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족류-상징주의와 민족주의』 앤서니. D. 스미스

 

 우리나라의 정서를 거론하면서 '민족'이란 개념을 빼놓을 수 없다. '한민족'이라는 끈끈한 정신적 유대감으로 긴 역사를 지내오는 동안 수많은 강대국의 침략도 물리쳐냈고 이례적인 짧은 시간 내에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근대화를 이루어냈으며, 한류라는 이름의 문화를 비로소 꽃피우기까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주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민족'개념은 같은 울타리 안의 공동체를 묶어주기도 하지만 다른 집단과 구별하고 심지어 차별까지 하게 만드는 배타적인 속성을 그 이면에 지니고 있다. 2008년 보수 정권 이후 민족이라는 개념은 빠르게 해체되어갔으며, 세계화와 다문화 사회의 가속화로 인해 국가라는 울타리가 희미해져가면서 이 '민족' 개념은 시험대에 올라있다. 저자는 자신의 민족주의에 관한 연구를 '족류-상징주의'로 명명되는 문화적 차원의 접근 방법으로 서술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물론 돈도 있어야 겠지만) 세계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민족주의'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 지 다시금 고찰해볼 수 있는 훌륭한 연구서라고 판단된다.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 존 서덜랜드

 

 영문학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개인적으로 문학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독서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많은 책을 읽어해치우는 독서 대식가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문학 작품 안에는 저자나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무언가를 반영했을 것이고, 때문에 문학이라는 텍스트를 매개로 시대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필자의 문학을 읽는 목적이자 재미이기 때문이다. 어느 학문을 봐도 그 분야의 연대기를 읊어주는 듯한 개론서가 존재한다. 문학의 계보를 이야기해주는 개론서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쉽게!

 

 

 

 

『미치광이, 루저, 찌질이, 그러나 철학자』 저부제

 

 책 소개 페이지의 첫 줄은 다음과 같다. '철학에 관심 있지만 심오하고 난삽한 철학서들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한 이들을 위한 철학 에세이.' 낯설지 않은 이야기, 바로 필자를 두고 하는 이야기 같다. 불과 얼마 전 신간평가단 도서로 라캉을 비롯한 두꺼운 철학서를 읽느라 골머리를 앓았던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철학은 흥미로운 분야이다. 그래서 다시 철학을 읽고 싶다. 다만 좀 더 쉽게. 본 책은 주요 철학자들에 대해 마치 秘史를 소개하는 것처럼 에피소드별로 이야기해준다.

 

 

 

 

『덕후감』 김성윤

 

 언젠가 한 번 연구해보려고 마음먹은 분야가 있었다. 이른바 '아이돌의 사회학' 그런데 아차차, 역시나 이미 개척되어 있구나.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포함해 우리나라 대중문화를 읽어낸 책이다. '명품과 짝퉁'이라는 다소 보편적인 주제에서부터 <무한도전>과 <미생>까지 제법 최신의 대중문화를 통해 시대를 읽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따라서 만인에게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자크 아탈리

 

  어쩌면 아직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겠지만, 하나의 사회는 마치 유기체처럼 방향성을 띄고 흘러간다는 점은 어느정도 보편적으로 합의된 시각이다. 그런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인류는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상상은 하겠지만 어디 그게 뜻처럼 흘러간 적이 있는가. 개인으로서 당장 내일의 일도 모르는 법인데 말이다. 칼 맑스가 이상향으로 그렸던 사회주의도 이미 시장과 세계화의 도래로 붕괴되었으며, 그로 인해 탄생한 자유주의와 그 동생격인 신자유주의 역시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인류는 과연 어떠한 청사진을 그리고 사회를 이끌어왔을까, 에 대한 고찰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앞으로 사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저자의 상상을 한 번 들여다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덕적 불감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오늘날 세계 사회학계에서 아이돌로 꼽히고 있는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라고도 불리는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 근대사회의 종언 이후 찾아온 '탈근대사회'의 오류를 수정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만이 불변하고 불확실성만이 확실하다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짚어내었다. 그리고 그는 이를 이론적 토대로 삼아 많은 저작을 쏟아내었다.『도덕적 불감증』역시 그 중 하나인데, 유동하는 근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무뎌져가는 도덕성과 감수성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철학자 레오니다스 돈스키스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풀어낸 글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폴란드 출신이지만 그의 학자적 생애 중 많은 시간을 영국에서 보내면서 영국 사회학의 토대를 만든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참고로 영국은 의외로 사회학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1980년대까지도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수많은 현대 사회학자 중 특히 지그문트 바우만이 세계적으로 호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만의 굳건한 이론도 있지만 그가 취하는 학자적 태도가 대중과 사회에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사회학자가 '플라톤의 동굴'에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하고 있다. 학자들만이 향유하는 이론 중심적 행위를 지양하는 한편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경제적 논리에 의해 통계와 숫자만으로 설명되는 종속성도 경계하고 있다. 대신에 그는 사회학이 좀 더 사회 일상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인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에 선택지를 제시해줄 수 있는 역할로서 사회학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저작은 대개 다른 사회학 도서들에 비해 난해함이 덜하다.

 

 악(惡)은 소설이나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신화적인 관념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악은 도처에 유약한 척 하는 가면을 쓰고 웅크리고 있다. 이것들이 익명성으로 오히려 야기되는 구속, 소비사회의 구조에 충실한 물질 소비, 모든것이 개방된 세상에서의 무관심 등으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만이 팽배한 근대의 유동성에 인간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규정과 구분을 갈구하게 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조장되는 이름붙이기에 스스로를 귀속시키고 이념싸움을 하듯 내 편, 네 편을 갈라서 갈등의 상태에 빠진다.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나날 속에서 나와 너를 구분하는 경계는 있어도 내가 내 삶을 살기 위한 명확한 기준은 상실한채 부유하는 듯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일부 언급되는 것과 같이 학문과 대학 역시 경제 논리에 의해 잠식당해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도덕적 불감증』은 바로 이러한 오늘날의 세태를 바우만의 시각으로 명확하게 진단하고 우리 스스로가 마취시켜버린 감수성과 도덕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전과 영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위 '일본의 니체'라고 불린다는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의 신작으로, 만만찮은 볼륨으로 그의 풍부한 사유를 범접하려는 독자를 압도하는 책이다. 저자는 일종의 상관관계에 있는 라캉과 르장드르, 푸코의 이론을 순서대로 하나씩 해체해나가며 성찰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전개해나간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가 해제(解題)를 시도하는 세 사상가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다면 매우 흥미로운 지적 생산활동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해'본다'. 필자의 뉘앙스에 명확성이 부족한 이유는 반대로 필자 자신이 철학과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하나의 큰 시험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 부분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라캉, 르장드르, 푸코에 대해 생소한 독자라면 소화하기 힘든 내용의 도서가 될 수도 있다.

 

 목표치를 높게 잡아두고 과업을 수행하다보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보다 낮은 목표를 잡았을 때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듯이, 개인적으로 높은 수준의 고통스러운 독서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세 사상가의 이론 해석이 난해한 이유와 따라서 어떻게 접근해나갈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라캉의 사상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실제계와 상징계, 상상계의 3자는 물론이요 이를 해석하기 위한 용어들도 중복성과 혼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A라는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는 범위의 테두리가 한 사람이 학문을 하는 일생의 기로마다 달라질 수 있기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허나 라캉이 자신의 용어들에 혼용성을 부여한 것은 어느정도 그 자신의 의도이기도 했다. 무지몽매한 우리 대중에게 삶의 깨달음, 혹은 그 실마리나마 제공해주는 철학이 어째서 깔끔하고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도리어 이렇게 혼란하게 하는 것일까?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따라서 라캉이 한 말은 무엇이었는가, 라캉은 무슨 말을 했는가, 라캉의 진의는 무엇이었는가, 이렇게 따져 들어갈수록 우리는 라캉의 함정 깊숙이 빠져들어간다.

― 라캉은 읽는 행위를 마치 종교적인 단련이라도 되는 듯 여겼다. 읽는 행위가 한 주체의 교정이고, 갱신, 생산이기조차 하게끔. 독해 불가능한 것을 읽기, 그것이 주체를 만들어낸다. (p. 28~29)

 즉, 글 안에 깨달음이 있어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난해함을 독파하고 모호함의 간극을 고민하는 '과정'자체에서 주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라캉의 의도인 것이다. 이를 서두로 깔아놓고 저자는 팔루스와 향락의 개념을 중심으로 라캉의 이론을 분해해나간다. 그 장(章)의 마지막에서 진리의 단계라 할 수 있는 '죽음'의 개념을 매개삼아 자연스럽게 법제학자이자 역시 사상가인 르장드르의 사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세속화와 권력의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 장인 푸코의 사상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분명히 이것은 철학을 다루는 '교양서'이기에는 문턱이 높은 책이다. 하지만 일본인 저자에 의한 책이라는 두 가지 특성에서 반복적으로 읽고 곱씹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세 사상가의 이론을 일본 정서 특유의 미분(微分)하는 듯한 꼼꼼한 해체와 재구성 작업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이러한 저자의 의도가 가능한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번역되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다양한 사상이 알려지고 번역 기술도 발전한 오늘날엔 덜하지만, 특히 철학 분과와 같은 영역의 저서는 일반적으로 원서가 독일어나 프랑스어 등 라틴 계열의 언어를 바탕으로 저술되었기 때문에 원서에서 의도된 개념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다. 이는 심하게 말하면 오역의 가능성도 생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영어로 1차 번역되어 우리나라 말로 2차 번역이 된 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객관적 '경험'과 주관적 '체험'을 나타내는 독일의 원래 개념이 '경험(experience)'라는 하나로 통합된 개념으로 꾸겨넣어진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나 『야전과 영원』이라는 일본인 저자의 사상을 담은 책은 일본어가 우리나라 말로 번역되는 난이도의 용이함 덕분에 저자가 의도한 내용이 비교적 온전히 전해졌으리라 생각해본다. 아무튼 필자 역시 특히 권력을 논한 푸코 부분의 내용을 한번 더 읽어봐야 겠다고 느낀다. 라캉, 르장드르, 혹은 푸코 셋 중 한 사람의 사상에 관심이 있다면 난이도가 조금 느껴지더라도 한번 읽어보아야 할 양질의 책이다. 자, 철학 탐닉하고 싶은 독자는 이 고된 지적 유희에 도전해보시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고령화 사회를 거쳐 고령 사회로 진입해갈 수록, 의도된 바든 아니든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세대 갈등을 부각시킨다. 경제 영역에서의 밥그릇싸움은 이제 동세대 간의 문제 뿐만이 아닌 노년층과 청년층의 경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 이를 부추겼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물질적 풍요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대 및 문화 선택의 폭 확장 등으로 노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노년층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는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 고민을 피할 수 없는 만국 보편의 문제가 된것이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의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였는지 분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를 보며 눈 앞에 닥친 우리나라 노년층, 나아가 세대 문제에 발전적인 단서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불안의 사회학>

 

 현대 사회에 이르면서 물질적으로 풍요해질수록 정신적으로는 빈곤해지고 더욱 갈망하고 불안해한다는 인간에 대한 평가는 매우 구태의연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못가진 자는 가지기 위해 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데 초조함을 느끼고, 가진 자는 그 나름대로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불안해한다. 요컨대 어떤 의미로든 불안을 느끼지 않는 현대인은 없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인츠 부데는 이 '불안'을 코드로 현대 사회를 읽어낸다. 하나의 사회 진단서로서 불안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지 여부는 봐야 알겠지만, 그의 진단이 상당한 보편성을 띠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사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맥락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선정도서였던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가 불안에 관한 개인적 에세이 형식을 띠는 연구서였다면, 이 책은 좀 더 거대한 맥락으로 사회구조를 읽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분명할 것이다.

 

<보는 눈의 여덟 가지 얼굴>

 

 눈, 시각은 생물학적으로 망막에 어떠한 사물이 비쳐 뇌에서 인지하는 통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이나 방향 등 훨씬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상적 견해의 차이에 따라 역사 혹은 사회 속에서 동일한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눈 혹은 시각이라는 것은 우리를 갈라놓고, 때로는 결속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연구 영역으로서 '시각문화'라는 것을 다루는 이 책은 우리의 시각이 '시신경의 작용'을 넘어서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용해왔는지 여덟 갈래의 가지로 나누어 고찰해보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문명전환론'이라는 부제를 보자. 주류들이 상당히 못마땅해하며 불온하다고 면박을 줄것만 같다. 아나키스트 사회학자를 표방하는 저자가 지배권력을 거부하고 또한 그들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으며, 그 나름의 학문적 소신을 담아낸 두꺼운 저서이다. '잡종'이라는 코드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여,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개인성을 지키면서 그가 말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은 사회이론서 같으면서 사회진단서같은 흥미로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철희의 정치썰전>


 이철희는 JTBC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소위 시사'예능'인 <썰전>을 통해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온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 역시 100분 토론같은 심야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보고 어렴풋이 기억하는 인물이었는데 썰전을 통해 완전히 각인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치'라는 총칼없는 전쟁터같은 공론장에서 그는 보수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TV를 통해 봐온 바로는 그 나름의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진보의 입장에서 요목조목 세태를 비판해가며 선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을 통해 TV프로그램이라는 가공되고 정제된 논평이 아니라, 글로써 좀 더 깊이 있게 풀어낸 그의 생각을 좀 더 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이번에 교육부가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알리며 대학 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다시 이슈가 되었다.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는 이 법안이 오히려 대학의 입장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악용되어 구조조정 및 처우 악화의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대학원생으로 진로를 택해 생활하고 있지만 학문을 꿈꾸며 대학원에 진학한 이들의 장래가 특히 국내에서는 녹록치 않다고 생각된다. 제목 그대로 시강제강사를 지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러한 의미에서 필자의 선배의 이야기인 셈이기도 한다. 저자의 경험을 날것으로 담아낸 이야기가 필자에게 어떠한 의미로든 동기부여를 해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창조되어 올해에 유행했던 두 가지 담론 '노오력'과 '수저계급론'의 공통점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자각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한 시대의 유행어가 이렇게 공통적으로 사회문제를 꼬집고 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 할 만 하다. 그만큼 젊은 세대가 사회에서 불평등을 체감하고, 그만큼 이 불평등의 문제가 극에 치닫고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또한 이미 여러번 제기되었던 질문, 불평등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한가?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사회학자 에드워드 로이스는, 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정책의 변화를 따라 올라가며 제목 그대로 불평등을 '조종'한 배후 파헤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목차를 살펴보니 가난과 불평등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 시도했던 이론들을 파헤치고, 경제, 정치, 문화, 사회시스템 등 가난을 조장한 네 가지 분야의 심도있는 탐구가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한다.



 <도덕적 불감증>


 사회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개인적으로 지그문트 바우만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 중 한 명이다. 대표저서인 <액체근대>에서 소개된 개념을 바탕으로 유동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모습을 짚어낸 사회적 시대진단가이기도 하다. <도덕적 불감증>은 이 유동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회복하기 위한 조언을 담은 대담집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인간적 감수성의 측면에서의 성찰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매우 궁금하다.





 <미식 쇼쇼쇼>


 대한민국은 현재 미식 공화국이다. 맛집 프로그램을 벗어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쿡방이 유행하는 시대가 되어 이제는 어느 때이든 최소한 하나의 채널 이상에서는 음식을 다루는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에 열광하는 모습을 성찰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카메라는 음식의 유래나 영양학적으로 의미있는 정보 등을 전달하기보다 윤기 자르르한 그 모습을 최대한 맛깔나게 담아내는데 혈안되어있다. 그리고 대중 역시 그러한 모습에 현혹되어 이제는 음식이 섭취하는 먹거리를 넘어 문화적인 맥락으로 '소비'하는 것이 되었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음식은 포르노가 되었다. 유행을 따라 수없이 출간된 음식 관련 도서들 중에서 특히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 역시, 음식에 대해 다룬 책이 아니라 미식에 '미쳐있는'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꼬집는 비판적인 시각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