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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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작가 비공개

발행처 : 창비

발행 예정일 : 2020년 8월 3일




『신라 공주 해적전』은 창비에서 새로 기획한 경장편 시리즈인 소설Q의 일곱 번째 책이다. 출간 전까지 작가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금만 검색해보면 작가의 이름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검색하기 이전에, 해당 작가의 SNS 계정을 이미 팔로우하고 있었다면 서평단 모집 공고에서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을 것.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 작가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출간이 되면 확인해보시라.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지어진 각 장의 제목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나는 책을 손에 집으면 목차부터 확인하는 편인데, 목차가 흥미로우니 저절로 본문이 기대됐다.

이야기는 통일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장희와 한수생이 우연히 만나 겪는 우여곡절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한때는 장보고 밑에서 온 바다를 누볐던 장희는 산골에서 글공부나 하고 농사나 짓던 순진한 한수생을 꾀어내, 속된 말로 ‘한탕 해먹으려고’한다. 하지만 한수생을 속이고 달아나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여 장희는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내가 일부러 세상 편하게 살 기회를 버리고 지금 돌아가니,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건 다 내가 멍청하고 아둔한 탓이다.”(p.29-30)라는 장희의 대사는 이후 장희와 한수생의 앞에 펼쳐질 험난한 미래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하며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가제본을 기준으로) 200쪽이 조금 안 되는 분량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한계_없는_상상력이라는 해시태그가 아주 잘 어울리는 작품. 독자가 소설에 기대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재미일 텐데, 그런 측면에서 이 이야기는 그 목적에 아주 충실히 부합한다. 이야기 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장희의 뛰어난 순발력과 화려한 말솜씨인데,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와 같은 속담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장희의 세 치 혀가 이야기 안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재미이다. 또, 시대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고전소설이나 사극에서 사용할 법한 문장으로 소설이 쓰여있는데, 그것이 이야기의 내용과 어우러져 마치 어딘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을 채록한 것 같은 느낌을 주어 그 재미를 배가시킨다. 장희와 한수생이 어떤 말솜씨와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에서 탈출하는지, 제목인 『신라 공주 해적전』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다면 올 여름 독서는 이 책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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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2020-08-0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김봉곤 사태와 관련한 창비의 행보에 적잖이 실망한 독자 중 한 명으로서, 창비에서 진행하는 서평단에 지원하는 것이 옳은가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신청하기는 했지만,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서평을 올리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서평단에 지원하고,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 서평을 게재하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또다른 형태의 가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피해자에게 연대하는 사람으로서는 부적절한 행동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에 나는 부채감을 느끼고 있으며 변명의 여지 또한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재밌는 글이 창비와 만나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최근의 사태로 불거진 불매 운동 등으로 그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작가의 팬으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한 명의 독자로서, 창비가 이번 사태 이후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