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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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의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우연으로 조우하는 찰스 제이컵스.
목사로, 떠돌이 장사꾼으로, 사이비교주로, 미치광이 과학자로 존재하는 찰스.

인생의 여러가지 비극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찰스 제이컵스라는 광인이 어디까지 흘러갈지가 흥미진진하다.

- 우리의 인생을 집필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운명일까 우연일까? 나는 우연이라고 믿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싶다. - 12

- 나는 옛날 같았으면 우리가 걷는 길은 무작위로 선택하는 거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있고 나서 다른 일이, 그러고 나서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이제 나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세상에는 어떤 기운이 있다. - 130

- 호기심은 끔찍한 것이지만 인간적인 것이기도 하다.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기도 하다. - 533

2023. dec.

#리바이벌 #스티븐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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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성 겨울 민음의 시 148
장승리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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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내 손을 잡고 싶어 했을 때 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가신 후 보는 책 족족 밑줄을 그었을 뿐입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내 온몸에 밑줄을 그어 주세요 그 계단을 밟고 내려와 내 손을 잡아 주세요 - 또, 봄입니다 중

- 거대한 꽃상여에 치여 죽고 싶어 하던 너, 떨어지는 나를 붙잡기 ㅟ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 있겠니 - 웃으면서 자는 죽음 중

- 살아 있는 것들의 들숨과 날숨으로
하늘은 저렇게 어두워지는데
숨의 총량은
어둠의 총량을
넘어서는 법이 없다 - 키스 중

- 우리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바다는 없다
눈먼 등대가 되어
더 밝은 어둠 속으로 그대를 몰아내는
내 눈동자의 침묵에 대답할 수 없다면
그대,
더 이상 그대 몸속에 그대 키 이상의 파도는 만들지 말기를 - 우리 중

- 난 지쳤어
더 이상 요동치지 않는 방의 심장에 돌을 던지자
잔물결이 밀려왔고
물결 하나를 관 뚜껑처럼 덮고
점점 더 방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난 한 마리의 하혈하는 파랑새가 되고 싶었어
하늘에 걸려 있는 교수대의 목줄을 향해 돌진하고 싶었지 - blue day중

- 가려워서 긁는다 긁다 보니 긁는다 가렵지 않아도 긁는다 눈보라처럼 버짐이 일어난다 창문을 긁고 가는 바람의 메마른 웃음을 분석하고 싶은 밤 네가 내 앞에 서 있다 거울을 통해 자기 등 뒤를 살피던 고양이의 매서운 눈매를 하고 있는 너 네 앞에서 나는 왜 거울인가 - 습관성 겨울 중


2023. nov.

#습관성겨울 #장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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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유 재산 - 메리 루플 산문집
메리 루플 지음, 박현주 옮김 / 카라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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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성찰.
여성의 노화에 대한 다소의 불쾌함에 대해 각성하고 있는 요즘, 메리 루플의 세계가 다가왔다.

젊음이나 늙음이나 어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그저 경계없는 경계에 대해서.
조금은 울적한 나날에 다양한 색깔의 슬픔과 안도를 생각한다.

- 그래서 경찰들이 내게 달리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지만 자기 자신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러다 우리가 마침내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될 때면 더 이상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들은 그 말에 만족한 듯 보였다. 경찰들도 참, 그들은 모두 젊다. - 14

- 궁극에는 그들 사이에 진정성있는 감정이 오고 갔기를. 이것이 나의 가장 깊은 바람이다. 비록 그 감정이 일종의 패배감이었다 할지라도. - 17

- 가끔은 완곡어처럼 들리는 ‘삶의 변화’라는 단어도 보았지만, 실은 완곡어법도 아니다. - 35

- 행복한 노년은 맨발로 다가오며, 그와 함께 우아함과 상냥한 말들을 가지고 온다. 음울한 청춘은 절대 알 수 없었던 방식으로. - 42

- 그 모든 실패에 대해 생각했다. 파케트 선생은 프랭크에 대해, 허먼 멜빌에 대해, 바틀비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안타까운 기분을 느꼈다. 자기 잘못이 없다고는 해도 세계를 구해야만 했으나 구할 수 없었던 문학에 대해서. - 50

- 나는 결코 외롭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 내가 나 자신을 지루하게 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것이 외로움에 대한 나의 정의이다. 자신을 지루하게 하는 일. 한 신체를 쓸쓸하게 하는 일, 바로 그것이다. - 65

- 가을의 이 페이지들을 책장을 넘기듯 넘겨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책의 맨 아래에 이를 때마다 페이지를 응시하며 넘어가! 넘어가, 넘어가란 말이야, 넘어가, 라고 하는 것처럼. 그는 저녁의 무감각 속에서, 절망 속에서 울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120

-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작가들에게는 대부분 하인이 있었다. 그들이 셀제로 설거지를 해본 적이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그건 참 안된 일이다. 그들은 설거지를, 특히 저녁 식사 후의 설거지를 재미있어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동작은 다른 것들로부터 정신을 돌릴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것들’이란 이 세계의 걱정거리를 뜻한다. - 128

- 덧붙이는 말 : 색깔을 다룬 각각의 글에서, ‘슬픔’이라는 단어 대신 ‘행복’이라는 단어를 넣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 153, 감사의 말 중

2023. oct.

#나의사유재산 #메리루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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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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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노벨문학상에 대한 라이브를 했는데, 노벨상 발표를 기다리며 진행된 라이브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제 더이상 노벨 문학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업었지만, 라이브를 보며 한참 웃고 수상자 소식까지 전해듣고나니 왠지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주문한게 이 책이었다.

길고 긴 문장이 이어지고, 그것이 마치 끊어지지 않는 생명력같이 느껴졌다. 그 여운이 좋았다. 마치 대자연속에서 당연한 흐름처럼 흘러가는 생명.

연극적이고 고요하고, 독서지만 명상같은 독서.

- 그리고 그 아이가 이제 곧 나온다, 마르타, 아이의 어머니는 고통으로 비명을 지른다,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 - 15

- 그럼 마음 아픈 일이지, 레이프가 말한다
그래도 닥칠 일은 닥치는 법이야, 그가 말한다
사람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차례가 오는걸, 그가 말한다
그런 거지 뭐, 그가 말한다
싱네가 그의 팔을 놓는다
그래 이제 아버지도 돌아가셨어, 그녀가 말한다 - 124

-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 131

2023. oct.

#아침그리고저녁 #욘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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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문학동네 시인선 201
한여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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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련한 것들에 대해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불안한 현실에 오소소한 소름이 돋다가, 왠지 안도하며 덮게된 시집이다.

-허름한 작은 방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먹고 자고 계속 살았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미선 언니도 언젠간 다 그랬을 것이다
얇은 벽에 기척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꾸만 이불 안으로 움츠러들었겠지
몸은 자꾸만 넘치려 하고 터지려 하고
그러니 뭐라도 막으면 좀더 살 만하지 않겠냐며
어떤 날은 귀를 막고 어떤 날은 입을 막고
사람 사는 꼴이 뭔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걸까 - 미선 언니 중

-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가령,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 같은 것 - 영동고속도로 끝에는 미래가 중

- 어제와 엊그제와 모든 삶이
거대한 기록이라는 게
참 이상하지 - 겨울 소설 중

2023. oct.

#두부를구우면겨울이온다 #한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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