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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이동의 사다리 - 빈곤층에서 부유층까지, 숨겨진 계층의 법칙
루비 페인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사자 / 2011년 5월
평점 :
영어 원제목을 우리말로 직역을 하면 빈곤을 이해하는 틀 정도가 될텐데... 계층이동의 사다리라고 붙인 까닭은 원래 제목에 연연하지 않고,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제목을 붙이겠다는 의도였으리라 추측을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대로 교육을 계층이동의 수단으로 여겼고, 또 실제로 교육이 그러한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 이 제목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계층에 대한 이해가 확실해야 하는데, 계층을 나누는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 또 몇 개의 계층으로 나누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되는데, 이 책은 단순하게 세 부류로 나누고 있다.
빈곤층, 중산층, 부유층. 아주 간단하다. 물론 이들의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들은 통상 이런 식으로 나누곤 하니, 이 책의 분류가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여기에 이 책은 빈곤층에 초점을 둔다. 원래 제목이 빈곤을 이해하는 틀이니, 빈곤층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
빈곤을 어떻게 하면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나? 빈곤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가를 통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제를 파악했으니 해결을 해야 한다.
해결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한다. 그만큼 학교 교육에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교사가 빈곤층의 자녀들을 바라보는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 계층이 행동하는 방식이라든지, 말하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음식의 예를 든다. 너무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빈곤층은 "배 부르게 먹었니?", 중산층은 "맛있게 먹었니?", 부유층은 "차려진 음식이 보기 좋게 나왔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빈곤층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에 자신의 배를 채우는데 급급하다면, 중산층은 배를 채우는 문제는 이미 해결이 되었기에 맛을 따지게 되고, 부유층은 이러한 중산층을 넘어섰기에 눈에 보기 좋은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각 계층에 따라 행동하는 방식이나 말하는 방식,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니, 교사들은 빈곤층 학생을 가르칠 때, 빈곤층의 삶의 방식, 사고 방식을 이해한 상태에서,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른 사고 방식, 삶의 방식을 가를쳐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역할 모델을 할 필요가 있고, 학생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프랭클도 말했듯이 삶에서 의미를 상실하면 더이상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삶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기본적인 지식이 습득되어야 한다. 즉, 빈곤층은 언어에서도 다른 계층에 비해 많이 떨어지기에 이러한 언어 습득 및 사용 방식에 대해서도 교육을 통해 알려줘야 한다고 한다. 언어 능력이 비슷해지면 그 때부터는 지식을, 세상을 바라보는, 삶을 바라보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삶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자신의 삶을 관조하면,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성찰할 수 있게 된다.
베르베르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교육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빈곤층들이 "왜, 나는 가난한가?"라는 질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면, 이제 교육을 받은 빈곤층들은 "어떻게 하면 나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왜?"라는 말이 원인을 파악하는 아주 좋은 말처럼 보이지만, "왜?, 왜?"하다보면 과거에 집착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그래서 자신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과거에만 매달려 현재를 잊게 해주는 존재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빈곤층에서 주로 번지는 술, 마약같은 종류에 매달리는 행태가 바로 이러한 사고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어떻게?"는 미래지향적이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 때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들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를 떨치고, 현재를 발판으로 삼아, 더 나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드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고,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에는 자신이 또는 교육자가 고려해야 하는 자원이 8개가 나온다.
재정적, 정서적, 지적, 영적, 신체적, 지원 시스템, 관계.역할 모델, 불문율 지식이다. 이들을 고려한다면 학교에서 상황을 몰라 갈등을 빚는 일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이미 부모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는 빈곤층 학생에게 교사가 부모의 목소리로 얘기를 한다면 빈곤층 학생은 엇나가기 마련이니, 이 때는 어른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해하고 공감하되, 해결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한탄한다. 개천에서 용은 안 날지라도, 개천이 썩게 내버려둘 순 없다. 개천에서도 잘 살게 해야 하고, 또 더 넓은 강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층 한 층 올라가려는 노력을 하게 해야 한다. 그게 교사의 몫이다. 의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다. 절대적인 비약이 아니라, 하나하나 단계를 밟으면 언젠가는 다른 자리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