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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계
손정수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8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5/09/09 ~ 2025/09/10
세계 고전에 대한 해설이나 서평집이 몇년전부터 많이 나오는듯한 느낌이다.
나같은 일반인들도 보기에 편한 책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몇달전에 엄청나게 어려운 고전 해설집을 보느라 개고생을 해서 당분간 이쪽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 생각이였는데, 은행나무라는 출판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은행나무' 라는 이 출판사는 나에게는 참 각별했던(!) 출판사였다.
과거 이 출판사 책들을 무척 즐겨봤었다.
인생 미드였던 '왕좌의 게임' 의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부터 해서,
정비석의 '손자병법',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이 책을 보고 이 작가가 너무 마음에 들어 다른 책들도 보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도 못봤다.)
정유정 작가의 3대 소설들, (28, 7년의 밤, 종의 기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말 인상 깊게 봤던 디아스포라 소설인 구소은 작가의 '검은 모래',
2015년도부터 발간됐던 악스트(Axt),
그리고, 할말하않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까지.
너무나도 이 출판사 책들을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없어 안봤었다.
그러던중, 이번에 악스트(Axt)에 수록됐던 고전에 대한 서평을 모아 책으로 출판했으니 더 기대가 클 수 밖에.
악스트(Axt) 잡지는 내가 구독하지는 않았고 어디선가(?) 구독을 해서 비치되어 있던걸 그냥 줏어다 봤었다.
진짜 재밌게 보던 잡지였는데 그 어딘가(?)에서 구독을 끊어버려 그동안 못봤어서 오랜만에 이렇게 악스트(Axt) 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니 무척 반가웠다.
아무튼,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이 책에는 총 22개의 고전에 대한 서평이 실려 있으며 책의 제목답게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라는 테마로 분류가 되어 있다.
목록만 보면 왜 이 책이 이 계절에 들어가 있는지 의아함이 들수도 있는데 서문부터 차분히 읽으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책을 본다면 어느 순간 책과 계절이 의외로 자연스레 매칭이 되는걸 깨달을 수 있다.

1장은 봄이 아니라 여름부터 시작한다.
여름에는 총 5개의 고전이 있으며 이중에서 4개를 봤다. 나머지 하나인 '거미여인의 키스' 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다. 난 이쪽 주제를 매우 혐오한다.
'주홍 글자' 파트에서는 작가인 손정수 교수의 박학다식에 그야말로 깜놀하게 된다.
'세관' 과 '주홍 글자' 사이에 숨겨진 이 오묘한 진실이라니!
난 그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민음사 책을 봤었는데 젠장!
역시 민음사는 믿고 걸러도 되며, 역시 을유문화사 책이 괜찮긴 하다.
친일파 자손이 세운 출판사라는 오점이 있긴 하지만.

2장의 테마는 가을이며, 역시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필경사 바틀비' 에 대한 부분이였지만, 이 책은 택배가 도착하는대로 조만간 읽을 예정이라 완독후에 다시 다뤄보기로 하고, '마담 보바리' 에 대한 부분도 아주 재밌었다.
번역의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고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다.
심지어 2차 번역 이후에 출판되는 고전들도 있는 만큼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필경사 바틀비' 에 대한 내용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할만하다.
그렇다고 원서를 읽을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나마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한 고전에 대해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각종 번역본들을 읽으며 비교해보는 것인데 이것도 시간의 압박이 매우 커서 쉽지 않다.
그냥 나같은 일반인들은 이런 전문가의 서평을 읽어본다거나 각 대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양 강좌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게 그나마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고(故) 박경리 선생님이나 고(故) 박완서 선생님의 글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세계 고전들보다도 더 뛰어난 책이 아닐까 싶다.

3장의 테마는 겨울이며, 소개되는 6개의 책중 내가 아직 안본건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한개인데 이 역시 그다지 떙기진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에 대한 내용은 내 개인적으로는, 이 책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이였다.
너무 오래전에 책을 읽어서인가? 기억에 남는건 거의 없고, 영화판에서 주연이였던 위노나 라이더만 기억에 남아 있다.
어쩔수 없다. 이때 위노나 라이더가 좀 이뻤어야 말이지.
책의 결말 부분에서는 자연스레 위노나 라이더보다 더 이뻤던 나카야마 미호의 '사요나라 이츠카' (원작 소설은 츠지 히토라니의 '안녕 언젠가') 가 떠올랐다.
미츠코는 다 알고 있었을까? 유타카의 마지막 선택은 옳은 선택이였을까?
메이는 다 알고 있었을까? 아처의 마지막 선택은 옳은 선택이였을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지만 그래도 이런 사랑 이야기는 재밌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어느 사랑이던지 갈림길에서 내린 그 크리티컬한 선택은 우리의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수도 있다.
그때 당시의 난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그때 당시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이후에 난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마지막 4장의 테마는 봄이며, 여기에 해당되는 5개의 책중 내가 안본건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 하나인데, 이걸 과연 내가 볼 수 있을까?
노벨상 탔을 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너무 어려워보여 그냥 미리 포기했는데, 지금도 솔직히 자신은 없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내용도 재밌었고, 유일한 한국 소설인 고(故)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내용도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찬찬히 읽어보면) 재밌었지만, 마지막 코멕 매카시의 '로드' 가 가장 흥미로웠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코멕 매카시는 내 주변의 누군가가 진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적극적으로 권장하길래 귀찮은 마음 반(半), 그래 어디 얼마나 재밌나 한번 보자는 식의 지적 우쭐함 반(半) 으로 접한 작가인데 웬걸?
한동안 이 작가의 서부 소설에 흠뻑 빠져버려 헤어나오질 못했던 적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로드' 는 이 작가의 다른 그 어떤 소설들보다 더 내 취향 저격 수준이였는데 내가 싫어하는 퓰리처 상 수상작중에서 좋아하는 몇권 안되는 책중의 하나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살아남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라스트 오브 어스' (영화 말고 플스!!) 가 자연스레 생각난다.
22개의 작품들중 가장 계절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소설이였다고 본다.
다 망해버린 세상에서 살아 남는게 봄과 뭐가 잘 어울린다는건지 약간 의아함이 처음엔 생길 수도 있지만, 이 해설을 보고 나면 생각이 완전히 180도 바뀌게 된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어렵고 접근하기 힘든 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학을 좋아한다면, 그중에서 세계 고전을 좋아한다면 한번 정도는 이 비평집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어려운만큼 분명 새롭게 느끼는 바가 많으리라 본다.
여기에 소개된 고전들중 이미 꽤나 많이 읽어봤는데, 나중에라도 꼭 이 비평집을 베이스로 깔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시간아, 어떻게 허락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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