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날려면 빨리 자야한다는 생각에서 오랜만에 탈출한 나는 일단 목욕통에 물을 틀어 놓았다.  보통 집에 있는 대리석으로 만든 욕조가 아닌 우리집 아이들이 김치통이라고  부르는 그 목욕통에 말이다. 그것을 처음 살 때에는 김장김치를 절이는 용으로 샀지만 일년에 한 번 쓰는지라 본래의 용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히려 아이들의 목욕 놀이통이 되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한 번씩 내 물놀이터도 되는 김치통.  아이는 두 명이 들어 가고 어른 한 사람도 거뜬히 들어 가도 되는 김치통. 가끔 난  그 뻘건 김치통에서 TV광고에 거품 목욕하는 여인네를 흉내 낸다. 오늘도 아이들이 곤히 잠들자  거품 목욕을 생각했다. 업드려서 보던 책의 진도가 잘 나가서 물속에서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목욕탕 문을 여니  뿌연 수증기가 앞을 가린다.  뜨끈 뜨끈한 물속으로 책 한 권 들고 뛰어드는 여편네. 귀신이 나온다는 밤 12시에 물속으로 쫙 가라앉았다. 책을  들은 두 손만 빼꼼히 내어 놓고 말이다. 무게에 눌린 물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리다 멈추었다. 난 . 무릎을 세워서 읽다가 , 발가락을 통위에 얹었다가 물이 조금 식었다싶으면 다시 뜨거운 물을 틀고........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글들. 그 내용이 지겨웠으면 졸았을 수도 있고 느긋하게 즐기지는 못했을 것인데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기에  책을 읽는 동안 뜨거운 물은  내 피로는 다 풀어 주었다. 아니 물이 피로를 풀어 주었다기 보다는 글이 나에게 활기를 불어주었는지도 모른다. 머리에는 수건을 턱하니 얹어 놓고 이마에는 땀이 줄줄하고 숨이 턱턱 막히면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면서 이것만 더 이것만 더 하다가 보니 어느새 맨 뒤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사치는 새벽까지 계속 되었다. 생각하면 우스운 꼴이라니....... 뻘건 고무다라이에 거푼 목욕이라고 흉내낸 그 모습이......


책을 읽는 도중 간혹 새벽에 길을 나서는 트럭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참으로 신선하게 들렸다. 예전에 "백귀야행"을 들고 물속에 앉은 적이 있었는데  그 두려움과 소름 끼침과는 비교되는 편안한 책 읽기였다. 남편의 출장으로 인하여 푹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물속에서 책과 함께 날을 꼬박 세운 기쁜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밤을 꼬박세운 기념으로 책 속의 주인공처럼  이대로 옷만 걸치고 나도 차를 몰고 그냥 떠나고 싶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집을 탈출했지만 나는 탈출이라기 보다는  그냥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나에게 방랑벽이 있는가 보다. 혼자일 때는 겁이 많아서 떠나지 못했고 지금은 가고 싶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가슴으론 늘 떠남을 꿈꾸니까 말이다.













  이 책은 공교롭게도 부정수능시험으로 인하여 나라 전체가 떠들썩 할 즈음에 인연이 되어서인지 자꾸만 주인공과 지금의 아이들이 비교가 되었다. 주인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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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버스가 끽 멈추었다. 몸이 엿가락처럼 앞으로  접혀졌는데 반사로 올라옴과 동시에 낯익은 사람이 있었다. 버스가 급정차를  하던 말던 도로 한가운데로  유유히 가고 있는 노인...리어카를 끌고 한 쪽 다리는 절룩거리면서 질질 끌고 가는 노인. 내가 알던 할머니였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설때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로 나올때에도 제일 먼저 인사를 했던 할머니가 있었다. 자그만한 슈퍼에서 나오는 폐지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그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급성장염으로 아이들 복음병원에 입원시킨 그날. 난 궁금해 했던 폐지 줍던 할머니를 만났다. 반가이 인사하고 어떻게 된 일이시냐고 하니 관절로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랬었구나!  누가 간호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들리는 소문을 생각했다. 하나 있는 딸이 있다고 하는데 그 딸이 간호를 하고 있구나! 그 날 난 그렇게 생각하며 내 관심을 오로지 나의 자식들한테만 쏟았었다.



 어느 날 슈퍼 옆에는 또 다른 노인이 진을 쳤다. 골목 곳곳에 폐지를 쌓아 놓고, 누가  필요해서 박스라고 하나 가져 갈라치면 난리를 치는 한마디로 말해서 앙칼진 할머니가 말이다. 무게를 좀 더 나갈려고 한다면서 박스 사이사이에 물을 치며 앉아 계시면서 산더미처럼 쌓인 리어카를 갸날픈 몸으로 끌고 가는 그 할머니에게도 난 또 다른 연민이 쏟아 올랐다. 그러나 종종 옛날 너무 착하신 옛날 할머니가 궁금했는데. 아니 그리웠는데. 옛날 할머니는 돌아 올려고 해도 자리를 빼앗겨 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리세를 내는 것도 아니고 앉으면 그만인 그 자리를 말이다. 지금의 할머니였으면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서라도 다시 차지했을 것인데 말이다.  



 그런 노인을 도로 한 복판에서 만난 아침은 읽고 있던 책을 덮게 했다.  모두 다 출근한 도로의 한산함과 더불어 어젯밤 읽은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노인들로 인하여 그네 타던 18세 젊은이도. 놀이터의 주인공인 유치원생도 도망가 버린 놀이터를 장악한 노인들....잠깐 스쳐 지난 책속의 그 노인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내가 자칫하면 사고가 날 뻔한 저 할머니를 불쌍하게 여겨서일까? 버스 운전기사의 욕에도 눈길 한 번 줄수 없는 저 할머니를 말이다.  가슴이 많이 아려왔다.



  버스가 출발하자 도로 양 옆으로 은행잎이 눈 송이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잠깐 또 가자 휘날리고 있는 은행잎과는 대조적으로 새파란 이파리들이 나뭇가지에 꽉 붙어 있었다.  떨어지는 이파리와 싱싱하게 붙어 있는 잎에서 난 오늘의 낙엽은 참으로 슬프다고 중얼거렸다. 이제 곧 추워진다. 내가 펄펄 끓는 이불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을 때 저 분은 어떨까? 모두들 불경기라고 아우성 치는데 동사무소에서는 저 분에게  기름 한 톨이라고 나누어 주고 있는지..............못사는 동네에서 살아서 그런지 나도 살기가 힘든데 왜 자꾸 저런 모습들이 눈에 띄는지.......맛있는 정식집에서 점심 한 그릇을 먹으면서도  운전기사의 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쪽 다리를 질질 끌고 가는 할머니가 사라질줄 몰랐다..........



 지겨워! 지겨워! 내가 남에게 도움을 줄 형편도 못되는데 자꾸 왜 내 눈에 띄는거야. 무스탕 두르고 탱탱거리고 사는 사람들 눈에나 띌 것이지...............한 솥 앉힌 김치찌개의 냄새가 가게까지 풍겨온다. 돼지 뒷다리살 남은 거랑 신김치를 넣어서 한 솥 끓이고 있다. 이 집 저 집 냄비만 들고 오라고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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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24 18:15   좋아요 0 | URL
음... 응... ('')(..) 저도 찌개 한 입 먹고잡아요.

미완성 2004-11-24 18:27   좋아요 0 | URL
마음이 좋질 않네요.

'마음이 좋지 않다'는 코멘트 남기고는 뒤돌아서서 다 잊어먹을 제 모습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 이왕 못해줄 거 생각이나 말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책울님은 정말 마음이 좋으세요...*.*

물만두 2004-11-24 18:34   좋아요 0 | URL
중학교땐가 바람개비를 파시는 할아버지를 봤었습니다. 저는 부끄러움이 많아 그런 거 사지도, 말 걸지도 못하는 성격인데 그 할아버지는 왠지 사드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바람개비 한개를 샀더랬지요. 그 생각이 납니다. 그게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왜 그때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건지 답답합니다.

님 마음이 전해져 따뜻한 밤입니다^^

비로그인 2004-11-25 01:44   좋아요 0 | URL
책구절이 낯익네요. 흐흐흐 ^^

다연엉가 2004-11-25 07:55   좋아요 0 | URL
뽁스야/ 흐흐흐. 그지. 노인들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세상이 과연 올까?

물만두님/한 쪽에서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은 현실이죠. 오늘 아침도 제 눈앞에는 폐지 정리하는 할머니가 투쟁하는 것이 보입니다. 굿모닝~~~~만두님.^^^

멍든사과님/ 제가 도움줄 입장이 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마음만 안 좋네요, 울 겨울엔 더욱더 추울거래요, 그동안 기부금을 내었던 사람들도 불경기 탓에 손을 오그리고 있고........큰일입니다큰일....참 솨과님 저 사실은 마음이 안 좋아요. 에헴. 저런 분들을 보면 한편으론 내가 늙어선 저리 안돼야 될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숨은아이님/ 2층엔 주인 할매가 살고 옆집에 장사하는 언니가 살고 있고, 늘 할매한테 야채거리를 얻어먹고 옆집언니도 제가 늘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음식할 때마다 자꾸 생각이 나서 많이 하게 되네요. 어찌나 맛있게 드시든지 그모습이 좋아서도요.^^^^
 

옆탱이가 전화가 왔다. 2시간 넘게 운전해서 집에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중이다고 말이다. 난 숙소를 정해서 사람들이 다 자냐고 먼저 물었다. 모두들 귀찮아서 잔다고 한다. 옳거니! 그럼 당신도 괜히 위험하게 오지 말고 그냥 자라고 했다. 혼자 잘수 있겠냐고 걱정이다. 애들이 있으니 그냥 자면 되지뭐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가게 빨리 문 닫고 문 단속  잘하고 자라고 신신 부탁을 한다.

우하하하! 만세! 난 내일 새벽에 안 일어나도 된다. 새벽 5시만 되면 일어나는 내 고충을 누가 알겠는가? 오늘은 아이들이랑 가게방에서 잘 것이다. 뜨끈뜨끈하겠다. 먹을 것 있겠다. 뭐가 아쉽냐!  겁이 나서 어떻게 자겠냐구........아이구 착각속에 살고 있구만! 내가 간이 커진지가 몇 년이 되었건만, 아직까지도 감을 못잡는 님아~~~~~~~~~걱정 많이 해라!

룰루랄라~~~~~~``미뤄둔 책 읽으러 가야쥐~~~~앗싸!

울 소현이와 민수 근황. 다른때 같으면 지금 집으로 자러 가겠지만 오늘은 아직도 초저녁이다.....애들아 아빠가 출장중이시니 엄마가 아빠 보고 싶어 죽것다.....거짓말 좀 하고........앗싸!!!!
자! 먼저 소현이 콧구멍 늘리기........그리고 강아지를 내 품에 (강아지가 없어서 원숭이로 대신)

 

 

 

 

 

 

 

 

 

 

 

 

 

 

 

 

 

 

 

 

강아지야! 이리로 오이라! 요요요요요

 

 

 

 

 

 

 

 

 

 

 

 

 

 

 

 

 

 

 

 

강아지를 갖고 싶은 소현이는 결국 강생이가 되고,ㅋㅋㅋ


 

 

 

 

 

 

 

 

 

 

 

 

 

 

 

 

 

 

 

 

결국 강아지 대역으로 원숭이를 앉혀서 ....요요요용요요요요요



 

 

 

 

 

 

 

 

 

 

 

 

 

 

 

 

 

 

 

우린 이렇게 즐겁는데.............뭘 걱정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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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23 21:55   좋아요 0 | URL
쳇, 또 염장성이여!!흥!!.안놀아!!

하얀마녀 2004-11-23 21:56   좋아요 0 | URL
확실히 염장 페이퍼군요.... ^^

비로그인 2004-11-23 22:06   좋아요 0 | URL
두 번째 사진..민수 얼굴이 이소룡으로 오버랩되는 찰나! 다 뎀비라구우~아비요오~

파란여우 2004-11-23 22:12   좋아요 0 | URL
복돌! 고수는 가끔씩만 기술을 보여 주는 것이랑께...오늘도 거시기 한 잔 했남? 이제 벽돌도 남은것이 없는데..어쩐댜....

비로그인 2004-11-23 22:42   좋아요 0 | URL
아, 여우성! 저 어제 술 마시고 체해서 새벽에 고생 좀 했네요. 벽돌..나 그랑거 안 할라요..이거 잔뜩 똥폼 잡았다 꼬라지만 우습게 되고 말에요. 어디가서 차력인이라는 소리 말어야지, 비실이 주제에..쿨럭쿨럭~

다연엉가 2004-11-23 22:50   좋아요 0 | URL
아녀아녀! 염장 아녀! 지금 너무 편해서 좋아. 내일 아침 밥 안 할 생각을 하니 룰루랄라. 아이들은 국에 식은 밥 말아 먹여야지......앗 하얀마녀님. 제가 님만 보면 자주 죄를 지은 옛날이 생각나서......전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자유롭게 살고 싶는데 ........어!!!!!!여우엉가 벽돌던졌슈! 싸싸싹싹. 피했지롱...그나저나 복덜. 몸이 그렇게 약해서야 ....혹시 몸매도 골았는것 아니가???? 나 이제 문 닫고 책 좀 읽으러 간닷~~~~~~~~~앗싸라비아.....

다연엉가 2004-11-23 22:52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난 리뷰를 언제 한 번 쓰보냐. 리뷰 안 쓰면 이 마을에서 쫓겨 나는 것 아닌지......걱정된다.........................모두들 질긴 이 밤의 끝에 잘 자세요.

미완성 2004-11-24 00:41   좋아요 0 | URL
아아 저기 살포시 꽂힌 로맨스소설들~~ 야한 부분만 뽑아서 훔쳐갈래요~ 우히히

모쪼록 뜨겁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고 즐거운 밤 되셔요~~~

마냐 2004-11-24 00:56   좋아요 0 | URL
소현이 표정이 넘.... 아.름.다.워.요!!! 글구, 소현에게서 성님 얼굴이 보이네요...좋아라..흐흐.

비로그인 2004-11-24 01:4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행복하겠습니다. ^^ ^^ 따끈따끈한 방에서 아이들이랑....얼마나 즐거우실까?? 그 기분 다는 아니어도 제가 절반은 알지요.!!

다연엉가 2004-11-24 07:40   좋아요 0 | URL
뽁스야/ 알것제 흐흐흐흐. 푹자고 나니 개운한 것 같애....아웅.

마냐님/ 어!소현이한테서 이 못난 제 얼굴이 보여요?????흐미. 나 닮으면 안되는디...그나저나. 마냐님 옆탱이가 한 번씩 없어도 되겠습니다. 아침이 한~~~가혀요. ㅋㅋㅋ

멍든사과님/ 안뇽. 히히히. 야하다니요. 참신해서 탈이다니까요. 여기저기 꼬꼬꼭 잠그고 (삼중으로) 잘 잤어요. 상쾌한 아침이에요. 흐흐흐흐

아영엄마 2004-11-24 09:58   좋아요 0 | URL
에.. 저도 남편이 안들어오면 아침이 편하긴 한데...^^;; 아이들 사진보니 반갑네요. (얼마전에 올린 우리 아그들 사진 보셨남유?)

깍두기 2004-11-24 10:13   좋아요 0 | URL
너무 즐거워 보여요^^ 남편분께 이 페이퍼 보이시면 안되겠어요. 소외감 느끼실 거 같아요^^

다연엉가 2004-11-24 18:12   좋아요 0 | URL
깍두기님/ 소현이 아빠가 보면 섭섭해 하겠지요.^^^^그러나 한 번씩은 좋은 걸 어떡해요.^^^^이상하게 남자가 어질러고 하는 것도 없는데 일이 많아요.^^^

아영엄마/ 봤어요. 유치원에 간 사람도 보고요. 너무 자주 있으면 안되지만 한 번씩은 편하죠. 이젠 사랑이 식었나봐. 히히히.
 

 냉동실에서 핏물 뺀 닭뼈를 내려 놓을즈음 그 여편네는 귤을 까먹고 있었다. 얼마남지 않은 살점과 함께 고아지는 닭뼈다귀들을 보니 펄펄 끓는 물속에서 그 여편네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 같다.. 여름 뾰족 구두를 신었다. 바지가랭이는 어디서 묻었는지 흙이 잔뜩 묻혀 있다. 엉덩이는 하마 엉덩이만하다. 얼굴은 더 이상 살이 붙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해져 있다. 귤을 까먹는 손은 나 보다도 더 험하다. 손가락 사이사이 새까맣게 때가 끼여 있다. 머리에서는 비듬이 뚝뚝 떨어진다. 옷은 며칠을 갈아 입지 않았는지 냄새가 진동한다. 그 여편네가 들어가면 딱 맞는 허름한 욕실로 그녀의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어머니가 선물 받아 입지 않고 날 입어라고 준 팬티를  꺼내 들었다. 장농 깊숙이 있던 팬티......펼쳐보니 엉청 크다.  어머니는 이 팬티에 내 궁둥짝이 맞다고 생각하고 주신것일까? 아니다. 포장이 그대로이다. 슬그머니 욕실로 집어 넣어 준다. 한참을 급탕을 올려 놓아서 선이 지나간 욕탕 앞은 그냥 서 있어도 따뜻하다. 싸구려 샴푸를 건네준다. 딸 애한테 말하듯이 말했다. 세 번 씻어라고 말이다. 

 몸에는 향내를 풍기고 제법 촉촉히 젖은 얼굴이 귀엽게 상기 되어 있다. 뜨끈뜨끈한 떡국을 한 그릇 내밀었다. 이것 먹으면 속이 따스해진다도 하면서 말이다. 삼일을 밖에서 잤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잤을까? 요새는 찜질방도 많고, 집 나와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깨끗이 해 다닐수 있는데............. 고로 돈이 없어서이지. 삼일을 떠 돌다가 결국 온다고 온 집..............그 집에서 그 여편네는 오랜만에 속까지이 따뜻해지는 국물을 들여 마셨다........ 따뜻한 국물에 돌아 다닌 찬 바람도 멍든 자국도 다 잊은듯 하다.

 미쳤다고 자식새끼는 줄줄이 낳아서 저 지랄을 한다야! 저렇게 살 바에야 자식을 낳지 말든지. 아님 한 명을 낳든지. 세명이나 쳐 낳아가지고..........돌은 년.

무엇이든지 손으로 해결을 보는 서방놈이라는 놈이 전화가 왔다. 남의 일에 끼는 것도 싫지만 모지란 년 데리고 일 시켜 먹을라고 하면 살살 구슬려야지 뭐하는 짓이냐고 조용히 말했다. 서방놈이 말한다. 세 번을 말하면 알아 들어야지요 말이다. 그래도 인간 이하의 취급은 하지 말아라고 했다. 자식을 세 명이나 둔 애미인데 뭐하는 짓이냐? 애들이 커는 것이 안 보이냐? 는 둥 입에 발린 말을 한다.

따신 국물 먹고 예쁘게 샴퓨 냄새 폴폴 풍기고 있는 여편네한테 그 여편네가 말하는 서방넘이 왔다. 아이 셋에 농사는 밀려 있고 곰같이 부려 먹었던 일꾼이 사라진지 삼일만에 일손이 딸렸나 보다. 여편네가 눈을 흘긴다. 안간다고 앙딸을 부린다. 슬쩍 자리를 피했다.

한 참 뒤에 보니 여편네가 서방 넘의 뒤를 쫄레쫄레 따라 온다.

한마디 했다. 멍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행복하냐? 부끄러운듯 둘이 웃는다. 좋은 일로 봅시다. 어차피  같이 살기로 작정했으면 모지라면 배워주고, 일 시켜 먹을라치면 살살 꼬들겨서 시켜요!  잘 가요. 빠이빠이......"미친년놈들"하고 보니 그 뒷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미친년놈과 같이 노니 나도 미쳤나? 내 나이 이젠 삼십대 중반인데 오십넘은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오늘밤 이렇게 앉으니 이것이 행복이냐? 불행이냐?

 슬리퍼 신은 발가락이 시리다. 잠깐 뒤돌아보면 내 사는 것은 행복일진데 난 무엇을 바라며 욕심을 부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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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22 23:06   좋아요 0 | URL
으음..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성! 성은 그러고도 남는 위인이셔요. 내 진즉 알아봤어..참, 알고보면 정말이지 위대한 풀뿌리 인생들...

다연엉가 2004-11-22 23:11   좋아요 0 | URL
내가 인생을 아는건지 가끔 뒷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내 어머니 아버지가 풀뿌리 인생들이라는 생각도 들구......집에서 울 옆탱이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가 왔네. 쇼핑백 하나 들고 오라는데 좀 고상한 것 들고 가고 싶은데 죄다 이상한것뿐이네. 나 간다......따뜻한 남자한테루~~~니는 없제????메롱!!!!ㅋㅋㅋㅋㅋ.

비발~* 2004-11-22 23:17   좋아요 0 | URL
나도 암말 안하고 가야지....;;

비로그인 2004-11-22 23:21   좋아요 0 | URL
푸쉬식..쌤여, 들리십니꽈. 복돌이 가슴 재가 되는 소리럴..책울성! 거 서씨요! 서랑께요! 으흑흑흑..T^T

파란여우 2004-11-22 23:42   좋아요 0 | URL
단편소설-제목은 "그여자가 사는 법"...그리고 남자 없는 사람한테 약 올리고? 후환이 두렵지 않나?..복돌하고 연대해서 쳐들어갈끼야!!!

다연엉가 2004-11-23 08:17   좋아요 0 | URL
쌤여! 퍼런 망토 휘날리며 가시더니 꽃미남이 되셔서 오셨네요. 샘이 없는 이 세상은 건더기 없는 콧물이고...........히히히

복돌이/ 히히히. 도망갈려고 몸은 달리는데 다리는 그자리여. 나 집에가서 머리맡에 쥐포 한 마리 구워서 한 캔 먹으면서 책 좀 읽다가 잤쥐. 흑흑 아예 밥을 먹을 걸....

여우엉가/ 오호호호. 그 여자가 좀 현명하게 살았으면 싶은데 사는 방식이 다 틀리니....난 남자가 때리면 사생결단하고 달려들건데...(참 그여편네는 그런적이 있었는데 미친넘이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오더라네요. -..-) 엉가. 이젠 다들 시커먼 코트 휘날리고 쳐 들어오지요. 조폭 아지매들 흐흐흐흐. 쌤은 반장.ㅋㅋㅋㅋ

로드무비 2004-11-23 09:48   좋아요 0 | URL
책울타리님, 어젯밤 늦게 이 글 읽고 감격하여 댓글 다는데 달려야 말이지요.

서너 차례 시도하다 포기하고 잤습니다.

그 댓글 고대로 써보라고요? 그러죠 뭐.

--공선옥의 소설을 한편 읽은 기분입니다.

다연엉가 2004-11-23 14:11   좋아요 0 | URL
로드무비님/ 으하하하. 욕이 섞여 좀 미안습니다. 그 욕이 속으로는 진짜로 했거든요. 잘 못쓰서 그렇지 일상이 다 소설같습니다요.^^^^

비발~* 2004-11-23 19:28   좋아요 0 | URL
나 언니할래... 무슨 자다가 봉창 뚜들기는 소리래?

다연엉가 2004-11-23 20:54   좋아요 0 | URL
쌤!!!!!!!!!!큰~~~~~~~~~~~~~엉가! 헤헤헤헤.

2004-11-23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4-11-24 18:32   좋아요 0 | URL
휴.. 정말이지 단편소설 한 장면이에요... 음... 겨울에 님 글을 읽으니 더 따스해집니다..
 

 굶었습니다.  밥 한 숟가락도 안 먹었습니다. 흐흐흐흐

 오늘부터 늘어나는 뱃살 때문에 저녁은 굶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저녁을 굶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차리다 보면, 그리고 아이들이 감사히 먹겠습니다하고 먹는 것을 보면 저절로 숟가락이 갔는데 오늘은 소현이가 수저를 나란히 놓아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안 먹었다. 정말로 안 먹는지 보겠다는 옆탱이의 비앙냥거림도 아이들의 킥킥거림도 무시하고 조금만 먹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나도 자존심이 있지ㅋㅋㅋㅋㅋ

 

 

 

 

 

 

 

 

 

 

오래간만에 풀밭에서 탈출하여 지혜 이모가 갖다준 돼야지 뒷다리살을 양념해서 볶았는데 맛없다고 그렇게 주장하는 이모와는 달리 현과 수는 잘도 먹었다 (오늘부터 저희들을 현과 수라고 불러달란다)
점심때 떡국 끓여 먹는다고 우려낸 닭 육수에 배추시래기 삶아 넣어 푹 끓인 육계장(?). 아이들은 미역국..........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별 반찬 없지만 그저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은 돌이라도 잘 먹을 것 같은 우리집 아이들.........

 

 

 

 

 

그 모습이 좋아서 앞치마를 자주 두르는가 보다. 그런데 만수는 밥 먹다 말고 또 콧구멍을 휘빈다. 요새 유행인가보다. 제발 좀 만수야!!!!

 

 

 

 

 

 

 

 

 

 

아이구! 미안해라! 자꾸 새끼들 사진만 올리고.......책 읽는 것은 하나도 안 올리고...........가장 최근에 읽은 것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까??? 아예! 그것이......고것이........워낙........안 읽어서.....고래도...굳이 머리를 쥐어짠다면..........공지영의 "열쇠"가 가장 기억에........그것이.....요새는 짧은 단편에 맛을 들여서 말이지..........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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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11-22 20:53   좋아요 0 | URL
따우님/ 아침에 한 그릇, 점심때 한 그릇. 단식이 칼 안대는 수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전 너무 심하게 잘 챙겨 먹어요. 그래서 오늘 저녁부턴 저녁은 굶을거예요. 제발 말리지 마셔욧!!!!! 호호호호. 참 따우님 배추속이 요새 맛있어요. (하기사 제입에 안 맛있는 것이 어디있을까마는.ㅋㅋㅋㅋ) 젓갈에 콕 찍어 먹어보세요.^^^

다연엉가 2004-11-22 21:00   좋아요 0 | URL
엇! 피아노 의자 커버가 헤졌다. 바늘 들고 집어야지......우와. 오랜만이다. 바느질.^^^

깍두기 2004-11-22 21:01   좋아요 0 | URL
저 밥상을 앞에 놓고 어찌 굶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진정 님은 초인이란 말이오!! 저 밥상은 우리 식구 누구 하나의 생일이나 되어야 볼 수 있는 밥상이거늘!!!

다연엉가 2004-11-22 21:2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깍두기님 보면 아무것도 없어요!!!평상시에는 저기에다 동김치와 김치 한 가지 더하고 된장국뿐이에요. 그나저나 전 지금부터 자유부인이랍니다. 애들이랑 옆탱이 죄다 집으로 자러 갔어요. 야호!!!!

비로그인 2004-11-22 22:07   좋아요 0 | URL
성! 성! 성! 진짜 이러기요? 성! 성! 성!

비로그인 2004-11-22 22:07   좋아요 0 | URL
에잇, 잠깐 지둘려보쇼!

다연엉가 2004-11-22 22:16   좋아요 0 | URL
뭘뭘! 나 한가혀! 오늘은 알라딘에 푹 빠지기로 했어! 사랑혀 복덜. 낯짝만 봐도 즐거운 복덜.ㅋㅋㅋㅋ나도 한번 보여줘잉. 왜 쌤 한테만 보여주는겨.임청하인줄 알어! 왕년에 봤어. 난 이꼴 저꼴 다 보여주는디...뭐하는기야. 쫄바지 입고 몽둥이들고 간다아!!!!!

비로그인 2004-11-22 22:24   좋아요 0 | URL
비참한 만찬...

비로그인 2004-11-22 22:25   좋아요 0 | URL
성! 성! 왜 염장질여! 나 취했당게!!

비로그인 2004-11-22 22:27   좋아요 0 | URL
임청하는 개뿔! 그런 텍도 없는 유언비어에 속지 마씨요!(하긴 내가 퍼뜨린 거구나..으히히..) 아, 성! 왜 글케 잘 먹고 잘 산댜..근데 성이 무쉰 졸라맨도 아니고..쫄바지는..날도 추운디..왜 그려, 서엉~ 나 취했당게..꺼억~

비로그인 2004-11-22 22:29   좋아요 0 | URL
아, 그나저나 성! 책울성으로 돌아옹게 참말로 기쁘요. 솔직히 가난자가 뭐요? 가난자가! 헹! 크크크...

2004-11-22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11-22 22:5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저 맥주에 수루메...

복돌이님 그걸 다 드셨어요?ㅎㅎ

책울타리님, 저도 님 서재 이름 다시 바꾼 것 너무 반가워요.

뭔지 몹시 부담스러운 이름이었어요.

그나저나 정말 제대로 된 건강밥상입니다그려.

헹, 그래도 전 허름한 밥상으로 계속 밀고 나갈랍니다.^^

다연엉가 2004-11-22 22:5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지금 집에 가야되는데 으하하하하하!만수 오줌 같은 그것 먹고 싶다. 아이구 술 고파.....

또 으하하하하! 뒤 번꺼 읽고..... 뭐라고라! 그냥 우리집으로 온나! 다 때리치우고. 술도가지에 매실에 부어 놓은 것하며 다락에 올라가면 엄청 많어. 그리고 귀하다는 송이버섯주도 있어! 울 집에 와서 사는 것 욕 안하겠제? 정말 평범하게 사는 여편네여. 잘 때는 내 하고 가게에서 자도 된다니까! 가게방이 생각보다 엄청 뜨겁거든. 남자의 가슴보다 더 뜨거워 . 흐흐흐흐.

그리고 그땐 정말 가난한 자였어! 좀 망해서 정말 가난했거든 ㅋㅋㅋㅋ

로드무비님/ 책울타리 누가 쓸까 싶어서 낼름 고쳤어요. 저 잘했죠. 그나저나 집에 가야되는데 여기가 좋아서 이를 어째요!!!!

진/우맘 2004-11-22 23:15   좋아요 0 | URL
독한 아지매...저 밥상을 앞에 두고 굶다니....?!!!

반딧불,, 2004-11-22 23:20   좋아요 0 | URL
어흑..비교되옵니다.

대략 좌절하옵니다ㅠㅠㅠ

세상에나 맛나보입니다. 어제 배추 뽑을 때 알아봤다니께요.

다연엉가 2004-11-23 08:27   좋아요 0 | URL
진우밥/ 밥만 굶었다네.-..-. 복덜땜에 엎드려서 12시 되어서 조기 저것 먹었어!!!!

반딧불님/ 아주 저렴한 식단입니다.^^^^ 모두 풀밭이지요. 그래도 맛나 보인다면 노오란 배추에 갈치속젓 찍어서 아~~~~~벌리세요.^^^

마태우스 2004-11-23 12:36   좋아요 0 | URL
책울님은 날씬하시구만 왜 굶고 그러세요. 전 지금 점심 굶고 있는데요, 저 상 보니까 배고파요...

다연엉가 2004-11-23 14:09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전 오늘 점심도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저녁 굶을려고 미리 말입니다.-..- 전에 저 배 보셨죠. 지금은 더해요. 그런데 마태님은 왜 굶어요. 하나도 살 안 찌더만요.^^^^^

sooninara 2004-11-23 14:52   좋아요 0 | URL
어제 참다참다 떡먹고 자버렸구만..ㅠ.ㅠ..

배고파서 잠이 안오더라구..

조선인 2004-11-23 15:50   좋아요 0 | URL
언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 회사에서 짤리면 언니네 옆집으로 이사갈께요. 개밥 주는 셈 치고 먹다 남은 거로 저 좀 거둬줘요. 군침이 질질질...

다연엉가 2004-11-23 20:56   좋아요 0 | URL
퓨하하하. 마로애미! 넘 했다. 옆으로 오면 나가 뜨끈뜨끈한 밥 해 줄게. 뭐니 뭐니 해도 쌀값이 최고로 싸니까!!!!밥 많이 줄게^^^

수니나라/ 오늘 저녁도 난 밥 안 먹었어! 그러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또 무슨일이 생길지.........우리 그냥 이 뱃살로 살아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