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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봤을 때가 벌써 3년전, 2000년 12월이었습니다. 당시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는 신문 기사를 통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요. 워낙 제가 좋아하는 에니메이션들을 다루고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고 신문 기사를 보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입했죠. 이 책은 에니메이션 4편을 놓고 그 에니메이션들의 뒷 배경에 있는 철학적 메세지들을 찾아보는 내용입니다. 각 에니메이션들이 가진 시나리오가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한 이야기 내용들 뿐만 아니라 어떤 철학적 배경이 있고 그에 해당하는 서구 철학의 내용은 무엇인지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죠.
거기다 철학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던 일반 독자들도 삶을 살면서 한 번쯤 가져봤을 만한 의문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철학적 질문을 쉽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보고 난 후에는 그저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닳을 수 있었고, 나아가 우리가 평소에 길을 걸으면서 흔히 고민하고 답을 갈망하던 그런 물음들에도 모두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 알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에니메이션 네 편의 힘으로 철학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또한 우리가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에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영화, 드라마, 에니메이션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나라의 문화 컨텐츠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그 나라의 인문학적 기반이 얼마나 튼실하고 내용있는가가 결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화계에서 앞으로 일하실 분들께는 어떻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좋은 작품들을 남길 수 있는 것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죠.
그렇게 놓고 봤을 때 문화 산업을 육성한다는 거창한 정부의 구호가 조금은 빈 껍데기만 만드는 정책으로 느껴지더군요. 돈만 투자한다고 해서 문화 산업이 육성된다면 마치 어린 아이에게 밥만 먹이면 훌륭한 소설가가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뭐 꼭 문화계에서 일하실 분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정신적으로 더 나은 삶을 가지고 싶다거나 영화, 에니메이션 등의 문화 컨텐츠를 좀 더 재미있고 진지하게 즐길 수 있는 교양을 쌓는데 이 책이 그 지침서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눠서 각 작품들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작품들에 대한 해설, 두 번째는 그 작품들에서 철학적 아이템들을 발견하고 의미를 알아보기, 세 번째는 각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기, 네 번째는 작품들의 뒷 이야기나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기 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철학적으로 좀 더 깊이 탐구해보기 입니다. 각 장마다 저자는 쉽고 친절하면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고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도있는 철학 내용들을 주석을 통해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더군요.
저도 이 책을 읽고 감히 제 삶의 일부분에 철학하기를 넣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답니다. 철학이 왜 필요한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저와 비슷한 경험, 더 나은 깨닳음을 하실 수 있으실 거라 믿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