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라크루아 미술관은 낭만주의 풍의 정원이 특히 볼 만하다. 작고 아담한 정원은 들라크루아가 직접 설계하고 나무와 화초들을 심은 까닭에 아직도 그 시대 파리 정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장미, 그로젤리에, 산딸기, 체리, 무화과나무, 포플러, 소나무들은 모두 들라크루아의 구상에 따라 배치된 것이다. 아틀리에만큼 정원에 정성을 들인 것에서 낭만주의 화가의 면모를 여실히 발견할 수 있다. - P107
이 영화의 제목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즐겨 쓰던 표현인 ‘5시부터 7시까지‘를 사용했다. 5시부터 7시까지는 허락받지 못한 사랑의 밀회에 가장 적합한 시간을 의미한다. 우습게도 영화 속 클레오에게는 병으로 죽을지 모른다는 가능성과 파리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이 서로 맞물려 밀회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운명이 주어졌다. 바로 이때 실제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는 순간과 이야기 속 시간이 자연스럽게 일치한다. 카메라의 슈팅과 클레오의 경험은 모두 5시부터 6시 30분까지로 90분 동안 계속된다. 영화 제목과 딱 맞는 설정을 위해서다. - P125
시네마테크프랑세즈는 1935년 앙리 랑글루아가 창설했으며, 1963년 에펠 탑이 내려다보이는 샤요궁에 자리 잡고 지난 70년 동안 유명한 영화광들을 배출했다. 프랑스 누벨 바그 영화 운동의 기수 장뤼크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가 바로 대표적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영화광 출신의 작가들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고전 영화뿐 아니라 촬영기기, 세트 등의 영화 제작 장비를 보존, 복구하는 등 영화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기관이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시네마테크 프랑스제는 전 세계 감독들의 영화 학교이며 그들의 정신적인 아지트다."라고 말했다. - P230
나는 이 책을 쓰는 내내 "국가를 구분하는 것이 국경이라면, 제국을 구분하는 것은 박물관"이라는 구절을 마음에 새겼다. 국경은 공간에 선을 그어 사람을 구분하고, 박물관은 시간에 선을 그어 사람을 구분한다. 박물관은 전보와 카메라 같은 기술, 그리고 고고학이나 인류학 같은 학문처럼 시간과 공간을 무효로 함으로써 거리를 무기화한다. 물론 박물관이 실제로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박물관은 카메라처럼 노출과 기간을 통제한다. 약탈의 시대는 반환의 시대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두 번 발사되는 총처럼, 두 번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 P36
로마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아름다운 광장인 나보다 광장의 역사는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일대는 옛날 황제 도미치아누스 경기장이 있던 곳으로, 경기장의 관중석 계단이 있던 그 자리에 오늘날 광장을 빙 둘러 감싸고 있는 건물이 세줘졌다. 이 경기장은 모형 해상전투, 대중을 위한 대무대, 놀이 등의 행사가 거행되던 일종의 매머드 스포츠 복합시설이었다. 나중에 이것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