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자네의 주인이자 자네보다 어른이지만 지네가 나와 같기를 바라니 나와 같은 경지로 먹고 내가 마시는 것과 같은 것을 마셨으면 하네. 편력 기사의 도리는 사랑의 도리와 같아서 모든 것이 동등하다고 보니 말일세. - P155
「황공한 말씀입니다요!」 산초가 말했다. 하지만 나리,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먹을 것만 있다면 선 채로 혼자서 먹는 게 황제와 나란히 앉아서 먹는 것만큼이나 좋습니다요.
그뿐만 아니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비록 빵과 양파라도 예의나 범절을 지키지 않고 한쪽 구석에서 혼자 먹는 편이 훨씬 맛이 좋습니다요. 천천히 씹어야 하고, 조심해서 마셔야 하고, 자주 입가를 닦고, 재채기도 기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그 밖에 혼자있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체면 차리느라 하지 못하는 그런 자리에 있는 칠면조 요리보다 말입니다요. 그래서 말씀입니다요 나리. 제가 편력기사의 부하나 하인이라고 해서 제게 베풀어 주시려는 그런 명예들을 더 편하고 이익이 되는 것들로 바꿔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요. 다 고맙게 받은걸로 치고 앞으로는 세상 끝날 때까지 사양하겠습니다요.
그렇더라도 지금은 앉게나. 하느님은 스스로 낯추는 자를 들어 쓰는 법이네. 돈키호테는 산초의 팔을 잡아 자기 옆에 억지로 앉혔다. - P155
산초는
로시난테와 자기 당나귀를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편안하게 해주고는
불에 얹어놓은 냄비에 끓고 있는 염소 고기 냄새를 쫓았다. 당장 냄비에서 배속으로 옮겨 놓을 정도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꾹참았다. - P154
둘러앉았다. 돈키호테는 자리에 앉았고 산초는 선 채 뿔로 된 잔에 술을따랐다.
뿔로 된 잔 - P154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악습이 늘어나자 그것을 막자고 편력 기사라는 게생겨난 게지요. 처자들을 지키고 미망인들을 보호하며 고아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라고 말이오. 내가 바로 이에 속하는 사람이라오, - P157
더 이상 부탁할 것도 없이 그는 베어 낸 떡갈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줄을 고르더니 곧 아주 멋지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랫말은 이러했다.
난 알아, 올라,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비록 내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도, 눈길조차 말없는 사랑의 말들을 보내지 않았어도 말이야.
그건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내가 확신한다는 걸 네가 알고 있음을 내가 알기 때문이야. 알아준 사랑은 결코 불행한 적이 없었어. - P159
그 말이 틀렸다고 하지는 않겠네 돈키호테가 받았다.
자네는 원하는 데서 쉬게, 나 같은 직업의 사람들은 자는 것보다 밤을 새우는 편이 좋을 듯하네.
그건 그렇고 산초,
귀가 필요 이상으로 아파 오니 다시 한 번 봐주지 않겠나? - P163
이 무렵에 이미 그리소스토모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는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어요. 부동산이며 적지 않은 양의 크고 작은 가축이며 돈도 상당히 많이요.
그래서 대단한 재산을 부릴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젊은이가 된 건데, 사실 그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죠.
좋은 동료에 인정도 많고 착한 사람들 편이고 축복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가 복장을 바꾼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아까 우리 동료가 말한 그 여자 목동 마르셀라를 따라 이 벌판을 돌아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게 나중에알려졌어요. 그 죽어 버린 가엾은 그리소스토모가 그 여자한테 홀딱 반했거든요. - P167
아니, 사르나도 꽤 오래 살아요. 페드로가 대답했다.
그런데 나리, 나리께서 그렇게 제 말끝마다 붙잡고 따지시다가는 1년이 가도 얘길 다 못 끝냅니다요. - P167
목동들과 함께 다니는일이나 말을 나누는 일은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았고 그들을 아주 친절하고 정답게 대해 주었지만 그들 중 누군가 자기 속셈을 드러내면, 그것이 결혼을 하고자 하는 아주 정당하고 성스러운 마음이라 할지라도 마치 총으로 쏴버리듯 쫓아냈지요.
그래서 이 마을에 무서운 전염병보다 더 나쁜 피해를 줬어요.
상냥하고 아름다운 그녀를 섬기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그렇게 냉정하고도 무정하게 굴면서 남자들을 절망하게 만드니 다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저마다 잔인하다느니 은혜를 모른다느니 하면서 그녀의 태도를 단정 짓는 말들을 큰 소리로 내뱉는 거예요. - P170
만일 나리께서 이곳에 잠시 계셔 보시면 그 여자를 좇아다니다가 환멸을 맛본 남자들의 한탄이 이 산과 계곡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듣게 되실 거예요. - P170
산초 판사는 이미 그 산양치기의 끝없는 이야기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었기에 얼른 주인에게 페드로의 움막에서 주무시도록 권했다.
돈키호테는 시키는 대로 들어가 마르셀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흉내 내 그의 여인 둘시네아를 그리워하며 남은 밤을 보냈다.
산초 판사는 로시난테와 자기 당나귀 사이에 몸을 누이고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빠진 자가 아니라, 마구 걷어차여 녹초가 된 자로 곯아떨어졌다. - P171
「미안하이, 친구」 돈키호테가 말했다.
옴과 사라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그렇게 말한 거네. 그런데 자네 대답은 명답이었어. 사르나는 정말 사라보다 오래 살지. 계속 이야기하게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겠네. - P168
173-174 이 말을 듣자마자 모두 그가 미쳤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미쳤는지 좀더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고, 그 사람의 광기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비발도가 그 편례 기사라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 P173
그의 말을 듣자 일행은 돈키호테가 미쳤다는 것을 완전히 확신했으며 그를 지배하는 광기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그들은 놀랐고, 그의 광기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신중하면서도 명랑한 기질이 있는 비발도는 얼마 남지 않은 길을 즐겁게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이 거행될 언덕에 이르자 그는 돈키호테에게 미친소리를 더 지껄일 기회를 주고 싶었다. - P175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가고 있었고, 그래서 산양치기들과 목동들까지 우리의 돈키호테가 얼마나 돌았는지 알게 되었다.
단지 산초만이 태어날 때부터 그와 그에 대한 모든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인이 한 말을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믿기에 망설여졌던 점이 있다면, 그건 그 아름답다는 둘시네아 델 토보소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토보소 아주 가까이 살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런 이름이나 그런 공주가 있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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