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패러디 소설 연구
김성렬 지음 / 푸른사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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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젊은시절, 그의 "광장"을 읽고, 와, 대단한 작가구나. 그 시대에 이런 작품을 쓰다니 감탄을 했다. 

아니, "광장"을 고치고 고치고, 작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개작을 했다는 점에서 더 감탄을 했는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광장을 읽는 일곱가지 방법"이란 책까지 나왔겠는가. 

어떻게 읽어도 해석할 여지가 있는 작품, 단지 남북 분단의 비극만을 다룬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가면고'를 읽고, 어 이런 작품도 있네, '태풍'이란 작품을 읽고 이렇게 역사를 가상해서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  

이는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에 앞서는 작품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었는데... 

여기에 당시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총독의 소리'까지... 

조영남이 자신은 이상에 관한 책을 한 권 내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듯이, 최인훈에 관한 글을 꼭 쓰고 싶었는데, 그 꿈은 아직도 꿈으로 남아 있고, 이렇게 다른 사람이 쓴 최인훈의 작품에 관한 작품론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최인훈의 작품 중에서 패러디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패러디라고 하면 이미 원본이 존재하고, 이를 비틀어 작품을 만들었다고 보면 되는데... 

대상이 되는 작품은 열하일기, 금오신화, 놀부뎐, 춘향뎐, 옹고집뎐, 서유기, 구운몽, 크리스마스 캐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다. 이 중에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희곡이고 나머지는 모두 소설이다. 

패러디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본래 작품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본래 작품을 어떻게 비틀었느냐, 그 비틂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 하느냐를 찾는데 있다. 

그런 찾기를 이 책에서 대신 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다 제대로 찾았다고 볼 순 없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최인훈의 패러디 작품들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구운몽인데, 이는 저자의 석사논문을 전재했기에 이런 비중을 차지했다고 생각하고.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최인훈의 작품을 좀더 친숙하게, 그리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 예전에 발표되었던 작품들과 그리고 최인훈이 쓴 작품들을 읽어야 할 것이다. 

많이 읽을수록 더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고, 더불어 최인훈의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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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자 - 마음글방 15
이석호 옮김 / 세계사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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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자. 

이름을 많이도 들어봤다. 여러 책을 읽을 때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고 많이 인용이 되던데, 정작 회남자란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공자, 맹자, 묵자, 한비자까지야 들어보았다 치더라도 회남자라니... 

회남자가 회남왕 유안이 쓴 책이라고 하는데... 유안은 결국 반란을 도모하다가 일이 여의치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유안이 혼자 쓴 책인지, 여러 사람이 함께 쓴 책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유안의 사상을 대변한다고 보고, 중국의 사상이 유교로 정립되어 가는데 결정적인 시기가 바로 한무제 때이고, 이 때 공자를 중시하는 유교보다는 노자를 중시하는 유안의 이 저서는 아마도 용납될 수 없었으리라. 더불어 유안 자신까지도. 

하여간 회남왕 유안의 저서라 하여 회남자라고 한다는데, 이 책에는 수많은 고사들이 나온다. 우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많은 고사들, 이 고사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아마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으리라. 

이 책에서는 법치보다는 인의로 다스리는 국가를, 그리고 인의로 다스리는 나라보다는 무위로 이뤄지는 사회를 좋은 사회라 하고 있다. 

그래서 공자 학풍은 무위가 무너진 시대에 나온 차선책이라고 하고, 한비자의 법치는 인의도 무너진 시대에 행해지는 풍토라고 하여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그가 반란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 

안다는 것과 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역설적으로 알려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인간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때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때를 알지 못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드니... 

이 책은 차근차근 읽어야 한다. 원문이 없음에도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기도 하지만, 한 편 한 편을 머리 속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변화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면, 세상이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킨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 사람들 한 명이 나라를 구할 수도 있음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지 않던가.  

현명한 사람, 인의를 행하는 사람, 무위를 행하는 사람 하나만으로도 그 나라가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가 무엇에 힘써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에 나온 구절... 지금 소위 정치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말이다. 

정치를 하는 근본은 힘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근본은 비용을 충족시키는데 있으며, 비용을 충족시키는 근본은 시기를 뺏지 않는데 있고, 시기를 뺏지 않는 근본은 일을 줄여주는데 있으며, 일을 줄여주는 근본은 용(용)을 절약하는데 있고, 용을 절약하는 근본은 천성으로 돌아가는데 있다.(520-521 쪽) 

이 회남자에서는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왕은 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두어야 하는 말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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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하다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 공공부문총서 6
김상곤.김윤자.강남훈 외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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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학교, 교육 혁신... 

이 말들이 우리 사회를 규정짓고 있는데... 

교육학자들이 쓴 교육 혁신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쓴 교육 혁신에 관한 책이다. 

경제학적으로도 교육혁신이 이익이라는 사실을, 학자들이 논증해내고 있으니... 아무래도 교육혁신은 우리 시대의 화두이면서, 실행해야 할 다급한 실천과제라 할 수 있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교육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자, 교육은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지대에 해당된단다. 생산해낸 무엇이 아니라, 가만히 있음에도 가치가 상승하는 지대. 그래서 이 불로소득에 가까운 지대를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이 필요하고, 이는 곧 교육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는 필연성을 제기한다. 

2부에서는 대학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교육학자의 교육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경제학자의 손익을 계산한 논의가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바로 대학  시간강사를 국가연구교수로 고용하자는 제안과, 국립교양대학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시간강사, 박사 학위를 받고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이들을 나라에서 고용해, 각 대학에 수업을 하도록 보내고, 이들 강사에게 지급하던 돈을 학생들 등록금을 인하하는데 쓰자는 제안은 경제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그리고 윤리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는 제안이다. 이런 제안을 실효성있게 하려면 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오면 되겠다. 

국립교양대학은, 대학서열화, 학벌사회를 타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학제의 개편과 함께 가야 할 문제이기에 전국민적인 이슈로 만들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아예 국민투표로 나아가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  

국민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정책에 참여하는 것이 그 다음에 일어날 사회적 갈등에 들어갈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3부는 초중고 개혁을 위한 제안이다. 여기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학적인 면의 논의가 첨가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4부와 3부는 굳이 따로 나누지 않아도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되는데... 4부가 재정이나 친환경, 또는 평화교육 등 좀 다양한 문제들을 다뤄서 따로 분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서는 논자들의 좌담이 이어지는데... 앞의 논의들을 총정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교육혁신, 늦출 수 없는 과제다. 반드시 해야할 일이기도 하고. 

모든 문제의 근원이 교육이라면, 우리는 교육을 혁신하는 문제를 다른 문제들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즉 4대강이나 한미 FTA 등 다른 문제들보다 교육의 문제를 더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국민적인 대토론을 거치고, 이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강제해야 한다.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렇게 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육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 한다. 교육 문제는.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알렉산더를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 매듭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단 칼에 끊을 수 없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결국 풀릴 때까지. 

그렇다. 교육은 교육학자들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이 책처럼 경제학자도 말해야 하고, 정치학자도, 사회학자도, 과학자도, 철학자도, 그리고 우리들도 이야기해야 한다. 백가쟁명이 되어야 한다. 백가쟁명을 통해 교육 혁신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래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에 제시된 좋은 방법들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입안하게 해야 한다. 또 더 나은 방법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공유해야 한다.  

교육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각자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통합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교육은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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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내가 뽑은 나의 시 -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신경림.도종환 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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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누가 누가 시를 더 잘 쓰나 

싸우는 나라 

 욕심쟁이 거인 이야기가 

국민교육헌장인 나라 

사법시험이 시 창작인 나라 

그런 나라에 가고 싶다                         (김율도, 율도국에 가고 싶다 2,3연. 이 책 76쪽)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에서 내가 뽑은 나의 시를 선보였다.  
  
다른 시선집들이 선정위원이 있고, 이 선정위원들이 한 해 동안 나온 시들 중에 괜찮다고 여기는 시를 뽑아 선집을 만들었다면, 이 시집은 직접 시인들에게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쓴 시 중에서 남에게 알리고 싶은 시, 자신이 아끼는 시 등 한 편을 선정해 보내달라고 하여 그 시들로 책을 엮었다.  

한 시인이 자신의 시들을 엮어 낸 시집을 대학 동창회에 비긴다면, 이렇게 여러 시인들이 보내준 시들을 엮어 만든 시집은 초등학교 동창회에 비길 수 있다. 

대학 동창회는 사는 모습도 엇비슷하고, 생각도 엇비슷해, 그 집단의 경향을 읽어낼 수 있다면, 초등학교 동창회는 서로들 다들 한 시기를 함께 했다는 공통점 외엔 사는 모습도, 생각하는 경향도 매우 다르다. 

이들은 함께 했던 시기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만나 자신들의 삶에 대해, 생각에 대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자유롭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또 누구의 비난도 받지 않고. 

이 시집이 그렇다. 

다양한 시인이 한 해 동안 그 시기를 함께 했다는 공통점 외엔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를 썼고, 자신만의 시를 보내 시집으로 엮었다. 

그렇다고 이 시집의 시들이 다 다르지는 않다. 초등학교 동창회의 다양함 속에서도 나름 비슷한 삶을 사는 동창들이 있듯이 이 시집에도 경향이 비슷한 시들이 있고, 정말로 다른 삶을 사는 동창이 있듯이 아주 다른 경향의 시들도 있다. 

말 그대로 시의 백화점이요, 다양한 시가 준비되어 있는 뷔페다. 

우리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면 된다. 그리고 그 시를 맛있게 먹으면 된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친구들의 말을 재미있게 듣듯이, 그들의 삶에 공감하듯이, 나와 다른 삶을 산다고 배척하지 않듯이, 다양한 시들에서 재미를 느끼고, 마음의 위안을 받고, 정신의 포만감을 느끼면 된다. 

그것이 어느 시든 상관없다. 뷔페에서 모두가 똑같은 음식을 먹지 않듯이, 맛에 대한 품평이 다르듯이, 초등학교 동창들의 삶에 우열을 가르지 않듯이, 그냥 내 맘에 드는 시를 고르면 된다. 

이런 마음이 계속되면 시는 즐거운 내 일상이 된다. 

다양한 경향의 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우리 사회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네 하는 시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시는 결코 어렵지 않다. 이런 말을 누차 하지만... 사실, 아직도 시는 우리에게 어렵게 다가온다. 그럴 때 이런 시집을 보자.  

잘 보이는 곳에 시집을 두고 눈이 갈 때마다 집어들자. 집어들고, 아무 곳이나 펴자. 아무 시나 읽자. 

시집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을테니까. 빨리 읽을 필요도 없을테니까. 

시간이 날 때, 눈이 갈 때 내가 펴본 시들이 어느 순간 내 맘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성공이다. 

시는 바로 그 때 내 것이 된다. 그리고 계속 내 눈을 끌고, 내 손을 자기 쪽으로 이끌게 된다. 

나를 앞세우는 시대에 이 시집에 나와 있는 이 시... 이성준의 사진을 찍으며 중 한 부분(256쪽) 

(전략) 

나보다는 

카메라 앞의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했고 

대상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 

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피사체와 촬영자와의 함수관계 

나와 나의 의지를 지우고 

배경과 빛과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며 

상대 중심으로 나를 움직이다 보면 

(중략) 

나도 어느새 상대와 하나가 되었음을 

끄덕임 속에서 알게 되었다 

시는 이렇듯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때로는 지성을 자극하고, 때로는 감성을 자극하고, 시는 천의 얼굴도 우리에게 다가온다.

특히 이런 시집들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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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좌돌 - 중도의 재발견
김진석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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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 포퓰리즘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수구적 발상이다, 현실성이 없다, 이상적이다,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등등.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 

아니, 사상들이 난무하는 시대. 가히 백가쟁명의 시대라 할 만하다. 

여기에 좌파는 좌파대로, 우파는 우파대로 자신들의 선명성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좌파에 대한 규정도, 우파에 대한 규정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상대방을 좌파다, 우파다, 다른 말로 하면 빨갱이다, 수구꼴통이다 하고 비난을 일삼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이럴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도대체 좌파는 우파는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어디에 있는지. 

제목이 특이하다. 우리말에 있는 좌충우돌을 뒤집었다. 우충좌돌이다. 말 그대로 오른쪽에 부딪치고, 다음에 왼쪽에 부딪친단 말이다. 

오른쪽에 먼저 부딪친다는 말은 작가가 왼쪽의 입장에 더 많이 서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즉 비판받을 사항은 우파 쪽에 더 많이 있다는 말인데, 우파에 대한 비판은 많이 있으니, 우파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좌파 쪽에 쓴소리를 하겠다는 말이다. 

쓴소리를 무서워하면 발전이 없으니...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내게 도움이 되는 말은 듣기에 괴롭다고. 

우리는 비판을 비난으로 치환하고, 감정에서부터 거부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부터 하고 본다. 

처음 시작이 좋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만 날지 않고, 몸통도 있어야 난다고.. 몸통이 있어야 중심이 잡힌다고. 

즉 잘 나는 새는 좌우 날개가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 균형을 바로 몸통이 잡아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몸통. 사상적 경향으로 글쓴이는 중도를 이야기한다. 이 중도라는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아니 고정되어 있지 않다. 중도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 변화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중도라는 개념에는 생명력과 역동성, 불확정성이 있다. 

이 중도의 개념을 좀더 세분하면 중도우파, 중도, 중도좌파로 나눌 수 있다. 우파에 가깝게 가는 사람들을 중도우파라고 하면, 좌파 쪽에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중도좌파라 할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입장을 지닌 사람을 중도라 하겠지만, 이 중도는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고 중도 좌,우파가 명확히 갈리냐면 그도 아니다. 이들 역시 생성, 변화하는 집단이다. 딱히 이거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실체가 있다. 즉 명확한 경계를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이들도 하나의 집단으로 실체를 형성하고 있으면, 나름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구름을 생각하면 구름은 분명히 하나의 실체로 존재하고 또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가까이 가며 갈수록 구름의 경계를 확인할 수 없다. 내가 읽은 바로는 중도는 바로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집단이다. 

따라서 좌파나 우파는 선명성을 내세워서 자신들의 정체를 잘 드러내지만 중도는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내지 않지만 자신들의 힘을 발휘한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선거에서 투표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중도의 힘을 인식하고, 또 중도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좌파는 집권을 할 수 있다고 글쓴이는 주장한다. 사실, 중도의 지지를 받지 않는 좌파는 결코 집권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글쓴이는 좌파가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좌파의 여러 정책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좌파 쪽에서는 감정은 상할지 모르겠으나, 분명 비난이 아닌 비판에는 애정이 담겨 있기에 그 비판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우파 역시 이 책이 좌파를 비판한다고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된다. 이 책은 우파는 좌파보다 훨씬 더 문제가 많기에 더 얘기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비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파 쪽에서 오히려 이 책을 자신들이 참조해서 정책방향을 정하면 진정한 보수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문제는 여러가지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이기도 하다.  

등록금 인하 문제, 대졸자 대량 양산 사회 문제, 무상급식으로 사회 이슈가 된 복지 문제,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문제, 신자유주의 문제, 그리고 경쟁에 관한 문제 

좌파와 우파가 명확히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고,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서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서로 가능하다고만 하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글쓴이는 말하고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면 안된다는 얘기다. 좋은 게 좋은 게 되려면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당연히 실천가능한,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고 말이다. 

글쓴이는 이 책에서 좌파는 그러한 세부적인,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는데 실패하고 있지 않나 하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한 번에 세상을 바꾸면 좋지만, 과연 가능하냐를 생각해야 하고, 가능하지 않다면 점진적으로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그 방법은 좌파만으로 되지 않고, 좌파와 중도, 중도좌파가 연합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문제에 대한 자신의 실천방안도 이야기하고 있어 좋은 참고거리가 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우파와 좌파의 주장이 모두 우리의 현실에서 멀어질 수도 있단 생각에 동의한다.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중도를 끌어들일 때 좌파는 좌파의 이념을 잊으면 안된다. 좌파가 중도에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중도를 좌파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이념을 견지하되, 현실에 맞게 이념을 조정해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만이 아니라, 몸통으로도 난다고 할 수 있지만, 몸통이 너무 비대해지면 날지 못한다. 몸통에 있는 살들을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파가 좌파의 이념에 갇혀서는 안되지만, 또 좌파의 이념을 잃어서도 안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어렵기 때문에 여러 사상이 등장하고, 이 사상들이 서로 부딪치며 현실성을 획득해나가는 것이리라. 

자신의 틀에 갇히면 안된다.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날고 싶다면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날 수 있다. 글쓴이가 하는 말이 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났다. 글쓴이가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니, 읽기에 불편하다. 정말로 어떤 방법이 최선일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리라. 

또 이 책을 쓴 글쓴이를 바둑이나 장기의 훈수꾼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바둑이나 장기는 자신이 둘 때는 수가 잘 안 보인다. 그러나 옆에서 보는 사람은 직접 두는 사람보다 수가 잘 보인다. 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사람에게 수를 가르쳐주는 순간, 그는 훈수꾼 소리를 듣고, 곱지 않은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이 좌파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런 기우도 참... 

오히려 이 책을 바둑이나 장기에서 해설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훈수꾼은 곱지 않은 시선을 맞닥뜨리지만, 해설자는 더 좋은 바둑, 장기를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대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해설자의 해설을 잘 들으면 그 때보다는 더 좋은 수를 둘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 좌파는 이 책을 해설자의 말로 읽어야 한다. 물론 우파도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발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설자의 말이 모두 옳다고만 해서는 안된다. 해설자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건강한 새는 글쓴이의 말처럼, 좌우의 날개, 그리고 몸통이 조화를 이룬다.  

우리가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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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nye91 2011-10-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괜찮습니다.

우마왕 2011-10-07 10:1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책 읽기 정말 좋은 날씨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