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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브라이언 키팅 지음, 마크 에드워즈 그림,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4월
평점 :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과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그들을 보통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그런 천재들이 우리들과 다른 사람일까? 천재들은 우리와 다른 존재로 본다면, 노력이라는 것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미 타고난 천재들이 업적을 이룰테니까.
그런데 아니다. 천재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보통사람이다. 보통사람인데 남들보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 모두가 천재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상을 받았다는 것은 물리학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루었다는 얘기니... 그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를 찾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을 수 있겠다.
이 책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9명의 과학자를 만나 질문하고 대답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대담에서 이 책이 견지하고 있는 방향은 이들은 보통사람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사람과 같지만 노력을 하고, 남들을 배려하고 함께 경쟁하면서 존중하는, 그럼에도 하나의 이론에 머물지 않고, 편견에 물들지 않고 끊임없이 증거를 찾아 노력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또 성과를 이룬 다음에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무엇보다 이들이 지닌 자세는 겸손이다.
겸손은 자신을 높여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지 않는 자세다. 자신을 열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바로 겸손이다. 그러므로 겸손한 사람은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많다. 함께할 사람이 많다.
그리고 겸손한 사람은 마음이 닫혀 있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열려 있다. 열려 있으므로, 자신의 주장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주장도 살핀다. 살필 때 편견을 지니지 않는다.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면 흔쾌히 인정한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다.
이 책에 나온 아홉 명의 과학자들이 공통으로 지닌 태도가 그렇다. 자신의 업적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꾸준히 발전해온 과학에 한 발을 더 내디뎠을 뿐이라고... 또한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후대들이 해결할 것이라고.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자신들은 그러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 할 일을 하면 된다는 자세를 지닌 사람들이다.
이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유에 관한 학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과학에 관한 책이 아니다. 삶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그것을 과학자들을 빌려 말하고 있을 뿐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과학자와 비과학자를 나눌 필요가 없으니, 어떤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사람이 지닌 자세는 다른 사람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 물론 배운다고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라 삶의 자세에 대한 책이다. 읽으면서 그래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 말이 성공은 운이 좌우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기술)이 좌우한다고 해석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
즉 누구에게나 운은 70%정도 있다. 삶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데 운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 장소에 그 시대에, 그 사람들과 함께 어떤 일을 했다는 것, 그것은 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바로 기(技) 30%가 작동해야 한다.
즉 실력, 노력이 반드시 작동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들은 운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력에 의해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 30%의 노력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실패한다면? 그것은 70% 운에 속한 일이다.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또는 다른 세대에게 넘기면 된다는 것. 그렇게 되기까지 30%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된다는 것을 이 책에 나오는 과학자들을 통해서 생각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 청년들이 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