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오스틴 전집 이래 본 가장 예쁜 양장본과 그 표지. “어린왕자”의 작가가 그의 “장미”인 아내와 주고 받은 사랑의 서신이 실려있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면 낯간지러운 사랑의 말들이 가득하다. 전쟁 중에도 낭만과 사랑의 기운이 횡행하던 시기였다. 어린왕자의 “장미”가 누구를 주인공으로 했는지는 이 서신을 보면 명확하다. 어린왕자가 장미 때문에 상처입고 장미를 위해 울었던 것도 이 서신으로 모두 설명된다. 그 후로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의 작품 특히 어린왕자가 전 세계인들에게 꾸준히 팔리며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생전의 그가 알 수 있었다면. 아내 병원비를 나누어 지불하겠다는, 의사에게 보낸 편지에 당시 그가 생전 겪은 재정적 어려움이 드러나 있다. 고호도 그렇고. 어느 천재의 세대를 관통하는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그 사후일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장미를 그리워하며 사막으로 천천히 쓰러져 자기의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처럼, 생텍쥐베리도 아내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사막 어딘가에 쓰러져 묻혔을까.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흥미가 생겨 사서 읽었다. 부분적으로 각색이 되었지만 전체 흐름은 비슷하다. 부조리극 같기도 하고 뭔가 지루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묘하게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읽는 동안 마치 내가 그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 확실히 내가 이런 류의 세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백래시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세계의 힘이 강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요즘 초중고 교실 수준도 암담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미래가 기다릴지 생각하면 사실 많이 두렵다.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에서 자란 여성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각성하여 그곳을 탈출하기까지의 삶을 정리한 회고록이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최근 뉴욕에서 이 공동체 사람들이 상당한 규모의 지하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 적발되었다는 트윗 덕분이었다. 넷플릭스에 “그리고 베를린에서”라는 작품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린 여성이 슬픈 얼굴로 삭발 당하는 사진이 충격적이라 내용을 알지 못하면서도 볼 생각을 안했었다. 이 책이 나온 게 10년 전이라고는 하나 21세기에 이런 공동체가 있고 여성들이 독서를 금지 당하고 삭발 당한 채 조혼하여 줄기차게 아이들을 생산해내기를 강요 받고 있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용기에 감탄과 존경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