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위트 홈 - 2023년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최진영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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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자 최진영 작가의 홈 스위트 홈과 유진 모두 좋았다.
남은 여생의 의미를 스위트 홈을 가꾸는 일에 둔다라는 점도.

최은미의 그곳, 서성란의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가 좋았다.


- 나는 죽어 가고 있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 죽음을 죽음 자체로 두기 위해 오래 바라볼수록 두려움보다 슬픔이 커졌다. 두려움은 막연했으나 슬픔은 구체적이었다. 거기 나의 희망이 있었다. 슬픔을 위해서 움직일 힘이라면 아직 남아 있었다. - 26, 홈 스위트 홈

- 잠시 그림을 바라보다 말했다.
나는 이 집에서 죽어.
그 순간, 내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미래와 희망을 느꼈다.
그럼 나는?
어진이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나와 같이 여기서 살지.
이 집은 어디에 있어?
완치하리라는 희망보다 훨씬 단단한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이제 우리가 찾아낼 거야. - 29, 홈 스위트 홈

- 어쨌든 나는 반가워서 말을 걸 거야. 네 영혼이 나타나면 너무 반가워서. 돌이켜 보면, 엄마는 그때 처음 받아들인 것 같다. 말도 안돼, 말도 안 된다는 말로 밀어내던 높은 확률의 미래를.
그럴 일은 없어, 엄마.
그러나 나는 엄마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두고 싶진 않았다.
나는 영혼만 남기고 갈 생각 없거든. 내 몸이 죽으면 내 영혼도 죽는 거야. 그러니까 죽은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봉헌하고 그런 거 절대 하지 마.
나쁜 년.
엄마가 말했다.
이럴 때 보면 넌 진짜 지독하게 나쁜 년이야. - 33, 홈 스위트 홈

- 우리는 차 안에서 자주 다퉜다. 다투지 않을 때는 하나 마나한 말이지만 하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말을 나눴다. 산을 보면 산이 참 높다고, 바다를 보면 바다가 참 넓다고, 꽃을 보면 꽃이 참 곱다는 말들. 그리고 어느 날엔 이런 이야기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쓸 거야.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도록 두라는 뜻이야. 내 몸에 어떤 튜브도 넣지 말고 나를 살리겠다고 나의 가슴을 짓누르지도 말란 뜻이야. 엄마, 잘 기억해. 나는 꼭 작별 인사를 남길 거야.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 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거야. 같은 말을 어진에게도 했다. 사랑을 두고 갈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울 거야. 사랑은 때로 무거웠어. 그건 나를 지치게 했지. 사랑은 나를 치사하게 말들고, 하찮게 만들고, 세상 가장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어. 하지만 대부분 날들에 나를 살아 있게 했어. 살고 싶게 했지. 어진아, 잘 기억해. 나는 이곳에 그 마음을 두고 가볍게 떠날 거야. - 34, 홈 스위트 홈

- 이제는 더 나아지기 위해서 쓴다. 소설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나에게는 소설이 필요하다. - 작가의 말



2023. nov.

#홈스위트홈 #최진영 #46회이상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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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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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층으로 자란 룸메이트의 선택?으로 이어진 길고 긴 인연에 대한 이야기.

특권을 누리는 자신의 삶이 이 세상에 부당하다는 아픈 자각을 가지고 살아간 앤.
그런 앤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던 조지.

혁명놀이를 하는 부잣집 응석받이, 가난한 흑인 남자와 사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백인 여자, 슬럼가를 추종하는 소녀팬.이라는 가혹한 평가들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살았던 앤이라서 어느 정도 연민은 가질수 있었지만,
솔직히 저런 가혹한 평가라는 것에 심정적으로 더 동의하게 되는 건 앤이 결국엔 특권층인 백인 미국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앤의 진심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라고 여겨진 사람들이 여전히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믿음과 신념이 결코 틀렸다거나 망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테지만. 세상은 그럼에도 너무 사악하기 그지 없다고 여전히 느끼고 있다.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시대”를 “외부자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다른 책들 보다 조금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게 된 지점도. 그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의 역할을 앤이 너무 잘 수행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 자신과 오나전히 다른 것만을 사랑할 수 있는 앤기 보기에, 지배계급의 딸들인 그들에겐 영혼이 없었다. 영혼. 앤은 그들에게 기대할 만한 희망은 단 하나뿐이며 그건 스스로를 경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 57

- 어린 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에 대해 알게 됨과 동시에 자신이 그 악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누리는 온갖 멋진 혜택들과 좋은 것들이 자신보다 운이 좋지 못한 타인들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가 자라난 60년대라는 시대의 가르침이었다. - 340

-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당신 부류의 마지막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350

- 지금껏 이야기한 내용을 보면 앤이 메리빌에서 비현실적인 인도주의자로 통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랬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그가 재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선동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관리자들은 말했다. 그리고 성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우리는 말했다. - 536

2023. sep.

#그부류의마지막존재 #시그리드누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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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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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이야기의 후속편.

오랜시간이 지나 나온 후속편이지만, 워낙에 강렬한 설정의 디스토피아 이야기라 다시 연결되어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길리어드에서 홀연히 사라진 아기 니콜. 캐나다에선 자유의 상징으로, 길리어드에서는 빼앗긴 보물인 니콜의 이야기.
길리어드 내부에서 힘에 굴복해 살던 이들의 이야기.

리디아 아주머니라는 인물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힘을 얻는 순간까지, 힘의 우위가 바뀌는 순간까지 내면에 어떤 폭풍이 휘몰아쳤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고 어처구니 없는 길리어드에 부역? 한 것을 용인할 순 없지만 개인으로서 할수 있는 선택이 없었을 상황도 먹먹하게 이해되는 부분이랄까. 그저 혐오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캐릭터의 흥미로운 서사.

시녀이야기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백래시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어서? (그랬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면, 최근의 어이없는 기운 속에서 읽은 후속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라고 느끼며 읽게 된다.

-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때는, 둘 다 단순히 혐오하는 얼굴을 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아니지요, 우리는 거울을 응시하고 있는 겁니다...... 정말로 우리 안에서 당신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겁니까? - 나치 친위대 상급돌격대지도자 리스가 늙은 볼셰비키 모스토프코이에게, 바실리 그로스만, <삶과 숙명>

- 나는 자질에 소명을 맞춰 주려 애쓴다. 그러는 편이 낫고, 나는 차선을 굳게 신봉하는 사람이다. 최선이 부재할 때는.
그게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다. - 312

- 모든 것은 기다리는 여자의 차지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뒷굽은 닳는다. 인내심은 미덕이다. 복수는 나의 것이다. - 361

- 우리 모두는, 가늘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우리는 진동한다. 우리는 떨고 있다. 우리는 항상 경계를 놓지 않는다 흔히 공포 정치라고 말하곤 하지만, 정확히 말해 공포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대신 공포는 마비시킨다. 그렇게 해서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내려앉는다. - 398

-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지는 않았어요. 다른 질문으로, 또 다른 질문들로 이끌어 갈 뿐이었죠. - 428

-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여자는 의무를 다하는 길을 통제할 수 없다. 분노의 물결과 맞서 싸우려 들지 말고, 분노를 연료로 활용하라. 숨을 들이쉬어라. 숨을 내쉬어라. 옆으로 한 발 비켜서라. 우회하라. 굴절하라. - 521

- 늘 하는 이야기처럼, 역사가 정확히 반복되지는 않지만 각운을 맞추어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이죠. - 582

2023. aug.

#증언들 #마거릿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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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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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비기닝.

일단 최애 작가인 정세랑 작가의 신작이고, 이것은 시리즈로 출간이 될 예정이므로, 너무 신나게 읽었다.

680년대 통일신라가 배경이라고? 하는 호기심도 생겼고,
정체를 숨긴 여성 탐정같은 주인공의 모험? 사건일지? 라니.
그저 좋다.

읽으면서 아 이것은 어쩌면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 처럼 성장하고 장수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이 있었다.

고생 끝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콤비 목인곤도, 여동생을 남동생으로서 장안 유학을 보낸 좀 제정신은 아닌듯한 셋째 오빠 호은도, 산술에 밝은 긍정 여동생 도은도 모두 호감 캐릭터.
자은이 내내 돌아버린거 같다고 경계하고 뜨악하는 호은도 자은의 재능을 알아본 은인?이니까.ㅋㅋㅋ 될성부른 새끼 사자를 벼랑으로 밀어버리고 알아서 살아 올라와보렴... 하는 느낌이랄까.
재주많고 능글한 목인곤과의 관계가 계속 동료일지... 도 조금 관심이 생기는 부분이다.(이래도 저래도 좋을것 같은, 긴 인연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좋은 캐릭터, 현명한 등장인물들이 많아 독서가 즐거웠다.

속을 알 수 없는 좀 무시무시해보이는 왕의 매가, 매잡이가 되는 자은의 다음이야기가 엄청 기다려진다.

- 호은이 자은을 부른 것은 다음날 조반을 들기도 전이었다. 자은이 들어서자 정리가 매우 절실해 보이는 서고 한가운데 앉아 있던 호은이 온 얼굴로 반가워했다. 그 반가움이 동기간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판을 이긴 도박꾼의 것이라 자은은 역시 빈정이 상했다. 재기어린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뻔뻔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그새 고민이 많았는지 눈밑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턱밑의 그림자는 사라져 화는 다소 누그러졌다. - 64

- “자은 공이, 바로 귀댁으로 가서 도와드릴 겁니다. 제가 모시고 갑지요.”
목인곤이 자은 대신 흔쾌히 수락의 말을 했다. 자은은 기가 막혀서 인곤을 돌아보았다. 이 식객 놈이? - 74

- ”내일부터는 티내지 말고 왕성하게 먹게. 평소처럼.“
“평소에...... 내가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식객이 너무 먹는다고?”
“아니, 보기 좋게 먹는다고 여겼네.”
자은은 인곤이 답잖게 눈치를 보는 게 우스워 달랬다. - 93

- “자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큰일날 뻔했군. 자네의 눈이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네의 손이 내가 빚지 못하는 것을 빚을 수 있어 든든하게 여기고 있네. 서라벌이든 어디든 자네가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을 찾을 때까지 편히 곁에 있어주면 좋겠어.”
그런데 인곤은 자은의 칭찬을 반기지 않고 뜨악해했다.
“으...... 어울리지 않아.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나는 설자은이 데면데면해서 마음에 드는 것이네. 잘 보관한 맵쌀처럼 습기가 없는 게 좋아. 제발 다시는 그러지 말게.”
소름 돋는다는 듯 어깨를 떨며 인곤이 나가버렸다. 자은은 괜한 짓을 했구나 싶어 후회스러웠다. - 198

- 나는 지금이 좋아. 부려먹히는 걸 모르고 부려먹히는 것도 아니고. 머리 아플 때도 있고 곤궁할 때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한동안은 이렇게 지내고 싶어. 그러니 괜찮아. 걱정해주지 않아도 돼. 그리고 두 사람이 와서 무언가 재밌어졌으니까. 매일 똑같이 살면 한 계절을 돌아봐도, 한 해를 돌아봐도 하얗게 기억이 나지 않아. 어쨌든 올해는 기억날 일이 가득이지.
자은도, 인곤도 그 말에 웃었다. 금성에 돌아와 불미스러운 일에만 엮인다 싶었는데 재미로 쳐주다니 도은의 관점이 달랐다. - 225

- 신문왕을 제멋대로 그리는 것은 아무래도 죄송스러워서, 신문왕릉에 가서 사과드리고 왔는데 그곳이 신문왕릉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곤란해졌습니다. - 작가의 말 중

2023. nov.

#설자은금성으로돌아오다 #설자은시리즈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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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치아 - 저온 발효에 관한 실질적 이론과 레시피 Back to the BASICS 1
홍상기 지음 / 더테이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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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자주 만드는 포카치아라서 좀 자세히 들여다 볼겸 읽어보았다.

읽는 내내 얼른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한듯.

떨어진 재료 몇가지 주문하고 포카치아 만들어 먹어야지...

여러가지 일들로 마음이 조금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 상태로 몇달을 지내다 보니 레시피 북 읽는게 제일 나은 방법인것 같기도 한 요즘이다.

이 백투더베이직 시리즈 다 좋을것 같다.

다른 시리즈도 나오면 다 사야겠음.

2023. nov.

#포카치아 #홍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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