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영양제 - 영양제 먹었니? 아무튼 시리즈 61
오지은 지음 / 위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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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오지은의 에세이를 우연히 접해서 읽게 된 후 꾸준한 팬을 자처하고 있다.
당시 심리적 상태와 딱 맞아떨어졌는지 위로를 많이 받았는데, 사실 이제 다시 읽어보면 조금 많이 감상적이다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렇게 알게 된 그는 또 상당한 유머감각을 지녔기에, 이번 영양제를 통한 인생의 통찰이랄까 하는 지점은 몹시 유쾌하고 그럼말고...라는 정서가 담겨 있어서 복잡한 머리를 쉬게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양제에 상당부분 의지하는 바쁘다 바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생활인이지만, 그 영양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음을 간과하지 않고 있고, 그럼에도 그를 통한 위안이 일말의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신봉하겠다는 그런 배짱이 있는 글이다.

이집트인이나 그리스인이나 동의보감에서 언급하는거면 솔직히 진심이라 봐야한다는 말이 너무 웃기지만, 사실 그런 정보에 나도 종종 홀리곤 한다. 영양제라는 것의 그런 면을 같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데 즐거운 기분이 드는 포인트.



- 99만 건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영양제는 사망 위험을 줄이거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별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섭취할 경우
뇌줄중 발병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 2019년 미국 내과학회 발표 중에서

- 알고 있다.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신선한 재료로 만든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환경, 충분한 휴식, 매일 15분 이상 햇빛을 쬐는 생활을 한다면 영양제 안 먹어도 된다는 것을.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는 넓은 강이 있다. 그리고 나는 주로 이쪽 강가에 쭈그리고 있다. 어떻게 안 될까...? 저 너머에 어떻게 좀 다다를 수 없을까? - 10

- '아님... 말고...'는 영양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밀크시슬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의 영역에 있다면 간 치료제가 되거나 항생제가 되거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되었을 것이고 그럼 화이자가 진작에 특허를 냈을 것이고 주사 한 대에 98만 원 정도 하겠지. 실리마린 그런 기적의 물질이라면 화이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200개들이 한 병을 3만 원 정도에 올리브영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간단히 살 수 있다는 것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뜻이다. 난 그래서 좋아하지만. - 22

- 여행을 갈 때는 영양제를 어떻게 가져가냐는 질문을 들었다. 이렇게 기쁜 질문을 받다니. 나는 할 말이 너무 많고 흥분이 되어 헙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오타쿠답게 우선 콧등의 땀을 닦았다.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 69

- 서민의 욕망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 그 이유는 새로운 시대가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두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마른 몸, 어떤 때는 풍만한 몸, 어떤 때는 병약한 아름다움, 어떤 때는 건강한 생기. 누군가가 새롭게 열광할 거리를 만든다. 왜냐하면 새로운 기운으로 새롭게 돈을 써주길 바라니까. 올해는 아무래도 글루타치온인 듯하다. - 103

- 인간은 항사 무언가를 믿고 싶어 한다. 인간은 매력적이고 싶어 한다. 그걸 위해 인간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가능하면 살짝, 티가 나지 않게.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누군가는 돈을 번다. 나는 쓰는 쪽이고. - 112

- 원고를 전부 읽은 편집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영양제를...... 먹으라는 거예요, 먹지 말라는 거예요?"
나는 대답했다.
"바로 그것이 영양제의 핵심입니다."
편집자는 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135

2024. jan.

#아무튼영양제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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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3
아모스 오즈 지음, 윤성덕 외 옮김 / 민음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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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문으로 구성된 해체된 가족의 화합? 과정을 그리고 있다.
민음사 유튜브인 세문전월드컵? 을 보고 관심이 생겨 사게 되었는데, 소개 내용의 유쾌한 측면도 담겨 있다.

그 안에 시오니즘에 대한 여러 단면들이 담겨 있어서, 조금 복잡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다 읽고서도 요즘처럼 이스라엘과 시오니즘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때에, 정통 이스라엘 작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보아즈를 통해, 꽉 막힌 시오니스트들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를 그리고는 있지만, 현재 그 지역의 상황은 정반대이니까.

날이 잔뜩 서있던 초기의 편지들이 서신이 왕래함에 따라 오해가 해소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기는 것이 흥미롭다.

이혼가정의 소외된(되었다고 믿는) 반항적인 아들 보아즈, 어딘지 무기력해 보이는 엄마 일라나, 냉정하게만 보이던 아빠 알렉, 꽉 막힌 새아빠 미쉘. 
알렉과 오랜 비지니스 관계인 작하임, 주변인으로 간간이 등장하는 가족들.

- 그리고 너는 알았다. 밤이라는 것을, 나뭇잎조차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오직 내 영혼만 귀를 기울이며 아파한다.
오직 내 위로 네 울음소리가 맹금처럼 올라가고,
오직 나를 잡아먹기로 선택한다.
왜냐하면 나는 갑자기 두려워할 테고 무언가 잃어버린 자처럼 갈 테니
그리고 나를 훑고 지나가는 눈먼 자의 두려움.
사방에서 네 목소리가 나를 부를 그때이니
맹인이 길을 잃게 만드는 소년처럼.
그리고 너는 얼굴을 가렸고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너는 그 깊은 어둠 속에 휩싸였고 너무 멀어서 슬퍼했다.
다 잊힐 때까지, 다 끝날 때까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까지. - 나탄 알테르만, [그 울음소리], 눈의 행복 중에서

- 자존감, 즉 자기 존재에 대한 정당성과 자기 인생의 본질적인 의미를 잃으면 잃을수록 자신의 종교, 민족, 인종, 신념이나,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집단 활동의 정당성은 동일한 정도로 상승하고 확장되고 미화되고 신성해진다. - 349

- 샬롬,
우리 전통 중 [내 영혼아 송축하라]라는 노래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편> 103장)
자애롭고 자비로우시다, 그분께서. 화를 오래 참으시고 은혜가 풍성하시다. 그가 영원히 대적하지 않으시고 끝날까지 진노하지 않으신다. 우리 죄를 그대로 우리에게 갚지 않으시고 우리 악행을 그대로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으신다. 하늘이 땅으로부터 높은 것처럼 그의 은혜가 그르르 두려워하는 자에게 크시다. 동쪽이 서쪽에서 멀리 있는 것처럼 그가 우리 범죄를 자기로부터 멀리 밀어내셨다.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자비로운 것처럼 그분이 그를 두려워하는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셨다. 그가 우리 됨됨이를 아셨고 우리가 먼지라는 것을 기억하셨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의 날들 중 들풀과 같으며 들판의 꽃처럼 꽃을 피운다. 바람이 그 위로 지나가면 사라지니 그가 있던 자리에서 그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의 은혜는 끝날까지 그를 두려워하는 자들 위에 있을 것이다. 아멘. 
미카엘 쏘모 - 443

2024. jan.

#블랙박스 #아모스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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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절친 - 예술가의 친구, 개 문화사
수지 그린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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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문화사에 대한 책은 여럿 읽었는데, 개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 읽어 보았다.

큰 재미는 없고, 애초에 왜 이 책을 구매했는지 한참을 생각해 보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추천이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책은.... 되도록 주체적인 결정을 내려 사자.

2024. jan.

#나의절친 #수지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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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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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풍경은 크게 다른 게 없다고 해도.
극한의 현실성이 느껴지면 읽으면서 피로도가 크게 상승한다.
대재앙에 대한 상상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인류에게 딱히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진절머리 내며 읽다가 결국 뭔가 마음속에 남는 것은 타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대한 것이 한 줌 남았기 때문이다. 

최진영의 소설은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건조한 정서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

너나 나나 몹쓸 인간이라는 자조와 책망이 눈빛에도 말투에도 깃들어 있었다. 안다. 불행해서 그렇다는걸. 죽음에 억눌려 있다는걸.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고 미래를 전망하기도 힘들어서라는 걸. 그래서 난 더더욱 불행을 닮아 가고 싶지 않았다. 삶을 업신여기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나 삶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을 어떤 잘못이나 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는 엄마의 죽음도 나의 삶도 견뎌 낼 수 없다. - 37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 55

봄이 오면 땅과 강이 녹고 세상은 푸르게 변할 것이다. 꽃은 피고 햇볕이 내리쬐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인간끼리 아무리 총을 쏘고 파괴하고 죽이고 죽여도 자연은 변함없이 자신의 일을 할 것이다. 나는 머물러 봄을 맞고 싶었다. 나무와 꽃과 청량한 강이 있는 곳에서 내가 사람인지 바람인지 모른 채 살고 싶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존재를 만나고 싶었다. - 112

밤의 적막은 낮의 그것과 한참 달라서 한번 무서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정신병에 걸린 듯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해민을 껴안았다. 해민을 껴안는 방법으로 나를 안았다. 단과 해민이 곁에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두 사람이 아주 먼 우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곁에 있어 걱정과 온기를 나누지만 오직 그뿐, 각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껴안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인 머나먼 우주. - 145 

2024. jan.
#해가지는곳으로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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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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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미 구매한 적 있는 책을 또 사는 멍청이 짓을 하곤 하는데.. 이 책도 두 권을 샀다.
이래서 책은 사자마자 읽어야 한다.
두 번째 구매할 때 너무 익숙한 표지 때문에 너무 오래 장바구니에 담아두어서 그런가 했었는데.....
책 배송을 받자마자 아.. 이 책 나 있는데 라고 깨달음.

기대가 크지 않았다고 기억하는데, 중년의 남자의 이야기라서 였을까.
그러나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었고, 의외로 감동적이라 조금 놀랐다.

매가리 없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아서 레스,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자꾸만 빠지지만 체념한 듯 받아들이는 아서 레스, 늙어간다는 것을 그저 삶이 주는 형벌로만 여기는 듯한 레스.
처연하고 우습지만 결국에는 응원하게 되는 주인공.

- 그것 하나하나가 장난, 그에 대한 장난이다. 신사 레스, 작가 레스, 관광객 레스, 힙스터 레스, 식민주의자 레스, 진짜 레스는 어디에 있을까? 사랑을 두려워하는 청년 레스는? 25년 전의 완전 진지한 레스는? 글쎄, 그 사람은 하나도 챙겨 오지 않았다. 그 모든 세월이 지난 지금 레스는 그 사람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 45

-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니, 프레디는 무슨 뜻이었을까? 레스에게는 수수께끼다. 아서 레스가 겁에 질리지 않았던 날을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대보라지. 칵테일을 주문하고 택시를 잡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책을 쓰는 일. 레스는 이 모든 일과 세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상한 건 모든 게 무서웠기에 다른 것보다 딱히 더 어려운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세계 일주를 하는 것도 껌을 사는 것보다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하루, 그날 분량의 용기. - 59

- 조라가 묻는다. "백인 중년 남자예요?"
"네."
"백인 중년 미국 남자가 백인 중년 미국인의 슬픔을 품고 걸어 다닌다?"
"세상에, 그런 것 같네요."
"아서.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그런 사람은 공감하기가 약간 어려워."
"게이라도?"
"게이라도." - 208

- "그러니까 이 모든......" 조라가 머리카락을 얼굴에서 쓸어 넘기며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여행이, 아서, 그냥 남자 친구 결혼식에 못 가기 위해서라는 거야?"
"남자 친구...아니야. 그리고 못 간다기보다는 혼란을 피하려는 거지." - 229

- 카를로스는 뭔가 결정한 것처럼 미소를 짓는다. "아서, 난 생각을 바꿨어. 너한테는 희극인의 행운이 있어.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는 불운이 따를지언정 중요한 문제에서는 운이 좋은 거지. 내 생각엔 - 아마 넌 동의하지 않겠지만 - 네 인생 전체가 희극인 것 같아. 전반부만이 아니라 전체가. 너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이상한 사람이야. 너는 모든 순간을 갈팡질팡 넘어가며 바보가 됐어. 오해하고 말실수를 하고 우연히 마주치는 그야말로 모든 것에, 모든 사람에 걸려 넘어지고도 네가 이겼어. 넌 그걸 깨닫지도 못하지만."
"카를로스." 그는 승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패배한 기분이다. "내 인생은, 작년의 내 인생은......"
"아서 레스." 카를로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는다.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최고의 인생을 누렸어."
이 말은 레스에게는 헛소리다. - 275

- 75세의 로버트가 무겁게 숨을 쉬며 말한다. "이런, 불쌍한 내 꼬마. 많이 사랑하는 거야?"
그래서 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제 로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이나 슬픔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고 있다. 사랑은 손가락으로 짚을 수 없다. - 295

2023.dec.

#레스 #앤드루숀그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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