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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린, 손 ㅣ 매드앤미러 5
배예람.클레이븐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평점 :
#협찬도서
배예람 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좀비즈 어웨이>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때도 제 독서 취향과 참 잘 맞는다는 생각에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무악의 손님>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클레이븐 작가님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작가 소개를 보며 ‘내가 좋아할 글을 쓰시는 분이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고,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문체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무악의 손님>과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은 끔찍하고 잔혹한 장면들 속에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야기들이었어요. 무섭고 기괴한 순간들, 피가 튀고 내장이 흩날리는 와중에도 문득 울컥,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들이 스며 있어서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습니다.
바다 위로 올라온 거대한 ‘손’. 두 작품은 마치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매드앤미러 시리즈 특유의 ‘작가 미션’도 흥미로웠어요. 서로의 작품 속에 다른 이야기를 은근히 심어놓은 그 장치들 덕분에, 읽는 내내 숨은 그림 찾기처럼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저 역시 작은 단서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는 재미를 톡톡히 느꼈습니다.
텍스티의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정말 색다른 매력을 지닌 책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책 표지를 벗기면 색칠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와서, 마치 나만의 책으로 완성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참여하고, 해석하고, 꾸며가는 독서였달까요. 거울처럼 서로 비춰지는 듯한 두 이야기 속에서 작가님들의 의도를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재미도 꽤나 짜릿했습니다.
이 책의 ’거대한 손‘. 말 그대로 실제 사람의 손, 그것도 마치 포항 호미곶에서 솟아오른 커다란 손 조형물처럼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왔어요. 그 손이 상징하는 건 무엇일까, 왜 손이었을까—읽는 내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결국엔 인간 존재와 감정, 관계에 대한 여러 의미로 확장되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들의 7문 7답을 통해 작품에 담긴 의미들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작품 속에 숨겨진 의도와 감정의 결을 직접 작가님의 말로 마주할 수 있다는 건, 독자로서 참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23p
가엾은 것들을 포용하는 자비로움과 연민. 희령이 죽은 희수로부터 물려받은 유일한 유산이었다.
30p
무악과 무악이 아닌 곳을 구분하는 경계. 희령은 매일 밤 악몽을 꿀 때마다 이 경계를 넘기 위해 애썼다.
31p
겉모습은 바뀌었으나 무악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무악에는 죽음이 있었다. 한결같이 많은 죽음이 존재했다.
126p
“넌 영원한 삶을 살지 않아. 넌 죽었고 돌아올 수 없어.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
247p
반역자와 함께 올라가면 같은 반역죄가 되는 건가? 지금 누가 불리한 거지? 누구 편에 들어야 하나?
263p
거대한 팔과 떨어지는 양팔. 이 모든 게 무슨 악마의 장난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