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평전 - 지성과 역사적 상황
김용직 지음 / 일지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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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태준... 그의 이름을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들었다. 조선소설사를 쓴 사람이라는 사실. 

그 전까지는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좌익활동을 한 죄목으로 1949년에 총살을 당했고, 그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그에 대해서 연구하고 언급하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말이다.

그 때 그의 이름을 듣고, 그의 책 이름을 듣고, 그것이 20대에 쓰여진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와, 나는 언제 저렇게 되나? 과연 나는 20대에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 부러움을 가졌었다. 

우리의 20대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지금의 20대도 역시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고,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할 여력도 없으니, 그 때나 지금이나... 그렇다고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없지도 않으니...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김태준이 살아갔던 그 시대도 공부에만 집중하기엔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시기였다. 일제시대, 조국을 상실한 상태에서 공부에만 집중한다면 그건 무언가 문제가 있는 상태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업적을 남겼다면 그는 이런 시대 상황속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고 있었단 얘기가 된다. 

사회에 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개척해나가는 모습, 그것이 바로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이지 않겠는가. 

그가 국문학계에서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 업적은 그가 장년이 되어서 더 발전되지 않는다. 발전시킬 사회적 상황도 아니었고, 그의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이 그런 사회의 모습 속에서 학문에만 안주하게 하지도 않았으리라. 

김용직이 쓴 이 김태준 평전은 더이상 자료가 유실되고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하여, 김태준에 관한 온갖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간단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하기보다는 그에 관한, 또 그가 살았던 시대, 함께 했던 인물들에 관한 총체적인 정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대 순으로 내용을 전개하되, 김태준 주변의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평전이라기보다는, 예전 김윤식의 이광수와 그의 시대처럼, 이 책도 김태준과 그의 시대라 할 정도의 방대한 책이다. 

초반기 국문학자로서의 업적과 한계를 나름대로 자료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또 현대 이론의 성과까지 참조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가 학자로서 활동을 하지 못하고, 남로당의 핵심인물로서 활동하는 후반기에는 그의 주변 인물들까지 다룸으로써 그 시대를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이 책에는 김태준의 공과가 고스란히 실려있다고 봐도 좋으니, 국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도 읽으면 좋겠다. 굳이 이런 전공분야가 아니더라도, 이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아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한 시대, 그 격랑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 간 김태준...  

우리는 한 지식인의 더 큰 업적을 그의 죽음으로 보지 못했고,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한 한 사람의 죽음이 결국 우리나라 문화 수준, 지적 수준을 가리킨단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이념을 지녔다는 이유로 사장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덧말 

김태준에 관한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눈에 거슬리는 구절들이 있으니... 

47쪽 4번째 줄 학생들은 고종의 인산날... 6.10만세 운동은 순종의 인산날이니... 고종을 순종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나? 

160-161쪽 조선한문학사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인데... 160쪽의 밑에서 8번째 줄 조선소설사에 임한 의식은 조선한문학사에 임한 의식으로 바꾸어야. 또 161쪽의 6번째 줄 조선소설사 역시 조선한문학사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12쪽 10번째 줄 도남은 1983년 중반기부터... 이건 도남은 1938년 중반기부터여야 할 거고 

322쪽 44년 3월 백철 부부가 ...이육사를 발견했다 고 했는데... 328쪽에 보면 1943년 당시의 경성에서 체포된 다음... 다음해...1월 16일 ..감방에서 절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백철 부부가 육사를 만난 것은 43년이 아닌가. 44년에 죽은 이육사를 만났을 리도 없고...이 두 쪽에서 연도가 헷갈린다.    

뭐.. 소소한 오탈자야 그렇다치더라도, 이런 문제는 바로잡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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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인권 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 두려움에서 걸어 나온 동성애자 이야기
동성애자인권연대.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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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왜곡을 동반한다. 인간의 기억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억이 자신을 만들어가고 이끌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르크스가 했다는 말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말은 '인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제시한다'였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서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어떤 것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문제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 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말은, 이미 제기된 문제에는 해결방법이 내포되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문제가 있어라고 말을 한다면 이미 그 해결책은 문제 자체에 들어있다는 말이다. 

문제를 인식한다면 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한다는 얘기가 되고, 해결책을 고민한다면 분명히 문제는 풀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풀리느냐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문제 중에, 이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해결책이 있어야 하니, 이 책은 그러한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 노력한 사람들과 인터뷰한 인터뷰집이다. 

"후천성 인권 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제목이 도발적이다. 잘 붙인 제목이다. 후천성이라는 말에서 인권결핍은 선천적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고칠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 있고, 인권결핍 사회라는 말에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권에 무지한지를 생각하라는 의미가 들어 있고, 아웃팅하다라는 말에는 인권이 결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인권결핍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너희들 이래라고 알려준다는 의미다. 

'아웃팅'이란 말은 '커밍아웃'이란 말에 비하여 폭력을 내재하고 있는 말인데, 이는 다수가 소수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 말은 반대로 소수가 다수를 고발하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제목 자체에서 상당한 도전의식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여기가 인터뷰어인 지승호가 이야기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부를 해야 할텐데, 공부뿐만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할텐데, 이 책을 읽으면 지승호라는 인터뷰어가 상당한 이해를 지니고 성소수자를 대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수자로 분류되는 집단이 여럿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차별을 받는 집단이 동성애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신을 감추고 살다가 나는 이런 성적 지향을 지닌 사람이야 라고 자신이 자발적으로 밝히면 그것은 커밍아웃이고, 남들이 넌 이런 성적 지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잖아 하고 밝히면 그건 아웃팅이다. 

커밍아웃은 자신의 성적지향을 밝히고 인정해 달라고 하는,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아웃팅은 넌 우리랑 다른 사람이야라고 차이를 차별로 전환시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 책의 부제가 '두려움에서 걸어나온 동성애자 이야기'이듯이 이 책은 이들의 커밍아웃이라고 할 수 있다.

'종로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시작으로 인터뷰는 시작된다. 감독과 배우가 성소수자이고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란다. 난 아직까지 보지 못해서 뭐라 얘기는 못하겠지만, 일반 극장에서도 상영할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상영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인권결핍 사회이니(나 역시도 적극적인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상영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은 지금 이 시점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한참 뒤이니 말이다.  

그리고 나서 종교에서의 성소수자문제릉 이야기하고 있다. 뭐 종교라고 폭넓게 얘기하기보다는 기독교라고 얘기하는 편이 옳겠다. 사랑의 하느님이 왜 소수자를 그리도 핍박하는지, 과연 성경에는 동성애자를 사탄의 무리라고 하는지, 오히려 동성애자 구원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면 더 사랑으로 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성적 소수자를 인정해주는 교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음은 군대에서의 성소수자 문제, 군대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기수열외 등 정말로 후진적인 인권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군대에서의 동성애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군대에서의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나름 해결책을 모색해가려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인터뷰였다. 군대, 참 많이도 고쳐야 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서의 성소수자 문제는 잘못된 사실이 유포되어 핍박받는 경우로 보면 된다. 인터뷰이인 윤가브리엘이 어느 정도 알려진 사람이라 이제 그의 주장이 서서히 일반이에게도 알려지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정확한 정보 전달, 그것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길임을 우린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 청소년의 성소수자 문제, 한참 예민한 나이에 고민하는 청소년의 문제는 적극적인 관심을 지녀야 한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만 하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인터뷰이로 나온 청소년들의 그 발랄함이 이들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또 결혼이라는 제도에서의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두고두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단순하게 동성이면 어떻고, 이성이면 어때 인정해주자 하고 나오면 다 해결되는데,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이리라. 서양에서도 이 문제는 아직도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어쩌면 국제적인 연대로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동인련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분과의 면담으로 책을 끝내고 있다. 이 면담은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코 어둡지만은 않은,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책이 끝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로 많은 분야에서 이들은 소수자란 이유로 차별을 받고, 단지 차별뿐이 아니라 박해를 받고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성애자이자 남자이자 주류에 속해 있는 나 자신이 정말로 얼마나 이런 면에서는 까막눈인지, 얼마나 결핍된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아웃팅시켜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해와 공감이라는 말을 마음 속에 담고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소한 마음으로 공감은 하지 못해도 머리 속으로는, 이성으로는 이해는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를 하려면 마음이 따라줘야 하는데, 공감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기에 못 보고 지나친 것이 너무나 많았음을 이 책이 깨닫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한 사회의 인권 척도는 그 사회의 소수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며 지내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에 속하는 이주노동자, 장애인, 성적지향이 다른 사람들 등등을 보라. 정말로 인권결핍 사회 맞지 않은가.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내 일이 아니라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기고 그냥 무시하려 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모든 일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어도, 그들의 문제는 그들의 문제야라고 이중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 우리들의 무관심이 무책임임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으면, 존재한다는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자명한 진리를 우리는 외면하고 있지 않았던가.  

적어도 다르다는 이유로 이상하게 보는 눈은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나와 같은 다수에 속한 사람들이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도 좋고, 뭐 동성애라면 치를 떠는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고, 그리고 자신의 성적 지향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다름은 다름일 뿐이다. 결코 이상함이 아니다. 다름을 이상함으로 보는 사람이 이상(異牀)일 뿐이다.  

반복하지만, 인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제기한다. 따라서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얘기는 해결책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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止學 멈춤의 지혜
마수추안 지음, 김호림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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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읽은 책이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일이 있어 멀리 오래 가는데 어떤 책을 들고 갈까 망설이다 이 책을 뽑아들게 되었다. 

여행이란 것도 사실 일종의 멈춤이 아니던가. 

자신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른 일을 하든가, 아니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든가 하는 일이니, 여행 중에 시간이 날 때, 또는 무료할 때 길게 읽지 않고 짧게 생각하면서 읽을 책으로 이 책이 좋지 않을까 해서 들고 갔다. 

여행을 통해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던 자신을 잠시 멈추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멈춤이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으니... 

세상에서 빨리빨리란 말이 잘 통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이 빨리빨리가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를 상실하게 하고, 그런 여유없음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니, 어떤 일이든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어, 도저히 멈춤이란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가 되어 버렸는데... 

지금 잘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10개의 주제로 각각 10편씩의 이야기를 묶어 놓았기에, 총 100편의 멈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꼭 멈춤이 아니더라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 있다.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으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 스스로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각 이야기는 하나의 경구를 먼저 제시하고, 다음에는 그 경구를 풀이하고 있으며, 마지막에 이 경구에 맞는 고사(옛이야기)를 들고 있다. 

그래서 경구를 마음 속에 새기는 재미도, 고사를 읽는 재미도 모두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이 얼마나 자만에 차 있는 말인지, 그것이 얼마나 멈춤의 지혜와는 거리가 먼지 이 책을 읽으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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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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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글들은 늘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가 쓴 육식의 종말부터 노동의 종말, 수소혁명, 바이오테크 시대 등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이 책도 처음 나온 지는 좀 되었는데 그래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책이다. 

유러피언 드림이라? 유럽의 꿈이라고 번역을 해야 하나?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는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이라고 리프킨은 주장한다. 

미국식 꿈이 개인주의에 진보주의, 계몽주의 그리고 신에 대한 복종이라면 유럽식 꿈은 집단을 중시하며 진보주의에서 탈피하여 조화를 이룬 삶을 추구하고, 신에 대한 복종보다는 신이 꿈꾸었던 세상을 이 땅에 만들어가는 세속주의가 강하다고 한다. 

즉 네트워크, 시스템, 생태, 관계를 중시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 대해 반성하고, 다른 삶을 꿈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대로 미국식 개발을 추진하다간 지구가 멸망하고 말리라는 위험에 대한 신호기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더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대안에 대한 모색이 있었다. 

이 대안의 모습을 리프킨은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글 중간중간에 동양적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유럽식 꿈과 동양의 사고가 접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으니, 동양적 사고방식이 몸 속 깊이 박혀 있는 우리나라는 더 나은 세상을 오히려 쉽게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에 경사되어 있는 우리네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리프킨의 말대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을 추구해야 한다. 

미국에 집중되어 있는 유학이 유럽으로 더 많이 분산되어야 하며, 미국하면 무엇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자세도 고쳐야 한다. 

이미 한계를 드러낸 미국의 교육제도, 의료제도, 사회제도, 경제제도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면 안 되고, 나름대로 돌파구를 마련해 가는 유럽을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고 유럽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지녀서는 안된다. 유럽도 이민자들, 그리고 종교 문제 때문에 많은 갈등이 있고, 이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하고, 또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은 옛날 식민지 때문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유러피언 드림을 공부하되, 우리 실정에 맞게 그리고 우리나라가 속한 동양의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관계 중심의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가. 이 관계 중심의 사고를 사회 전 분야에 적용하려고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무상급식이 의무급식으로, 무상진료가 의무진료로 지칭하는 말 자체의 변화가 있게 될 것이다. 

관계 중심의 사회에서는 다른 존재의 불행이 내 행복이 될 수 없으며, 다른 존재의 불행은 곧 내 불행이 되기 때문이다. 내 행복과 다른 존재의 행복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 방식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우리 동양적 사고 방식이다.  

이 사고 방식이 미래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 책이다. 

리프킨의 저작을 읽으면서, 어떤 사회를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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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세우기를 통한 교실혁명
마리엔 프랑케 그리쉬 지음, 풀라 옮김 / 샨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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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세우기라. 처음엔 무슨 뜻인지 헷갈렸는데... 

가족을 세운다라는 말을 가족을 살린다는 의미로 생각해서 가족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리면 자연스레 학생의 행동이 좋아진단 쪽으로 의미부여를 했었는데... 읽다보니 어, 이게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가족세우기였다. 자신이나 가족의 대리인을 선정하여 적당한 위치에 세우는 일, 이것이 바로 가족세우기였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대리인을 세우고 이 대리인들의 모습, 행동, 말 등에서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는 이론이었다. 

이미 가족세우기란 상담치료 이론이 소개되었는데, 그 쪽으로는 문외한이라서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 가족세우기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데,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까지도 효과를 미친다. 이는 아마도 관계를 중시하고, 영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것은 다 연결이 되어 있고, 가족은 특히 더욱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가족이라는 관계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는 주장. 

그래서 애써 감추거나 묻어두려 하지 말고 바깥으로 드러내 인정하라고, 인정하면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고, 가족을 바로 볼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바로 볼 수 있다고, 그러면 자연스레 변화된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안정된 상태의 나는 가족에 소속되어 있으며 자연스레 주고 받는 관계를 형성하고, 또한 서열을 거스리지 않아야 된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대가족 제도를 언급하고 있단 느낌. 우리나라는 예전에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얼마나 강했던가. 나보다는 우리라는 의식을 지니고 살지 않았던가. 제사라는 이름으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유대를 끊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장자 우선이라고, 가부장제라고 서열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았던가. 소속감과 서열이 확실한 사회에서 주고받음의 문화는 당연한 문화였을테고.  

또 신주라는 이름으로 죽은 사람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지내지 않았던가. 이런 상태라면 가족세우기에서 말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제도인데, 과연 우리는 행복하게 지냈던가. 

의문은 여기서 생겼다. 과연 서열을 지켜야 안정이 되는가. 지은이는 서열을 매우 중시하여 서열이 어그러졌을 때 상당한 불안정과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권위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지은이의 이 주장이 상당히 보수적이구나 하는 생각. 하지만 보수의 장점이 많으니, 우리도 생물학적인 순서에 의한 권위가 아닌, 자연스레 형성된 권위는 존중하고, 이런 권위에 의해 만들어진 서열은 존중하지 않는가. 이 정도면 인정할 수 있지만, 지은이가 가족내의 서열을 매우 중시하는  점은 인정하기가 조금 어렵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문제풀 때 너희 부모님이 네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풀렴 하는 말이 독일에서는 좋게 작용할 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예전에 급훈 중에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 급훈이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급훈으로 인정되지 않았던가. 독일과 우리나라의 교육환경과 사회환경의 차이를 생각하고 이 책에서 말한 가족세우기를 응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독일의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지은이가 실시한 방법을 따라하다간 부작용이 오히려 더 심해지겠단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쓸모가 있다. 갈수록 가족이 해체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족이 표면상으로는 해체되었지만 그건 보이는 모습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각자의 가슴 속에는 가족이 남아 있다는 말. 그리고 가족이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함께 잘 살아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일들을 처음부터는 할 수 없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 책의 지은이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몇몇 생각과 방법들은 '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적용한 가족세우기를 능력있는 심리학자, 상담치료사들이 시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불어서 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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