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영화 관련 글이 많다.
드라마도 영화 관련 작품에 포함을 시키면 표지 화면을 장식한 공찬이 출연한 드라마부터, <사랑의 고고학>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옥자연에 대한 글, 그리고 <라이스보이 슬립스>의 감독이자 출연자인 앤소니 심 감독 이야기까지.
영화(드라마)가 소설과 비슷하게 우리에게 다른 인생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 관한 글들은 삶에 대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란 직업은 자신의 삶과 작품 속의 삶을 각자 살아가기도 하고, 함께 살아가기도 하는 사람이니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은데, [빅이슈]를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만나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좋다.
이번 호에서 특히 생각할 글은 바로 말에 대한 정문정의 글이다. <정문정의 말빨글빨>이란 꼭지에 실린 글. 제목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켜내는 비폭력 언어'(36쪽)다.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그 누구가 내뱉은 말들이 국제 관계에 영향을 주는 모습을 요즘 보고 있는데, 국제 관계뿐만이 아니라 국내 관계에서도 이 말들이 숱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자신의 말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한 말하기를 하는 사람. 그 사람의 말하기가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서 나오고 있으니... 사회 전체가 비폭력 언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많은 말이 있지만 4.19혁명을 기리는 기념식에 참석해서 한 말은 비폭력 대화가 아니라 폭력 대화임을 생각하게 되는데...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는 말과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는 발언은 특정 정치인과 특정 정당을 지칭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대통령의 4.19 기념식 발언은 조금만 검색해도 찾을 수 있다)
정치란 한 당과 대통령과 그 측근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는 새의 날개처럼 좌우가 모두 있어야 한다. 좌우를 아우르는 몸통 역할을 행정부, 특히 대통령이 해야 한다. 자신이 날개 자리로 가면 안 된다.
날개 자리로 가지 않고 몸통을 지키는 대통령의 말하기가 바로 '비폭력 대화'일텐데, 상대를 사기꾼, 폭력. 돈으로 매수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날개 자리로 자신을 옮기고, 그 날개만을 키우려는 말하기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한쪽만 키우는 말하기, 이는 몸통이 없는 비대칭 날개만이 있는 새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그 새가 날 수 있을까? 얼마 날지 못하고 추락하고 만다.
정치에서 비폭력 대화가 아닌 '폭력 대화'가 난무하면 정치는 날개는 있지만, 비대칭 날개를 지니고 균형을 지닌 몸통이 없는 정치가 되어버려,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오히려 본인이 비판한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것은 가짜 민주주의입니다'에 해당하지 않을까. 왜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니 이런 연설문을 보면 정문정이 한 이 말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싸울 때조차 상대를 존중하는 법, 상대와 나의 존엄을 지키면서 우아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법은 누구나 배우고 익혀서 써먹을 수 있는 교양입니다'(41쪽)라고 했다. 이 정도 교양을 행정부 수반이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적어도 행정부 수반이라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정치를 하는 다른 정당, 정치인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다른 나라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비폭력 대화'를 실천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행정부 수반이라는 자리다. 자신이 날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몸통이 되는 것.
몸통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비폭력 대화' 아니겠는가. 이 비폭력 대화를 실천할 때 정치권도 안정이 되고, 국제 정치에서 우리나라의 처지도 안정이 될 수 있다. 굳이 애써서 몸통에서 벗어나 날개 자리고 가서 추락의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빅이슈] 297호를 읽으며 한 생각이다. 영화만 잘 봐도, 감정이입을 할테니, 비폭력 대화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