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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달팽이니? - 풀밭에서 만나요 2 ㅣ 풀밭에서 만나요 2
주디 앨런 글, 튜더 험프리스 그림, 이성실 옮김 / 다섯수레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네가 달팽이니?
지난 달 재진이 오빠가 쓴 곤충탐구생활이란 책을 무척이나
재밌게 읽고 거의 매일매일 학교 책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녔던
시원이...
(재진이 오빤 넘 좋겠답니다...
애벌레를 키울 수 있게 재진 오빠 엄마가 허락해주셨으니...^^;;;
벌레랑 곤충 싫어하는 엄마 입장에선 엄청 찔리는 부분...)
무언가에 한번 필이 팍 꽂히면 질릴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인지라
정말 책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매번 새로운 사실을 다시 발견하고
감탄하면서 그 덕에 마술콩과 달팽이 키우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원이네 학교에서 6월말 2~6학년 기말고사로 뭘 평가한다는
가정통신문이 왔길래 아무리 놀자판이라도 명색이 학생인데
시험에 대비해 한번 쯤 문제집이라도 풀어봐야하는거 아니냐고
엄마가 지인에게 받은 문제집을 내밀어도 알았으니 놔두라곤
마술콩이 얼마나 자랐는 지...
달팽이가 똥을 싼 모습이랑 배추,상추,당근을 갉아 먹은 모습에
푸~~~욱 빠져선 귓등으로 듣지 않더라구요...
공부하는 건 온 몸이 베베 꼬일 정도로 싫어 숙제도 간신히
해가는데...
뭔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는 하지 말래도 그림으로 그려놓고
글로 써서 메모해놓고... 암튼 시원이 비밀상자엔 벼라별 기록들이
지금 쌓여가고 있어요. ㅎㅎㅎ
* 책 제목 : 네가 달팽이니?
* 글 : 주디 앨런 * 그림 : 튜더 험프리스
* 출판사 : 다섯수레
* 책 내용
이 책은 시원이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 TV광고에 나온 달팽이에 쏘옥 빠져
거의 TV모니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무렵 신문에서 달팽이 사진 오려주고
오려주다 지쳐서 사준 그림책입니다...
정말 수도 없이 읽어줬는데 한동안 까먹고 있다가 최근 다시 달팽이를 키우면서
거의 맬맬 시원이가 곤충탐구생활 책과 더불어 옆구리에 끼고 사는 중인데
무엇보다도 달팽이의 생김새와 먹이 그리고 어디서 살고 어떤 걸 먹으며
알을 어떻게 낳는 지 달팽이의 일생을 자세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
엄마랑 시원이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중입니다...
글밥 수도 많지 않아서 읽어줄 때 목도 덜 아프고 암튼 좋아요~ ㅎㅎㅎ
또한 그림책 내용 중에 작은 새와 여우에 의해 달팽이에게 위기가 닥치는 부분에선
"안돼 안돼 좀 빨리 움직여... " 하며 애가 타서 그림책 속 새랑 여우를
"저리 가! 떽끼... 너 진짜 나한테 혼난다..." 라고 쫓았던 예전 시원이 행동까지
덤으로 들려주었더니 환~~~장을 하고 좋아하며 아주 품 속에 껴안고 좋아라해요...
이렇듯 한 권의 그림책이 아이와 어떤 추억으로 연결이 되면 잊고 있었던
기억과 애정까지 더더더 깊게 살아나서 그동안 방치(?)해둔 미안함까지 겹쳐
한층 애착이 가서 끼고 살게 되나봅니다...^^*
* 책 놀이
6월 중순쯤 들꽃모임의 돌프 이모가 모임 전체 아이들에게
마술콩을 선물로 주었는데 저희 가방에 2개가 들어 있어서
울 시원이 두 개의 마술콩을 비교하며 요즘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더불어 주말 농장을 하면서 무농약 상추를
가져다 준 세째 이모가 상추를 씻다가 발견한 달팽이 한 마리를
시원이에게 키우라고 해서 얼룩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고
매일매일 말도 건네고, 저녁에 상추나 배춧잎 위로 올라오면
반가워서 살짝 만져보기도 하며 키웠는 중입니다...
그런데 승희가 놀러 왔을 때 달팽이를 보여주며
우린 이렇게 맬맬 만나서 노는데 달팽이는 혼자라서
너무 외로워 보인다고 여러 날 고민 끝에
비가 내리는 날 오후
다른 달팽이 친구들이 이 비에 나왔을 지 모른다며
집 앞 마당에 풀어 주었습니다...
친구들 만나 재밌게 지내라며...
막상 달팽이를 데리고 나간 시원이...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 나가봤더니만
우산을 받쳐주며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라고
말하며 살짝 눈에 눈물이 글썽~~~~
그리곤 관찰 일지를 쓰는데 엄마는 보지 말라고 하길래 담날 살펴봤더니만
시원이의 어쩔 수 없이 풀어준 섭섭한 속내가 나타나 있더군요... 녀석^^...
사실 관찰 일지를 써오라는 학교 숙제는 없습니다...
(울 집 딸래미는 학교 숙제보다 본인 스스로의 과제가 더 중한지라.ㅋㅋㅋ)
걍 시원이가 원해서 프린트해주고 나름 한꺼번에 철해줄려고
대충 얇은 클립으로만 철을 해서 베란다 신문 모아두는 곳 윗 선반에 놔뒀는데...
얼마 전 신문 정리하면서 이면지까지 죄다 폐지로 묶어 고물상 할머니가
가져갈 수 있게 집 밖으로 내놓으면서 신문 사이에 얼핏 클립철이 보인 것
같았는데 바쁜 맘에 제가 이면지에 프린트해서 묶어둔 시원이의 마술콩과
달팽이 관찰 일지까지 같이 내 놓은 것 같습니다...
사진 정리 다 해두고 갑자기 뭔가 가슴이 싸아해서 관찰일지 묶음을 찾는데
당췌 보이질 않는게...
아~~~~ 이 사실을 알면 울 김시원양...
분명 "엄마는 왜 그리 매사에 덤벙거리고 신중하지 못하냐"고
잔소리잔소리를 하며 닥달할텐데... 이 일을 어쩜 좋을 지...
암튼 그 때 신문 묶음 내놓으면서 한번 안을 살펴볼까 하다가 에잇 귀찮아~
하면서 들어온게 지금 두고두고 후회막급입니다...
제가 달팽이라면 단단한 껍질 속에 몸을 숨기고 위험이 지나가기만
기다릴 건 같은 심정이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