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의 사상과 생애를 대담의 형식으로 담아낸 책. 재미없을 것 같아 산 지 몇 년이 지나도록 묵혀두고 있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성공한 노인 특유의 짱짱한 자기자랑이 깨알 같다. 가정을 사실상 내팽개치다시피 한 무책임한 가장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그 상황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견디며 노부모를 모시고 아이 셋을 길러낸 부인이 정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나이가 드니 이런 게 더 많이 보인다, 그 사람이 한 일보다는 그 이면에서 희생한 사람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작가라, 적어도 한 번은 한 권은 읽어보고 싶었다. 수용소 또는 이와 유사한 소재로 쓴 책이 몇 권 더 있는 걸로 아는데 마저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으로 대충 견적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나 주제는 아니다. 사실 좀 식상하다. 당시에는 센세이셔널 했을 수 있으나 이미 소련은 오래 전에 무너졌으니.
심리학 책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자기개발서에 가깝다. 자기개발서는 두어권만 읽으면 더 비슷해서 그만 읽기로 했는데 본의 아니게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겪는 마음 속 갈등의 핵심을 잘 짚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기개발서가 흔히 그렇듯 할리우드 해피엔딩 영화처럼 너무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이 편치 않다.
잘난 사람이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 지를 구구절절 자랑하는 것 같아서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엘리자베스 워런이 대단한 사람인 건 인정. 하지만 일도 완벽하고 가족들도 따뜻하게 꼼꼼하게 챙기는 수퍼우먼이 있을 리 없다. 엄청난 시간을 요하는 보고서를 훌륭하게 작성하면서 동시에 딸과 마을을 위해 케잌을 부지런히 굽는 게 가능한가. 이 자서전도 선거와 장래를 위해 꼼꼼하게 기획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이렇게 상세한 기억을 가지는 게(날씨 건물구조 소재 바람 표정 말...) 특정한 목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의 깨알같은 도움없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걸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금융자본들에 맞서 미국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그가 기울인 엄청난 노력은 경이롭다. 힐러리가 아니라 워런이 나왔다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