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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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의 유명한 시리즈 물이라고 해서 읽어보았다.

미스터리 연구회의 학생들의 무인도 입성. 부터 아 다 죽겠구나 하는 느낌.

중반까지 흥미진진하고 대체 범인이 누구인지가 궁금했지만.
결론적으로 후반부의 결론은 응? 하는 느낌.

어쨌든 흥미롭게 읽은 미스터리물.
시리즈를 다 읽어볼까 싶다.

- 세계를 바둑판이라 하고, 인간들을 말이라 하자. 인간의 수읽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모든 요소들을 분석하여 계획을 세운다 한들,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얄팍한 계산으로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이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마음이란 너무도 복잡하고 제멋대로이기에...... - 10

- 이윽고 그들이, 죄 많은 사냥감들이 덫을 향해 날아들 것이다. 덫은 열 개의 등변과 내각을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은 찾아올 것이다. 아무런 의심도, 두려움도 없이, 자신들을 포획하고 심판할 그 십각형의 덫 속으로...... - 11

2023. dec.

#십각관의살인 #아야츠지유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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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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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몰아치고, 바람소리가 거센 가운데 읽자니 몰입은 잘된다.

모래땅에 사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휴가차 떠난 사구여행.
모래에 잠식되어 가는 이상한 마을에 감금되어 변모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사이코드라마 같은 이야기.

삶의 의미라는 것도 없이, 그저 모래를 치우기 위해 사는 마을이지만, 실상 그 모래를 마을 사람들과 같이 치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모래 구덩이에 덜렁 던져져 원래(부터일까) 살고 있던 여자와 살게 되고, 그 여자가 제정신인지도 잘 모르겠고. 여튼 좀 괴상한 이야기다.

잘난 척 하며 유서처럼 편지를 남겨놓고 여행을 떠난 탓에 사회에서는 의문의 실종으로 기록되버리고 만 주인공의 생사가 딱히 불쌍하지도 않았다. 왤까.

- 지상에 바람과 흐름이 있는 이상 모래땅의 형성은 불가피한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불고 강이 흐르고 바다가 넘실거리는 한, 모래는 토양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어다닐 것이다. 모래는 절대로 쉬지 않는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지표를 덮고 멸망시킨다...... - 19

- 그러나...... 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조여들듯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래벽을 보고 있노라면, 아까 기어오르려다 떠밀려났던 비참한 실패가 떠오르고 만다...... 몸부림만 칠 뿐 아무 효과도 없는, 전신을 마비시키는 무력감...... 이곳은 이미 모래에 침식되어 일상적인 약속 따위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특별한 세계인지도 모른다...... - 54

- 실패했어......
그렇네요......
참 내, 그것도 아주 보기 좋게 실패했어.
하지만, 순조롭게 성공한 사람, 없어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여자는 눈물 어린, 그러나 마치 남자의 실패를 변호하듯 힘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이 얼마나 비참한 친절함인가. 이 친절함이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니, 너무 불공평한 것은 아닌가? - 198

2023. dec.

#모래의여자 #아베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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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마음
임이랑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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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어둡고, 불안한 어떤 마음과 쉽게 동화되어 울적해진다.
그런게 저자의 밤의 마음인가? 싶게.

용기와 위로의 말이 없지는 않았지만, 불안이 증폭되었다.

이 전의 책들에 비해 우울함에 기울어진 글들.

- 당신을 당신이게 하는 그 모퉁이를 양보하지 말고 더 단단해지세요. 나를 위해서. - 11

- 낙관의 마음을 놓아 버리면
내 손엔 정말 무엇도 남지 않는다. - 43

- 오늘도 ‘적당히’는 어렵다. 사실 세상에서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 73

- 불안이 간질간질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가슴으로 내려갔다가, 이내 배꼽 주위를 맴돈다.
그래, 이건 분명 전염된 거야. - 115

- 삶의 모든 순간에 쓸모 있는 인간일 필요는 없지. - 221

2023. dec.

#밤의마음 #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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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여정
오사 게렌발 지음, 미숙 스크리바 김 옮김 / 우리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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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젊은 시절을 지나
가족을 이루고 반려 고양이를 맞이하게 된 중년의 여성.

작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아주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그려낸 만화.

동물이란 그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까웠다 멀어지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여기던 어린 시절은 아마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일것이고, 저자의 다른 책들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의 냉소는 세상의 풍파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첫 반려 고양이 루비를 거쳐 펜리스를 만나고, 인간에게 마음을 망설이지 않고 주던 이 두 고양이 이후 젊은 시절의 나와 비슷하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오씨안을 만나게 된다.

오씨안이 집고양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고양이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는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양이들이 딱히 귀엽거나 예쁘게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다정하고 위안을 주는 만화.

오사 게렌발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 오씨안, 내 얘기 좀 들어봐.
나를 못 믿는데도 나는 이해할 거고,
나를 우습다 생각해도 상관없어.
나도 어렸을 땐 너랑 비슷했어. 너도 나처럼 그런 거야... 뭔가 기준이 되어 주는 좌표가 없달까? 네가 태어난 곳이 네 세상이지.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도 말이야. 선택권이 없으니 그냥 적응하는 거야. 그러다 좀 더 좋은 상황에 부딪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 다 이상하고, 나쁘고, 불편해 보였을 거야. 정말 너에게 필요한 곳이 거기라는 것도 모르고. - 86

- 그녀는 검은 세상 뒤에 숨어 두려움에 떨었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그 어떤 기준도 모른 채로 말이다. 나는 그녀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보같이 내린 섣부른 결정들, 화에 못 이겨 잘못 향했던 길들을 다 이해하기 시작했다. 뭔가가 좋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그녀는 몰랐다. 언젠가 그녀를 항상 내 옆에 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127

2023. dec.

#나의고양이여정 #오사게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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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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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되는 능력.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꿈.
스스로 그 단 한 사람을 선택할 수도, 모든 꿈을 거부할 수도 없는 숙명을 짊어진 여러 세대의 여성들 이야기.

감당하기 어려운 능력을 지닌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다 그 막막한 죽음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무척 우울해진다.

- 두 나무 근처까지 그들이 왔다. 두 나무는 기다렸다. 사람은 날카로운 도구로 한 나무의 줄기를 찍었다. 찍고 또 찍었다. 나무는 점점 기울었다. 나무는 나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무가 쓰러졌다. 강렬한 고통의 냄새가 나무를 에워쌌다. 사람들은 쓰러진 나무의 가지와 잎을 대충 잘라 낸 뒤 줄기를 수레에 싣고 떠났다.
홀로 남은 나무 주변을 뒹구는 푸른 이파리와 나뭇가지.
수수께끼처럼 남은 그루터기.
그와 같은 죽음은 처음이었다.
그처럼 강제적인 죽음은.
세월에 순응해 쓰러지거나 비바람에 뿌리째 뽑히거나 속부터 썩어 마침내 부러지는 나무는 숱했다. 쓰러지고 뽑힌 뒤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서 숲이 되었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줄기는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기괴한 죽음은 300년이 몇 번씩 거듭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숲에서 보고 들은 죽음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므로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이별 또한 아니었다. 훼손이었다. 파괴였다. 폭발이자 비극이었다. - 18

-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데 어째서 나는 살아 있지? 수많은 죽음 앞에서는 살아 있음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 65

- 미수는 단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천자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했다. 목화가 보기에 모두 감정이 섞인 해석이었다.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는 목화는 자기 역할을 중개인이라고 정의했다. 나무와 사람 사이의 중개. 나무가 사람을 살리려고 해도 목화 없이는 살릴 수 없다는 점이 중요했다. 목화는 자기 몫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건조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이었다. - 99

- 처음에는 목화가 직접 기록하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중개에서 깨자마자 기록할 힘이 없기도 했고, 말하는 것과 글자로 적는 것은 무척 달랐으니까. 글자는 확연했다. 기억을 선명하게 덧칠하고 감정을 증폭시켰다. 때로 목화는 “많이 죽었어”라는 말 외에는 꺼내지 못했다. 그럴 때 목수는 “한 명을 살렸다”라고 기록했다. - 100

- 중개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알아?
목수는 짐작하여 대답했다.
글쎄, 살려달라는 말?
목화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사랑한다는 말.
그날 목수는 그 말을 기록했다. - 104

2023. nov.

#단한사람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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