.29살 여성 성인의 삶을 좌지우지 하려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엄마가 상징하는 것이 일본 사회인 것만 같아 기분이 찝찝해지기도 한다.주축 캐릭터들을 흥미롭게 그려나가서 재밌게 읽었고 드라마화 되었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속편도 출간되었다니 그것도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자넨 잘못한 거 없어.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야. 내 능력이 부족했다."이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할 일은 했지만 일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사람의 진가란 일을 벗어난 부분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 - 17- 하지만 현실 사회는 대련 같은 게 아니잖아요. 약한 사람이 지고, 이번에는 아쉽게도 제가 졌네요, 라는 말로 끝나지 않죠. 진 쪽은 치명상을 입고 죽음에 이르기도 해요. 경쟁이란 게 그렇게 좋은 걸까요? 강자가 이기고 약자가 지는 거. 그런 세상이어도 괜찮은 걸까요. - 196- 공정위 일은 재미있어요?재미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나는 일본의 섬나라 근성이라든지 혈연, 지연 같은 끈적끈적한 환경이 싫은 겁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각자 알아서 살게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기분 나쁜 폐색감을 찢어 버리는 일. 현존하는 직업 중에서 공정위가 가장 가깝지 않습니까. - 2582024. may.#공정의파수꾼 #신카와호타테#이판사판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