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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날 - 그날, 그 詩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2월
평점 :
시는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정보화 시대, 갈수록 짧아지는 말 속에서 어쩌면 시는 더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 짧다고 생각도 짧지는 않으니, 긴 생각을 거부하는 시대에 시는 더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서점에 가끔 가곤 한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편이 편하고, 더 쌀 수도 있지만...그래도...
가끔은 손으로 직접 책을 만져보고, 책에서 나는 냄새도 맡아보고 싶고, 책 속 글자들의 모습도 보고 싶어서 간다.
특히 이런 즐거움은 시집이 꽂혀 있는 곳에서 더욱 커진다.
시집이란, 그냥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어루만지고, 살피고, 또 살피고, 그러다가 마음이 움직이면 손에 든다.
하지만...
갈수록 서점에서는 시집이 꽂혀있는 책장의 크기가 준다.
시집이 점점 구석으로 밀려가더니, 이제는 유명시인들의 시집들만...가끔은 무슨무슨 문학상을 탄 시집들만...또 한 시인의 시집이 아닌 여러 시인의 시를 묶어놓은 시집들만... 보인다.
여기에 시를 해설해 놓은 책들과, 자기 나름대로 시를 감상한 책들이 놓여있기도 한다.
짧은 말과 글을 요구하는 시대, 어쩌면 시가 제 시대를 만났다고 좋아해야 하는데...
시는 점점 서점에서조차도 밀려가고 있다.
그만큼 시는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이 멀어지는 시를, 우리 곁으로 돌려보내려는 노력이 시를 읽고 난 감상을 쓴 책들이다.
시는 어렵지 않다. 시는 즐겁다. 시는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시는 우리 자신이다.
이렇게 말한다.
평론가나 학자들이 어렵게 말한다면, 이들은 마치 일기를 쓰듯,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시를 통해, 시와의 만남을 통해 드러낸다.
우리는 이 책들을 남의 일기를 보듯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며 자신의 마음과, 자신의 생각과 비교를 하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햇던 부분,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되살리기도 한다.
시 읽기 좋은 날.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손에 잡고, 읽으면 된다.
깊은 의미를 생각하지 말고, 눈으로, 입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이렇게 시에 다가가면, 시는 어느 순간 내게 다가온다.
시가 다가오는 순간,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찬다.
그 때부터 시는 즐거움이 된다.
학교에서 배웠던 시, 시험보기 위해서 외웠던 시들, 이 책에 있다.
그러나 그 지긋지긋했던, 어려웠던 시들이 아니다.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 읽기 좋은 날.
다시 읽을수록 시는 더욱 맛이 난다. 더욱 마음에 파고든다.
어른이 되었다고, 시는 젊은이들의 몫이라고 단정짓지 말자.
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학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문학이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어가면 세상을 살아온 사람에게 시는 말을 건넨다.
그 말은 내가 먼저 다가가야 내게 다가온다.
벽을 쌓고 있는 사람에게 누가 말을 걸겠는가.
말과 글이 짧아지는 시대. 짧은 글로 말을 거는 시를 읽자. 그리고 그 시에 대답을 하자.
시와 대화를 하자.
시 읽기 좋은 날... 이 날은 매일매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