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 - 병역거부가 말했던 것, 말하지 못했던 것
임재성 지음 / 그린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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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20대 초반, 병무청에서 나온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고 있는 나. 군대 누구나 간다고 하지만 누구나는 가지 않는 그 곳. 가고 싶지 않고, 될 수 있으면 가지 않았으면 하는 곳. 어떻게 하면 가지 않을 수 있나? 눈이 나쁘면, 간이 안 좋으면, 혈압이 높으면, 평발이면, 몸무게가 너무 안 나가면, 몸무게가 너무 나가면, 키가 아주 작으면, 손가락이 없으면....등등 

온갖 군대 가지 않을 방법이 난무한다. 이 많은 방법이 대부분 자신의 신체에 관한 것이다. 양심이라는 신념에 대한 것은 없다. 아니 없었다. 그 때는 생각을 못했다. 기껏 생각해 낸 것이 감옥에 갔다오는 것, 양심수로 말이다. 

결국 '빽'없는 소시민의 자식들은 신체검사를 통해 현역병으로 입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존경하는 인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은? 이런 질문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들... 장군들이다. 이순신, 강감찬, 을지문덕, 하다못해 요즘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계백, 김유신, 연개소문, 왜 광개토대왕이 광개토태왕이 되고, 영웅이 되겠는가? 세계적으로도 나폴레옹, 한니발, 아이젠하워,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맥아더... 

이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이들 밑에서 얼마나 많은 군인, 백성들이 죽어갔겠는가? 이들의 이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상대편 사람들이 죽어갔는가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수 천, 수 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고 하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국 전쟁영웅이란, 장군이란 남의 생명을 수없이 없앤 사람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루쉰이 쓴 '나폴레옹과 제너'란 글이 생각난다. 왜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을 살린 제너보다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나폴레옹을 더 기억할까 하는 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은 나폴레옹이 아니라, 제너와 같이 수많은 사람을 살린 사람들이 아닐까.

 

양심적 병역 거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용어야 많지만, 이 책은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 양심은 우리가 말하는 착한 마음이라는 의미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 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병역 거부를 하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처음에는 병역 거부는 살상 무기를 잡지 않을 권리, 남을 해치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게 해주는 차원에서 대체 복무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실시한다고 했다가,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 백지화시켜 버린 대체복무제. 점점 평화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병역거부의 역사가  짧은 것도 있고, 여호와의 증인을 중심으로 종교적인 신념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그래서 이들이 감옥에 가게 되었고, 이들을 감옥에 가게 하지 말자는 운동으로 대체복무제를 주장했지만, 아직도 이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체복무제가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의 끝이냐고? 아니다. 이 책은 그것이 아님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쓰여졌다고 보아도 된다. 그것이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대체 복무제만을 주장하지 않고, 군사주의를 반대한다. 군사주의로 표방되는 획일화, 생명경시의 사회를 반대한다. 이들은 평화주의를 제창한다. 그리고 세계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런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위에 군대 거부까지 나아가려고 한다.  

이런 내용이 2부에 자세히 실려 있다. 군대, 그리고 군인, 이는 살인집단이고 살인기계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나 예비되어 있는 살인 집단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이에 대한 반대를 한다면 평화는 한걸음 더 우리 앞에 다가오게 된다.

 

1부는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역사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호와의 증인과 재세례파들로 이루어진 종교적이 신념에서 한 거부부터, 2000년대 들어 자신의 평화에 대한 신념으로 거부한 사례까지 다루고 있다. 종교 자체가 이미 평화이거늘, 어떤 종교 단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극렬하게 비난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종교 단체들은 이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있는데... 아직도 군복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군대만이 나라를 살릴 길이라는 인식을 지닌 사람들이 있듯이, 종교가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세속의 이익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종교집단이 있다. 

교회가 늘어나고, 절이 늘어나고, 성당이 늘어나고, 모스크가 늘어나고, 또... 어떤.. 어떤 종교의 예배장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세상은 평화로 넘쳐야 하는데...왜 아직 안 될까? 왜 이들은 군대를 문제삼지 않을까? 임재성의 이 책은 이제는 우리가 병역 거부를 정면에서 문제 삼아야 한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종교 현장에서도 군대를 정면에서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다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도 전쟁은 안된다는 생각을 국민 대다수가 지니고 있고, 평화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이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은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화의 모습을 만들어갈까? 

이 책의 마지막에 보론이라고 인터뷰가 실렸는데.. 이 중 마케도니아 사람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마케도나아와 알바니아가 전쟁상황 비슷한 갈등에 처했을 때 이들 마케도나아 병역 거부자들이 한 일은 조국을 지키자가 아니라, 알바니아 병역 거부자들과 함께 전쟁을 반대했다는 이야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우리만을 보지 말고, 저 편에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와 같이 숨쉬고, 먹고, 울고, 웃으며 행복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쟁은 어떤 형태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강화했다고 할까. 

양심적 병역 거부자, 이들은 우리가 보호해 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이 거부하는 병역, 그것은 지금 우리 삶에도 깊숙히 들어와 있으니 말이다. 

 

군대 갔다와야 사람된다. 쉽게 하는 말이다. 사람된다에서 사람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이제 제 주제를 알고 조용히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면 사람된다는 말이 맞다. 그러나 사람이란 남에 의해 자신의 삶을 저당잡히지 않고, 자신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존재라면 이 말은 바뀌어야 한다. 군대 갔다오면 사람 없어진다로. 생각하면 안 되는 존재, 바로 그들이 군인 아니던가. 그래서 이 책은 양심적 병역 거부는 대체 복무로 끝나지 않고, 군대 폐지 이전의 단계로 군대의 인권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  

최근에 기수열외 등 참 안 좋은, 군대내 비인권적인 모습이 많이 불거졌는데... 군대를 인권이 살아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운동 역시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인권은 어떤 때, 어떤 장소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천부의 권리니까.  

 

군대. 많은 사람을 소외시킨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등 

이런 군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군대는 필요한가. 톨스토이는 국가는 폭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군대를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외국군 보다도 자국민을 더 많이 죽인 집단이 군대라고...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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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모던뽀이들 - 산책자 이상 씨와 그의 명랑한 벗들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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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바꾸면 많은 뜻이 있다. 그래서 조영남은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책을 통해 이상의 시를 해석하지 않았던가. 조영남이 쓴 제목에서는 이상(理想)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았는데... 

우리에게 이상은 이상(理想)이다. 아직도 그는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치고 이상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김해경은 몰라도 우리는 이상은 알고 있다. 사실 이상의 본명이 김해경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우리에게 이상은 김해경이 아니라 이상일 뿐이다. '오감도'라는 도대체 뭔 뜻인지도 모르는 시의 작가로, 아니면 '날개'라는 아주 유명한 소설의 작가로 말이다. 사실, '오감도'나 '날개'는 시험을 위해서 공부했지,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던 작품들이다. 그러니 이상이란 작가는 우리에게 이상한 작가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상을 고등학교 때 '거울'이란 시를 통해 간신히 알고, 참 어려운 시인이네 하고 말았는데, 대학에 들어가서 김윤식의 "이상연구"를 읽고는 참 흥미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김윤식이 쓴 이상 관련 책들은 읽어보았는데... 김윤식의 화려한 글에 아, 하고 감탄만 하고...  

그를 연구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으나, 워낙 수학, 과학 쪽에는 관심이 없는 관계로, 그가 건축을 했다는 사실은 수학, 과학 쪽의 지식이 있으며 그의 시를 해석하는 어떤 단초들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상은 내 관심의 저 편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 작년에 조영남의 책을 읽었다. 대중가수로 우리에게 친숙한 조영남이 이상을 자신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연구해야 하는 작가로 삼고 있었다는, 그의 시를 청춘의 욕망으로 해석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역시 이상은 어떤 해석을 입혀도 제 나름의 구실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고. 

이상이 우리나라 국문학자들을 참 많이도 먹여살려주는구나 하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고. 그러다 또 잊고 있었던 이상을 이 책 "이상과 모던뽀이들"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이상의 시나 소설을 해석한다기보다는 이상이라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적인 이상연구서라 해도 좋지만, 일반인들이, 그동안 이상은 너무 어려운 사람이라고 제쳐두었던 사람들에게 이상이란 이런 사람이야, 이래서 이상은 의미가 있어, 그의 친구들은 이런 사람들인데, 이런 면에서 중요해 하고 알려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의 편제는 이상의 생애사와 일치하게 구성되어 있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담되, 그 사이사이에 작품과 친구들, 그리고 사회, 문화까지 담고 있다.

책의 중심은 이상인데, 이상을 중심으로 1930년대 근대 서울의 모습과, 그 서울에서 근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모던뽀이들)을 다루고 있어서 옛이야기를 접하는 듯한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이상과 더불어 그를 가장 잘 이해해줬던 사람들인 구인회 사람들 중에서 이태준, 박태원, 김기림, 김유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또한 이상의 후견인이자 친구인 구본웅까지 다뤄주고 있어서 이상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생부와 양부 사이, 근대와 현대 사이, 조선과 일제 사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걸고 문학활동을 해나갔던 이상. 

그의 고민과 그 고민들이 어떻게 작품으로 나타나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상, 그가 아직도 이상(異常)한가? 아니, 그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같은 사람이되, 그 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간 사람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상은 이상(理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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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동서양 문명의 교류 살림지식총서 103
이희수 지음 / 살림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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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그 곳에 대해 알고 가면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인용해 유명해진 이 말의 위력은 실제로 알지 못하고 여행을 갔을 때와 알고 갔을 때 느끼는 엄청난 차이에서 실감하게 된다. 

우리에게 천년고도 경주가 있다면 터키에는 천년고도 이스탄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스탄불은 이름이 비잔티움에서 콘스탄티노플로, 다시 콘스탄티노플에서 이스탄불로 바뀌었듯이 매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성소피아 성당이라고 불리는 아야소피아 사원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기독교 성당이었다가, 다음에는 이슬람 모스크로 쓰였고, 지금은 아예 박물관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이 사원에 들어가보면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스탄불에는 각종 문화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국제적인 도시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이 책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터키 사람들의 친절함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고, 이 친절함이 다른 문화를 용인하는 자세로 나타남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도시에 대해서 이만큼 자세하게, 그리고 쉽게, 실감나게 쓴 책이 있을까 싶다. 

작은 소품에 불과한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살고 겪은 경험도 녹아 있으며, 이스탄불에서 우리가 보고 알아야 할 건물, 풍습, 환경, 역사까지 잘 녹아들어 있다. 

단 하루만에 이스탄불을 겉만 훑어보고 온 나에게 이 책은 그곳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해주었고, 저자의 말대로 이스탄불은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어지는 도시라는 말에 동조하게 해주었다. 

아야 소피아, 술탄 마흐메트 사원, 히포드롬 광장, 톱카프 궁전, 그리고 보스포러스 해협과 피에르 로티 찻집 정도밖에 들르지 못한 나에게, 이 곳들에 대한 설명은 그곳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는 것을 넘어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고, 그밖의 곳에 대한 설명은 다시 한 번 이스탄불에 꼭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품게 했다. 

이스탄불을 여행하고 싶으면 그 전에 이 책을 읽고, 손에 들고(사실 손에 들기 딱 좋은 크기이고, 가는 도중 비행기에서 읽을 수도 있고,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이 책을 참조하면서 곳곳을 여행해도 좋다) 가면 좋을 듯하다. 미리 가 본 사람들은, 나처럼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막연히 이스탄불에 대해 알고 갔다온 사람들, 그리고 피상적으로만 이스탄불을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이스탄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자신이 본 것에 더한 것들을 채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작은 책이지만 이스탄불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책. 

여행을 가기 전에 꼭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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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묵자 -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01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1
친위 지음, 이영화.송철규 옮김 / 예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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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생각나는 사람, 그가 바로 묵자이다. 

겸애의 사상가로 알려져 있는 사람, 겸애는 그의 기본적인 사상이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비공'이나 '절용'의 사상가로 다가온다. 

몇 해 전에 영화 "묵공"이 상영되었다. 묵공에서 주인공은 혁리라는사람인데, 이는 묵자의 제자이고, 묵자는 비공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를 펼치고 있다. 

특히 큰나라가 작은 나라를 위협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고 만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으니, 크고 작은 전쟁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지금 묵자는 다시금 우리가 새겨볼 사람이 된다. 

여기에 절용편을 보면 묵자는 형식에 치우치는 모습을 비판하고 실질을 숭상하라고 하는데, 묵자의 절용편을 지금에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도 화려하게만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묵자라고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은 비공편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제목을 이리 붙인 까닭은 묵자의 평화주의를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뜻이리라. 

묵자의 말 중에서 좋은 말, 괜찮다고 생각하는 말들을 뽑아놓고, 거기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고 있는 책이다. 

묵자의 글도 읽을 수 있고, 그와 관련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하루에 한 편씩 곱씹으면서 읽으면, 읽고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까, 나는 어떻게 실천할까 고민하면 우리 삶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중에 요즘 정세와 맞물려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이 요즘의 군자, 선비라고 하는 사람들은 작은 지혜만 알고 큰 지혜를 알지 못한단 구절이다. 

자신의 이익, 자신이 속한 정파의 이익은 잘 챙기며,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또 정파에게 이익일까 하는 면을 파악하는데는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전체를 위한 일, 옳음을 위한 일에는 까막눈인 사람들이 지금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자신만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올바름의 견지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들은 묵자의 관점에서 보면 소인배일 뿐이다. 

여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우선이고, 나머지는 번잡할 뿐이라는 절용편을 보면, 텔레비전에서 늘 보이는 핸드폰(휴대전화) 광고가 생각났다. 

마치 핸드폰이 없으면 원시인인양, 그냥 통화만 되는 전화기가 아니라, 사진 촬영에서 노래듣기, 그리고 영상통화에 인터넷 검색, 영화감상까지 모두 되는 전화기가 나와서, 그것을 지니고 다녀야만 현대인인 것처럼 광고하는데... 이 광고 덕인지, 우리 주변에선 소음이 넘쳐나 번잡함으로 가득차 있는데... 이는 묵자의 관점에서 보면 해서는 안될 일을 하는 것이다. 

삶에 필수적이지 않은데, 필수적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묵자가 배격하는 행위이다. 

이런 묵자는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생각나게 하고,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그렇다. 이 묵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말, 하나, 나를 물에 비추지 말고, 사람에 비추라는 말. 

결국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또 남들도 역시 나를 내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 말. 

내가 잘났다고 생각할수록 내 주변의 사람을 살펴볼 줄 아는 능력, 그것은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고, 그런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이 묵자에 관한 책이 알려주고 있다. 

어려운 철학서라기 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모아놓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을 읽고, 묵자를 꼼꼼이 읽고 싶다면 "묵자"를 사서 읽어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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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개념어총서 WHAT 6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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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이다. 이 책의 제목은. 

그냥 학교에서 배운대로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인으로 존재하는 정치형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더 깊은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간접민주주의니 직접민주주의니 하는 말들을 듣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내기도 했고. 당연하다는 생각은 발전을 가로막는다.

요즘에 민주주의의 위기니, 독재니 하는 말들이 나와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나 하는 고민은 하긴 했지만...민주주의란 개념 자체에 대한, 그리고 그 개념 속에 들어있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철학의 부재!

그런데, 이 책, 민주주의에 대해서 정말로 많이 생각하게 해 준다. 

우선 민주주의의 다른 나라 이름인 데모크라시를 분석한다. 데모스와 아르케에 대한 이야기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시작한다. 데모스는 민중의 힘을 이야기하는데, 글쓴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이를 서로 번역가능하게 만들고 서로 소통가능하게 만드는 집합적 신체를 구축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즉 데모스는 이미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무엇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또 아르케는 근거,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민주주의에서는 정체를 규정하는 특정한 근거를 갖지 않으며 오히려 그 근거가 한계를 드러내는 곳, 그것이 비판에 직면한 곳에서 제기된다'고 하여, 민주주의란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닌, 생성, 발전, 이행되는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민주화란 자격이나 조건, 척도를 넘어 다양한 존재들이 연대하는 것이고, 자기에게 부여된 형상을 넘어 공동의 삶, 연대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를 '데모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이를 '사람들의 복종을 끌어내는 통치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권력이 유포하는 유혹이나 공포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의 크기, 권력조차 그런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능력의 크기로 표현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앞으로 민주주의 싸움은 우리 삶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권력과 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삶의 대안적 형식의 발명을 둘러싸고 벌어질 것'이라고 책을 끝맺음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지 말고, 어떤 민주주의여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우리가 우리 삶을 위해서 어떤 형태로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일상생활의 형태가 바로 정치 형태가 되는 모습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우리의 일상 삶들이 정치와 떨어진 것이 아니고, 이런 삶의 형태들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정치적인 행위를 하기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란 늘상 있어온 어떤 것인데, 이 민주주의란 개념에 어떤 내용을 채울 것인가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란 결국 배제되고 소외된 집단이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가는가로 귀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국민(인민), 주권, 대표로 표상되는 민주주의에서는 배제가 이미 전제되어 있으니, 이런 배제를 어떤 방식으로 참여로 전환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 이후가 아니라  도래할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글쓴이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민주주의는 이미 정해져 있는 무엇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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