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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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가? 그리고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 걸까?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 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_10p


여가부 차관인 저자가 던지는 굵직한 물음과 함께 전반적인 아동 인권, 나아가 여성의 인권과 가족 정책에 대해 기술한 책, #이상한정상가족 . 체벌과 학대에 대한 이슈, 한부모 아동양육에 대한 이야기, 부양의무제와 차별금지법 등 가볍지 않은 꼭지들인지라 꼭꼭 씹어 읽고 소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필 이거 읽던 중에 TV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나오는 바람에 엄청 분개하면서 읽음)


나는 이 책의 초판을 읽어본 적 없고 이번 개정증보판을 받아 읽어봤는데, 초판 발매 당시의 사건/입법 등이 어떻게 진척되는 중인지 과정이 업데이트된 점과, 독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이 곳곳에 보여 매우 흐뭇했다. 


독자들의 피드백이란 주로 이런 것이다. '미혼모'가 아니라 '비혼모'라고 일컬어야 하지 않나? '버린다'가 아니라 '돌봄을 받지 못했다'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부모가 아이들을 죽이고 본인도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동반자살'이라고 표현하면 안되고 '자식 살해 후 자살'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등등 단어 선택에서도 신중을 기하자라는 의미의 피드백인데, 이 감수성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것이다. 말에는 분명 의미와 권능이 있기에...


그리고 이런 양육, 부양 등 가정의 문제의 문제가 단순히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제도의 문제임을 얘기해준 점도 좋았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권리는 부모의 자유권이라기보다 자녀의 보호를 위해 부여되는 기본권으로 권리보다는 의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족 내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치외법권적 ‘천륜’의 영역이 아니며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제재 대상이어야 한다. 비대한 국가를 선호해서가 아니다. 공공의 개입이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약자들이 가족 안에 있기 때문이다.

/ 62-63쪽


가족주의가 가족을 넘어 학교나 회사 등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정적 재현이 되는지, (가-족같은 회사 라는 문구 못 들어본 사람 없쥬?) 자율적인 주체로서의 개인과 따뜻한 울타리 역할의 가족, 느슨한 연대의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규범과 법이 필요한지도 살펴본다. 스웨덴... 그런 의미에서 여러 모로 부러운 선진국이구만. 


개인 차원에서의 공감과 윤리의식을 넘어 사회적으로는 어떤 안전장치들이 필요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정치, 투표, 공약, 입법 이런 게 왜 중요한지 한 번 더 느끼는 시간!

 

 

이처럼 평범한 부모들은 흔히 체벌과 학대를 분리해 바라본다. 그러나 위의 답변들을 성인 사이의 관계라고 상상하며 다시 읽어보면 체벌과 학대를 나누는 이 기준들이 얼마나 이상한지가 또렷해질 것이다. 가령 상대와 합의해 원칙을 정해놓고 때리면 폭력이 아니다, 맞는 상대가 자존감이나 정서에 상처를 안 받으면 폭력이 아니다, 상대의 행동을 교정하려는 목적이 있으면 폭력이 아니다, 때리는 내가 감정조절을 하면 폭력이 아니다…. 어느 하나 성립 불가능한 말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아동을 상대로도 성립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정할 때, 아동을 성인과 달리 대해서는 안 된다. 폭력은 더욱 그렇다.

/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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