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시집을 샀다. 세상에, '김종삼을 생각하다'라는 제목이라니. 그렇다면 김종삼에 관한 시가 꽤 있겠군 하고 무조건 샀다.


 - 김종삼을 내가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시집 제목을 보니 사고 싶은 욕망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 


  그렇다고 김종삼 시를 모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김종삼이 쓴 시 중에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시들이 몇 편 있었다. 


  '묵화, 민간인,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장편(掌篇)' 등등


  이런 김종삼 시가 아니라, 김종삼에 대해 쓴 시를 모아놓은 시집이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 그런데 읽다보니, 몇 편이 아니라 전부가 김종삼에 관한 시다. 


여기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김종삼에 대한 시에 대한 글도 있다. 다른 시인의 시에 붙인 글이 시집의 절반을 차지한다. 


시집 한 권이 오롯이 김종삼에 관해서다. 이쯤되면 이는 김종삼에게 바친 시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읽으면서 작년에 포천 산정호수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김종삼 시가 둘레길 주변으로 죽 걸려 있다. 왜지? 하다가 김종삼 시비가 포천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종삼 시비까지는 몰랐는데... 최근에 다시 김종삼에 대해서 찾아보니 시비가 포천국립수목원에서 이곳으로 이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포천은 김종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우연히 들렀던 산정호수에서 김종삼을 만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이 시집을 읽었다. 


참고로 김종삼 시비와 김종삼 시에 대한 것들은 포천 산정호수가 아니라, 포천 고모호수공원이라고 한다. 같은 포천이지만 거리는 꽤 떨어져 있다


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김종삼 시집을 찾아보니 다행히 내게 한 권의 시집이 있다. 미래사에서 출간한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 49권이다. 제목은 '스와니江이랑 요단江이랑'이다.


다시 주욱 훑어본다. 이 시집을 읽고 김종삼 선집을 읽으니 그간 눈에 띄지 않았던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랬구나! 김종삼이 이런 삶을 살았구나! 이 시인이 시에 불러들인 시인들이, 예술가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럼에도 김종삼 시를 생각하면 화려한 색채가 아니라 - 하긴 시인들이 시를 화려하게 쓰겠는가? 그들은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언어를 끄집어내어 쓰기 때문에 화려하다기보다는 하나의 색조를 밀고 나간다는 느낌을 준다 - 흑백이 떠오른다.


'묵화'라는 시를 보라. 제목 자체가 먹으로 그린 그림이다. 흑백으로 연상되는 그런 시. 


여기에 '민간인'이란 시를 보면 배경이 밤이다. 소리 죽이고, 움직임을 들키면 안 되는 상황. 역시 흑백이다. 


한 시를 더 예를 들면 '장편(掌篇)2'라는 시도 그렇다. 조선총독부, 거지 소녀... 화려한 색채가 나올 수 없다. 흑백이다.


이렇게 김종삼의 시들은 내게 흑백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런 김종삼에 대한 시집이니, 이 시집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김종삼이란 시인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한다. 그의 시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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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도발적이다. 전쟁과 강간이 한꺼번에 나오는 시집 제목이라니...


  실제 전쟁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로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듣게 된다. 사실 강간도 전쟁이다. 한 성이 다른 성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전쟁.


  그러니 전쟁 중이나 강간은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 둘 다 전쟁이고 범죄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된 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 군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국가가 흔들리는데 성폭력 문제가 그렇게중요한가라는 시선에 대한 인나 소우선 우크라이나 의원의 말이라고 한다. (이 시집 29쪽 주 참조)


시인은 그 말을 행을 바꿔 시에 가져왔다. 전쟁 중이라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전쟁 범죄다. 공소시효를 두어서는 안 되는.


시인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앞부분 생략) ... 전시 강간을 운 없는 개인이 겪은 / 안타까운 작은 일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 분명히 직시해야 할 건 / 러시아가 훼손하고 있는 것이 / 인간이라는 점이다. / 전쟁은 추상적인 그 무언가가 아니다 . / 인간과 세계를 바꾸는 구체적인 사건이다. ... (뒷부분 생략)


- 하종오,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b판시선. 2023년. 28쪽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다. 시집에는 세 나라(시를 읽다 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으니... 이를 전쟁이라 하기에는 좀 그렇다.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명백한 전쟁 범죄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시집을 통해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시인은 먼나라 사람들이 겪는 일을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로 우리가 함께 겪는 고통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우리도 전쟁을 치르지 않았던가. 또한 전쟁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학살을 겪지 않았던가. 민주화를 위해 많은 사람이 희생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시인에게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운동이라든지, 전쟁, 학살이 남 이야기 같지 않다.


따라서 시인은 4월에 우리의 4월과 외국의 4월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바로 우리의 고통임을.


하여 시집의 마지막 시에서 시인이 꿈꾸는 나라가 나온다. 그런 나라, 우리가 원하는 나라여야 한다.


  난민 국가

 

각국 난민이 모여 국가를 세운다면

국호를 난민국이라 지을 것이다


난민국에는 어디에 가도

푸성귀가 포기포기 자라고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고

곡식이 알알이 익어서

식량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독재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난민만 살 수 있다


난민국에선 누구를 만나도

좀체 눈치를 보지 않고

일절 말다툼하지 않고

절대 등 돌리지 않아

사람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니

모두모두 이웃이 된다고

모두모두 친구가 된다고

장담하는 난민만 살 수 있다


어느 정도 이상 부유해지지 말고

어느 정도 이하 가난해지지 말자는 약속을

건국이념으로 삼는 국가가 될 것이다


하종오,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b판시선. 2023년. 129-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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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탈북자라는 말을 썼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새터민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던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


  그들을 실생활에서는 만나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북한을 떠나오기 전에 겪었던 일을 증언한 증언집을 읽으며 북한의 생활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었다.


 몇 가지가 기억이 기억이 난다. 우선 북한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 월급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대가를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쌀 1kg을 살 정도의 돈이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국가가 다 재워주고 먹여주기에 월급 개념이 없다고 하면 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국가가 줄 수는 없으니... 일하고도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생활을 견뎌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러니 북한에서는 직장에 가는 대신에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일정액을 직장에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그 일을 막지는 않고 오히려 장려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공유지의 비극도 아니고,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지.


상당히 폐쇄적이라고 생각했던 북한에 밀수가 횡행하고 있었다는 사실. 직접 밀수에 참여했던 사람의 증언이 있으니 헛말은 아닐테고...


먹고 살기 힘드니 중국과의 밀수를 통해서 돈을 버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뇌물을 주면 만사가 다 통한다고 하니, 사회주의국가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돈(자본)이 최고의 가치로 작동하고 있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다. 개인의 밀수뿐만이 아니라 국가 밀수도 있다는 증언이 있으니, 세계와 무역을 할 수 없는 북한이 자구책으로 선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소위 보통 국가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배운 내용들, 쉽게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대부분의 증언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는 어릴 적부터 들어온 내용이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도 증언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우선 좀 여유가 있는 북한 사람들은 남한 방송을 많이 본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암암리에 남한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 또한 남한에 와서 정착한 사람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그나마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통해 북한의 통제 사회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북한에서는 의무적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군대에 가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증언집을 보면 그건 명시적인 것이고, 돈을 주고 군대에 안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들의 군대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면 되고, 여기에 북한의 대학은 공부를 많이 한다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 역할만 한다고... 그러니 대학 성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수업도 주로 오전에 끝나고 오후에는 노력동원을 나간다는 증언이 많다.


국경을 넘는 일도 예전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국경 통제가 강화되어서 예전과 같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국경을 넘거나 밀수를 하는 사람, 남한에서 북한으로 돈을 전달하는 일 등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을 거라는 증언이 있다. 이는 폐쇄된 북한 사회를 개방된 사회로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통제되고 폐쇄된 사회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여유로워져야 한다. 배가 불러야 딴 생각도 할 수 있는 것. 그러니 북한을 개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증언집이다. 


이런 증언을 보라. 


"저처럼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은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어요. ... 그런데 한국으로부터 돈 받는 사람들은 자기들만 그 돈을 쓰는 게 아니에요. 보위원이 와서 쪼고 담당 주재원이 쪼고 그러니 뇌물을 바쳐야 해요. (중략) '돈은 받아서 쓰되 나라를 반역하진 마라'는 것이죠. 보위부에서도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에요." (515쪽)


"그런데 미국도 그렇고 여기 한국도 그렇고 뭘 모르는 게, 제재를 하면 할수록 북한은 핵을 더 만들 거예요.  ... 오히려 풀어 놓는 게 더 나을 거라 저는 생각해요. 제재를 하면 할수록 북한은 더 악에 받쳐서 핵을 더 만들 거거든요. 저는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534쪽)


이와 비슷한 증언들이 많으니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통일을 위한 발판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 필요가 있으니...


60명이 넘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의 증언이 담겨 있는 책인데, 비매품이라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들겠지만,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에 연락하면 구할 수 있을지도... 


책의 뒷부분에 실린 국제사면위원회의 권고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혹시 읽고 싶은 사람은 이 사진을 참조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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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27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주 일요일 방송하는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탈북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더욱 잘 알 수 있어요. 책보다 오히려 더 생생한 증언들이지요.

kinye91 2023-12-27 10:21   좋아요 0 | URL
네. 방송 채널은 모르고 있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3-12-2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즐거운 시간되세요.

루피닷 2024-01-0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kinye91 2024-01-01 07: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피닷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 해 마무리하는 [빅이슈]다. 마무리 하는 연말이 극심한 추위가 찾아와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분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씨에 더욱 힘든 생활을 할테고, 이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들도 추운 날씨에 고생을 하겠다.


  겨울이 추워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제는 예측할 수 없는 추위가 다가오고 있다. 여름에는 예측 불가능한 더위와 폭우가, 겨울에는 예상하지 못한 추위와 폭설이... 기후 위기, 기후 재앙, 온몸으로 겪고 있다.


이런 기후 재앙은 없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데... 그나마 [빅이슈]가 온기를 전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번 호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호라고 보면 된다. 2023년의 키워드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 다사다산이라는 상투어가 연말에 늘 쓰이는데, 정말로 우리들 삶은 다사다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일들, 그런 일들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면 좋겠지만,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들이 많았으니...


어디 나가서 밥 한끼를 먹으려 해도 이제는 세종대왕 한 분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값이 이렇게 올랐으니, 살기는 더욱 팍팍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 <올해 내가 주목한 뉴스>라고 해서 '고물가 사회'를 꼽은 것이 이해가 된다. 이것뿐인가? 국제적으로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했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일본 오염수는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하며, 오염수 문제를 제기하는 말을 '괴담'이라고 했으니, 한 해 키워드로 남길 만하다.


또한 각종 '흉기 난동'들, 여기에 더해 교사들의 죽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죽음. 대처 미흡으로 벌어진 많은 참사들... 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런 법을 비웃듯 많은 비법(非法), 불법 행위들이 벌어졌고, 그에 대한 대처는 참 미약하기 그지없던 그런 한 해.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들에서 벌인 시위들...


가장 어려운 사람이 편하게 지내는 사회는 가장 좋은 사회라는 상식을 거부하는 것인지 아직도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니, 이 역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고...


역사 문제에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해 (이미 많은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검증이 끝났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는 문제 역시 키워드가 될 수 있다. 단지 동상을 철거하는 것으로 끝난 줄 알았더니'독립전쟁 영웅실'도 철거되었다고 하니, 대한민국은 광복이 아니라 건국이니, 그 전의 역사는 지금의 대한민국과 관련이 없다는 말인지...


이렇게 다양한 키워드에 대한 글들을 읽으니 다시 올 한 해 역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사다난이라는 말보다는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난 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가오는 새해는 좋은 일이 많은, 행복한 일들이 많아 사람들이 웃음을 머금고 지내는 날들이 많아지는 그런 해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빅이슈]도 한 해 많은 일들을 했을테고, 이들이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빛으로 다가갔을 거라 생각을 한다.


내년에도 [빅이슈]가 우리 사회를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할 거라 믿으며, 한 해 [빅이슈]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와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덧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는 '정문정의 말빨글빨'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정말, 이 구절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위로는 어떻게 조언하느냐보다 얼마나 집중해서 들어주느냐에 있고요. 그것만 된다면, 뻔해도 충분히 괜찮습니다.'(55쪽)


들어주기나 하나? 귀가 둘이고 입은 하나라는 사실을 망각한 정치인, 관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들에게는 들어줄 귀가 없는지, 그러니 위로는커녕 오히려 질책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해 끝을 이렇게 우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들을 귀가 없다면 들을 귀를 만들어주어야겠지. 듣게끔 해야겠지.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2항이겠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이 지켜지는 나라, 그런 나라가 바로 민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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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을 생각한다.


  [빅이슈]를 읽으면서 느끼는 점이 바로 이 다양성이다. 한 달에 두 번 나오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글들을 만나게 된다. 글들을 만난다는 표현을 바꾸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다양함이 편협함을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노숙인들과 디저트가 한 책에 나오는 경우라니... 이제는 스러져 가는 도시와 화려한 장소들이 함께 나오기도 하고...


  이번 호에서는 '공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공정감각>이라는 책을 낸 사람들 이야기가 있다.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이 시위를 하자,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소송을 건 일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업권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수업을 받아야 하는 권리를 지키는 일, 그것이 공정이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목소리를 냈는데, 그들을 고용한 업주도 아니고,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 학생들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고소를 했으니...


모든 학생들이 그랬을까? 아니다. 대학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에브리타임'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도 [빅이슈] 이번 호다.


참고로 '에브리타임'은 전국 총 400개 대학교에 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로 대다수 대학생이 이용한다(47쪽)고 한다.


이 커뮤니티에서 청소노동자들을 성토하는 글들이 만연했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 중 한 사람이 말한 '타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감각을 기반으로 한 공정이 진정한 공정이지 않을까 해요'(49쪽)라는 말은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고용주들을, 또는 학교 측을 문제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공감이 가고...


에브리타임이라는 말은 '늘, 항상'이라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다양성이 아니라 단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커뮤니티에 거의 비슷한 반응들이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 위안을 삼는 일. 여기에 균열을 내는 소수자들이 있고, 이들은 '공정'이 무엇인지 묻는다.


단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 공정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호에서 다른 '딩동댕 유치원'에 대한 글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빅이슈]를 읽는 독자가 유치원생들은 아닐테지만, 유치원생들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은 어떠해야 하는가? 바로 다양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 않나.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아이, 휠체어를 탄 아이들이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하고, 그것도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어린이 방송도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느끼게 해준 글이었으니... 이 글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만난 세계, <딩동댕 유치원>'


다양성의 대표적인 예가 생태계일텐데...생태 다양성이 보존되어야 하는데, 지금 새만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어떠한지... 갯벌 '수라'에 대한 글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한 달에 두 번 [빅이슈]를 통해 만나는 다양성. 그 다양성이 나를 단일성의 늪에, 편협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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