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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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주인공들의 색채가 얕아서인지 심심한 편이었다.

애초에 사형수의 원죄를 무엇 때문에 그토록 믿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고.

상해치사로 복역하다 출소한 준이치에게 유족에게 찾아가 사죄하라는 대목에선 으악하는 기분이 되었는데....
일본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가? 유족이 과연 가해자를 다시 보고 싶을지... 게다가 준이치는 사실 죽은 자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데...

난고가 자신의 직업 탓에 행한 사형실행에 대한 자책이 결국 죄인으로 수감되는 결론으로 이끄는 걸까? 그렇다면 너무 가혹하다.

어쨌든 내면의 방향이 조금 다른 이야기라 몰입이 덜 되는 경향이 있다.

- 법률은 옳습니까? 진정 평등합니까?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 367


2024. jul.

#13계단 #다카노가즈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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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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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는 부모, 글을 써야 하는 작가. 두 가지의 정체성이 써 내려간 일기.

착실하게 때로는 의욕 부진으로 띄엄띄엄 써 내려간 일기가 하루하루 채워나간다는 개념 없이 지내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도 일면 이해가 되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어서 그럴까 관조하게 되는 그런 기분.

그러나 늘 재미있게 읽게 되는 작가라 살짝살짝 웃으며 읽게 된다.


- 처음 일기를 쓴 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흔적 없이 사라진 하루들이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됐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를 먹었다. 인쇄가 잘못된 책처럼 인생의 페이지가 듬성듬성 비어 버린 기분이었다. 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일기를 쓰자,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자, 기록이 다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 16

-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만 같은 시간과 경험이라도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생각. 말하자면 모든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 53

- 어제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서, 내 일기는 있었던 일들과 그것에 대한 약간의 코멘트, 그리고 푸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스타일을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깊은 사유와 성찰, 전망과 고뇌... 같은 것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치만 음, 쓸 수 있었으면 진작에 쓰지 않았을까? - 190

-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생각하며 남아 있는 다음 마감들을 생각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지금 내 심정에 꼭 맞는 표현을 며칠 전 박서련 작가가 쓴 2017년 5월 6일의 일기에서 발견했다. 이런 표현이다.
어떤...... 막막함이...... 중첩되었다. - 211

- 스톡홀름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던 악셀 린덴은 어느 날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 목장으로 내려가 양을 치기 시작했다. 목장 생활을 시작하고 두 번째로 맞은 봄, 5월 6일의 일기를 린덴은 이렇게 썼다.
다들 느끼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속 불가능하다. 이 세상에 지속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세상이 지속 가능했던 적도 없다. 그런데 다들 별일 아닌 척한다. 좋은 생각이 있는 척, 바꿀 수 있는 척한다. 왜들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내말이. - 212

2024. aug.

#매일쓸것뭐라도쓸것 #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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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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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농장에 애정을 가지고 강인하게 생을 헤쳐나가는 여성 빅토리아.

떠돌이 인디언 소년 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온 생을 그 사랑의 증거로 살아가는 이야기라니 오랜만에 로맨스가 넘치는 소설을 읽었다.

무지에서 비롯되는 혐오가 일상이고 상식이던 시절이라서 생기는 비극이 어떤 삶을 보여줄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무지의 혐오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던 이웃 루비앨리스도 역시 흥미로운 캐릭터다. 외로운 두 명의 삶이 짧은 시간이지만 든든한 우정으로 변하는 시간도 소중했고. 후반부에서는 놓쳐버린 아들 루카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 두 모자의 역사가 조금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모든 일의 원흉인 동생 세스가 어느 순간 나타나 분탕질을 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의외로 싱겁게 미약하나마 개과천선을 했나? 싶은 모습으로 잠깐 등장한 점은 다행이랄까.

비극적이지만 착하고 자연주의적. 한여름에 읽기 좋았다.

- 어느 순간 숲에, 바다에, 산에, 그리고 세상에 외친다.
나는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 애니 딜러드

- 한때 강이었으나 지금은 저수지가 된 물 밑에서 썩어가는 마을, 물속에서 조용히 잊힌 마을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불어난 물이 마을을 집어삼킬 때 이곳의 기쁨과 고통까지 모조리 앗아갔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풍경은 우리를 창조한다. 그 풍경이 내어주고 앗아간 모든 것은 이야기가 되어 우리 가슴에 남고, 그렇게 우리라는 존재를 형성한다. - 14

- 어깨를 으쓱하고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소유에 관해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아는 사람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랬다.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 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그때 이런 말을 들었더라면 나는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엮은 끈을 점점 더 가까이 잡아 당겼다. - 32

- 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 마치 나를 부르는 듯한 석탄 수송 열차의 기적 소리, 사거리에서 마주쳐 길을 묻는 이방인, 흙길에 떨어진 갈색 술병처럼 별일 아닌 사건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어도 우리 존재는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를 조심스럽게 수확하듯 신중하게 형성되는 게 아니다. 끝없이 발버둥 치다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을 거둘 뿐이다. - 38

- 그녀는 푸르스름한 손을 가슴에 포개고, 어깨 옆에 웅크린 개 한 마리, 그녀의 몸에 딱 붙어 잠자는 개 네 마리와 함께 누구나 바라는 모습으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삶과 죽음이 반가웠다. 루비앨리스의 삶은 너무나 기이하고 독특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내 인생과 겹쳐져 있었고, 루비앨리스의 죽음은 내가 겪은 유일한 호상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나는 윌을 대신해 루비앨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직이 속삭였다. - 280

- 목사님이 기도하는 동안 나는 고개를 숙여 묘에 참배했고,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고했다. 새로운 삶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지난날의 선택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의심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 그건 윌이 가르쳐주고, 거니슨강이 가르쳐주고, 내가 생사의 갈림길을 수없이 마주했던 곳인 빅 블루가 끊임없이 가르쳐준 진리였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내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걸 믿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 장례식을 끝으로 아이올라와 나 사이 인연의 끈이 끊길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곧 내 길을 떠날 것이다. - 281

2024. aug.

#흐르는강물처럼 #셸리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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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0 - 3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0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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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의 분량이 점차 늘어나는 시점.
명희와 강선혜라는 성향적으로 대비되는 두 여성.
결혼과 사회적 활동에 대한 고민들.
딸을 출가시키고도 병들거나 하면 죄인이 되는 친정 엄마의 입장들.
홍이도 심란한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기생 산호주로부터 봉순이가 상현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중학생이 되는 서희의 큰아들 환국도 서서히 캐릭터로서의 서사를 쌓기 시작한다.

총독대신 사이토를 목표로 한 남대문 폭탄 의거 강우규 독립운동가에 대해 알게 된 점.
김원봉, 이성우의 의열단의 활동이 활발했었다는 점.
이 때 역시 이승만을 교활한 야심가라는 평가가 있었다는 점.
일본에서는 박열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던 시기였고, 관동대지진으로 조선인 학살이 있었던 생지옥의 현장에 대해서도 스케치하듯 언급된다.
악귀처럼 굴던 임이네는 심각한 병에 걸려서도 무섭도록 삶에 집착하는데, 그마저도 악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난 세대들의 삶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3부에 접어 들어 정말 재밌다는 말을 한번 더 하게 된다.

- 독립투사들 중에서 이동휘만큼 변신을 거듭한 사람도 드물게야. 아전의 아들로 태어나서 궁전 진위대장, 참령에까지, 기독교의 전도사가 된 일도 있었고, 교육사업에 정열을 쏟았는가 하면 상해 임정을 요리하였고, 또 공산당을 조직하였으니 기구하다면 참 기구한 생애 아니겠나. (...) 그러나 그 사람을 변절자라 할 수는 없어. 독립 투쟁의 신념만은 투철했으니까. 그런 민족적인 의식 때문에 패배했다 할 수도 있을 게야. 민족자본주의자니 기회주의자니 하고 욕을 먹은 것도 그 때문인데, 과연 이동휘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면 러시아 혁명정부로부터 그 많은 자금을 받아냈을지 의문이야. - 326

- 밤에 잠자리에서 서희는 물었다.
"환국아, 너 아버님 기억하느냐?"
"합니다."
"보고 싶으냐?"
"네."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처럼 잠긴 목소리였다.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시다."
비로소 순철이가 환국이에게 던진 말에 대하여 서희는 아들에게 해답을 준 것이다. - 360

2024. jul.

#토지 #박경리 #3부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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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9 - 3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9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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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전에 안 읽은 부분에 돌입해서 몹시 흥미진진하다.
독립운동의 정체기랄까, 물 밑에선 움직이고는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고 사람들만 상해 나가는 시기.

이제 익숙해진 등장인물들의 삶이 펼쳐지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다.

간도를 벗어나 귀국한 서희 일행의 면면들을 들여다보는 과정.
뭔가 진척이 없는 독립의 길, 강탈된 나라에 점점 익숙해지는...
서울 상가들의 한 달 넘는 동맹 철시, 1030호의 상점들이 참여한 독립에 대한 염원.
서희 주변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다수가 형무소에 수감되고,
개화라는 바람이 불었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신분에 대한 차별은 서글프게 존재한다.

이상현이라는 캐릭터는 식자의 무능. 그것으로 그치고 마는 건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답답하기도 하고.
용이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한복이는 동생이라는 혈연을 이유로 군자금을 전하는 일에 관여하게 된다.
조준구는 서희 앞에서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평사리 집을 돈 오천원에 판다. 원래 그의 집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비굴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는 모습, 복수의 마무리라고 하지만, 읽고 있는 나도 최서희도 힘 빠지는 지점이 아닌지.

- 믿을 수가 없다. 이자는 누가 머라 캐도 믿을 수 없단 말이다. 처처음에사 만세만 부르믄 독립이 될 줄 알았제. 그러크름 말들 하니께. 흥!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겍이라. 되는 기이 머가 있노, 하낫도 되는 기이 없단 말이다. 우리댁 나으리만 해도 안 그렇건데? 이십 년을 넘기 기다리도 아무 소앵이 없었은께.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기는커녕 사람 얼굴조차 가물치 콧구멍 아니가. 함흥차사라 함흥차사. 되지도 않을 일이라믄 진작 말 일이제. 식솔들만 생고생을 시키고. 좌우당간에 충신이 되든 역적이 되든 군사를 몰고 와서 쌈을 해야 무신 결판이 나제. 만판 만세 불러봐야 소앵이 있나. 목만 터지제. 목만 터지건데? 모가지는 날아 안 가고? 그거를 두고 개죽음이라 하는 기라. 나 겉이 무식한 놈이사 군대쟁이 영문 모르고 나섰지마는. - 12

- 그 주술 같은 것에서 풀려나기는 월선이 죽은 후부터였지만 용이는 임이네에 대한 애증을 이제 모두 넘어서버린 것이다.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대상에서 그 미움마저 거두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용이의 삶, 삶의 종말,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 91

- 1894년 갑오경장은 형식이나마 천인의 면천 조치를 취했고 이어 동학란이란 거센 바람도 신분제도, 그 오랜 폐습을 완화하는데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뿌리 깊은 천인들의 애사가 일조일석에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역인, 광대, 갖바치, 노비, 무당, 백정 등 이들은 변함 없는 천시화 학대를 받는 것이었고, 양반이 상민을 대하는 것 이상으로 상민들은 그들 천민 위에 군림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백정이라면 거의 공포에 가까운 혐오로 대하였으며 학대도 가장 격렬했었다. 문둥이나 송충이처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들이 지켜야 하는 분수를 어겼을 적에 가차없는 사형이 가해지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불문율이기 때문에 백정은 아닐지라도 백정의 사위라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불문율이란 대개의 경우 대중의 충동적 행위였으니까. - 191

- 여한과 미진, 울분을 풀 길 없는 밤이었다. 관수나 석이에게도 그랬었지만 서희라고 후련한 밤이었을까? 여한은 마찬가지, 이제 서희는 무엇으로 지탱할 것인가. 조준구가 걸어오지 않는 이상 보복은 끝난 셈이다. 간도 땅땅에서 이를 갈며 맹세한 보복은 사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더 가혹하고 더 잔인하고, 보다 더 철저한 것이었을 것을. 관수나 석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살찐 암탉 같았던 젊은 날의 조준구, 여전히 살찐 암탉이지만 늙은 닭이 되어버린 조준구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끝날 원한이 이렇게 싱겁게 끝난 것이며, 아니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 199

- 서희는 남편 길상에게 대하여는 언급을 아니한다. 그런 만큼 괴로운 것을 혜관은 안다. 친일을 더해야겠다, 친일을. 그 말은 확실히 혜관을 감동시킨 것이다. 용정촌에 군자금을 보낸 행적을 은폐하기 위해 위장을 한다는 뜻인 것은 물론이지만 그 말은 서희의 괴로움, 서희의 갈등, 서희의 냉정, 서희의 총명을 웅변 해주었던 것이다. - 234


2024. jul.

#토지 #3부1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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