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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평점 :

기간 : 2023/11/31 ~ 2023/12/06
조정래의 신작이다.
정글만리 이후 조정래의 소설 (그것도 신작) 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꽤 설레였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작가인데도 이렇게 책을 기대하며 설레이는 기분으로 읽게 된건, 네임밸류 때문이리라.
표지에서부터 짐작이 가듯이, 이번 조정래의 신작은 '돈'에 대한 이야기이다.

운동권 대학생이였다가 사시에 합격해 검사로 일을 하다, 정직한 태도 때문에 좌천되고 결국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이미 낙인이 찍혀버려 고액의 의뢰는 받지 못하고 그저 그런 의뢰로 먹고 사는 인권 변호사 이태하가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이태하 변호사를 중심으로 주변의 온갖 인간 군상들의 돈에 얽힌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서로 분리되어 있어 옴니버스 느낌도 난다.
내가 여태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소설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그래봤자 몇개 안되지만..
에피소드들이 모두 돈과 관련되어 있으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내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여 더 현실감이 있다.
건물주의 세입자의 갈등.
유산으로 인한 가족들끼리의 지저분한 싸움.
스토커에게 딸을 잃은 아버지.
강원랜드에서 노름으로 결국 인생이 쫑나버린 두사람.
재벌2세에게 성추행, 폭행을 당한 대형 로펌의 젊은 여자 변호사.
취직이 안되어 결국 부자 노인의 수발을 들게 된 젊은 여자 취준생.
등등등
모두 돈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과연 허구라 할 수 있는가?
사연이 모두 너무 현실적이라 약간 소름까지 돋을려 했다.
우리나라의 문학 거장은 과연 이러한 돈 이야기들로 현대인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걸까?
문제 제기를 위한 소설들을 주로 쓰는 작가답게 여러 생각할 고민거리들을 안겨준다.
돈에 대해서,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내 가족들에 대해서.
내 스스로 무엇하나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주장이나 가치관 따윈 없지만, 그래도 이런 소설을 계기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나와 내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ㅋㅋㅋ?
ㅋㅋㅋ라니?
순간 이 페이지를 보고 살짝 멍했졌다.
현대 국내 소설가중 탑급이라 할 수 있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에서 ㅋㅋㅋ???
대필인가?
아니면, 이 대(大) 작가의 새로운 모습인가?
심지어 독백이나 생각에서 나오는 ㅋㅋㅋ도 아니다.
등장 인물들끼리의 대사에서 나오는 ㅋㅋㅋ다.
게다가 이러한 표현은 이 소설 두권중 그 어디에서도 또 사용되지 않는다.
음..
뭔가 냄새는 나지만, 중립 기어를 박고 싶다.

이 위대하다 할 수 있는 작가가 맘에 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난 운동권이 너무 싫다.
대학 시절, 선배들의 강권에 못이겨 보게 된 빨간(?) 책들, 여러 비디오 영상들, 삐라, 그리고 정말 듣기 싫었던 민중 가요. (요새는 대기업 노조들이 이쪽 노래 많이 듣더라.)
나와는 취향이 너무 너무 안맞았다.
난 말보로, 마일드 세븐, 마이클 조던, 슬램덩크, 락, 헤비메탈, X-JAPAN, 러브레터, 블리자드 게임들을 좋아했던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였다.
그 선배들의 눈에는 내가 교화시켜야만 하는 대상이였던걸까?
양담배 핀다고 싸대기 맞고,
막걸리, 소주, 감자탕 싫어하고 맥주 좋아한다니까 손가락질하고,
태백산맥 안보고 하이텔에서 드래곤라자 본다니까 비웃고,
꽹과리가 아닌 일렉기타 좋아한다니까 세상 쓰레기 취급하던 그 선배들.
그 선배들 지금 어떠한가?
여러 모임들, 학회들에서 어쩌다 만나면 외제차 자랑에 아파트 자랑에..
E.H.Carr를 부르짖던 어떤 선배는 매주 주말에 골프장 나가고, (그 책 보기나 했나 모르겠다.)
anti-america를 외치던 어떤 선배는 카톡 프로필에 고급 자동차 키홀더 사진 올리기 바쁘고,
감자탕 먹을때마다 온갖 똥폼 잡으며 해부학 강의해주던 어떤 선배는 강남 룸싸롱에 스폰녀가 있다더라.
남원 전수관에서 D여대생 꼬셔서 데리고 놀다가 여자애 임신하자마자 버리고 부자집에 장가간 선배 이야기는 이젠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조정래 작가는 운동권의 '변절'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난 이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냥 그 사람들은 스스로 깨어있는 지식인인척 했던 열등감 덩어리였을뿐이다.
'변절'이 아니라 원래 그런 인간들이였다.
구역질 나온다.
그런 운동권들과 그런 사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신경숙 소설을 더 이상 안보게 된 계기도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때문 아니였던가.
설마 저 소설도 표절이였을까?
조정래 작가의 이번 신작이 매우 재밌는 소설이고, 매우 잘 쓰여진 (ㅋㅋㅋ만 빼면) 소설인건 분명하지만,
역시나 이 작가는 내 취향은 아닌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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