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 하 십이국기 4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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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왕이 된 소녀와, 스즈, 봉왕의 딸이었던 공주 쇼케이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그를 극복하고 한층 성장하는 세 명의 소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요코는 하루아침에 왕이 되었으나 정세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제관들의 의견을 듣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요코처럼 해객인 스즈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기만 한 상황이고,
쇼케이는 봉왕의 실정으로 하루아침에 일개 평민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미숙하던 캐릭터들이 여정 속에서 서서히 성장하고 훗날 뭔가 역할을 할 인물들로 변모하는 이야기라 흐뭇했다.

경왕으로 등극한 요코를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 결국 조우하는 이들의 모험담이 2권 분량인 것이 충분히 납득이 된다.

멋진 설정의 판타지라서 왜 이제야 읽고 있나 싶은 마음.:)


- "...... 나는 나라를 움직이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아직 잘 몰라.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을 뿐이야. 그런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지?"
"골치 아픈 질문이군."
"풍요로운 나라였으면 좋겠어. 경의 백성이 굶지 않기를 바라. 하지만 풍요로우면 그것으로 된 걸까. 내가 태어난 나라는 풍족했지만 좋은 나라였냐고 물으면 그렇다고는 대답하지 못하겠어. 풍요로운 만큼 많은 일이 비틀려 있었지."
어째서 국가 구조에 좀 더 흥미를 갖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하면 왜국의 정치 구조조차 알지 못한다.
"일국이라는 이렇게 무거운 것을 떠맡았으면서 그것을 어디에 안착시키면 좋을지 모르겠어. 이런 왕이 정말로 도움이 될까." - 63

- 쇼케이는 복잡한 심경으로 라쿠슌을 바라보았다.
"나를 안국으로 데려가도 아무도 포상을 주지 않을 거야."
"그런 게 아니야. 너, 감옥 안에서 괴로워 보였어."
"내가?"
"괴롭고 괴로워서 참지 못하는 얼굴이었어."
라쿠슌이 실눈을 지었다. "나랑 만났을 무렵 경왕도 그랬어."
"그래서 나도 주웠구나."
라쿠슌이 웃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인연이라고 했지?" - 38

- "나는 경의 백성 모두가 왕이 되었으면 한다."
단언하는 목소리는 명확했다.
"지위로 예의를 강요하고 타인을 짓밟는 데 익숙한 자의 말로는 쇼코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명백하겠지.. 또한 짓밟힌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이들이 이르는 길 또한 명백하다. 사람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 그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타인의 학대에도 굴복하지 않는 마음, 재난이 닥쳐도 꺾이지 않는 마음, 부정이 있으면 시비를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짐승에게 아첨하지 않는, 나는 경의 백성이 그처럼 속박당하지 않는 백성이 되기를 바란다. 자기라는 영토를 다스리는 유일무이한 군주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먼저 타인 앞에서 의연히 고개를 드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 387

2024. mar.

#십이국기 #바람의만리여명의하늘 #오노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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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해신 서의 창해 십이국기 3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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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인 듯 보여도 결국 성심이 곧은 왕과 그의 기린.

왕국의 기초를 다지는 혼란한 시기의 모습을 그려낸 에피소드.

- "어차피 나라라는 것은 백성의 혈세를 착취해서 성립하게 되어 있어. 솔직히 말하면 나라 따위 없는 편이 백성을 위해서는 좋지만, 그런 줄 모르도록 잘 처신하는 것이 능력 있는 관리의 재주 아닌가."
"어이없는 왕이네."
"사실이잖아. 백성은 왕이 없어도 일어설 수 있어. 백성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은 왕이지. 왕은 백성이 땀 흘려가며 수확한 것을 착취해서 먹고살지. 그 대신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해줘."
"...... 그럴지도."
"결국 왕은 백성을 착취하고 죽이는 존재다. 그러니까 되도록 온당한 방법을 써서 최소한으로 착취하고 죽이지. 그 수가 적으면 적을 수록 현군이라고 불려. 하지만 결코 없어지지는 않아." - 77

- 나는 싸우려고 왔어. 우리에게 풍요를 베풀어주실 왕을 지킬거야. 나는 이 아이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살인을 묻어버리는 세상이 두 번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 그러기 위해서는 옥좌에 천명이 있는 왕이 계셔야 해. 왕이 장차 이 아이를 풍요롭게 살게 해준다면 지금 나는 왕을 위해 죽을 수 있어. - 206


2024. mar.

#십이국기 #동의해신서의창해 #오노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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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조차도 민음사 모던 클래식 56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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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분열적 문장들을 번역하는데 애먹었겠다.... 싶은 감상.

삶의 여유라고는 1도 없는 빈곤하고 외로운 처지의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자포자기를 넘어선 중독자인 인간이 횡설수설 혹은 중언부언, 읊조리는 분열적 외침들.

피곤한 독백이 이어지고 이토록 파절되는 혼잣말로 책 한 권을 썼다는 점이 집요하다고도 ...

보통은 집중이 어려운 스타일의 글인데, 좀 휘몰아치듯 읽는 느낌으로 생각보다 몰입이 된다.

화자가 유령 같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소외되는 이들의 시선의 총합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모든 소외계층의 목소리가 이런 죽음에도 역사가 있다고 말하는...


- 우리가 복닥거리며 몰려들지만, 그들은 우리를 보지 않는다. 물론 보지 못한다. 어떻게 보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에 익숙하다. 이전에도, 오랫동안 이런 일을 겪어 왔다. 이렇게 되기 전에도. - 15

- 땅까지는 까마득하고 네 손에 든 가지는 쓸모없는 죽은 나무 조각이고 너는 허공으로 낙하 - 46

- 나도 여유만 있었으면 맘 좋은 남자란 걸 예수도 알아
그러는 너는 어쨌을 - 54

- 모든 기다림은 끝나고 그의 눈물이 모두 닦이고 그렇게 다 그런거지. - 123

- 일부러 과용하면서 그럴 생각도 해 봤고, 마이크가 아는 마약쟁이들은 대부분, 주사를 맞는 반은 그 생각을 하면서, 그걸 저지를 생각을 해 보았을 테니까. 뛰어내리고, 목매달고, 물에 빠지고, 불 지르고, 질 나쁜 술집에서 시비를 붙어 칼에 찔려 버릴까 생각을 했고. 마이크한테 계속 생각하는 한 가지는 버스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학교 때 친구가 그랬기 때문인지 늘 생각이 나서. 제대로만 해내면 쉽고도 빠른 길로 보이고 일부러 그랬는지 아무도 모를 테니까, 만약 부모들이 얘기한 것처럼 저 신의 말씀 어쩌고 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이었다고 해도 너무 용서받지 못할 죄 같은 것처럼 보이지 않고 모면할 수 있는 길 같았으니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랬다. - 163

2024. mar.

#개들조차도 #존맥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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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십이국기 2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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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를 받은 왕을 고르는 임무가 주어진 다이키.

자신이 기릭이라는 자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터라 자신의 선택에 자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봉산에 승선하는 사람들 중 왕을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선택한 왕이 위왕이면 어쩌나 싶은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기린의 선택아닌가. 틀릴 수가 있나 ㅋ

인을 추구하는 기린이라는 존재가 전투캐가 아니라는 점이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는데, 요마가 존재하는 혼돈의 세계라서 오히려 필요한 캐릭터가 아닌가 납득하는 과정이다.

- 어찌하여 도망치는 다이키를 잡을 수 없었던가.
어찌하여 갑작스럽게 기린이 전변했는가.
막연하게 도달한 해답은 '의지'였다. 자신의 행동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단단하고 강한 의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달려 가겠다는 의지력. - 330

2024. mar.

#십이국기 #바람의바다미궁의기슭 #오노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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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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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권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중도 포기한 내용이다.

순종만을 강요받으며 눈치 보는 자세로만 살아온 붉은 머리의 소녀. 

어느 날 학교로 찾아온 신비스러운 외모의 남자에 의해 이세계로 납치?를 허락?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초반의 소극적인 주인공의 모습이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애니메이션으로의 시도는 실패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요코의 고난이 어디까지 될지 모르겠는 암담한 와중에 등장한 반수 라쿠슌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 게다가 귀엽.....
차별받는 반수의 삶이지만 긍정적이고 넘치는 호기심과 지적인 모습은 새로운 왕의 동행으로 아주 적절하다.
물론 안국으로의 동행은 라쿠슌의 높은 학구 욕망도 충족시키기도 하고...

다소 뒤늦게 경국의 새로운 왕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헛되지 않은 수련의 시간을 보낸 경왕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 "참으로 고집이 세십니다."
내뱉듯이 말하고는 느닷없이 무릎을 꿇었다. 반응할 새도 주지 않고 요코의 발을 잡았다.
"어전에서 떠나지 않고, 충성을 맹세할 것을 서약한다."
빠르게 말하자마자 요코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허락한다고 하십시오."
"뭐야?"
"목숨이 아깝지 않으십니까? 허락한다고 말씀하십시오."
거친 말에 기가 죽은 요코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 36

- 날이 저무니까 검을 쥐고 일어난다. 적이 오니까 싸운다. 아침이 오니까 잠잘 곳을 찾아 잔다. 그것만이 계속된다. - 242

- "이 주변에서 반수는 나뿐이야. 주상은 나쁜 왕이 아니지만 좋고 싫은 것에 따라 차별이 다소 심한 편이야. 해객에 대해서도 엄격하고 반수에 대해서도 냉정하지."
말하고 나서 수염을 튕겼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이 일대에서 가장 머리가 좋아."
요코는 이런 말을 하는 라쿠슌의 의도를 헤아릴 수 없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영리하고 재치가 있고 마음씨도 좋아."
요코는 살짝 웃었다.
"......그렇군."
"그래도 나는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반푼이지. 절반만 인간이니까. 이 모습으로 태어날 때 그렇게 결정되어버렸어. 하지만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요코는 살짝 끄덕였다. 말하려는 바는 막연히 알았지만 그래도 경계심이 풀리지 않았다.
"해객도 그렇지. 그러니까 해객이 해객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 326

- 그렇게 굳은 목소리로 말한 라쿠슌은 요코를 쳐다보았다. 지그시 바라보며 수염을 맥없이 실룩거린다.
"요코는 먼 사람이었구나......"
"나는......"
"사실이라면 나 같은 신분이 말을 걸 수 있는 분이 아니야. 더는 요코라고 이름을 부를 수도 없겠어,"
(...)
"나는."
지독한 분노로 목소리가 떨렸다.
"나일 뿐이야. 한 번도 내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어. 왕이든 해객이든 그런 건 나라는 존재와는 관계없어. 내가 라쿠슌과 여기까지 걸어온 거야."
라쿠슌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따름이다. 라쿠슌의 둥근 등이 지금은 요코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어디가 달라? 뭐가 바뀌었느냐고. 나는 라쿠슌을 친구라고 생각했어. 옥좌라는 것이 친구가 갑자기 변해버리는 지위라면 그딴 거 나한테는 필요 없어."
작은 친구는 대답이 없다.
"이런 걸 차별이라고 하지. 라쿠슌은 나를 해객이라고 차별하지 않았어. 그런데 왕이라고 차별하는 거야."
"..... 요코."
"내가 멀어진 게 아니야. 라쿠슌의 마음이 멀어진 거지. 나랑 라쿠슌의 사이는 고작 두 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잖아."
요코는 자신의 발치에서 라쿠슌의 발치까지의 짧은 거리를 가리켰다.
라쿠슌은 요코를 올려다본다. 앞다리가ㅏ 어쩔 줄 몰라 하며 가슴께 털을 만지작 거리더니 명주실 같은 수염을 흔들었다.
"라쿠슌, 아니야?"
"...... 나한테는 세 걸음이야."
요코는 미소 지었다.
"...... 미안."
라쿠슌이 앞다리를 뻗어 요코의 손을 톡 하고 만졌다.
"미안해."
"아니야, 나야말로 이상한 일에 끌어들여서 미안."- 411

2024. mar.

#십이국기 #오노후유미 #달의그림자그림자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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