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쪽
성당 묘석들 아래에는 콩브레 역대사제들의 고귀한 유골들이 묻혀 있었는데, 그 묘석은 성가대110쪽석의 정신적인 포석 구실을 해 온 것으로, 그 자체가 생명 없는 단단한 물질만은 아니었다.  - P110

110쪽
...... 성당 안으로 들어가 우리 좌석에 다다를 때면 나는 마치 요정들이 방문한 골짜기에서 농사꾼이 바위나 나무나 늪에서 그들의 초자연적인 이동 흔적을 보고 황홀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들어, 성당이 내게는 마을 나머지 부분과는 전혀 다른 그 어떤 것으로 생각되었다. - P110

115쪽
성당은 말하자면 4차원 공간을 차지하는건물로 - 4차원이란 바로 시간의 차원이다.- 수세기에 걸쳐 이 기둥에서 저 기둥으로, 이 제단에서 저 제단으로, 단지 몇미터의 거리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시대들을 통해 마침내 승리자가 된 내부를 펼쳐 보였다. - P115

115쪽
거칠고 잔인한 11세기를 두꺼운벽 속에 감추었으므로, 거기 드러나는 것은 투박한 석재 덩어리로 막히고 메인 육중한 아치형 종탑 계단이 현관 옆에 파헤쳐 놓은 깊게 파인 홈뿐이었고 그곳 역시 우아한 고딕 양식 주랑이 종탑 계단을 가려서, 그 모습이 마치 버릇없고 투덜대는형편없는 옷차림을 한 남동생을 누이들이 낯선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감추려고 애교를 떨며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 같았다.  - P115

117쪽
꽃과 꽃이 기대는 검은 돌 사이에서 비록 내 눈은 아무 틈도 지각할 수 없었지만, 내 정신은 어떤 심연의 느낌을 비축하고 있었다. - P117

119쪽
까마귀 떼는 마치 이제까지는 본 척도 하지 않고 멋대로 뛰놀게 내버려두었던 오래된 돌들이 무한한 동요의 요인을 방출하며 후려치고 내몰아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듯이 빙빙 돌면서 울어 댔다. 그러다 보랏빛 ㅔㄹ벳 같은 저녁 하늘에 사방으로 줄을 그어 놓고는 ㅏㅂ자기 조용해지더니, 음산한 곳이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변했다는 듯이 탑 안으로 빨려 들어 갔다. 그중 몇 마리는 꼼짝하지 않는 낚시꾼의 자세로 파도의 물마루에 멈춰 있는 갈매기마냥 이곳 저곳 작은 종탑 꼭대기에 놓여 있었는데, 아마도 무슨 벌레를 물고 있는 것 같았다. - P119

120쪽
우리 마음의 모든 일, 모든 시간, 모든 관점에 형태를 주고완성하고 축성하는 것은 바로 생틸레르 종탑이었다. - P120

121쪽
종탑 주위를 빙빙 도는 새들의 울음소리는 종탑을 더 고요하게 만들고 첨탑을 더욱 높이 끌어올리면서 뭔가 말로 표현할수 없는 것을 남겼다. - P121

123쪽
결국 우리가 되돌아가는 곳은 항상 종탑이었고, 종탑이 언제나 모든 것을 지배했다. 

종탑은 예기치 않은 뾰족한 봉우리로 마을 집들을 불러내면서, 마치 수많은 인간 속에 몸을 파묻어도 내가 결코 혼동하는 일이 없는 신의 손가락처럼 내 앞에 모습을 내밀었다. - P123

119쪽
할머니께서는 막연하게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즉 자연스러운 모습과 품위 있는 모습을 콩브레 종탑에서 발견하셨다. 
- P119

117쪽
루아조 부인 집 창가에는 머리를 숙이고 가지를 아무 데나 내뻗는 버릇 나쁜 푸크시아 화분이 있었는데, 꽃송이가 점차 커져감에 따라 별로 할 일이 없다는 듯 충혈된 보라색 뺨을 성당의 어두운 벽면에다 대고 열을 식혀 댔지만, 그렇다고 해서 푸크시아가 내 눈에 성스럽게 보인 것은 아니었다.

·꽃과 꽃이 기대는 검은 돌 사이에서 비록 내 눈은 아무 틈도 지각할 수 없었지만, 내 정신은 어떤 심연의 느낌을 비축하고 있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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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롭고 초자연적인 저 너머 세계와 접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93쪽) - P93

97쪽
잠시 후 나는 아주머니에게 키스하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프랑수아즈가 홍차를 끓였다. 혹은 아주머니 스스로 자신이 좀 흥분했다고 생각하면 대신 보리수차를 청했다. 그러면 약봉지에서 정량의 보리수를 꺼내 접시에 담고 끓는 물을 부어 넣는 것이 내 임무였다. - P97

98쪽
이윽고 아주머니는 죽은 잎과 시든 꽃잎을 맛볼 수 있는 끓는 차에 프티트 마들렌을 담그고 과자가 충분히 부드러워지자 한 조각 내게 내밀었다. - P98

100쪽
컴컴한 응접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어둠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빳빳하면서도 솜사탕처럼 부서지기 쉬운 헝겊 모자 주름 장식 아래서 미리 고마움을 표하는 미소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가는 것을 보았다. 바로 프랑수아즈였다. - P100

126쪽
...... 어린 친구, 언제나 그대 인생 위에 한 조각 하늘을 간직하게나." 하고 그는 내 쪽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대에겐 드물게도 아름다운 영혼과 예술가의 자질이 있으니, 그에 필요한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게나."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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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작가는 의지나 지성에 의한 의지적인 기억과, 우연이나 감각에 의한 비의지적인 기억을 대립시킨다. 

즉 저녁 키스 장면은 의지적인 기억의 표본으로 과거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을 제공한다.

그러나 맛과 냄새에 의해 우연히 다가온 비의지적인 기억은 과거에 대한 총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며,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에서의 과거를 부활시킨다.

그리하여 저녁 키스 장면이 상기하는 밤의콩브레는 마들렌에 의해 찬란한 햇빛 속 낮의 콩브레로 대체된다. - P84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 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어떤 물질적 대상 안에
(또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 P85

실제로 프티트 마들렌을 맛보기 전 눈으로 보기만했을 때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 P89

그러나 아주 오랜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에도, 존재의 죽음과 사물의 파괴 후에도, 연약하지만 보다
생생하고, 비물질적이지만 보다 집요하고 보다 충실한
냄새와 맛은, 오랫동안 영혼처럼 살아남아 다른 모든 것의
폐허 위에서 회상하고 기다리고희망하며, 거의 만질 수 없
는 미세한 물방울 위에서 추억의 거대한 건축물을 꿋꿋이
떠받치고 있다. - P90

이처럼 콩브레에서 내 잠자리의 비극과 무대 외에 다른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어느 겨울 날, 집에 돌아온 내가 추워하는 걸 본 어머니께서는 평소 내 습관과는 달리 홍차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싫다고했지만 왠지 마음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 P85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입천장에 닿
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짪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 P86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디서 그것을 포착해야 할까? - P87

분명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팔딱거리는 것은 그 맛과 연결
되어 맛의 뒤를 따라 내게로까지 올라오려고 애쓰는
이미지, 시각적인 추억임에 틀림없다. - P88

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 P89

...... 그들의 작은 집들과 성당이, 온 콩브레와 근방이,
마을과 정원이,

이 모든것이 형태와 견고함을 갖추며 내 찻잔에서 솟아 나왔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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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내게 가르쳐 준 그 구절을 다시 말해다오. 이럴 때 마음을 가라앉혀 줄 말이었는데, 아, 그래, ‘주여, 당신은 우리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미덕을 싫어하게 하셨나요!참 좋은 말이다." - P57

그런 사실을 책에서 읽었으면 감동했을지 모르겠지만, 프랑수아즈의 입을 통해 들을 때는 그녀의 정중하고도 감상적인 어조 때문에 늘 짜증이 났다.
...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쓴것이 아니라, 엄마가 나와 헤어지면서 찾아보라고 부탁한 물건에 대해 잊지 말고 답을 써 보내라고 했기 때문에 쓴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쪽지를 엄마에게 전하지 않으면 틀림없이엄마가 크게 화를 내실 거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프랑수아즈는 내 말을 믿지 않았던 것 같다.  - P61

이다. 게다가 부모님들도 스완의 노쇠 현상에서 독신자들이나, 내일없이 밝아 오는 하루가 텅 빈 듯 느껴지고 아이들과 시간을 나누어 가질 수 없어 아침부터 순간순간이 쌓여 가서 하루가 남들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늘 찾아볼 수 있는, 비정상적이고 과도하고 수치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바람둥이 아내하고 살려니까 걱정이 많을 거야. 콩브레 사람들이 다 아는 것처럼 요즘은 그녀가 샤를뤼스라는 남자와 산다지. 마을 사람들이 꾸며 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 P68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 P73

그리하여 처음으로 내 슬픔은 더 이상 벌을 받아야 하는죄가 아니라, 내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병으로 공인되었고,
내 책임이 아닌 신경 증상으로 간주되었다. 

이제 나는 내 눈물에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마음이 놓였고, 또 죄를 짓지 않고도 울 수 있게 되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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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쪽
 "아! 여보게, 이런 좋은 날씨에 함께 산책하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자네는 이 모든 나무들이며 산사나무들, 그리고 자네가 한 번도 칭찬한 적 없는 이 연못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네는침통한 표정이구먼. 이 산들바람을 느끼는가? 아! 누가 뭐래도 사는 건 좋은 거라네. 내 친구 아메데!" 

그러다 갑자기 죽은 아내의 추억이 떠오르자 어떻게 이런 순간에 즐거운 마음이 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이, 조금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늘 하던 버릇대로, 이마에 손을 대고 눈과 코안경의 알을 문질렀다고 한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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