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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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역학자 (Social Epidemiologist)인 저자(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약 30여 가지의 질병, 상처, 재난의 사례를 통해 아픔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풀어내고 있다. 인간의 몸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병증이 사회적인 관계로 인한 경우, 그 복합성을 풀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느꼈다고 할 때, 그 차별적 발언이 사회적으로 공통된 것인지, 느낀 사람의 내적인 정보 처리의 오류인지 입증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더더욱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현상과 개인적 특성 두 가지를 모두 본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사회적 현상보다는 개인적인 문제로 덮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사회적인 이유로 인간에게 질병이 생길 수 있다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도입하는 것은, 개인의 사례연구보다는 집단의 통계 연구가 필요하며, 사회적인 원인을 내포한 아픈 사람들을 만나고, 그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계적 수치로 환원하는 과정을 실행하는 연구자의 삶이란, 그 당위성을 내적으로 외적으로 확인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보이지 않는' 예측과 실천에 대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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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초반, 학교 폭력을 경험하는 학생들 중, 표현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고 말한 남학생들의 우울증상이 가장 심했다는 연구결과는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사람들 중에는 어떤 일을 겪으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자기의 아픔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남자답다는 오랜 관습이 이렇게 실제로 나타나는 사실(fact)과, 느낀다고 여기는 보고(report) 사이의 차이를 만든다. 나는 이 연구의 의미는 데이터가 말해주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데 있다고 보았다. 폭력에 대응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실재하는 우울증상을 드러냈다면, 어쩌면 이 학생들의 면역 기능 등도 더 아픈 사람이지 않을까. 이 연구 결과는 교육자들에게 이차 삼차적인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후속적인 노력을 하게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올 여름, 한참 더울 때 일본을 갔다. 동료들과 저가항공을 이용해서 공항에 도착했는데, 저가항공은 전철역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터미널에 있어서, 더위에 가방을 밀고 끌며 한참을 걸었다. 걸어가면서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바닥과 천장의 표시, 좌우를 구분한 바닥표시, 매끈한 우레탄 바닥, 중간 중간 시원한 물을 분사해주는 장치를 보며 걷는 사람들을 위해 배려한 환경에 감탄했다. 일본은, 환경조정의 강국이다. 책에는 시카고 폭염을 예방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와, 사회경제적 파악의 사례를 제시하였다. 가난하고 범죄율이 높은 곳은 폭염을 피하기 위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서 순환버스를 제공하거나 경찰과 공무원이 방문 확인하여 폭염희생자가 줄었다는 이야기. '사회환경 디자인'은 이렇게 이뤄지는가보다. 


그물망 - 얽힌 올가미인가, 사회적 관계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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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라는 역학 원인에 대한 논문제목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질병의 원인은 정해져 있지 않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역사와 문화, 정치, 사회, 환경이 마치 그물망처럼 얽혀 질병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올가미같은 그물망을 엮어낸 거미인 권력과 역사, 정치, 사회를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서 질병의 원인이 그물망이라면, 질병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건강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관계망을 건강하게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물이 올가미나 부비트랩이 되어서 한 사람 한사람 얽어매서 마비되는 사회에서, 개인이 서로를 지지하고 연결하는 고리가 되어서 사회를 형성하는 예쁜 패턴이 상상이 되었다. 
 우리는 그런 경험이 없을까? 나라는 개인은 변하지 않았지만, 경쟁적이고 고립된 곳에서 점점 바짝바짝 말라가는 느낌을 쌓고, 옆 사람을 공격하거나 방어하고, 단지 그곳을 탈출하기만 위해 지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주고 받고, 돌보고 나누고, 안심하면서 사는 곳이 있지 않은지. 내가 나의 긍정적인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극도로 부정적인 것을 발견하기도 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관계망 안에 있느냐에 달린 듯도 하다. 


개인과 사회: 참여하는 공동체의 삶과 질병 예방의 관계 근거 확립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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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일관되게 질병과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의 책임과 노력, 꼼꼼하고 잘 구성된 정책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고나 질병이 발생한 뒤의 대책보다 위험 예방을 강조하며 '불확실성'을 인정하되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연구에서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분석은 타당한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제하는 질문과 그에 해당하는 답변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만든 로세토 마을의 공동체에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심장병이 적은 현상에 대해 공동체의 '감성적인 분위기가 심장병을 막는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라고 반박하는 글이 있다. 그 글을 보면서 '공동체에서 사는 구체적인 삶'은 '감성적인 분위기'와 동의어가 아닌데, 왜 공동체의 생활을 감성적이라는 말로 뭉뚱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연구자들은 50년간의 장기연구를 해서 심장병 원인 위험인자가 비슷한 다른 지역에 비해 심장병 사망률이 로세토 마을에서 유의미하게 적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사회적 인자를 드러내었다. 감으로는 알지만, 입증하기 위해서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니, 이런 연구는 대단히 귀중하다.   

건강 연구, 특히 질병이나 손상을 회복하게 하는 대응적인 연구와 달리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하는 연구는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매듭으로 묶여진 칸칸이 고정된 그물이 아니라 고리로 연결된 그물망처럼 하나가 팽팽하면 다른 쪽이 느슨해지는 역동적인 요인간의 관계성이 있다. 때문에, 

이 책과 더불어 본 책이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삶의 의미'라는 책인데, 이 책은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아들러가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형태를 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사회적 감정을 지닌 것이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김승섭 교수의 책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주장한다면, 책의 말미에 자신을 표현한 글에는 이런 연구가 저자 개인의 삶에 이기심을 넘어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의미가 담겨서 묘하게 겹쳐졌다. 좋은 사회적 감정을 지닌 연구자이며 저자라는 생각이다. 부디, 계속 좋은 연구를 하면서 대중에게 어렵지만 이해할 수 있는 글과 말로 연구를 해석하고 공유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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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역시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알게 되는 건 다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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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글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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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문학동네 번역보다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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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박철은 옮김 / 동아시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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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는 ‘변한다(생성변화)‘라는 것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생각했지만, ‘바꾼다(혁명)‘라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전공 원문(비번역)서적을 헤매며 읽는데 들뢰즈와 가타리가 등장해서 요 몇년째 들뢰즈의 책을 구매해서 읽다 중단하고 읽다가 중단하고 있다. 그 중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는, 조금은 들뢰즈의 저서를 읽기 위한 안내서가 되는 듯 한데, 여전히 어려워서 얇은 책이지만 세 번을 줄을 긋고 옮겨 쓰며 겨우겨우 무언가가 남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덮었다.

철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다. 그런데 뇌과학 서적을 파고들수록, 일을 해갈수록, 사람을 만나갈수록 철학을 찾지 않을 수가 없고, 철학의 여러 갈래 이론과 연구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우리의 대학이나 전공 중심의 나뉜 연구교육이 아쉽다. 특히 이과의 경우 더욱.

이 책으로 들뢰즈를 알게 되었다기보다, 들뢰즈가 말하는 ‘철학‘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서술이 감동적이었다. 비록 혁명을 하지는 않고 변화를 철저히 생각한다고 하지만, 들뢰즈가 철학을 묘사한 ‘자유로운 인간의 모습을 만드는 것, 권력을 안정시키기 위한 신화와 영혼의 동요를 필요로 하는 모든 자를 고발하는 것, 그저 그뿐이라고는 해도 대체 다른 무엇이 그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인가‘ 라는 말이 힘있게 다가왔다.

궁금한 것은,
본문에 프로이드의 id(이드)로 추정되는 개념을 에스라고 쓰는데, 일본어 번역 때문인지, 따로 이드 대신 에스라고 쓰는 용어가 있는지.. 에 대한 부분인데...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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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 만화, 가능성을 사유하다
닉 수재니스 지음, 배충효 옮김, 송요한 감수 / 책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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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충격적인 철학과 생각과 뇌과학적인 책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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