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축제가 된다면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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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삶의 축제가 된다면,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1. 이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은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베네치아에 대한 인문학 여행 가이드이다. 책의 소제목에서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이라고 내세우고 있듯이 떼지어 가이드를 따라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호젓이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500여 페이지에 펼쳐지고 있는 저자 김상근 교수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 베네치아의 건축과 음악, 그림을 대하는 감성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촉촉해 진다. 더구나 아름답기 그지없게 찍어 놓은 사진은 책 곳곳에 등장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현 듯, 베네치아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 이것을 놓쳐서는 안되는구나, , 베네치아가 왜 그렇게 유명한 도시가 되었는지, 왜 많은 문학가, 음악가, 미술가들이 베네치아에 머물렀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준다.

 

이 책은 총 5부로 되어 있으며 28개의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예술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베네치아에 대한 생각을 인문 여행의 형식으로 답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듯이 이 책은 베네치아에 대한 책이 아니라 베네치아에 대한 생각을 생각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 건축 양식에서 고딕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러스킨에게 아름다운건축물이란 솔직한 건물을 말한다. 건축가의 창의적인 정신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어야만 아름다운 건물이 된다. 또 아름다운 건축물이란 기쁨을 주는 건물이다. 건물에 들어선 사람들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기쁨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그 건축물은 걸작이다. 그 건물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쁨을 선물하는 건축물! 그런 건물이 바로 두칼레 궁전이란 것이다. (p. 128)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시작된 고딕 양식은 한마디로 자신의 약점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고 한다면,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양식은 자신의 지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반영한 건축양식이라는 것이다. (p. 129)

 

신 앞에서 자신의 본성을 솔직하게 고백했던 고딕의 시대를 극복하고,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가라는 뜻일까? 그것이 역사가 흘러도 고상함을 잃지 않고, 문명과 인간이 삶의 기쁨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는 뜻일까? 사실은 정반대다. 러스킨에 따르면 고딕 시대의 장인들은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고딕 건축의 장인들은 일과 생각을 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이름을 알리지 않고 작품만 남겼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과 지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 르네상스 시대의 장인들은 생각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후원자들이나 신학자들의 요구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선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작품을 만들어주는 기능인이었던 것이다. 이른바 노동의 분화가 일어났다. 노동의 분화는 결국 노동의 소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러스킨은 두칼레 궁전 앞에서 자신의 약점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던 고딕 양식을 주목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나의 능력과 지혜를 과신한 나머지, 그저 주어진 일을 영혼 없이 처리하는 기능적인 인간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란 것이다. (pp. 131~132)

  

  

 

3.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베네치아에서는 누구든지 예술의 심미안이 된다. 도시 자체가 예술이고, 바길 닿는 곳에서 서 있는 건물들이 모두 걸작이며, 이무 집에나 들어가 고개를 들면 명작 천장화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베네치아가 우리를 예술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베네치아의 마지막 여정은 이 걸작 예술품을 만나보는 것이다. 이왕 시작한 걸음, 끝까지 한번 가보자. 천재 예술가들을 만나보고 그들이 남긴 작품 앞에서 그들의 생각을 생각해보자.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왜 이 그림이 명작일까? 나는 왜 이 그림이 마음에 들까? 그림이 내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이 그림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일까? (p. 354)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을 대하는 방식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냥 슬쩍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마주 대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은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뿐만 아니라 나의 정신적인 숨결을 끌어 올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예술품을 대할 때 이런 질문을 꼭 던져보면서 감상하고 싶다.

 

 

문학은 책의 활자를 읽어가는 동안 떠오르는 상상력으로 베네치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회화는 눈에 보이는 그림의 시각적 효과를 통해 베네치아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둘 다 시각을 매개로 사용하고 있다. 활자를 읽고 그림(이미지)을 보는 것은 모두 시각 활동이다. 그러나 음악은 청각에 의존하는 예술 장르다. 귀를 통해 청각으로 베네치아를 느끼는 것이다. 관광 시즌이 되면 베네치아에서는 거의 매일 밤 비발디의 <사계>가 연주된다. (p. 420)

 

나는 청각을 이용하는 음악이야말로 베네치아를 가장 적절하게 느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고차원적인 베네치아 체험 방식이다. 왜냐하면 베네치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음악을 들을 때처럼 언제나 즉흥적이고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늘 바뀐다. 광장을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새벽에 텅 비어 있는 광장을 걸어갈 때의 감정이 사뭇 다르다. 산 마르코 광장은 늘 그곳에 있는데, 왜 내 감정은 수시로 바뀌는 것일까? 왜 그때그때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감장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p. 421)

 

문학작품의 활자는 책의 지면에 고정되어 있다. 캔버스 위에 그려져 있는 그림도 고정된 이미지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악보를 보지 않는다. 연주가자 연주하는 음악을 순간적으로듣는다. 연주자의 표현 방식에 따라 우리도 같은 음악을 전혀 다르게 듣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음악은 언제나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감동을 준다. 같은 노래를 들어도 어떤 때는 슬프고, 어떤 때는 기쁘다. 베네치아에서도 그렇다. 그 점에서 나는 베네치아에서 비발디의 음악을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청각으로 표현된 베네치아.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감정들이 베네치아에서 당신과 함께 춤을 추게 될 것이다. (p. 422)

 

작가는 베네치아를 표현한 문학 작품이나 명작의 그림을 시각으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청각으로도 즐겨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음악이 갖는 힘은 참 대단하다. 음악과 관련된 추억은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살짝 아쉬운 점은 미각을 통해 베네치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럭셔리는 값비싼 가구를 배치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역사와 전통에 매혹을 느낀다. 가격 면에서는 그리티 호텔리 훨씬 비싸고 호화롭지만, 사람들은 다니엘리 호텔을 더 선호한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칼레 궁전과 같은 면에 위치해 있고, 수평선 너머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한 폭의 그림처럼 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별히 옥상 베란다에 설치되어 있는 식단의 전망은 베네치아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p. 258)

 

진짜 아름다움은 단순히 비싸다고 해서 느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안에 품위가 담겨야 그 아름다움이 비로소 빛을 발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얼굴이 예쁘다고 해서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여 지지 않는다. 고상한 인격이 담겨야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5. 추천사

 

베네치아는 반듯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걸어온 사람, 자신에게 주어진 하늘의 준칙을 지키면서 살아온 사람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p. 15)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일상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베네치아의 감성에 푹 빠져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앞으로 베네치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갖다 온 사람들도 모두 읽어보길 추천한다. 곧 만나게 될 베네치아를 상상하고, 갖다온 사람에게는 추억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고급스런 사진을 통해서도 눈요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품격 있는 생각을 전하고 있는 이 책이야말로 오랫만에 만나는 참으로 품위 있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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