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hell님의 서재 (hellas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9 Sep 2026 06:53:04 +0900</lastBuildDate><image><title>hellas</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75141184188288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hellas</description></image><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 박상영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23878</link><pubDate>Fri, 18 Sep 2026 15: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238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812&TPaperId=175238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40/coveroff/k0321308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812&TPaperId=175238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a><br/>박상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07월<br/></td></tr></table><br/>방대한 현대 경제사와 버무리느라 보여주기에 급급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br/><br/>인물 묘사도 깊지 않아서 웹소설(웹소설을 읽어본 게 거의 없어, 편견에 의한 폄하일 수 있겠다.. 한번 읽어봐야겠다.) 같다는 느낌이다. <br/><br/>모든 등장인물들이 고백 못 한 귀신이라도 붙은 듯, 주인공을 마주치기만 해도 사연을 줄줄 고백하는 것이 너무나 안일하고 편리한 설정이 아닌지...<br/><br/>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마케팅을 하는 듯하지만,<br/>조금 긴 시간을 다룬 사건 일지처럼 조급하게 내달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br/><br/>신파적인 내용으로 망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도 그렇게 신선한 것은 아니다. <br/><br/>이렇게 열거된 단점들이.. 좀 가혹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br/>박상영 작가라는 느낌도 그다지 들지 않는, 작가에게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br/>전작들이 내 취향과 크게 맞닿아 있진 않았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혔던 것과 비교해 그러하다.<br/><br/><br/>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다층적인 소수성과 결핍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보았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어떤 지점은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지 싶다.<br/><br/><br/>- "왜죠? 왜 하필 두 분이었을까요."<br/>"가장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br/>"네?"<br/>"가진 것 없고 결핍이 있는 사람일수록 누구보다 절박해지기 마련이니까. 그 여자는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지." - 100<br/><br/>- 하나는 점점 막막해졌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름이 기록 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권력에서 밀려난 사람들, 죄를 감춘 사람들, 끝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품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이야기의 중간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하나는 문득 생각했다. 살아 있는 동안 끝내 입을 다물어야 했던 사람들, 말하지 못한 사연들은 결국 어디에 쌓이는 걸까. 기억에서 잊힌 이름들과 이야기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 166<br/><br/>- 어쩌면 나는 여전히, 오래전 불길 속에 던져버렸다고 믿었던 지푸라기 왕관의 잔해를 머리 위에 얹어놓은 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 타버려 모양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지만, 그 흔적만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나를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 301<br/><br/><br/>2026. aug.]]></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40/cover150/k0321308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344057</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귀야옹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 정보라 -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19674</link><pubDate>Wed, 16 Sep 2026 12: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196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0116&TPaperId=175196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42/7/coveroff/k05213011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0116&TPaperId=175196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a><br/>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07월<br/></td></tr></table><br/>미출간 단편집.<br/><br/>오래전 써둔 단편인데도 여전히 시의성 있다는 점이 슬프기도 하면서, <br/>작가가 분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br/><br/>아직도 차별금지법이 되려나 싶고, 젠더 간 불이해와 갈등이 존재하고,<br/>생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사회라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진다.<br/><br/>어디에나 널리 존재하는 것이 포용, 화합, 공감이 아니라 차별, 혐오, 증오인 세계가 한심스럽다고<br/>오늘도 한 번 더 생각한다.<br/><br/>- 이 단편을 쓰고 나서 무려 16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차별금지법도 제정이 안 되고 동성혼 법제화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내가 상심이 크다. 데모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br/>(...)<br/>그리하여 언론 보도와 내가 공부한 내용들을 종합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인공존재의 잠재적 위협과 고양이의 완벽함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고양이는 귀엽다. 사회가 인공지능보다 고양이의 행복을 위하는 쪽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br/><br/><br/>2026. jul.<br/><br/>#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 #정보라 #미출간단편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42/7/cover150/k05213011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420735</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보글 - 전예진 - [보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17855</link><pubDate>Tue, 15 Sep 2026 14: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178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459&TPaperId=175178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2/92/coveroff/89374774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459&TPaperId=175178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보글</a><br/>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조금은 기묘한 분위기의 이야기.<br/><br/>원하는 대상, 소멸시키고 싶은 대상을 삼켜버리는 존재.<br/>도무지 좋은 끝은 보기 쉽지 않을 것만 같은 자매의 행적들.<br/><br/>자매 둘이 힘을 합쳐 고역스럽게 삼키는 행위는 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지만<br/>고역스럽다는 행위로 인해 뭔가 심오한 은유일지도.<br/><br/>기묘하지만 여운은 남는다.<br/><br/>- 이상하고 기이한 일,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에 관한 소문이 학창 시절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다. 무리에서 소외되기는 대체로 편했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렇게 외롭지도 않았다. 함께일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같이 있었고 안전했다. - 12<br/><br/>- 세상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어. 할머니가 말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다 알지 못할 뿐이지. - 26<br/><br/>- 다시는,<br/>다시는.<br/>먹지 말자.<br/>먹지 말자.<br/>사람을,<br/>사람은. - 77<br/><br/>- 소설을 쓰며 불안과 죄의식에 대해 생각했다. 마땅한 이유 없이 계속되는, 형체 없는 감정과 '그럼에도'라는 말에 대해서. 함께 걷는 행위에 대해서.<br/>우리는 밤길을 나란히 걷다가 차가 지나가면 앞뒤로 자리를 옮긴다. 인적 드문 길에 울리는 발소리에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서로임을 알아보고 마음을 놓는다.<br/>함께 걸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 작가의 말 중<br/><br/>- 쓸쓸하고 아름다운. 소심하지만 용감한. 나쁜 마음은 없었지만 나쁘게 귀결되는 인물의 삶이 있다. 애썼으나 실패한 일과 의도와 다르게 마무리된 슬픈 마침표까지. 사랑으로 지은 죄가 있고 용서받기 어려운 사랑도 있다. 입 맞추려 했으나 삼키는 입술이 있고 껴안으려 했으나 서로가 부서지는 포옹도 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속살에 돋아나는 죄책감의 열매를 몰래 버려야 했던 자매와 엄마와 할머니. 이런 기담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현실 안쪽의 내밀한 삶들. 환상과 상상의 도움 없이는 닿을 수 없는 리얼리티. 몸 안으로 밀어 넣어야만 했던, 그만큼 뱉어 낼 수밖에 없던, 자매들의 이야기를 떨치지 못하는 꿈처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왜 사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바꾸는지. 왜 괴물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지. 왜 타인의 심정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글이 아닌 몸이 필요한지. - 정용준, 추천의 글 중<br/><br/><br/>2026. aug.<br/><br/>#보글 #전예진 #오늘의젊은작가 #민음사]]></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2/92/cover150/89374774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229225</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낭만적으로 산다 - 강화길 - [낭만적으로 산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15605</link><pubDate>Mon, 14 Sep 2026 13: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156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410&TPaperId=175156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5/22/coveroff/k7521304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410&TPaperId=175156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낭만적으로 산다</a><br/>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7월<br/></td></tr></table><br/>아프면 쉬어야 해요.<br/>하지만 쉽지가 않네요.<br/><br/>불안을 딛고 인내를 배우는 태도.<br/><br/>드라마, 영화, 문학 다양한 서사들을 이야기하면서 삶에 녹여내는 산문이다. <br/><br/>일상적인 아픔을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의 동질감도 느껴지는데,<br/>어느 날 문득 내가 너무 아프다는 말로 징징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후회하고,<br/>혹은 너무 아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 말 한마디만 했으면 초래하지 않았을 고통을 받은 게 아닌지 후회하고...<br/>그런 일이 이젠 삶의 디폴트가 되고 나니 작가가 말하는 통증 생활에 대해 너무나도 공감하며 읽게 된 지점이 있다.<br/><br/>사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개운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그 가뿐했던 감각도 기억의 저편에 있다.<br/>일상의 사소한 동작에도 전보다 조심하게 된 이후로는 생활의 질이랄까 그런 게 현저하게 떨어진 편이다.<br/>그러나 생사를 다투는 질환이랄 수도 없는 것이 다행이지만,<br/>그렇다고 유쾌한 경험은 아니고.....<br/>매사에 짜증이 첨가되어 있는 상태로 살아가려니 참 우울한 지점이다.<br/><br/>그런 지저분한 감정을 비슷하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어디에나 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니<br/>오랜만에 단짝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고 해야 할까.<br/><br/>물론 이 글들이 그런 부정적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글은 아니다.<br/>일상의 고통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각에 대한 글이다.<br/><br/>여러모로 반갑게 재밌게 읽게 된다.<br/><br/>더불어 산문도 좋은 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호감도가 더더 상승했다.<br/><br/>안 읽은 작품이 있나? 거의 다 읽은 것 같은 데라고 하면서 한 번 더 서치해 보게 되는 독서.<br/><br/>- 드라마는 영화보다 분량이 길다 보니, 인물들이 훨씬 많았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드라마라는 장르가 좋았다. 시간을 훅훅 잡아먹는 이야기 속에 빠져 있다 보면 고민이나 걱정거리들이 뒤로 밀려났고,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물론 결국에는 맞닥뜨려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당장은 괜찮았다. 에너지를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 8<br/><br/>- 그러니까 이런 것 같다. 질병을 은유하는 이야기는 그 비유의 껍질을 벗겨보면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 포장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을 더 알 수 없는 것으로 남겨두기 위해. 공포의 대상을 신비화하여 더 큰 공포에 젖어 들기 위해. 그렇게 영원히 이쪽과 저쪽을 나누기 위해. - 32<br/><br/>- 나는 갑작스러운 종영을 견딜 나름의 노하우를 찾아야 했고, 최대한 쉬운 방법을 택했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겠지.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또 누군가는 이별하겠지. 내 삶이 계속되는 것처럼, 그들의 삶도 계속 이어지겠지. 그 습관 때문인지,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 나는 내 이야기도 그렇게 읽히기를 원하게 됐다. 끝 이후의 다른 시작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상상이 신파적이어도 좋고, 구태의연해도 좋고, 인생이 뒤바뀌는 내용이어도 좋다. 어차피 상상이니까. 그리고, 아픈 사람이 계속 아프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 42<br/><br/>- 때때로, 문학을 이해하는 방식은 너무 개인적이다. 참 사사롭다.<br/>그래서 소중한 걸까. - 93<br/><br/>- &lt;대불호텔의 유령&gt;을 쓸 때 책상에 붙여두었던 메모를 찾았다. '공포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인간이 결국 악마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저주의 목록이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간이 계속 싸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게 우리의 삶인 것 같다. 끝없는 공포. 그럼에도 계속되는 삶.' - 114<br/><br/>- &lt;대불호텔의 유령&gt;을 악의로 채우지 못했다. 내가 희망을 갖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고, 낫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초능력을 되찾고 싶다. 비록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희망하고 싶다. 그래. 나는 나의 생각을 이런 것들로만 채우고 싶다. 사랑, 희망, 꿈.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썼다. 그런 식으로 계속 썼다. 악의가 사랑으로 뒤집히는 이야기. 내 몸을 미워하고, 절대 행복해지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도, 잔뜩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희망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행복해지지 못할 거라는 저주를 절대 믿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은 분명 의미가 있고, 나는 사랑을 깨닫고 말 것이라는 다짐의 이야기. 그래, 다 내 이야기였다. - 123<br/><br/>- 나쁘지 않다. 괜찮다. 이보다 나은 표현을 찾고 싶은데 참 어렵습니다. 이럴 때 보면 언어를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제가 다른 이들의 작품과 해석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 133<br/><br/><br/>2026. aug.<br/><br/>#낭만적으로산다 #강화길 #산문]]></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5/22/cover150/k7521304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752291</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스몰 월드 - 이치호 미치 - [스몰 월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07252</link><pubDate>Thu, 10 Sep 2026 14: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072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8032&TPaperId=175072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11/8/coveroff/k40213803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8032&TPaperId=175072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몰 월드</a><br/>이치호 미치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6년 05월<br/></td></tr></table><br/>기대했던 바와 비슷한 슴슴한 따스함이 있는 단편집.<br/><br/>잘 읽히는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들이고<br/>출판사 피니스아프리카에 다운 느낌이 든다는 감상.<br/>그 느낌이라는 건.. 단순한 힐링물에 그치는 게 아닌 약간의 감정적 묘오오오함 이랄까 ㅋㅋ<br/><br/>네온테트라.에서는 재해가 일상인 나라의 감각이랄지. 아니면 그저 일본 특유의 사고방식이랄지가 느껴졌다.<br/><br/>하나우타, 꽃노래 콧노래라는 단어를 알게 됨.<br/><br/>- 원치도 않는 이따위 행운은 왜 이다지도 쉽게 찾아오는 걸까. - 9, 네온테트라<br/><br/>- 밤의 편의점은 수조를 닮았다. 인공조명 아래 유리 상자. 그 속에서 회유ㅏ고 스쳐 지나가는 동족의 생명체들. 무리도 있고 연인도 있고 가족도 있다. 그리고 고독하게 홀로인 사람도 있다. 나는 편의점 밖에서 안을 엿보다가 무료한 표정의 쇼이치를 발견하면 늘 안도감과 함께 가슴이 저렸다. 참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곳에 있기를 바라면서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갈 곳 없는 모성 본능과 여성 호르몬의 폭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와 드문드문 나누는 대화와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끊임없이 추월당하며 밤길을 걷는 짧은 시간이 지금은 필수 불가결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햇빛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별빛도 달빛도 원하지 않았다. - 29, 네온테트라<br/><br/>- "왜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br/>귀갓길에 쇼이치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br/>"친절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기 때문 아닐까?" - 38, 네온테트라<br/><br/>- '작은 조각 하나 없다고 안 되는 거라면 시시하다.'라고 당신이 편지에 썼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다른 걸로 메꾼다고 해도 원래의 모습은 될 수 없습니다. 퍼즐이 빈자리에 두꺼운 종이를 끼워서 맞춘 후 색칠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완성'이 아닙니다. 그리고 퍼즐 조각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없지만 조각을 맞추다 보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납니다. 시시하다고 던져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잃어버리면 원래로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면 사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 177, 하나우타<br/><br/>- 이유나 원인을 다른 사람과 연관 지으면 인생이 점점 부자연스럽게 돼. - 232, 사랑의 적량<br/><br/>- 그랬다. 적량이 아니어도 좋은 때가 있다. 이룰 수 없는 소망이나 기도는 넘쳐도 괜찮은 것이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소망이 꼭 무력한 것은 아니다. - 252, 사랑의 적량<br/><br/>- 불학실성은 자유롭고 또 쓸쓸하다. 하지만 그 다리는 다시 한번 건너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 293, 장례식<br/><br/><br/>2026. jul.<br/><br/>#스몰월드 #이치호미치 #피니스아프리카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11/8/cover150/k40213803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110847</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인비인 - 성해나 - [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04787</link><pubDate>Wed, 09 Sep 2026 12: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5047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9247&TPaperId=175047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25/coveroff/k69213924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9247&TPaperId=175047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a><br/>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짧게 구성된 기이한 이야기들.<br/><br/>기담의 소재가 돼도 일말의 연민도 안 느껴지는 대상인 친일파가 소재인 이야기들이 특히 재밌다.<br/><br/>뒷담이 서늘하게 되고 흘려버리는 게 아니고 곱씹게 되는 이야기들.<br/><br/>요즘 성해나 작가를 보면 드는 생각.<br/>어떤 작가가 마음에 들어와 좋아하게 되면<br/>기세라는 게 독자에게도 생기는 것 같다. <br/><br/>읽을수록 좋아진다.<br/><br/>그리고 7월에 이 책을 읽고 8월에 터진 어느 배우의 가족사 이슈에 다시 한번 이 책이 생각났다.<br/>끝나지 않은 역사의 자국들.<br/>제발 좀 청산할 일은 청산하고 살게 되면 좋겠으나,<br/>그게 쉬웠다면 뭐....<br/><br/>- 역사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일 테지. 흠은 파내고 구실은 잘 덮으며.<br/> 그리고 언제까지고 내게는, 아니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 일도. - 22,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br/><br/>- &lt;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gt;을 쓸 무렵, 우연히 '미카라데타사비'라는 일본어 속담을 접했다. 검에 밴 녹이 검을 전부 삭게 한다는 뜻으로, 우리말로 풀면 자업자득일 것이다. 저지른 악행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이 말을 나는 온전히 믿지 않는다. 세상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듯싶다.<br/>이 소설 속 김아홍, 황보, 그리고 화자 역시 대를 이어가며 크고 작은 악행을 벌이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 형벌도, 비난도, 멸시도.<br/>표면상으로는 그렇다.<br/>(...)<br/>역사는 대패질하듯 말끔히 깎아내거나, 모두가 함구한다고 해서 소거되지 않는다. 죄를 덮은 자리에는 꺼슬꺼슬한 흔적이 남는 법이다. 자업자득을 온전히 믿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언젠가는 죄의식이나 수치라는 방식으로나마 돌아오길 바라는 바이다. - 작가 해설 중, 24<br/><br/>- 인간 아닌 인간.<br/>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한 괴수나 AI일 수도 있고 귀신 혹은 신일 수도 있지만, 인간 그 자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작가 해설 중, 51<br/><br/>- 지금도 나는 조부가 그 말을 한 이유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차를 타고 적선동을 지날 때, 천막 농성을 벌이는 사람들을 무심코 지나칠 때,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암묵할 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삶은 안락할 때.<br/>부끄럽다는 조부의 고백을 이해하려 애쓰곤 한다.<br/>하지만 나는 그것을 여전히 잘할 수 없다. -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 87<br/><br/>- '찬란한 이면, 죽음을 통해 보여주는 생의 덧없음.'<br/>작품 해설을 되풀이해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을 사람들은 예술이라 부르고 작품이라 일컬었다.<br/>사람들은 왜 무의미에 의미를 덕지덕지 덧붙이는 걸까. 단순한 사물에 복잡한 상징을 더하는 걸까. - 매일, 99<br/><br/>- 그렇게 모이면 재미있냐?<br/>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죠.<br/>이상한 사람도 많을 거 아냐.<br/>많죠.<br/>근데 왜 하냐?<br/>큐가 뜸을 들이다 묻는다.<br/>감독님, 감독님은 소속이 어디예요?<br/>어리둥절해진다. 소속. 내게 소속이 있던가. 한참 고민하는데 큐가 말을 잇는다.<br/>모르겠죠? 근데 사람들은 매번 물어보잖아요. 소속이 어디냐? 학교는 어디 나왔냐? 직장은 다니냐? 소속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근데 속해보니까 그래요. 찐따들이어도요, 모이면 단단해져요. 그리고 되게 웃긴 게 그 안에 있으면요. 나도 조금 쓸모 있어지는 것 같아요.<br/>큐가 돌아가고 혼자 남는다. 겨우 둘이었다 홀로 된건데 사람 소리가 사라지니 헛헛해진다. - 윤회(당한) 자들, 186<br/><br/>- 왜 다시 넣어?<br/>이익의 물음에 도윤이 답했다.<br/>허기 지지 않은 것 같아서.<br/>도윤이 사육장 속 뱀을 빤히 바라보았다.<br/>쟤는 날 물려고도 않잖아. 뭐든 먹이로 보고 덤벼드는 놈을 고르는 게 좋아. 그래야 좀 쓸 만하지.<br/>그럴 때 도윤은 정말 사람 같았다. 순수할 만큼 악하고, 우열에 민감하며, 약한 지점만 기막히게 포착하는 사람. - 고, 294<br/><br/>- 안팎의 구분 없이 빙글빙글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는 빠져나가려 해도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구조나 자기모순에 붙들린 인간과 닮아 있다. 형상은 다르지만, 제 꼬리를 집어삼키며 영원히 순환하는 우로보로스가 연상되기도 한다.<br/>끊어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이어지는 질긴 고리. 인간의 욕망, 권력 세습, 사회적 재연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가.<br/>(...)<br/>지금은 입력을 받아 출력을 내놓는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답만 내리던 기계가 언젠가는 우리에게 되묻고,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쥐고 흔드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욕망이 빚은 가장 큰 저주란 그런 것 아닐까. - 작가 해설, 308<br/><br/><br/>2026. jul.<br/><br/>#인비인 #성해나 #기담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25/cover150/k69213924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812549</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93819</link><pubDate>Fri, 04 Sep 2026 13: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938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8434&TPaperId=174938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35/81/coveroff/k422138434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8434&TPaperId=174938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a><br/>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05월<br/></td></tr></table><br/>토지를 한 권으로 축약해 여성 서사로 만든다면 이 책이구나 싶은 이야기.<br/><br/>당시의 관점으로나 현재의 관점으로나<br/>수군거림의 대상이 될 법한, 장녀와 3녀의 행실이 혐오스럽거나 꺼려진다기보다는<br/>오히려 생존을 절실하게 갈구하는 생명력의 현신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건,<br/>그 당시의 불합리한 견고한 신분제와 남녀의 위계, 차별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br/><br/>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와 한실댁의 서사는<br/>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 여성의 삶의 파노라마라 할 수 있다.<br/><br/>그리고 이 가족의 역사를 팔자와 딸 들 탓을 하는데<br/>이게 다 아비가 시킨 결혼 때문 아닌가 싶은 게.... 한숨 포인트랄까.<br/><br/>재밌고 속도감 있는 독서였다.<br/><br/>사실 김약국의 딸들은 이미 읽었다고 생각해서 오랫동안 미처 못 읽은 책이었는데<br/>좋은 기회에 제대로 읽게 되어 다행이다.<br/><br/>-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 9<br/><br/>- 실로 바다는 그곳 사람들의 미지의 보고이며, 흥망성쇠의 근원이기도 하였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타관의 영락한 양반들이 이 고장을 찾을 때 통영 어구에 있는 죽림고개에서 갓을 벗어 나무에다 걸어놓고 들어온다고 한다. 그것은 통영에 와서 양반 행세를 해봤자 별 실속이 없다는 비유에서 온 말일 게다. 어쨌든 다른 산골지방보다 봉건제도가 일찍 무너지고 활동의 자유, 배금사상이 보급된 것만은 사실이다. - 10<br/><br/>- 한실댁은 그 많은 딸들을 하늘만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딸을 기를 때 큰딸 용숙은 샘이 많고 만사가 칠칠하여 대갓집 맏며느리가 될 거라고 했다. 둘째 딸 용빈은 영민하고 훤칠하여 뉘 집 아들자식과 바꿀까 보냐 싶었다. 셋째 딸 용란은 옷고름 한 짝 달아 입지 못하는 말괄량이지만 달나라 항아같이 어여쁘니 으레 남들이 다 시중들 것이요, 남편 사랑을 독차지하리라 생각하였다. 넷째 딸 용옥은 딸 중에서 제일 인물이 떨어지지만 손끝이 야물고, 말이 적고 심정이 고와서 없는 살림이라도 알뜰히 꾸며나갈 것이니 걱정 없다고 했다. 막내둥이 용혜는 어리광꾼이요, 엄마 옆이 아니면 잠을 못 잔다. 그러나 연한 배같이 상냥하고 귀염성스러워 어느 집 막내 며느리가 되어 호강을 할 거라는 것이다. - 97<br/><br/>- 이 세상에 의심스럽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br/>이러면 저렇고, 저러면 이렇고, 그럼 진실은 없군요.<br/>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과정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현실은 신보다 우리에게 가깝고 진실에 가까운 거야.<br/>오빠야말로 공식적이군요. 말로나 생활로 표현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 186<br/><br/>- 외롭다는 말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냐고 되묻는 말은 상반된 대화다. 그러나 용빈은 김약국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br/>'사람이 사는 곳에 외로움이 있다.' - 415<br/><br/>- 통영 항구에 장막은 천천히 내려진다.<br/>갑판 난간에 달맞이꽃처럼 하얀 용혜의 얼굴이 있고, 물기 찬 공기 속에 용빈의 소리 없는 통곡이 있었다.<br/>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 481<br/><br/>2026. jul.<br/><br/>#박경리 #김약국의딸들<br/>#다산책방]]></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35/81/cover150/k422138434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358179</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I - 미치오 슈스케 - [I]</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91581</link><pubDate>Thu, 03 Sep 2026 14: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915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0198&TPaperId=174915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6/33/coveroff/k9121301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0198&TPaperId=174915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I</a><br/>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06월<br/></td></tr></table><br/>컨셉츄얼 소설.<br/><br/>이야기 전개를 두 개의 시작점에서 각기 시작하면 색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건데, 딱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건 <br/>또 내가 너무 건성으로 읽었나 싶기도 하다.<br/>혹은.<br/>먼저 읽은 이야기에 대한 심리적 확신이 강해져서 후에 읽은 이야기의 줄거리를 전의 이야기에 대입해 생각하다 보면<br/>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 아닌지.<br/>사실... 건성으로 집중을 크게 하지 않고 읽어서겠지만...<br/><br/><br/>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동지의식으로 서로의 복수를 제안하는 피해자들.<br/><br/>결국 악한 인간 하나로 인한 점점 커진 불행이랄까.<br/><br/>게다가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이 애초에 있으리란 생각 자체를 잘 안 해오다 보니<br/>법률상의 허점, 불합리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br/>1만 명의 호적 없는 사람들이라니... 실상이 어떤지는 확실한 수치로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br/><br/>선, 후 읽기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는 건 그저 텍스트 자체로 그렇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br/>선후관계 전체 흐름을 생각하면 딱히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아서.<br/><br/>신선한 시도지만,<br/>즐기는 컨셉의 책은 아니었고, 다만 북스피어의 시리즈를 다 읽고 있기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br/><br/>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운 면이 없지 않다.<br/>적당히 즐겼다는 이야기.<br/><br/>- 지금 여기 있는 나는 그때의 내가 아냐. 지금의 나는 1년 전에 태어났어. 나는 하나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 - 148, 페트리코<br/><br/>- 이 집에서 리쓰코 씨와 살면서 점차 평범한 열여섯 살 아이가 되어가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늘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 이런 날들을 동경했다. 하지만 진짜배기 나는 강한 위화감을 느끼며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항상 나를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종종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인다. 너는 그럴 자격 따위 없어. 너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했어. 너는. - 110, 페트리코<br/><br/>- 그렇게, 모든 일이, 간단명료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br/>누가 잘못했는가.<br/>무엇이 잘못이었는가.<br/>그의 옆얼굴을 내려다보며 내 가슴을 순식간에 채워간 것은 연민도 동정도 아니고, 압도적인 공감이었다. - 195, 지오스민<br/><br/>- 우리 함께, 괴물이 되지 않을래요? - 249, 지오스민<br/><br/><br/>2026. jul.<br/><br/>#I #미치오슈스케 #이규원옮김<br/>#북스피어]]></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6/33/cover150/k91213019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63333</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우리는 모두 이불에서 태어난걸요 - 봉주연 - [우리는 모두 이불에서 태어난걸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82822</link><pubDate>Mon, 31 Aug 2026 1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828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341&TPaperId=174828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81/7/coveroff/89320443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341&TPaperId=174828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는 모두 이불에서 태어난걸요</a><br/>봉주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08월<br/></td></tr></table><br/>꽤 안 읽히는 시집이 오랜만인데...<br/><br/>시 들이 전하려고 한 말이 많아서인지<br/>날이 무더워서 인지 모르겠다.<br/><br/>- 거기에 돌부리가 있다는 말을 다섯 번쯤 듣고도<br/>같은 곳에 걸려 넘어졌다.<br/>그러자 당신은 내가 넘어질 곳에 습기 머금은 흙을 덮어주기 시작했다. - 시인의 말<br/><br/>- 나선계단을 오르면 어느 날에는 레코드 가게가 되었다가 어느 날엔 거실이 되고, 어느 날엔 헌책방이 됩니다. 사고 싶은 책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꽂아 넣고 다음 날 다시 찾으러 오는 마음. 그러고도 사지 못하고 다시 더 깊은 구석에 꽂아 넣는 것. 그림자는 내 옆으로도, 앞으로도 생겨날 수 있는데 항상 뒤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곡해하며 자라났습니다. - 계단참 중<br/><br/>- 벌써 벚꽃이 피었다니, 감탄하는 3월의 사람들. 얼굴을 모른 채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사람을 깊이 사랑할 수 있겠다. - 식물 식별 능력 중<br/><br/>- 전등이 떨린다. 식탁에 모여 앉은 어제와 내일과 당신. 대화를 나누는 너희 사이에서 잠자코 있는 것만으로 나는 거짓을 쌓아가는 거예요. 둥그런 식사는 너의 배려와 무심함의 형상이었다. 우리가 그저 서로의 평범한 저녁이었더라면, 시간이 흐르더라도, 이렇게 변했구나, 손등을 쓸어내리는 손끝을 피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손을 잡아끌어 거머쥐었더라면. - 내밀의 빛 중<br/><br/>- 우리는 모두 이불에서 태어난걸요. 천에서, 유연함 속에서.<br/>(...)<br/>타향이 고향이 되는 거야. 어지럽게 짐이 펼쳐진 거실 마루에 앉았다. 반나절 만에 다른 곳으로 왔구나. 달라지기보다 달라지기를 결심하는 시간이 길고. 본가가 어디냐고 물으면 태어난 곳을 말해야 할지, 자라온 곳을 말해야 할지, 부모님이 계신 곳을 말해야 할 지 고민했다. - 주소력 중<br/><br/>- 결말을 걱정하진 않습니다. 잘 되든 못되든 모두 별일이 아닙니다. - 해로운 장난 중<br/><br/>- 그 한낮, 창고에서 불탄 사람은 서른여덟 명이다. 그 숫자를 확인하기까지 물류 창고 현장에 나간 기자와 취재부 사이에 수많은 통화가 오갔고, 취재부와 편집부 사이에 수많은 뜀박질이 있었다. 사망자의 숫자가 표시되는 전광판 앞에서 그는 차오르는 숫자를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서른입니다, 서른하납니다, 서른셋입니다, 넷입니다, 다섯, 여섯, 일곱입니다. 사회부장과 했을 가장 마지막 통화에서 그는 "서른여덟인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서른여덟입니다'가 아니라 '여덟인 것 같습니다'라는 불확실한 단정. 수회기 너머로 보고를 들은 사회부장은 불길이 화를 냈다. 그런 말끝 처리가 촌각을 다투는 마감 시간에는 아무 쓸모 없는 예의차림이어서였을까. 1면 톱기사 제목에 실릴 사망자 숫자가 틀려선 안 되기 때문이었을까. 확실한 건, 서른여덟 명이나 죽었단 사실에, 그 밤 사무실에 앉아 있던 우리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br/>그 한낮, 불탄 창고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속보를 날랐던 그는 "너무 공감하면 안 돼"라는 말을 했다. 서른여덟 번의 죽음에 한결같이 슬퍼한다면 속보를 쓸 수 없을 테니. 그렇지만 가끔 생각한다. 서른여섯번 째 사람과 서른여덟번째 사람의 죽음, 그 사이에 숫자가 무슨 상관일까. 오탈자가 무슨 잘못일까. 오히려 서른여덟이란 결말로 가는 한 단계로써 그 근처의 숫자들엔 개연성이 생겨난다. 서른여덟이란 결말에 다다르기 직전까지 한 번이라도 그 비극에 망설여본 사람이라면 '사망자가 모두 서른여덟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끝을 흐릴 것이다. 서른여섯이든 여덟이든 모두 비극이지만 그래도 조금 덜 슬픈 결말에 발이 묶일 것이다. - [1보] [9보] [12보] 중<br/><br/>- 아름다움의 곁을 지나면 모든 것과 멀어졌다. 정강이 높이만큼 솟은 등불들이 지키는 길은 그래서 어떤 계절에도 슬프지 않은 때가 없었다. - 여우의 귓바퀴 중<br/><br/>- 생활의 70퍼센트는 대기하고 참는 일이야.<br/>정박으로 떨어지는 노래를 느리게 허밍하다가<br/>왼발에 맞춰 구령을 넣는 거야. - 인터로킹 중<br/><br/>- 나는 당신의 어린 모습이 닳는 게 아까워서<br/>아무것도 짐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모과 중<br/><br/>- 수평선에서 파도가 생기는 순간을 지켜보기.<br/>사람도 이렇게 사랑한 적이 없었다.<br/>(...)<br/>우리는 끊임없이 각자의 마음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 해발 중<br/><br/>- 우연은 경이로움으로 오역되곤 한다. - 대체 가능한 사람 중<br/><br/>- 눈을 감고 걸어 다닌 길은<br/>눈을 감아야지만 찾아갈 수 있다. - 윤곽 중<br/><br/>- 어느 날 당신이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br/>안방으로 들어가니 당신은 내 손목을 잡아 바닥에 눕혀<br/>이불을 목까지 덮어주고 꾹꾹 빈틈없이 눌렀다.<br/>"달라진 거 없어요?"<br/>"잘 모르겠어요."<br/>"새 이불이에요, 햇볕에 종일 말렸어요."<br/>그러고 보니 정말 이불을 들썩일 때마다 얼굴 위로 햇볕을 머금은 냄새가 났다. 맨다리에 닿는 감촉도 습기 없이 빳빳했다.<br/>그해 당신은 나에게 새봄의 첫 이불을, 그 고실고실한 햇볕을 선사한 것이다. - 뒷 표지 문구<br/><br/>2026. jul.<br/><br/>#우리는모두이불에서태어난걸요 #봉주연 #문학과지성시인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81/7/cover150/89320443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1810756</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호텔 뒤락 - 애니타 브루크너 - [호텔 뒤락 (무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74928</link><pubDate>Thu, 27 Aug 2026 13: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7492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977&TPaperId=1747492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98/94/coveroff/89546139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977&TPaperId=1747492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호텔 뒤락 (무선)</a><br/>애니타 브루크너 지음, 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02월<br/></td></tr></table><br/>풍속 소설..<br/><br/>이런 소재가 '문제적'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그렇게 이해하는 걸로<br/>이 이야기를 이해했다.<br/><br/>결혼에 대한 집착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던 시절.<br/>호텔 뒤락에 유배당하듯, 도망치듯 도착한 후<br/>직면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은 외면하고<br/>투숙객들을 관찰하는 일에 집중하는 주인공 이디스를 보면 흠...<br/>회피형 주인공 그 자체 아닌지.<br/><br/>사랑으로 불거진 개인의 불행을 피해 자의와 타의로 유배 온 장소에서도 끊임없이 사랑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br/>당시의 시대에서 여성의 운신의 범위가 무엇보다도 사랑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지만,<br/>그 모든 사유의 과정이 여성의 독립,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어렵게 자신을 합리화해야 하는 내면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br/>그러나 마지막에 결국 신의 없는 남성에 환멸을 느끼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엔딩이 되는 점은 좀 시답잖게 마무리 짓는 느낌이 들긴 한다.<br/><br/>진보적 관점으로 풀어내기보다는 그저 당시의 사회상이 거울처럼 반영된 이야기.<br/><br/>그리고 재미는 좀... 없는 편.<br/><br/>-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운 나쁘게 저지른 잘못은 잊고 신중하고 착실한 원래의 성품을 되찾을 것이었다. 그 잘못이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기에 집에 있어야 할 자신을 사람도 별로 없는 이곳으로, 잠시 동안의 유배생활로 내몰았다. - 10<br/><br/>- 호숫가를 따라 산책하며 이디스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불합리와 불가피성이 늘 같이하기 마련인 꿈속에서 말없이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러듯 목적지가 뚜렷해질 때까지 이 글을 계속 걸어가야 할 것 같은 절망감과 어떤 파국으로 치달을 호기심이 동시에 느껴졌다. - 25<br/><br/>- 토끼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그들은 경주에서 이기느라 너무 바빠요. 선전은 모두 다른 방향으로 하고 있지만 거북이야말로 위로가 필요한 존재들이에요.- 33<br/><br/>- 이디스는 깨달았다. 책을 쓰는 일을 입으로 하고 있어도 그것은 거북의 삶이었다. 바로 그것이 자신과 같은 거북들을 위해 소설을 쓰는 이유였다. - 35<br/><br/>- 환자처럼 무거운 몸으로 목욕을 하면서 이디스는 자신에게서 분별력을 뽑아내려고 애썼다. 우울증이 덮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해야 했다. 글쓰기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모든 걸 침착하게 받아들이자, 그녀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생각하지 말자. 문을 모두 닫자. - 75<br/><br/>-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몸이 떨려왔다. 자신이 저지른 부정한 행위에 생각이 미치자, 자신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친구가 되어준 훌륭한 여자들을 하찮게 생각하는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나는 늘 여자에게는 너무 가혹했어,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여자들의 경계심과 참을성과 스스로를 성공한 사람으로 광고해야만 하는 그 필요성까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인정해서는 안 되는 여자들의 필요 말이야. 그 모든 걸 너무도 잘 알지.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니까. - 103<br/><br/>- "당신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잘못 끌려가고 있으니까요 사랑한다고 수없이 고백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완전한 조화란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요? 단순히 감정의 단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탓에 많은 시간과 추측을 낭비하며, 끊임없이 고뇌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요? 가볍게 알고 지내는 것이 깊은 열정보다 언제나. 실제로 더 유효하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입니까?"<br/>"네, 알고 있어요." 이디스가 우울하게 말했다.<br/>"그러니 그걸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일단 이 세상을 자기 것이라고 마음을 정하고 바라보면, 세상이 얼마나 희망적인 곳으로 바뀌는지 모를 거예요. 일단 자기중심적이 되고 나면 모든 게 다 건강해질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아니면 차라리 하고 싶지 않은 게 무엇인지 결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지요." - 111<br/><br/>-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디스."<br/>"아니요, 난 틀리지 않았어요."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내 말은 사랑 때문에 망가지고 괴상한 징후가 생기고 우스꽝스러워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내가 말하는 건 그것보다 훨씬 진지해요. 내 말은 난 사랑 없이는 잘 살아낼 수가 없다는 뜻이에요. 다른 어떤 힘이 있어도 사랑 없이는 생각할 수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고 심지어 꿈도 꿀 수도 없어요. 살아있는 세상에서 배제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차가운 피가 흐르는 물고기 같은, 움직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려요. 안에서부터 파멸해버리는 거죠. 내가 생각하는 완전한 행복이란 저녁이면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올 걸 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온종일 햇볕 따가운 정원에 앉아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거예요. 매일 저녁 그 사람이 올 거라고요."<br/>"정말 로맨틱한 사람이군요, 이디스." - 114<br/><br/>- 이디스가 지친 듯 말했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나는 네빌 씨나 그의 돈을 좇지 않아요. 돈은 내 손으로 직접 벌어요. 돈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버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후보자를 탐색하는 여자들의 시각이 나는 싫어요"<br/>"그게 왜 나쁜지 모르겠네요." 모니카가 열의 없이 대꾸하더니 조금 쉬었다 덧붙여 말했다. "남자들도 그러는데요." - 171<br/><br/>-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게 신경 쓰이진 않나요?"<br/>"아니요. 도리어 안심이죠. 난 당신의 감정이 짐이 되는 건 원치 않아요. 낭만적인 기대 없이도 이 모든 일은 가능해요."<br/>이디스는 그를 향해 돌아섰다.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렸고 눈빛은 어두웠고 입매는 씁쓸해 보였다.<br/>"그리고 당신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요?"<br/>네빌 씨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모호함이 전혀 없는 슬픈 미소였다. - 196<br/><br/><br/>2026. jul.<br/><br/>#호텔뒤락 #애니타브루크너 #문학동네세계문학]]></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98/94/cover150/89546139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989480</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달에 울다 - 마루야마 겐지 - [달에 울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72741</link><pubDate>Wed, 26 Aug 2026 11: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727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4562&TPaperId=174727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19/8/coveroff/89570745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4562&TPaperId=174727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달에 울다</a><br/>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07월<br/></td></tr></table><br/>오래 전 사둔 책이고, 손이 가지 않아 너무 묵힌 책인데.<br/><br/>갑자기 눈에 띄어 후루룩 읽었다.<br/><br/>큰 감흥이라기보단 <br/>흠... 일본 문학... 이라는 감상이다.<br/><br/>꽤 익숙한 감성이랄까.<br/>고풍스럽고, 모호한 환상성이 가미되어 있는 약간 미친 이야기들.<br/><br/>- 이 마을에는 불지 않는 바람이다.<br/>그것은 강의 수원지 부근에서 사과꽃 향기를 실어 온다. 언젠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야에코와 함께 그 사과밭에 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살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든다. 백구도 데려갈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다.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된다. 그곳에서는 나와 야에코 그리고 백구만 살 것이다. - 달에 울다, 26<br/><br/>- 조금씩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br/>텔레비전 따위는 보지 않고도, 사과와 더불어 20년을 살아 온 것만으로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버지 같은 남자들이 대륙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짐작이 간다.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변명은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온갖 짓을 다 저지르고도 나중에 입을 싹 닦고 잘 살아간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다. 말하자면, 야에코 아버지 일로 괴로워하는 마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런 것이다. - 달에 울다, 38<br/><br/>- 솔직히 말해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런 식으로 마을을 떠날 수 있는 그녀가 전혀 비참하다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30년 만에 그녀는 겨우 해방된 것이다. 그 시기가 너무 이른 것인지 너무 늦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 달에 울다, 74<br/><br/>- 내친 김에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br/>"개도 정신병에 걸리나요?"<br/>"그럼." 수의사는 나를 외면하며 말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미치게 마련이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들 조금씩은 이상하니까." 그는 구부러진 주삿바늘을 펴면서 덧붙였다. "이상하지 않으면 이런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지." - 조롱을 높이 매달고, 111<br/><br/>- 어쩌면 나는 세상에 장단 맞추는 것을 그만둘 기회를 오랫동안 노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드디어 그 일에 성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 조롱을 높이 매달고, 117<br/><br/>2026. jul.<br/><br/>#달에울다 #마루야마겐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19/8/cover150/89570745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190887</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눈물을 마시는 새 - 이영도 -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 전4권 (양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68674</link><pubDate>Mon, 24 Aug 2026 12: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686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735739&TPaperId=174686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coveroff/8982735739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735739&TPaperId=174686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 전4권 (양장)</a><br/>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01월<br/></td></tr></table><br/>"왕은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는 유쾌하고 장대한 판타지 서사.<br/><br/>오랫만에 도파민 최대치의 독서.<br/>재밌고 흥미진진해서 감정의 고양이 일어난다.<br/><br/>이런 옛날 옛날에 스타일의 이야기에 두근대다니 ㅋㅋㅋ<br/><br/>케이건 드라카, 티나한, 비형, 사모 페이, 륜 페이....<br/>정말 잘 만든 캐릭터 아닌지 감탄에 감탄을 했다.<br/><br/>비형.... 너무 취향의 도깨비. 소리 내서 5번쯤 웃었음.<br/><br/>유료 도로당의 뭔가 멋짐에 대해서도. :)<br/><br/>전반부가 지나고 4년이 흐른 시점의 이야기에선 또 다른 무드의 비감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br/><br/>지난하고, 잔혹하다 할 수 있는 광경들을 지나 부서진 이들이 다시 일어서려 하는 노력.<br/>그리고 그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게 아니고<br/>결국 또 반목하고 대결하고 견제하는 변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도.<br/><br/>그냥 그저 판타지 소설이 아닌 현실의 반영 같아서 더 와닿는 서사시.<br/><br/>그리고 얼른 50년 후의 피를 마시는 새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br/><br/>오래전부터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br/>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서 설명회를 한 영상을 보고<br/>정말이지 대단한 이야기꾼.....<br/>바로 영업당해 결제 클릭클릭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br/><br/>덕분에 7월에 독서량도 평균치를 웃돌았고, 읽는 뇌 세팅에도 무진한 도움이 되었다.<br/><br/>피마새도 바로 읽으려고 했지만.... 조금 아끼는 마음으로 살짝 미뤄본다. 책은 이미 책장에 있음... 든든함... ㅋㅋㅋ<br/><br/>&lt;1권&gt;<br/><br/>-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br/>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br/>그리고 그런것들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br/>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br/>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 1권 서문<br/><br/>-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 - 해묵은 금언<br/><br/>- "그런 걱정은 하지 말게. 케이건의 분노는 모조리 나가들에게 돌려져있어. 그리고 그에게 다른 분노를 살 수도 없어."<br/>"분노를 살 수 없다고요?"<br/>"그래. 서신에서 본 것처럼 그에겐 더 뺏을 수 있는 것도 없어. 나가들이 모조리 다 빼앗아갔으니까. 역설적으로 들릴 테지만 나가를 제외한 자들에게 있어서 케이건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분노하게 할 수 없으니까."<br/>"슬픈 말씀이군요." - 51<br/><br/>- &lt;인간들도 꿈을 믿어.&gt;<br/>&lt;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지. 어리석기로는 거기서 거길 테니.&gt;<br/>&lt;그리고 나도 믿고 싶은데.&gt;<br/>화리트는 정신을 닫은 채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60<br/><br/>- 그제야 케이건은 한계선 이북과 이남이 얼마나 오랫동안 단절되어 있었는지를 절감했다. 수백 년 전 나가들의 폭풍 같은 북진이 기온이라는 절대적 한계에 부딪혀 중단되고 마침내 대확장 전쟁이 끝났을 때 세계는 두 동강이 나버린 셈이다. 나가들의 땅 키보렌과 그 북쪽의 땅. 뒤 쪽의 세계는 산이나 황야, 사막, 초원, 숲, 빙하 등이 있는 정상적인 세계다. 그러나 앞쪽의 세계에는 밀림뿐이다. 키보렌이라는 단 하나의, 세계의 반을 뒤덮은 숲.<br/>케이건은 거기서 희극의 요소를 발견했다. 오직 단 한 사람, 한계선에 가장 근접한 도시 카라보라의 최남단에 나가를 도축, 가공, 요리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완비해 두고 매일같이 나가를 잡아먹으며 사는 인간 한 명을 제외한다면, 이제 모든 이들에게 나가들과 그들의 땅 키보렌은 전설 속의 존재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나가들이 그들 이외에 그들을 증거해 줄 자를 찾아내야 한다면 그들은 그들을 가장 증오하는 자를 찾아와야 할 것이다. 대사원의 영리한 승려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br/>증오란 원래 그렇다. - 99<br/><br/>- &lt;나가 살육자?&gt;<br/>나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계선 근처에 출몰하며 나가를 잡아먹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 괴물은 바라기라 불리는 쌍신검을 휘두르며 추위와 함께 나타난다. 그리고 추위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나가를 얼음 깨어먹듯이 씹어 먹는다고 한다. 지금껏 사모는 그 나가 살육자가 한계선의 추위를 상징하는 상상의 괴물일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는 그 이야기 속에서 묘사하는 것과 똑같은 인간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은 채 달려오고 있었고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니르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 232<br/><br/>- 사모는 대답하지 않은 채 앞쪽의 어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카루는 결국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닐렀다.<br/>&lt;페이. 돌이 식기 전에......&gt;<br/>&lt;이자들이 왜 신을 잃었을까?&gt;<br/>사모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카루는 약간 당황했다.<br/>&lt;에? 자신들의 오만 때문이지 않습니까?&gt;<br/>&lt;그건 나도 알아. 구체적으로 어떤 오만이라는 거지?&gt;<br/>&lt;글쎄요. 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요? 혹은 자신들이 신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거나.&gt;<br/>사모는 통로의 벽과 천장, 바닥을 죽 둘러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br/>&lt;그런 자들이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을까?&gt; - 305<br/><br/>-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br/>"독약을 마시는 새!"<br/>고함을 지른 티나한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케이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br/>"눈물을 마시는 새요."<br/>티나한은 벼슬을 곤두세웠고 륜은 살짝 웃었다. 피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던 비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br/>"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면 죽는 겁니까?"<br/>"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사는 건, 몸 밖으로 절대로 흘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은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쇼?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br/>"하지만?"<br/>"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br/>륜과 티나한은 알 듯 모를 듯하다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비형은 환한 표정이 되었다. - 369<br/><br/>&lt;2권&gt;<br/><br/>- 하지만 그 시점에서 사모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유료도로당의 사람을 보는 관점이었다.<br/>이곳에서는 사람을 사람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모든 요소가 무시되고 있었다. 여행자의 품성과 지성과 감성 따위는 유료 도로당에게 조금도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여행자가 통행료를 지불하느냐 지불하지 않느냐의 이분법만이 존재했다. 사람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일 수 있는 그 장면에서, 그러나 사모는 동시에 정반대의 의미도 발견했다. 여행자의 외모와 종족과 고향 같은, 어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람다움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것들 또한 유료 도로당의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br/>보좌관은 말했다. '저 두억시니들은 통행료 안 냈다.'<br/>사모는 그 말을 뒤집어 보았다. '통행료를 내면 저들은 여행자다.' - 116<br/><br/>- "여행자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길을 걷는 자들입니다."<br/>"그럼 우리 유료 도로당은 무엇인지 말해 주겠소?"<br/>"우리는 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br/>"누구를 위해?"<br/>"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 120<br/><br/>-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시구리아트 유료 도로당의 당주 보좌관은 당 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br/>'사모 페이는 두억시니들의 통행료를 지불한 다음 그들을 유인하며 관문을 통과하였다. 신을 잃은 그들 두억시니들에게 신의 가호를 바랄 수는 없으니, 나는 사모 페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어진 마음이 저 가엾은 자들을 긍휼히 여기길 바란다.' - 141<br/><br/>&lt;3권&gt;<br/><br/>- 기약 없는 구원이 현존하는 고통의 대가가 될 수 있습니까? 고통을 받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신들이 아닙니다. - 129<br/><br/>- "제 생각에는 그럴 것 같지 않군요. 또 한 명의 케이건 드라카가 겨우 4년 만에 만들어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br/>"케이건 드라카를 잘 알아?"<br/>"그분을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 140<br/><br/>- 사모는 더 이상 니를 수 없었다. 참으로 거대한 니름이 그녀를 향해 노도처럼 쏟아져왔다.<br/>&lt;살아가, 제발. 살아가!&gt;<br/>거기에 애정이 있었다. 사모는 받아본 적 없는 거대한 애정에 놀랐다. 니름이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애정과 관심이, 그리고 수단이 아닌 목적인 호의가 있었다. 웃음, 즐거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완전한 기쁨. 사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멍청한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온통 적셔버리는 환희는 사모마저도 즐거움에 넘치게끔 만들었다. 유해의 폭포는 영원히 사라지지만 그것은 절대로 슬픈 일이 아니었다. 정신적 홍소, 폭소라도 터뜨리고 싶은 기분 좋은 소멸. 유해의 폭포는 마지막으로 농담처럼 닐렀다.<br/>&lt;제발,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는 자를 조심해...... 하하하!&gt;<br/>사모는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지복에 찬 소멸이었다. - 455<br/><br/>&lt;4권&gt;<br/><br/>- 사모는 침묵한 채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br/>"우리는 곧 륜을 다시 만날 거야.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br/>"말씀하십시오."<br/>"언젠가 륜에게 해줬던 일을 다시 해줄 수 있을까."<br/>"공작님을 한계선 북부로 데려가라는 말씀입니까?"<br/>"그래. 그리고......"<br/>"그리고?"<br/>"그리고, 요스비에게 해줬던 일을 해줘."<br/>케이건은 말없이 사모를 바라보았다. 사모는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려 케이건의 이마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br/>"친구가 되어주라고."<br/>"왜 제게 부탁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br/>"너보다 더 적격인 자가 없으니까." - 133<br/><br/>- "네가 원했던 것이 무엇이냐?"<br/>"사랑하기 위해 사는 삶."<br/>사모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케이건을 바라보았다.<br/>(...)<br/>"왜 이해할 수 없을까? 입장을 바꿀 수는 없을까? 길지 않은 생, 가슴에서 피비린내를 풍기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의 서로 다른 겉모습은 광적인 증오의 원인이 아니라 다시 없이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사람은 새로움 속에 살아간다. 모든 것은 항상 바뀌어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늘이 덮인 저 남부의 이방인들을 우리의 의식과 지혜를 발전시킬 새로운 자극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가장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대상이 없는 사랑은 없다. 그리고 새로운 대상은 새로운 사랑을 약속한다. 남쪽에서 온, 비늘 덮인 그들은 나의 또 다른 형제며 혈육이다. 그리고 축복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싶다. 그들은 얼마나 고마운 자들인가.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하나 더 얻었다."<br/>케이건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조소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br/>"나는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br/>사모는 이런 거대한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르다는 것이 증오의 원인이 아니라 거대한 축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혹은 그러했던 사람이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 294<br/><br/>-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어떤 가능성도 없다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남을까?"<br/>아이의 말은 케이건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케이건은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br/>"내일을 계속 오늘로 만들면 돼." - 334<br/><br/><br/>2026. jul.<br/><br/>#눈물을마시는새 #이영도 #황금가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cover150/8982735739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757</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꽤 낙천적인 아이 - 원소윤 - [꽤 낙천적인 아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65350</link><pubDate>Sat, 22 Aug 2026 13: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653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319&TPaperId=174653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52/1/coveroff/8937477319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7319&TPaperId=174653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꽤 낙천적인 아이</a><br/>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07월<br/></td></tr></table><br/>세상을 싸늘하게 관조하는 듯하지만<br/>작가 원소윤은 낙천적인 면도 있고 냉소적인 면도 있는<br/>사랑이 많은 아이인 것 같다.<br/><br/>유년기의 서술들을 따라가다 보면<br/>나의 유년기도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데<br/>유독 과거의 기억 방면에 문제가 있다 보니 <br/>나라면 절대라고 까지는 아니지만 못할 작업이지 싶다.<br/><br/>생전 본적도 없는 이들에게 가족을 맡기는 심정을 서술한 부분에서 한참 멈춰 있기도 했다.<br/>더불어, 세상이 좋아져서 상황이 괜찮아서 나는 누구의 짐도 되지 않고 안녕을 고할 수 있기를.<br/>하는 생각도.<br/><br/>민음 북샵에서 구매해서 작가의 추천 레터도 포함되어 있었는데,<br/>이게 또 원소윤 작가의 귀여운 면모를 보여준다.<br/><br/>- 땀을 흘리고 닦는 작가가 될 거야!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벌을 받는 작가가 될 거야! - 추천 레터 중<br/><br/>- 은행에 도착한 치릴로는 로무알다 손에 통장을 거칠게 쥐여 줬다. 여기 있는 돈을 정리해서 당장 다 가져가라고.<br/>"내 돈 안 뜯어 간 사람 너밖에 없다. 나 죽으면 다 나눠 가질 테니, 그 전에 네 몫 챙겨라."<br/>여기까지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것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치릴로가 깡패처럼 로무알다를 끌고 갔다는 발단 대목에서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다. 치릴로가 은행을 털러 가는 길에 "아, 맞다! 인질이 필요하지!" 하고 만만해 보이는 로무알다를 고른 것도 아니고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것도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다음에는 순조로운 전개를 맞겠구먼, 한시름 놓았다. - 21<br/><br/>- 무심한 조명 덕분에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만일 극복한다면 뭘 극복해야 하는 걸까. 심지어 극복이 무얼 위한 것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 32<br/><br/>- 나는 귀한가. 매 순간 느끼고 있는바에 근거해 말하자면 나는 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모두가 안 귀해 보였다. 솔직히 그것 자체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 겪어 내는 고통의 크기가 측량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었다. - 35<br/><br/>-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데 나는 한 사람과 만났고 오래 이야기했고 그럴 수 있어 기뻤다. 동시에 두려웠다. 살아가는 데에 특별히 필요한 게 없는 사람이 되려 했는데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길 것 같았다. 꼭 필요한 뭔가가 생긴 삶은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지? - 171<br/><br/>- 그러고 보니 기가 찼다. 아까 병원 유니폼 입은 사람들, 그들이 누구인 줄 알고 엄마를 맡긴 걸까. 엄마를 마취하고 피부를 째고 뼈를 맞추도록 맡긴 걸까. 신용을 알 수 없는 이들에게 거금을 넘긴 기분이었다. 시간도 남아나겠다, 기도나 해볼까 싶었지만 신앙심을 잃은 지 오래여서 기도의 샘이 바짝 말라 있었다. 그 누구를 향한, 그 무엇을 향한 어떠한 믿음도ㅗ샘솟질 않았고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단연 엄마였다. - 199<br/><br/>- "장기를 줄 수 있는 상황이어야 장기를 줄 수 있는 거야. 나중에 아빠 장기가 기증되잖아? 그럼 참 잘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돼."<br/>놀랍게도 그 얼렁뚱땅한 말이 내게 위안을 주었다. - 207<br/><br/>- 불광천에는 '바르게 살자'라는 구호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불광천에 들를 때마다 나는 비석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비석은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서 세운 것으로 이 협의회가 '삼청교육대'의 후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늘 사진을 찍었다. 바르게 살자. 세상에 이보다 와닿는 말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226<br/><br/><br/>2026. jul.<br/><br/>#꽤낙천적인아이 #원소윤 #민음사 #오늘의젊은작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52/1/cover150/8937477319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7520137</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불필요한 여자 - 라비 알라메딘 - [불필요한 여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59280</link><pubDate>Wed, 19 Aug 2026 10: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592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5031&TPaperId=174592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10/95/coveroff/k18213503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5031&TPaperId=174592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불필요한 여자</a><br/>라비 알라메딘 지음, 이다희 옮김 / 뮤진트리 / 2026년 02월<br/></td></tr></table><br/>베이루트 노년 여성 알리야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다.<br/><br/>거부할 수도 없이 떠밀려 온 초년의 인생이 다행히도?? 4년 만에 이혼을 해준 남편 덕에... <br/>그녀만의 삶이 되는 아이러니.<br/><br/>삶에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위엄'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br/><br/>비단 여성의 삶 뿐 아니라 베이루트의 남성 역시 끔찍한 선택의 길 뿐이었다는 비극이 담담하게 그려져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br/><br/>언제 비명횡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전시의 베이루트에서 늙음이라는 결코 우아하지 않은 삶의 과정을 되뇌이며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하던 사람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조금씩 열리는 과정을 보는 일도 작은 행복을 준다.<br/><br/>삶은 그렇게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알려주는 적당히 거리를 두는 적당히 참견쟁이에 적당히 다정한 사람들이 둘러보면 늘 주변에 한 둘은 있는 것이다.<br/><br/>세 마녀 만세!<br/><br/>노년 여성의 내면,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문화권에 대한 깊은 이해, 여성들 간의 연대를 그려내는 시선이 너무나도 여성적이라서 작가 라비 알라메딘이 59년생 남성이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느껴졌고, 다른 책들이 더 없는지,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검색을 해보다 그림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활동, 성적 지향이 이런 깊이 있는 이해가 아마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br/><br/>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은데, 2009년 출간된 적 있는 하카와티는 이미 절판된 것 같고, 다른 책은 더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br/>진짜로!! 아쉬워!!<br/><br/><br/>- 책을 읽고 쓰는 일은 아마도 인간의 존엄성에 남은 마지막 무기일 것이다.<br/>신마저 증발하고 없는 이 끝없는 굴욕의 시대 이전에<br/>신이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던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br/>우리는 우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br/>더욱이 그뿐만이 아니라는 사실. 아니면 말고. - 리처드 플래너건, &lt;굴드의 물고기 책&gt;<br/><br/>- 정신이 팔린 이유에 대해 가벼운 변명을 해보자면 이렇다. 연말이 되면, 나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해 완성한 번역본을 읽어본다. 최종적으로 소소한 수정작업을 하고 페이지를 순서대로 놓은 뒤 상자에 넣는다. 레드 와인 두 잔을 마시며 치르는 일종의 의식이다. 고백하자면, 마지막으로 다시 읽어보면서 비로소 나 자신을 격려하고 작업을 잘 끝낸 것을 자축한다. 올해에는 소설 &lt;아우스터리츠&gt;를 번역했다. W.G.제발트의 작품은 두 번째다. 오늘 원고를 읽으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마도 주인공의 고독한 절망 때문이었겠지만 한나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 14<br/><br/>- 성인이 된 후 거의 매해, 정확히는 스물두 살 이후로 거의 매년 1월 1일 번역을 시작했다. 이날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공휴일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첫날 일을 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는 것을 나도 물론 알고 있다. 하루는 베토벤 소나타 필사본을 뒤적이는데, 끝에서 두 번째 작품인 작품 번호 110, 가장 훌륭한 내림 가장조 소나타에만 우측 상단에 날짜가 적혀 있는 게 보였다. 마치 작곡가가 1821년 성탄절에 일을 하느라 바빴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고 싶어 한 것 같았다. 나 또한 공휴일에도 일을 하는 편을 택한다. - 15<br/><br/>- 책을, 묶이지 않은 상태의 번역본을, 상자에 넣는 일. 그것이 내 삶이다. -16<br/><br/>- 나는 이미 오래전에 글에 대한 맹목적인 갈망에 나를 맡겼다. 문학은 내 모래 놀이터이다. 나는 그 안에서 놀고, 요새와 성을 쌓고, 황홀한 시간을 보낸다. 날 힘들게 하는 것은 놀이터 바깥의 세상이다. 나는 눈앞의 세상에 온순하게, 그러나 관습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적응해왔다. 내 안의 책 세계에 큰 불편 없이 은거하기 위해서였다. 모래의 비유를 변형해 보자면 문학은 내 모래 놀이터, 현실 세상은 나의 모래시계이다. 모래는 한 톨 한 톨 빠져나간다. 문학은 내게 삶을 주고, 삶은 나를 죽인다. 하긴 삶은 누구든 죽인다. - 16<br/><br/>- 나는 혼자다.<br/>이것은 내가 내린 선택이지만, 다른 선택지도 거의 없었다. 당시 베이루트 사회는 아이가 없는 이혼녀에게 그다지ㅣ 다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누울 자리를 보았고 다리를 뻗었다. 소박하고 편안하고 적당한 자리였다. - 20<br/><br/>- 쿠란의 내용이 유치하고 고압적이라고 조롱할 수는 있지만, 쿠란의 문체는 다르다.<br/>내 눈을 뜨게 한 것은 결국 시였다. 쿠란이 아닌 시가, 보옥을 다듬는 그 기술이 나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사랑의 발견이 꼭 시의 발견보다 더 아름다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더 관능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br/>그 불을 붙인 시인을 기억한다. 새카만 전사 시인 안타라였다. 죽을 위기의 언어가 소생되던 순간의 충격을 기억한다.<br/>너를 기억했다 창끝이 내 안에서 갈증을 해소하고<br/>흰 칼이 내 피를 뚝뚝 떨어뜨릴 때<br/>나는 간절히 칼날에 입 맞추고자 했다<br/>네 미소처럼 번득이던 그 칼날에 - 23<br/><br/>- 아버지는 나에게 줄 가르침이 없었다. 가족 누구도 나에게 건넬 말이 없었다.<br/>나는 우리 집안의 맹장이다. 불필요한 부속 기관이다.<br/>이 집안은 나를 열여섯에 시집보냈다. 학교를 유일한 보금자리로 삼았던 나를 설익은 상태로 따다 몸도 마음도 작은 사람에게 주었다. 청소년에게 결혼만큼 불쾌한 제도는 없다. 신혼집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였는데, 남편은 4년도 채 지나기 전에 내 앞에 서서, 법의 요구에 따라, 그 무엇보다 짜릿한 선언을 했다.<br/>"당신과 이혼한다."<br/>이혼은 남편이 결혼 생활을 통틀어 보여준 가장 자기다운 결정이었다.<br/>그 불능충은 문지방을 넘어 나갔고, 그 이후로 이 집 바닥에는 한 번도 그 자의 발이 닿은 적이 없다. 나는 어렸지만 눈물 한 방울 떨구지 않았다. 천성이 시키는 대로 했다. 밀고 닦고 치우고 살균해서 그 어떤 흔적도, 그 어떤 냄새도, 머리카락 한 올도, 손자국 하나도 남겨놓지 않았다. 그가 중후해 보이려고 피우던 냄새 지독한 파이프와 더러운 모자를 걸어두던 못들도 벽에서 뽑았다. 파이프 재에 그을려 여기저기 구멍이 난 장식용 깔개들은 바늘과 실타래로 빠짐없이 손질했다. 모기장은 표백제에 푹 담갔다.<br/>나는 그의 냄새가ㅏ 저절로 빠지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싹 없애버렸다. - 27<br/><br/>- 수년 뒤인 1982년, 그 모든 것이, 문을 두드리고 욕을 하며 집을 내놓으라던 동생들의 외침이,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포위 공격과 함께 멈추었다. - 36<br/><br/>- 마침 주인이 짙은 색이 칠해진 거대한 참나무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바로 이것이 부싯돌이 되어 내 안에 불길을 지폈다.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스무 살 이혼녀에게 그런 책상 뒤에 앉는 것은 정말 위엄 있고 호화로운 일, 꿈꿀만 한 일로 여겨졌다. 내 삶에는 위엄이 필요했다. - 41<br/><br/>- 한나는 나에게 용기를 주려고 나타났는데, 나는 한나의 겉모습을 걱정하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난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코앞에서 꽃 피는 기적도 놓치곤 한다. 흐릿한 별에 집중하느라 별자리를 놓친다. 빨래를 널어두었는지 걱정하느라 휘황한 폭풍우를 못 보고 지나간다. - 76<br/><br/>- 나는 읽는 사람이다. 그렇다, 성가신 허리 통증을 견디며 읽는 사람이다.<br/>뼈가 쑤시거나 허리가 반항하면 수년 동안 몸을 소외시킨 데 대한, 심지어 멸시한 데 대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나는 나의 육체를 개탄했고 이제 나의 육체는 나를 개탄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나로부터 정당한 관심을 요구한다. 권리를 주장한다.<br/>한때는 몸보다 정신이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br/>높은 데 있는 알리야. 딸로 있는 알리야.<br/>알리야, 만물의 위에 있는 알리야.<br/>슬프도다, 슬프도다, 슬프도다. - 80<br/><br/>- 파디아를 향한 나의 감정의 매듭을 푸는 일은 프쉬케의 그 어떤 과업보다 힘들지만, 나를 향한 파디아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더 어렵다. 이 아이는 어린 신부였던 나를 우러러보았지만 이혼녀가 된 나를 혐오했다. 그러나 함께 나이가 드는 동안, 저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혐오하지도 않는다는 듯 예의를 갖추어 나를 대했다. 그리고 가끔은 매우 깊은 친절과 관용을 베풀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br/>전쟁으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타인으로 살 수가 없었다.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서로 돕고 지지해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익숙한 우정 같은 것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예의를 차려 무의미한 말을 나누는 것 이외에는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다. 드문드문 한 마디씩 섞을 뿐이었다. - 120<br/><br/>- "전쟁 중에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혼자 보내셨는지 항상 궁금했어요. 아, 그렇구나. 레바논 사람들이 피에 굶주렸을 때 책에 굶주리셨군요." 파디아의 웃음소리가 냇물처럼 졸졸 흐른다. 내가 웃어주지 않자 덧붙인다.<br/>"인정하세요. 재치 있었잖아요."<br/>"그래." 나는 인내심을 갖고 고개를 끄덕인다. - 133<br/><br/>- 살을 대고 있는 두 청소년은 더할 나위 없이 살아 있고 더할 나위 없이 밝다. 그 앞으로, 유리창에 창백한 은백색으로 반사된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나는 움찔한다. 불멸의 청춘 곁에 선 불멸의 노년.<br/>그러나 당신께서 보낸 강력하고 성난 세월은 뜻대로 했고,<br/>나를 쓰러뜨리고 망치고 야위게 했습니다. : 알프레든 테니슨, &lt;티토노스&gt; - 139\<br/><br/>- 나는 출간이 아닌 번역에 목숨을 건다.<br/>이제, 작업이 끝나면 별 관심을 두지도 않으면서 왜 그토록 열심히 번역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뭐랄까, 나는 최종적인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헌신한다. 난해하게 들릴 수 있고 그렇게 들리는 것도 싫지만, 어쨌든 내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은 그 행위, 작업 그 자체이다. 일단 책 한 권을 끝내면, 경이로움이 사라지고 수수께끼는 풀린다. 그러면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br/>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lt;불안의 서&gt;에서 페소아는 이렇게 말한다. "탁월한 인간에게 어울리는 태도는 오로지 이것, 스스로 쓸모없다고 여기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 무익한 질서를 유지하는 것, 지극히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특정한 철학적, 형이상학적 사유의 규범을 적용하는 것."- 165<br/><br/>- 갓 태어난 희망찬 조국이 독립 첫해를 맞은 1944년도 후반에 이르자, 한나는 계속 집에만 있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br/>그 시대의 젊은 중산층 여성이 뭘 할 수 있었을까? 학교를 나왔고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영어로도 "하우 두 유 두?"라고 인사할 줄 아는 여성이? 고등학교 때에는 철학을 사랑하고 또 잘했던 여성이 뭘 할 수 있었을까?<br/>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br/>(...)<br/>학교를 나왔고 두 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세 번째 언어도 기본 정도로는 할 수 있는, 고교 시절 철학을 사랑하고 잘했던 젊은 중산층 여성은 병원은 어디에 배치했을까?<br/>당연히 식당에서 배식을 하게 했다. - 203<br/><br/>- 아침은 지나갈 것이다. 슬프고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겠지만 지나갈 것이다. 내일과 내일, 또 내일도 이같이 하찮은 걸음으로 다가온다. - 241<br/><br/>- 내 무덤의 비석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너무나 많은 가능성, 선택지가 있다.<br/>"여기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이제는 죽고 없는, 여전히 홀로이고 여전히 두려움 가득한 알리야가 잠들어 있다."<br/>"죽음이여, 자만하지 말지어다. 그대가 정복한 것은 작은 점 하나." - 259<br/><br/>- 가령 결혼하면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알았다면 수업 시간에 질문을 훨씬 더 많이 했을 것이다. 나는 강제로 번데기에서 분리되어 세상의 모진 빛과 위협적인 폭풍우와 마주해야 했던 나방이었다.<br/>나에게 어떤 선택지가 주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알았다면 더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고 그 얼간이에게 좀 더 많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br/>놈이 거들먹거리며 피우던 그 담뱃대를 목구멍으로 쑤셔 넣어 버렸을 것이다. - 303<br/><br/>- 나는 무해함의 화신이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이나 애정을 바라지 않고 어떤 감정도 기대하지 않는다. 적이 생길 만큼 눈에 띄는 존재가 되길 바란 적도 없다. 태생적으로 수줍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늘 외톨이 신세지만 언젠가 참나리로 꽃 피어 요란하고 화려한 향기를 뿜고 싶다는 깊은 욕망을 품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단지 타인이 내 삶을 방해하길 바라지 않기 때문에 나 또한 타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고 살고자 한다. - 319<br/><br/>-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br/>늘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br/>무엇이 되고 싶다고 바랄 수조차 없다.<br/>그와 별개로, 내 안에는 온 세상의 꿈이 다 있다. - 409<br/><br/><br/><br/>2026. may.<br/><br/>#불필요한여자 #라비알라메딘 #강력추천도서<br/>#anunnecessarywoman #rabihalameddine #뮤진트리 #이다희옮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10/95/cover150/k18213503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109531</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정세랑 -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혼란을 끌어안는 쓰기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55647</link><pubDate>Mon, 17 Aug 2026 14: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556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9963&TPaperId=174556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5/53/coveroff/89609099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9963&TPaperId=174556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혼란을 끌어안는 쓰기에 대하여</a><br/>정세랑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06월<br/></td></tr></table><br/>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br/><br/>예상보다도 훨씬 더 글쓰기 독려의 글이다.<br/>망설이고 있다면, 한 글자를 써 내려가기 어렵다면 그러지 말아요 라는 친절한 권유.<br/><br/>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보다는 이런 류의 일을 더 하고 있는 시기인가 싶다.<br/>작가도 외부 활동 같은 것이 더 필요한 시기가 있을 수 있으니까.<br/><br/>말했듯 꽤 강연류의 산문이라 후루룩 (조금 설렁설렁) 읽었다.<br/><br/>- 존재하는 책들이 존재하지 않는 책들을 초대해 오기를 바랍니다. - 들어가는 말<br/><br/>- 뇌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 글쓰기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도 한다. 불안과 우울에 특히 효과가 있다고 읽었다. 돌이켜보니 나도 정신 건강에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글을 쓰기 전보다 밝아졌다는 평을 자주 듣고는 한다. - 31<br/><br/>- 책에서 책으로 점프하다가 며칠이 사라져 버렸다? 시간 낭비를 한 것이 아니다. 당신 안에 다른 사람에게 없는 정보의 사슬이 생겼을 테다. 딴 생각으로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한심한 게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흥미를 끄는 분야가 계속 나타난다? 산만하다는 비난을 튕겨내야 한다. 머릿속 기동력이 좋은 것이다. - 36<br/><br/>- 때때로 장르문학이나 대중문학을 대놓고 멸시하는, 여성서사나 소수자서사에 덮어놓고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도 마주쳐야 했는데 지나고 보니 무언가를 덩어리로 뭉쳐 사고하는 사람에게 굳이 모멸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구나 싶다. 성긴 평에서 드러나는 것은 저쪽의 바닥이며, 다행히 정교한 쪽이 비교할 수 없이 다수다. - 70<br/><br/>- 읽고 쓰는 사람들 사이는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 한 번 만난 적 없이도 매일 만나는 이들보다 가깝다. 온기도 떨림도 전해지는 그 가까움 속에서, 독자라는 상대를 궁금해하며 쓴다. - 150<br/><br/>- 쓰는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주섬주섬'인 듯하다. 기대만큼 멋들어진 모습은 아니겠으나 헤매고 주워 모으며 우리 발걸음이 그리는 점선이 종종 겹치면 좋겠다. 서로의 채집통을 들여다보고 환히 놀랄 수 있도록. - 202<br/><br/>2026. jul.<br/><br/>#당신의독자가될게요 #정세랑 #마음산책]]></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5/53/cover150/89609099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955383</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백지 앞에서 - 최은영 - [백지 앞에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50265</link><pubDate>Fri, 14 Aug 2026 11: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502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7654&TPaperId=174502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7/0/coveroff/k73213765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7654&TPaperId=174502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백지 앞에서</a><br/>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4월<br/></td></tr></table><br/>진지하다. 재미 보단 의미를 읽으면 좋다.<br/><br/>그러나 지나치게 묵직하니 조금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br/>또 그러나 공감, 공유할 수 있는 주제들로만 모여있어 후루룩 읽게 된다.<br/><br/>- 어려서부터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솔직하기를 바랐고 그래서 내 존재가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랐다. 돌아보니 그 소망은 정확하게 내 결여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이 결여한 부분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관념을 습관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고 용기 있는 사람은 그게 용기인 줄도 모른다.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은 인생이니 삶이니 같은 말에 관심이 없다. 내가 용기나 자유 같은 가치에 끌렸던 건 내가 비겁하고 부자유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 16<br/><br/>- 나를 추동하고 나아가게 하는 내 안의 이야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삶의 방식, 쓰지 않으면 어째서인지 약해지고 마는 나의 존재. 그 모든 것이 나를 다시 백지 앞에 서게 한다. - 49<br/><br/>- 나는 아픔만큼 개인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픔은 개개인의 가장 깊은 욕망보다도 더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어떤 말이나 표정 때문에 누군가는 삶을 저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처럼. - 54<br/><br/>-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았지만 그뿐이었다. 이번 일을 지나면서야 나는 삶이 그저 일시적으로 주어진 것이며 나에게는 바로 지금, 현재밖에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과거의 성공이나 실패로, 미래에 대한 기대나 불안으로 나는 나의 현재를 무가치하게 대했다. 내 진짜 삶은 언젠가 도래할 것이며, 내가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건 어떤 특정한 이유 때문이라고 나를 속이고 길들였다. 하지만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재뿐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에 지레 겁먹으면서 현재를 포기할 수는 없다. 내 진짜 삶은 언젠가 어떤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불완전해 보이는 여기에 있다. - 96<br/><br/>- 과거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이야기 속에 담아 말하는 것, 그리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듣는 것. 그런 일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감지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경멸하고 조롱하는 정서가 어느 때보다도 만연한 요즘인 것 같다. 프리모 레비는 어떤 사회라도 대화를 포기하고 파시즘으로 흐를 때 언제든 수용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대화해야 한다.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우리가 겪어온 시간에 대해서 말하고 들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과거를 바로 세울 때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무책임한 비관주의로 기우는 것을 경계하면서. - 225<br/><br/>- 나는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 사회의 인간성에 대한 척도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곧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말이다. 애도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일이자 동시에 인간의 권리이기도 하다. - 237<br/><br/>2026. jun.<br/><br/>#백지앞에서 #최은영 #문학동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7/0/cover150/k73213765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370049</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 정지돈 -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48048</link><pubDate>Thu, 13 Aug 2026 09: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4804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531206&TPaperId=1744804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496/28/coveroff/k0125312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531206&TPaperId=1744804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a><br/>정지돈 지음 / 스위밍꿀 / 2017년 07월<br/></td></tr></table><br/>망한 세상.<br/>2 강의 국가가 무너지고 총기가 난무하는 디스토피아.<br/><br/>첩보물스러운데 반이 넘어가도록 무엇을 원하는 이야긴지 모르겠다.<br/><br/>'불필요한 여자'와 같이 읽고 있었어서 전시상황의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br/><br/>결말 없는 결말이랄까.<br/>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예감이 드는 결말.<br/><br/>디스토피아 소재의 이야기는 늘 막막함으로 끝맺지만 계속 읽는 이유는<br/>그럼에도 나아가야, 해나가야 하는 삶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늘 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br/><br/>- 서울을 떠나는 순간 벌집이 될지도 모른다.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가 차량을 탈취당하고 무릎이 꿇린 채 뒤통수에 총알이 박힐지도 모르고 도로에 설치된 지뢰나 크레모아에 의해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볼일이 급해 국도에 차를 세우고 벌판으로 달려가다 저격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 아픈지도 모르고 슬픈지도 모르고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죽음의 유일한 장점은 남들은 알지만 자신은 모른다는 거다. 그것도 영원히. - 18<br/><br/>- 안드레아는 짐에게 무하마드의 삶을 글로 써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짐은 좋다고 했지만 쓰지 않았다. 무하마드의 삶에 이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하마드의 삶은 그가 좋아하는 것과 정반대였다. 학문에 대한 열의, 민족에 대한 애정, 가족에 대한 사랑, 미래에 대한 확신, 과거에 대한 그리움. 짐은 어느 하나 이해할 수 없었다. - 27<br/><br/>- 총은 감정을 가진 것처럼 스스로 발사되었다. 사람이 총을 쏘는 게 아니라 총이 사람을 쏘는 거야. - 36<br/><br/>- 재앙은 지진이나 홍수처럼 갑자기 도래하는 게 아니오. 무하마드가 말했다. 우리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오. - 91<br/><br/>- 보리는 성격이 그렇다는 말로 둘러대곤 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에요. 하지만 보리는 낯을 가리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걸 포기한 지 오래다. 남들이 뭐라고 지껄이면 그냥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다 망해버렸으면. 다 죽어버렸으면. - 100<br/><br/>- 그녀도 바람이 필요했다. 바람은 먼지와 죽음을 실어 날랐고 그 안에는 소량의 활력과 생명도 있었다. 바람이 맨살에 닿으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살아 있다는 자각이 함께 찾아왔다. 그건 이상한 청량감이었다. - 111<br/><br/>-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할수록 슬픔이 찾아왔다. 그는 터무니없이 무책임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다. 우리는 생각한다. - 118<br/><br/>- 내가 제일 보고 싶은 건 그림자야. 길고 선명한 그림자. 그런데 마음이라니. 그런 게 왜 있는 거지? - 138<br/><br/>- 우리는 백미러를 통해 현재를 본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뒷걸음질한다. - 154<br/><br/>- 다른 사람이 뭐가 중요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사는 거니까, 다른 사람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작가의 말 중<br/><br/><br/>2026. may.<br/><br/>#작은겁쟁이겁쟁이새로운파티 #정지돈<br/>#스위밍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496/28/cover150/k0125312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4962846</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 피천득 -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46530</link><pubDate>Wed, 12 Aug 2026 14: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4653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691&TPaperId=174465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95/3/coveroff/89374646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691&TPaperId=1744653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악수도 없이 헤어졌다</a><br/>피천득 지음 / 민음사 / 2025년 12월<br/></td></tr></table><br/>과거의 작가들은 읽기 전 부터 핀트 나간 윤리관, 성인지 감수성 등의 지점에서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감정적 불쾌함과 불편함이 있기 마련이지만 <br/>피천득이라는 사람은 참 서정적이고 잔잔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싶은 산문들이다.<br/>그 서정과 애정이 구닥다리이긴 하지만.<br/><br/>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친일로 변절한 춘원 이광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글이 포함되어 있는데 흥미로웠다.<br/><br/>민음북샵에서 구입해서 편집자 레터가 있었는데 이런 레터 참 좋다.<br/>롯데월드에 있는 피천득 문학관에 전시된 소박한 작가의 책장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나.<br/>몇 권 되지 않는 책들과 볼품없는 책장에 대한 묘사는 직접 본 것은 아니라도 그 분위기가 느껴졌다. <br/><br/>- 처음 제가 생각했던 제목은 '편지'였어요.<br/>편지란, 그리고 편지를 둘러싼 감성이란,<br/>피천득의 문학 그 자체라고 생각했거든요.<br/>누군가 저에게 피천득 문학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br/>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제 상각은 '편지'.<br/>누군가에게 당장 편지하고 싶어지는 두근거림,<br/>그 연약하고 적극적인 박동이야말로 편지의,<br/>그리고 피천득 글의 실체가 아닐까요. - 한국문학팀 박혜진 편집자 레터 중<br/><br/>- 산호와 진주는 나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산호와 진주는 바닷속 깊이깊이 거기에 있다. 파도는 언제나 거세고 바다 밑은 무섭다. 나는 수평선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잠수복을 입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나는 고작 양복바지를 말아 올리고 거닐면서 젖은 모래 위에 있는 조가비와 조약돌 들을 줍는다. 주웠다가도 헤뜨려 버릴 것들이기에, 때로는 가엾은 생각이 나고 때로는 고운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산호와 진주가 나의 소원이다. 그러나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리 예쁘지 않은 아기에게 엄마가 예쁜 이름을 지어 주듯이, 나는 나의 이 조약돌과 조가비 들을 '산호와 진주'라고 부르련다. - 서문 중, 13<br/><br/>-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br/>수필의 색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 우미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깃빛이거나 진줏빛이다.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읽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br/>수필은 한가하면서도 나태하지 아니하고, 속박을 벗어나고서 산만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문학이다. - 17<br/><br/>-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br/>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br/>물론 마음의 자유를 천만금에는 아니 팔 것이다. 그러나 용돈과 얼마의 책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마음의 자유를 잃을까 불안할 때가 있다. - 86<br/><br/>- 큰일을 하는 분은 대범하다는 말은 둔한 머리의 소유자가 뱃심으로 해 나간다는 말이다. 지도자일수록 과학적 정확성과 예술적 정서를 가져야 한다. - 145<br/><br/>- 누구나 큰 것만을 위하여 살 수는 없다. 인생은 오히려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 190<br/><br/>- 나는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문학은 낯익은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여 나를 풍유하게 하여 준다. 구름과 별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눈, 비, 바람, 가지가지의 자연 현상을 허술하게 놓쳐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여 준다. - 227<br/><br/>-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 - 266<br/><br/>- 빈한이 아니라 한빈 속에서 봄을 기다립니다. "사람은 저 잘난 맛에 산다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 잘난 맛에 사는 것"이라던 피천득 선생의 파릇한 문장을 가슴에 안고 또 한 번의 봄을 기다립니다. - 작품 해설 중<br/><br/>2026. may.<br/><br/>#악수도없이헤어졌다 #피천득 #민음세계문학 #수필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95/3/cover150/89374646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950320</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 - 강보원 -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42503</link><pubDate>Mon, 10 Aug 2026 1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425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49293&TPaperId=174425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51/39/coveroff/89374492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49293&TPaperId=174425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a><br/>강보원 지음 / 민음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꽤 즐겁게 읽었다.<br/>김화진 작가의 책 추천을 어느 유투브영상에선가 보고 사보았다.<br/><br/>문학과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주절거림이랄까.<br/><br/>아마도 정지돈 금정연 같은 만연체로 자기혐오의 유머를 근간으로 삼는 그런 장르의 글쓰기.<br/><br/>짐작보다 더 궁시렁체여서 재미있었다.<br/><br/>혐오가 넘쳐서 연민이 되는 산문.<br/><br/>-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낸다. 대개 지난 일들에 대한 생각이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생각이다. 아니면 나와 전혀 관련 없는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생각들이거나. 아무튼 내가 생각한 것들을 글로 잘 쓰지 않으려는 이유들 중 하나는 그것들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고, 하나는 그것들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 15<br/><br/>-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뭐랄까,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이유와 비슷하다. 물론 직장은 자기만의 방이 아니다. 내 말은 문학이나 여타의 공부와 좀 관련되지 않은 삶의 영역을 갖고 싶다는 뜻이다. 가급적 출판사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주면 가겠지만. 돈은 벌어야 하니까. 그래도 좀 부품 같은 게 되고 싶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 - 18<br/><br/>- 요즘에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 중이다. 좋은 태도를 갖고 싶다. 좋은 태도가 뭔가를 해결해 주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태도를 내가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범박하게 말하면 혼자서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 외부의 이런저런 사정들과 나 자신의 이러저러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자유를 획득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늘 잘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생각한다. 잘 살기.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고 싶다. - 21<br/><br/>- 인생이란 게 도대체 가능한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할 때가 있다. 인생을 살려면 인생과 보폭을 맞춰서 착착 잘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모든 일들이 너무 빠르게 나를 지나쳐 간다. 지나쳐 가서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면 차라리 좋겠는데 앞에서 목줄을 당기고 나를 질질 끌고 가는 것 같다. 해야 할 건 너무 많고, 하지 않은 것은 정말이지 너무 많다. 그것들은 결국 돌아오는데 그럴 때가 되면 숨이 턱턱 막힌다. 내가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진작했겠지.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안 한 건데 왜 끝끝내 하라고 나한테 이러는 것인지? 억울하지만 그런 억울함은 어떻게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해야 한다. 하고 나면 좀 낫긴 하다. 다른 하지 않은 일이 만기가 차서 내 목덜미를 움켜쥐기 전까지는. 천천히. 좀 천천히 살게 해 주면 안 될까? - 28<br/><br/>- 자유라는 건 확실히 없을 땐 불행하지만, 그것이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그런 종류의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자유는 종종 끔찍한 것일 때가 많다. 이 사실을 외면하는 작품이나 주장은 내게 비현실적인 몽상으로 느껴졌다. - 50<br/><br/>- 그런 생각을 했다.<br/>그러니까 작은 공터에 풀을 심는 일처럼, 아무것도 없는 곳을 다시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돌려놓는 일처럼, 어쩌면...... 어차피 달리 할 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br/>소설을 써 보자.<br/>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 70<br/><br/>- 하루하루 실시간으로 성격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약간 콩나물 자라듯이...... 눈 돌리고 다시 보면 더 나빠져 있다. 이 기세라면 조만간 아무도 만나지 못할 정도가 될 것 같다. 내 성격...... 내 성격 어떻게 하나. - 72<br/><br/>- 나는 현재가 싫고 미래는 더더욱 싫다. 가장 싫은 것은 지금 도래-한-비-미래로서의 현재다. - 99<br/><br/>- 대개 나는 끔찍하거나 끔찍하게 멍청한 생각들만을 하고 그래서 내 생각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생각을 말하려고 이 글을 쓴 게 아니라, 어떻게든 내 생각을 말하지 않으려고 이것을 쓴 것이다. 이 연재를 유심히 읽은 사람이 있다면 알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남의 일기를 유심히 읽을 리는 없으므로 나는 내 생각을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어떻게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가능하다면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생각이란 것은 내가 겪는 온갖 종류의 괴로움 중 압도적으로 대부분의 원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 117<br/><br/>- 침묵은 금이지만, 사람이 또 금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일관성을 추구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 124<br/><br/>-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을 모르고 뭐 낭만적이고 그런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극도로 실용주의적인 사람들만이 예술을 한다. - 158<br/><br/>2026. jul.<br/><br/>#지나가기혹은영원히남아있기 #강보원 #민음사]]></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51/39/cover150/89374492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513939</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다시, 책으로 - 매리언 울프 - [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37221</link><pubDate>Fri, 07 Aug 2026 12: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372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635493&TPaperId=174372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915/74/coveroff/k64263549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635493&TPaperId=174372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a><br/>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05월<br/></td></tr></table><br/>왜 이 책을 구매했었을까?<br/>분명 무슨 계기가 있어 사둔 책일텐데.<br/><br/>서사가 있는 이야기만 죽 읽어대서 잠시 환기하는 기분으로 책장에 있던 책을 골랐다.<br/><br/>육아하는 부모들, 저연령 대상의 선생들이 참고할 만한 책이다.<br/><br/>- 읽기는 관조의 행동이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상황에서는 저항의 행동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를 시간과 더불어 생각하게 한다. - 데이비드 울린<br/><br/>- 나는 읽기의 고유한 본질이 고독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비옥한 기적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저자의 지혜가 떠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히 느낀다. 이례적인, 더욱이 신적이기까지 한 법칙에 의해 그들의 지혜가 끝나는 지점이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지혜가 시작되는 지점처럼 보이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 중<br/><br/>- 우리가 소설을 읽는 동안, 타인의 관점을 취해보는 과정과 소설 내용 자체가 공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도덕 실험실'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는 뇌가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식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따라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을 사람까지 포함됩니다. 이때 우리는 잠시나마 타인이 되어보는 것이 정말 어떤 의미인지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우리와 아주 비슷하거나 때로는 너무나 다른 감정과 분투에 지배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그런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우리의 읽기 회로망은 정교해집니다. 또한 우리의 일상생활도, 다른 사람들에게 지도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삶도 마찬가지 입니다. - 92<br/><br/>- 21세기의 가장 큰 실수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20세기의 최대 실수를 무시한 것이고, 두 번째는 점점 파편화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비판적인 분석력과 독립적인 판단력을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준 것은 아닌지 가늠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굳이 답을 해야 한다면, 우리의 핵심적인 능력이 이미 감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 297<br/><br/><br/>2026. jun.<br/><br/>#다시책으로 #매리언울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915/74/cover150/k64263549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9157492</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눈과 돌멩이 - 위수정 외 - [눈과 돌멩이 -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35405</link><pubDate>Thu, 06 Aug 2026 11: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354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5312&TPaperId=174354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16/coveroff/k6221353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5312&TPaperId=174354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눈과 돌멩이 -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a><br/>위수정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01월<br/></td></tr></table><br/>정이현의 실패담 크루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바로 뒤이어 노 피플 존을 읽었다.)<br/>정말 세련되고 정곡을 찌르는 문장으로 글 쓰는 작가가 아닌가. 부럽다.<br/>하나의 단편 속에 실패담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삽입하는 자연스러운 블렌딩.<br/>계급이라는 무형의 실체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은근하게 예리한 이야기.<br/><br/>지나친 진심.... 그게 불편해진 세상에 대하여...<br/><br/>- 수진이 죽은 후 재한은 수진을 생각한다는 의식도 없이 종종 그렇게 수진을 떠올렸다. 수진이 했던 말과, 어떤 순간의 표정과 몸짓 같은 것들. 기억하는 줄도 몰랐던 장면들을. 그것은 유미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웠던 누군가가 떠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둘은 이제 알게 되었다. 그 무력함과 슬픔을. 이어서 뒤따르는, 대상이 모호한 분노도. - 위수정, 눈과 돌멩이, 13<br/><br/>- 재한은 고개를 틀어 바깥 풍경을 응시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재한은 창밖으로 보이는 희고 고요한 식물들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소리와 풍경의 불일치가 오히려 재한의 불안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그것은 낙관이라기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 위수정, 눈과 돌멩이, 21<br/><br/>- 누구나 가족과 연인과, 결국엔 삶과 이별해야 한다. 예외는 없다. 그 모든 일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건들은 일어난다. 나의 이해와 무관하게. 그러므로 나는 내게 일어난 일들을 사후적으로라도 이해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 되새겨보아도 불가해한 일들은 있을 것이다. 불가해한 채로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겠지. 살아가려면.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그것을 애도라고 불러도 될까? - 위수정, 문학적 자서전, 62<br/><br/>- 원희에게서 조금 떨어진 벤치 주위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남녀 무리가 보였다. 짧은 스커트에 어깨가 드러난 셔츠. 누군가 농담을 던졌는지 무리는 동시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못 견디게 아름다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질투심이 솟아났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저들도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ㅏ 아름다운지 모를까. 무심할까. 원희는 한동안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이 무지하기를 바랐다. 실수를 반복하고 좌절하기를. 그리고 후회하기를. 내가 그랬던 것처럼. - 위수정, 오후만 있던 일요일, 91<br/><br/>- 해진이 살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br/>(...)<br/>나는 끔찍한 내용보다 아직도 해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때 죽었으므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해진은 열여섯 살에 멈춰 있을 텐데 사람들은 어떻게 성인이 된 그 애를 알아본 걸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누구하나라도 말을 걸었다면 그 애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텐데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게. 사람들은 온갖 이야기를 지어내고 믿으면서 그 애의 죽음 만은 상상하지 못한다. - 이민진, 겨울의 윤리, 209<br/><br/>- 페이스트리는 뜻밖에 정치적인 빵이다. 겹겹이 쌓인 층과 층 사이, 선처럼 얇은 틈이 숨어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버터 향이 입안에 퍼지고, 부스러기는 겹의 바깥으로 바스스 쏟아져 내린다. 당신은 이미 어디에든 속해 있다. - 정이현, 실패담 크루, 253<br/><br/><br/>2026. jun.<br/><br/>#눈과돌멩이 #위수정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16/cover150/k6221353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961655</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 - 김하늘 -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31446</link><pubDate>Tue, 04 Aug 2026 09: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314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033804&TPaperId=1743144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876/21/coveroff/k58203380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033804&TPaperId=174314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a><br/>김하늘 지음 / 타이피스트 / 2025년 11월<br/></td></tr></table><br/>타인의 지옥에 함께 해줄거라는 말부터 다정하지 않은지.<br/>결코 다정하기만 하진 않은 세상에서.<br/><br/>시인의 다른 시집도 읽을 마음을 먹었으나<br/>절판된 3권의 중고가는 최저 45000원이었다. 배송비 별도로.. ㅋㅋ<br/>허허허 웃게 되는 허무한 기분이 됨.<br/><br/>취향의 시와 시인을 만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이럴 땐 좀 아쉽다.<br/>이 세상의 모든 시인의 책을 출간되자마자 손에 넣을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br/>업계 관계자도 아니고서야.<br/><br/><br/><br/>- 우리는 활자에 갇힌 망령이어서,<br/>당신이 나를 읽어 준다면 나는 나비가 되지<br/>너의 지옥에 놀러 갈게. - 시인의 말<br/><br/>- 툭하면 죽겠다던 마음에는 갈피갈피 네가 살아서. 코밑으로 기억하는 너의 숨을 영원히 영원히 맡고 싶어. 나는 때때로 젊은 산모처럼 너를 낳았다가 너를 죽였다가. 내가 낳은 네 발등에 키스를 했다가 전전긍긍 나쁜 계획을 세웠다가. 이따금 무기질 상태가 되어 버린 그리움에는 너의 그 물활론적 사려가 남아 있어. 따뜻해. 심지어 따끔해. 이건 내가 써 내려갈 신화여서, 몇백 쌍의 달이 뜨고 지는 동안 놓지 못하는 욕망이 있어. -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 중<br/><br/>- 모든 것을<br/>증오의 힘으로 살아 냈다고,<br/>네가 속삭여 줄 때 나는 가장 빛나<br/>아, 내가 사랑하는 불가해한 사람!<br/>오늘도 네 무릎에서 까무룩 잠이 들어<br/>온 세상 인간이 사라지는 꿈을 꾸겠지<br/>사실 난 그게 좋아 - 불발된 이야기들 중<br/><br/>- 오만 생각이 다 떠올라도, 모든 게 미완성인데, 어머! 그런 편이 이별하기에 좋아서, 순탄했던 삶을 야금야금 좀먹으며, 우리는 우울한 포옹을 한다, 진심으로 사랑을 섬겼던 시간들을 기억하기에 - 프러시안블루 중<br/><br/>- 우리는 세상이 낳은 부작용<br/>사실 난<br/>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태어났는데<br/>요즘은<br/>흔들리고 위태롭고 야하게 웃는 너를 만나<br/>도대체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다<br/>그럼 넌 이렇게 말했지<br/>70분만 기다려 줘 - 70분만 기다려 줘 중<br/><br/>- 나는 제법 낭만에 너그러운 사람이라서,<br/>일부러 연민을 즐긴다<br/>아름다운 불신<br/>그것도 아니면 무슨 재미로 산담 - 발랄한 유언 중<br/><br/>-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지만 쓰지 않을 때의 나는 나의 쓸모를 자주 되물어야 한다. - 편의점에서 구원도 팔았으면 좋겠어 중<br/><br/>2026.<br/><br/>#너의지옥으로사뿐사뿐 #김하늘 #타이피스트시인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876/21/cover150/k5820338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8762185</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밤의 공항 - 이원석 - [밤의 공항]</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26712</link><pubDate>Sat, 01 Aug 2026 12: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2671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7303&TPaperId=174267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2/15/coveroff/k92213730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7303&TPaperId=1742671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밤의 공항</a><br/>이원석 지음 / 타이피스트 / 2026년 03월<br/></td></tr></table><br/>내 취향의 쓸쓸한 정서.<br/><br/>밤이라서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지<br/>쓸쓸하니 밤이었던 것인지... 모호해지는 그런 감각.<br/><br/>- J에게<br/>벚꽃이 지는 거리를 차로 달리며<br/>꽃 봐 저기 저기<br/>햇빛에 모가지가 떨어지는 죽음을 뿌리치며<br/>꽃 좀 봐<br/>나는 안타까워서 여러 번 소리쳤다<br/>죽었는지 살았는지<br/>아팠는지 마음이 부서졌는지<br/>그렇게 아파서 스러지고야 마는지<br/>뒷좌석에서 힘없이 눈을 감고 기울어져 있던 네가<br/>잠시 고개를 들어 꽃을 보아 줄 때<br/>얼마나 안심했는지<br/>얼마나 두려웠는지<br/>내 모가지를 꺾어 너에게 달아 주고 싶던<br/>봄 - 시인의 말<br/><br/>- 걷는다는 것은 삶을 진행시키는 것이다<br/>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을 두 다리로 천천히<br/>되밟는 것이다 - 순찰 기록 중<br/><br/>- 물에 가라앉는 것이 필요해<br/>손에 쥘 수 있는 마음 같은 것<br/>쇠로 만든 막대 같은 것<br/>두드리면 울리고 손에서 놓으면 가라앉는 것<br/>내려다보면 일렁이는 바다<br/>바닥을 바라고 가라앉기 위해<br/>파도를 버리고 내려가는 위안 - 쇠막대의 규격 중<br/><br/>- 손님이 모두 떠나고<br/>먼 자리부터 불이 꺼지고<br/>하나 남은 배려마저 캄캄해질 때까지<br/>기다리다가<br/>일어난다 비가 오는<br/>아무것도 없는 돌무더기 위에 서서<br/>바닥돌 하나를 골라<br/>반듯하게 놓아 본다 쇠락한 공항을 세우기엔<br/>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 - 기초공사 중<br/><br/>- 모든 불행은 나의 가족이다<br/>커다랗고 못생긴 마음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br/>기울어서 바닥에 모두 쏟아져 버린다 해도<br/>주워 담을 사람이 없어 이리저리 쓸려 다녀도 - night shift - 야간 근무 중<br/><br/>- 이 밤의 주요 고민이다<br/>살아가는 것이<br/>고통을 받으며 나아가기엔 지나치게 길고<br/>부질없는 마음을 바둥대기에는 너무 짧다 - night bus 심야 버스 중<br/><br/>- 희망이고 전망이고 개나 주라지<br/>난 절망을 겨우 비껴 난<br/>허망에 자리 잡았어<br/>단순하고 자족적인 삶을 꿈꾸며<br/>복잡하고 소모적인 세상에서<br/>죽음을 집어삼키는 게<br/>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br/>우린 다 알고 사랑하는 거야 - 나, 맥도날드 맨 중<br/><br/>- 고장 나기 직전까지 나를 붙들고<br/>놓아주지 않던 사람과<br/>고장 나기 직전인 나를 붙들고<br/>놓지 않아 준 사람<br/>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 날에는<br/>아무에게도 감사하지 않았다 - 업무 외 일지 중<br/><br/>- 이 시는 인천의 민족, 민주, 노동 열사를 추모하는 &lt;인천 투데이&gt; 신문기사의 발췌, 편집만으로 작성되었다.<br/>추모제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시 낭독을 잘 들었다는 한 노동자 시인이 술잔을 놓고 내게 말했다. "아람전기는요?" 그는 젊은 시절 아람 전기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갖은 고초를 겪었다고 했다. 그가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아람전기는요?" 나는 시를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 우리들의 리스트 중 각주<br/><br/>- 밤이 되면 사위가 잠잠해지고<br/>우린 바로 옆도 지켜 주지 못할 만큼 외로워져요<br/>내려다보면 멀리 무관하게 빛나는 불빛들<br/>사람이 작아지고 희망도 절망도 작게 보여요<br/>다 사라지고 나면 내가 보여요 - 드리운 이야기 - 한국 옵티칼하이테크 470일 고공농성에 부쳐 중<br/><br/>- 해적왕이 될 거야<br/>누군가에게 물들었다고 생각하는 너를 뒤로한 채<br/>나는 대장장이였지<br/>대장이 되고 싶진 않았지<br/>두드리고 두드려서 치밀해지는 쇠를<br/>치밀하다 못해 집요해지고<br/>집요하다 못해 지나치게 되는<br/>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꺼지고<br/>더 차가울수록 단단해지는 쇠를 만지고 싶었지<br/>빛이 날 때까지 물을 뿌리고<br/>숫돌에 문지르면서<br/>너와 나는 격이 없어 - 누구에게나 각자의 이야기 중<br/><br/>- 그리서 자주 잊어요<br/>멀리서도 듣지 못하는 다정한 말이<br/>갚을 수 없는 불행이<br/>저녁 모퉁이마다 마주쳐<br/>당신의 얼굴에 묻은 불행을 보고<br/>내 얼굴을 문지릅니다<br/>몇 번씩 확인을 하고도 믿기지 않는 죄목을<br/>어찌 세세히 기억하겠습니까<br/>죽거나 죽겠거나 죽을 거거나<br/>무슨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 휴양지 중<br/><br/>- 문장과 문장 사이의 대단한 반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거부할 수 없는 진실, 그걸 마주했을 때 인간은 마음이 흔들린다.<br/>시란 그런 것이 아닐까. - 럼주 상자 중<br/><br/>2026. may.<br/><br/>#밤의공항 #이원석<br/>#타이피스트시인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2/15/cover150/k9221373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21534</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용궁장의 고백 - 조승리 - [용궁장의 고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23411</link><pubDate>Fri, 31 Jul 2026 11: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2341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4234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off/k5621377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42341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용궁장의 고백</a><br/>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03월<br/></td></tr></table><br/>재밌고, 씁쓸하다.<br/><br/>초반의 갑갑한 현실에서 오는 숨막힘이 좀 힘들긴 하다.<br/>파격으로 치닫는 전개가 다른 결로 감정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br/><br/>이 모든 일이 돌봄 의무를 한 개인에게 전가해 회피해서 전개되는 점, 날카롭게 후벼판다.<br/><br/>조승리 작가의 다른 소설, 에세이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 소설.<br/><br/>- 인간의 가슴속에는 포악한 어둠 한 점이 산다. 그 어둠은 유독 가깝고 연약한 존재를 향해 '인륜'이라는 올가미로 그들을 옥죄고 만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 작가의 말 중<br/><br/>- 부모가 죽어버리길 바라는 자식을 하나님은 용서해 주실까? - 13<br/><br/>- 방문을 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내가 변했음을. 오늘 나는 피로 이어진 인연을 잘라냈다. 분노는 나를 잔인할 정도로 대담하게 만들었다. 노인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나를 옥죄던 공포는 이제 노인을 향한 서슬 퍼런 적의로 바뀌어 있었다. - 39<br/><br/>- 절망은 이성을 잡아먹는다. 잃을 게 없는 자는 그저 욕망에 몸을 맡긴다. 그에게 양심과 체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109<br/><br/>- 하나님이 정말 계신다는 믿음이 처음으로 생겼어. 난 사건이 일어날 만한 조건을 만들었을 뿐인데......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하나님 아닐까? - 123<br/><br/>-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해졌다. 나는 이 부조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영원히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125<br/><br/>- "용궁장의 흥망성쇠를 보고 자랐죠. . 과한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르고 만다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 앞으로 거룩교회의 신자가 되려 하는데 하나님은 이런 날 용서해 주실까요?"<br/>나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처분을 기다렸다. 잠깐의 침묵이 수년의 세월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선고가 내려졌다. 눈앞의 아가씨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말했다. 입가에 미소가 선연했다.<br/>"아멘." - 204<br/><br/>2026.<br/><br/>#용궁장의고백 #조승리]]></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150/k5621377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503850</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붉은 칼 - 정보라 - [붉은 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21443</link><pubDate>Thu, 30 Jul 2026 13: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4214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137762&TPaperId=174214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8/61/coveroff/k41213776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137762&TPaperId=174214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붉은 칼</a><br/>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6년 03월<br/></td></tr></table><br/>대의 없는 전쟁에 동원된 이들의 허무함과 비애가 가득하다. <br/>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막막한 목적, 엔딩 없는 전투. <br/>국가 간 이권 다툼에 희생되는 개인들...<br/><br/>애초에 기억을 이식한 검은 채를 창조한 것도 모자라 그것을 세상에 대책 없이 풀어놓는 것으로 시작되는 지점에서 아이고 두야.... 싶은 두려움이 전제가 되어 읽게 된다.<br/><br/>암울, 피폐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다.<br/><br/>우리 모두 무언가 '대리전을 치르는 존재라는 지점을 건드린다.<br/><br/>-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위해<br/>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견디는<br/>나의 동지들에게 - 들어가는 말<br/><br/>-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의 자아 정체성은 기억에서 생겨나는가? 배양육에 기억을 이식하면 인간이 되는가? 이것이 최초의 질문이었다. - 11<br/><br/>- 괴물이 무엇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괴물을 물리치면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 제국인들의 말이니 믿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유. 그것은 매혹적인 단어였다. 듣는 순간 희망이 스멀스멀 솟아나는 마법의 단어였다. 아주 약하고 가느다랗지만 한번 생겨나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절대로 사라지게 놓아버릴 수 없는, 희망. - 14<br/><br/>- 전쟁에서는, 살아 있는 쪽이 진짜다. 살아남는 쪽이 진짜다.<br/>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 129<br/><br/>- "우린 여기서 같이 살아 나갈 거야."<br/>그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다시 소리 죽인 기침을 뱉어내며 그녀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고, 그러면 그녀는 위에서 손짚을 곳과 발 디딜 곳을 찾는 남자를 천천히 따라 올라가며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속삭였다.<br/>"너랑 나랑, 살아서 집에 갈 거야."<br/>그것은 그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 136<br/><br/>- 하얀 행성은 척박했고 탁한 물이 흐르는 하얀 강과 그들이 만들어 날려 보낸 검은 새 외에는 생명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인간이 그곳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들은 식민지를 소유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식민지에는 하얀 땅과 탁한 하늘과 그들이 만들어낸 인간과 동물이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은 그 가능성에 도취되어 의식을 가진 존재를 쉽게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 143<br/><br/>-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싸운다. 싸우면서 나의 세상은 더 넓어졌고 더 치열해졌다. 그런 세상을 열어준 동지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보낸다. - 작가의 말 중.<br/><br/><br/>2026. apr.<br/><br/>#붉은칼 #정보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8/61/cover150/k41213776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86154</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96736</link><pubDate>Fri, 17 Jul 2026 11: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967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7415&TPaperId=173967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89/43/coveroff/k2321374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7415&TPaperId=173967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a><br/>김채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3월<br/></td></tr></table><br/>별 세 개가 떨어지다.<br/>외사촌 지간인 혜임과 나, 외할아버지. 조부가 가꾸는 종묘원에 관한 이야기.<br/>죽어도 너무 죽은 어떤 남자를 이유도 묻지 않고 따뜻한 흙에 묻어주는 일을 심상하게 치르는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환상같이 느껴지는데, 비현실적 설정에 다가가는데 왜인지 설득력이 없다고 느꼈다.<br/>그래서 평론을 읽어보는데... 너무 해석적이고 그 지점이 어거지 같이 느껴진다는 것.<br/>작가가 두루뭉술 빚어놓은 형상을 평론이 해설해 주는?<br/><br/><br/>그다지 큰 사건이 없는 것이 요즘 단편들의 트렌드인가.<br/><br/>젊은작가상 수상집이 점점 심심해진다.<br/>평이하고 산만한 느낌의 단편들이었다.<br/><br/>- "둘 다야. 나는 오래전에 죽었고 혼자 재미있는 걸 하고 있어."<br/>할아버지의 말은 절반은 농담이었겠지만 그만큼 절반은 농담이 아니었다. (...) 그러니까 겨우 일부분만 알 수 있는, 줄거리와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 나였기 때문에. 비록 줄거리뿐인 이야기라고 해도, 자기 인생을 버린 사람과 버리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었다. - 16, 별 세 개가 떨어지다<br/><br/>- 무언가를 다시 할 수 있다는 말이 언제나처럼 나를 기분 좋게 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슬프게 했다. - 30, 별 세 개가 떨어지다 <br/><br/>- 그런 거였다. 단순히 안타깝고 불쌍하기만 해서는 안 됐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품위가 필요했다. 돈이 만들어주는 품위가. 그것만 있으면. 너무도 쉽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 68, 추도<br/><br/>- 쓸모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것도 존재하는 세상이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을까? - 길란, 우리의 죄를 사하지 마시옵고, 작가노트 중<br/><br/>- "저는 이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br/>남욱이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말했다. 차창 너머로 줄지어 선 빌라들이 보였다. 노아는 안전벨트를 풀다 멈추고서 그와 눈을 맞췄다. "그럼요?" 남욱이 어깨를 으쓱였다.<br/>"그냥 받아들이는 거죠.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요." - 316,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br/><br/>- 언젠가부터 나는 거리에 나갈 때, 광장에 서 있을 때, 농성하고 행진을 따라 걸을 때 모종의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외치는 구호와 품속의 피켓 모두가 너무 엄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사사로워지고 싶었다. 그리하여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많은 장소를 통과하길 바랐다. - 함윤이, 작가 노트 중<br/><br/><br/>2026. apr.<br/><br/>#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89/43/cover150/k2321374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894398</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미친 주부의 일기 - 수 코프먼 - [미친 주부의 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95352</link><pubDate>Thu, 16 Jul 2026 16: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953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931960&TPaperId=173953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011/4/coveroff/k5829319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931960&TPaperId=173953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친 주부의 일기</a><br/>수 코프먼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년 05월<br/></td></tr></table><br/>무엇이 여성을 미치게 하는가?<br/><br/>흥미로운 해피 엔딩?<br/><br/>허영과 권태의 대결 끝에 미친 완벽한 주부가 되기로 결심하는 어이없게 웃기는 결말.<br/><br/>브루클린을 읽고 이어 읽었는데 아무래도 정서적인 유사성이 있어서라는 추측이 있어서였는데, <br/>자본주의 관점에서의 계층 차이가 확실히 있으나, 정서라는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졌다.<br/><br/>- 기록, 실로 멋진 단어다. 경기의 수치 따위 말고 진술의 개념인 기록 말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기록. 일기나 수기라는 단어 보다 훨씬 낫다. 일기라는 단어를 보면 캠프장의 여자아이들이 떠오르는데, 꼭 뚱뚱하고 땀 많은 아이들이 투실투실한 목에 열쇠와 자물쇠가 달린 녹색 가짜 모로코가죽 일기장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수기라는 단어는 대학에서 문학 시간에 공부한 앙드레 지드나 버지니아 울프, 고리키 혹은 보들레어를 떠올리게 한다. 보들레어의 "광기의 날개가 일으킨 바람이 나를 스쳐 갔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긴 하지만.<br/>어쨌든 기록은 좋다. 기록은 옳다. 그래, 기록하면 좋을 것 같다. 예컨대, 이것은 오늘 아침 7시 22분에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이다. - 7<br/><br/>- "사실." 조지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진심으로 당신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워야 해."<br/>나는 등을 대고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당신이랑 그놈의 격언들. 그러는 당신은 그걸 실천하고 있어?"<br/>"노력하고 있어.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당신처럼 잔뜩 성이 난 채로 돌아다니진 않으니까. 나는 모든 걸 가능한 한 단순하고 간소하게 유지하려고 해."<br/>"신경 쓰고 챙겨야 할 사람이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 별로 어렵지 않겠지." 나는 씁쓸히 말했다. - 243<br/><br/>- "당신은 정상이 아냐." 조너선 역시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br/>"아니, 그 반대로 난 너무나 멀쩡해. 사실 내가 정곡을 찔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이 집에서 가스라이팅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고." - 326<br/><br/>- "나는 극작가가 아니야." 나는 스커트의 지퍼를 올리며 말했다.<br/>"감당하지 못할 일에 휘말려버린 멍청하고 미친 주부일 뿐이야." - 332<br/><br/>- 조지는 내가 한 가지에 마음을 붙이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과연 그게 무엇일까? 알 수 없었다.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벤치에서 일어나 집에 돌아왔고 여기에 쓰기 시작했다. 이 정도 쓰고 나니 이제 내가 무엇을 결정할 것이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알겠다. 누구? 그게 누구냐고? 완벽 주부 타비타 트윗칫 댄버스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앞치마를 두른 여자. 쇼핑 목록을 쓰는 여자. 열쇠 다발. 그게 나다. 내게 딱 맞다. 왜 여태 그걸 몰랐을까? 아마도 내가 그런 주부로 사는 걸 조너선이 허락하지 않아서겠지. 르네상스맨에게 어울리는 부인의 모습이 아닐 터이니까. 글쎄, 나는 조너선이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려고 노력해봤다. 온갖 이미지를 다 시도해보았지만, 이제 알겠다. 나는 전통적인 주부가 될 것이며, 조너선은 그게 싫어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완벽 주부 타비타 트윗칫 댄버스로 거듭나자. - 363<br/><br/>- 바퀴벌레는 숫자 사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미친듯이 기다가, 다음 순간 팔짝 뛰어 날카로운 모서리에 긁히지 않고 유리판 위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시계 옆면을 타고 조리대로 내려간 뒤에 벽으로 기어가 타일 사이의 회반죽 구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상처는 입었을지언정 기죽지 않고, 처자식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 378<br/><br/>2026. apr.<br/><br/>#미친주부의일기 #수코프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011/4/cover150/k5829319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0110480</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시 한 편 읽을 시간 - 정일근 - [시 한 편 읽을 시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82727</link><pubDate>Thu, 09 Jul 2026 16: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827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034711&TPaperId=173827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95/26/coveroff/k53203471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034711&TPaperId=173827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시 한 편 읽을 시간</a><br/>정일근 지음 / 난다 / 2025년 12월<br/></td></tr></table><br/>금목서, 은목서의 향기가 가득 느껴진다.<br/>입말 같은 날 것 같은 시들.<br/><br/>한 달간 쏟아낸 시들로 엮은 시집이어서인지<br/>단 한편의 길 시를 읽은 듯한 기분도 든다.<br/><br/>마산, 바다, 금목서, 은목서, 겨울의 이미지들.<br/><br/>- 훅, 시간은 가고 툭, 시절은 익어 저물지만<br/>여전히 나는 나이다.<br/>그래서 시를 쓴다. - 시인의 말 중<br/><br/>- 십일월로 가면 겨울이 온다고<br/>사랑할 꽃이 없다고 절망하지 마라<br/>인디언이 말하지 않았는가<br/>십일월은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 달이라고<br/>우리 생에서 사라진 것은 없다고<br/>이렇게 피울 늦꽃 있으니<br/>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늦꽃 중<br/><br/>- 다 꺽어와야 전부 아니지<br/>꽃 한 송이로<br/>꽃밭 다 보여줄 수 있듯<br/>시는 씨앗 한 톨로<br/>숲의 전부 다 보여주지<br/>하나로 열, 백을 보게 하고<br/>별에서 우주로, 우주 안에서 우주 밖까지<br/>우리를 꿈꾸게 하는 거지. - 시가 꾸는 꿈 중<br/><br/>2026. apr.<br/><br/>#시한편읽을시간 #정일근 #난다시편005]]></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95/26/cover150/k53203471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952685</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소유하기, 소유되기 - 율라 비스 - [소유하기, 소유되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80600</link><pubDate>Wed, 08 Jul 2026 15: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806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577&TPaperId=173806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4/64/coveroff/89329255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577&TPaperId=173806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소유하기, 소유되기</a><br/>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02월<br/></td></tr></table><br/>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그 무엇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br/><br/>읽기 전 지레짐작으론 지루하지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br/><br/>그러나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지루할 겨를 없이 자본주의와 돈의 힘에 따른 세계의 구성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br/><br/>의미가 널뛰듯 건너뛰기도 하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른 사고 또한 사회학을 연구하는 일종의 방법론일지 모르겠다. 당연시하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한 그런 방법.<br/><br/>짧아서 속도감 있다는 장점은, 반대로 한 꼭지가 길지 않아 여운을 가질 새 없이 다음 꼭지로 넘어간다는 점일 수도 있다.<br/><br/>시장경제, 자본주의의 안락함을 누리는 계층으로서의 중산층의 위선을 냉소하는 시선이 강하다.<br/>작가 스스로 소유하는 자라는 정체성에 대한 불편한 심리의 기록이기도 하다.<br/><br/><br/>- 우리가 가구점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이상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갈망에 휩싸인다. 나는 모든 것을 원하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 17<br/><br/>- 그녀는 모순적인 삶을 살며, 모순된 욕망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녀는 더 원하면서도 덜 원한다. 나도 그렇다. - 41<br/><br/>- 그레이버는 우리가 스스로를 소비자라고 여길 때 무언가 파괴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일 바깥에서도 생산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 47<br/><br/>- '어쩌면 나는 삶에ㅔ 더 많은 불안정성이 필요한지도 몰라. 어쩌면 나는 지나치게 편안해졌는지도 몰라.' 나는 빌에게 말한다. '아니야, 불안정성에는 대가가 있어.' 빌이 내게 일깨운다. 그리고 지나치게 취약한 상태라는 것도 있다고 알려준다. 빌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사실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나는 그에게 설명해 주려고 하다가 사실은 나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자본주의가 어디서 혹은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잘 모른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알아본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약속한다. - 64<br/><br/>- 예술과 여성은 둘 다 &lt;쓸모없지만 예쁘&gt;고 &lt;사소한&gt;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내가 마음에 걸리는 단어는 &lt;교양&gt;이다. 나는 그것과 무관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추구한다. - 87<br/><br/>- 그 속에서 웬 여자가 걸레를 들고 울타리에 기대어 선 채로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위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lt;계급 의식이란 당신이 울타리의 어느 편에 있는지 아는 것이다.&gt; - 102<br/><br/>- &lt;풍요한 사회&gt;에서 갤브레이스는 미국에는 더 이상 유한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부자들은 일한다. 적어도 바쁘게 활동한다. 여가의 유행은 끝나고 새로운 계급이 등장했으니,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계급이다. 그들도 급여를 받지만, 급여가 핵심은 아니다. 그들은 충족감을 느끼기 위해서 일하며, 일 자체를 보상으로 여긴다. 급여는 부수적인 문제인데, 하지만 갤브레이스가 지적하듯이 &lt;위신의 지표&gt;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 계급 사람들에게 위신은 존경과 더불어 만족감의 원천이다. 그들은 급여를 많이 받고 싶어 하지만, 돈이 동기냐는 말을 들으면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갤브레이스에 따르면, &lt;그런 것이 바로 새로운 계급의 노동이다. 귀족이 봉건적 특권을 상실할 때 느꼈을 슬픔도 이 계급 사람이 오직 급여만이 보상인 평범한 노동으로 전락할 때 느낄 슬플에는 댈 수 없다.&gt;<br/>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얼굴을 붉힌다. 들킨 기분이다. 그리고 이 챕터 전체를 다시 읽다가, 갤브레이스는 이 새로운 계급을 전도유망한 사건으로 본다는 점을 깨닫는다ㅏ. 갤브레이스는 풍요한 사회라면 그저 일일뿐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준 노동 시간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계급은 자신의 즐거운 노동 시간 중 일부를 모든 사람이 더 즐겁게 일할 방법을 찾는 데 써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 122<br/><br/>- 사람들은 영국 소유의 인도 농장에서 재배된 차에 카리브해 농장에서 노예들이 생산한 설탕을 타서 마셨다. 차는 식사 대용으로는 부실했으나 그래도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것은 위안이자 낙이었고,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들이 겪는 박탈 덕분에 누리게 된 일상의 사치였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것도 여전히 식민주의의 유산이다. - 162<br/><br/>- 모든 종류의 소유권은 잘해 보아야 위태로운 사업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 167<br/><br/>- 나는 남자가 여자에게 집안일을 다 맡겼더니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는 이야기가 왜 새로운 소식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곧 이것이ㅣ 발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가ㅏ 예전에는 이것을 그냥 결혼이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지배라고 부른다는 점이 뉴스인지도 모르겠다. - 178<br/><br/>- 허먼 멜빌의 소설 &lt;필경사 바틀비&gt;의 부제는 &lt;월 스트리트 이야기&gt;다. 바틀비는 수동적 저항자다. 노동자인 그는 처음에 특정한 일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그다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급기야는 해고되기조차 거부하는데, 매번 &lt;저는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gt;라고 공손하게 말함으로써 거부한다. 그의 저항에는 목적이 없으며, 그가 저항 외에 딱히 무엇을 성취하려는 생각도 없는 듯하다. 나는 바틀비가 감옥에서 아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왜냐하면 그의 이야기가 왠지 내게는 여전히 승리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제인 데마레는 &lt;바틀비의 자유는 인생과 양립할 수 없는 종류&gt;라고 말한다. - 222<br/><br/>-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선정한 &lt;오늘의 단어&gt;는 &lt;위태로운 precarious&gt;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 단어의 원뜻은 &lt;타인의 의지나 괘락에 의존하는 상태&gt;라는 것을 배웠고, 이 단어가 &lt;기도 prayer&gt;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는 것도 배웠다. 위태로움은 도처에 있는 듯 모인다. 어쩌면 그것은 애나 로웬하웁트 칭이 말했듯이 &lt;우리 시대의 조건&gt;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한 프레카리아트라는 계급 전체를 규정하는 특징이다.<br/><br/>- 정말로, 문제는 사치였다. 그리고 내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lt;풍요한 사회에서는 사치품과 필수품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다. &gt; 존 케네스 캘브레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 삶의 작은 필수품들, 독서와 글쓰기는 모두 사치였다. 내가 글로 쓰는 순간도 모두 사치였다ㅏ. 그런데도 글쓰기 자체는 내게 필수로 느껴졌다. 필수와 사치를 제대로 구별할 수 없었으므로, 나는 이 단어와 씨름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사치란 &lt;대단히 안락하고 헤프게 생활하는 상태&gt;라고 적혀 있었다. 어쩌면 내가 사치를 정의하는 데 애먹었던 것은 내가 대단히 안락한 상태로 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이 상태를 중산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가 중산층이나 부유층을 묘사할 때 흔히 쓰는 완곡어법이 &lt;안락하다&gt;는 것이다. - 370<br/><br/>2026. apr.<br/><br/>#소유하기소유되기 #율라비스 #열린책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4/64/cover150/89329255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946432</link></image></item><item><author>hellas</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처단 - 정보라 - [처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54737</link><pubDate>Thu, 25 Jun 2026 15: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5141184/173547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6043&TPaperId=173547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41/coveroff/k99213604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6043&TPaperId=173547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처단</a><br/>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03월<br/></td></tr></table><br/>배제된 이들이 기록하고 증언하는 내란에 대한 가정 세계.<br/><br/>그저 상상의 영역인 글일 뿐이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옥 같다.<br/><br/>가습기 피해자, 세월호 유족, 전장연, 구미 노동자,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br/>온갖 소수성의 대표적인 그룹들이 설명 없는 무차별적 폭력 속에서 죽임을 당하는 상상은 처참하다.<br/>소외되는 수도 외의 지역성에 대해서도 언뜻 내비친다.<br/><br/>서늘하고 건조하게 서술되는 호러.<br/><br/>충격적이었고 비상식적이었던 그 순간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독서라서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br/><br/>- 연대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서나 달려왔다. 지회장이 먼 길을 달려온 동지들을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이 북적북적 해졌다. 회의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 58<br/><br/>-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좀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기다릴 수 있었다. 함께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 61<br/><br/>- ' 선량한 일반 국민.' 단단은 그게 무슨 뜻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정확히 그 표현에 딱 맞는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방법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은 단단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평생 갈고닦아 몸에 익힌 생존의 기술이었다. - 74<br/><br/>- 단단은 특정 정당 국회의원들이 내란을 옹호하기 위해 표결을 거부한 날 집에 돌아가 자신이 가진 모든 색깔을 숨겼다. 그 색깔을 다시 꺼낼 날이 곧 올 것이라 믿었다. 혹시 모르니까,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 77<br/><br/>- 독재자는 작은 독재자를 원하지 않는다. 선동가는 종교의 가면을 써서 권력에 빌붙고 독재자를 옹호하는 행위를 통해 세속 권력을 그러모았다. 계엄을 논하는 집회와 시위는 정치활동이다. 정치활동은 포고령에 의해 금지되었다. 종교지도자를 사칭하는 선동가를 따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독재자의 관점에서는 위협이 될 뿐이었다. 집회와 시위를 무력화한 뒤 계엄군은 병원으로 향했다. - 89<br/><br/>- 저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기대를 배반하고 어떤 목숨을 빼앗았는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을 것이다. - 107<br/><br/>- 죽은 사람들이 계엄군의 등에, 어깨에, 머리에 올라탔다. 자신이 죽은 몸을 떠났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계엄군의 허리에, 무릎에, 다리에 매달리기도 했다. 죽은 자들이 일어섰다. - 139<br/><br/>- 미래가 없는, 혹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br/><br/>2026. mar.<br/><br/>#처단 #정보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41/cover150/k99213604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1416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