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사진이 여름을 생각하게 한다. 아, 여름이 되었구나!


  '빙수' 사진이다. 더운 여름에 먹는 빙수는 시원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런 시원함이 더위를 잊게 하기도 하고, 더위를 이겨내게도 한다.


  단지 시원함만일까? 더위의 맞은 편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때문 아닐까? 즉, 더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원함도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빙수가 한다는 생각을 한다.


  [빅이슈]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편집자의 말에서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사회 어딘가에 하나쯤 있다는 것도 좋은 일 아닐까요'(08쪽)한다.


더위에도 시원한 곳이 있듯이, 힘들어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어쩌면 [빅이슈]는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빅판으로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가 이번 호에 나오니,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또한 여성 홈리스들의 자립을 돕는 곳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런 자활 활동도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마냥 함께 할 수 없음을, 그럼에도 그들은 자활 활동을 통해 얻은 힘으로 자신들의 삶을 다시 살아나가고 있음을 [빅이슈]를 통해 만나게 된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더위만큼이나 빅판들에게는 장마도 힘들테다. 아무래도 장마 기간에는 판매하기가 힘들테니.


하지만 그럼에도 더위와 장마는 언젠가는 끝난다. 그 끝남이 있음을 알고 이 여름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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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이번 호를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지?


  편집자는 편집자의 말에서 귀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표지는 확실히 귀엽다.


  귀여움은 마음을 풀게 한다. 마음을 열게 한다. 상대를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니 귀여움은 상대와 잘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한다.


  빅이슈 역시 딱딱한 잡지가 아니다. 빅이슈에 소개되는 달달한 디저트들이 얼마나 많은가? 꼭 음식점 이야기가 아니다. 소개되는 디저트들도 달달하지만, 한 꼭지 한 꼭지에 달달한 이야기들이 많다.


어떨 때는 쓴맛을 느끼게 하는 글들도 있지만, 그 글들이 지닌 쓴맛은 결국 우리 모두가 단맛을 느끼며 살게 하기 위한 애피타이저다. 전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단맛은 무엇일까?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일까?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간다와 자신'만'의 인생을 잘 살아간다는 것은, 단 한 글자 '만'때문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빅이슈는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게 하고자 하지만, 자신'만'의 인생을 잘 살아가게 하는 잡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 편집자가 말하는 '귀여움'을 이렇게 해석했다. 우리의 우리 인생을 달달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인생이 달달해질 수 있을까?


'만'자를 떼어버리면 된다. '만'자를 떼어버리려면 바로 이런 자세...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자기의 길만큼이나 상대의 길도 귀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영화 속 관장의 말처럼 "재능은 없지만 인간적인 기량이 있"는 "정직하고 솔직하고 아주 좋은" 사람들. 그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 (정지혜. '자기의 길을 만들어가는 힘'에서. 17쪽)


바로 이렇게, 자기만큼 다른 사람도 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나만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 모두가 최고라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살면 된다.


어떻게 인정할까? 우선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노력 중에 책이 있다. 책은 인간 문명이 발생한 이래 우리와 함께 해오지 않았던가. 전자기기로 손쉽게 읽을 수 있게 된 지금도 종이 책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종이 책이 지닌 물질성 때문이다. 


읽으면서 손에 감촉을 느끼고, 그 읽는 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 또 그 시간을 통해서 책 속에 있는 글자들이 글자들이 아니라 인생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느끼는 순간.


세계 명화라고 하는 그림 중에 책 읽는 그림들이 있다. 그 그림들을 귀엽다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그림들.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책. 세상을 바꿀 희망을 주는 책들.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이야기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하고 싶어요. 희망 없는 시대일지라도 책은 분명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정규환,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어-김수인 출판 마케터'35쪽)


책이 간접 경험을 준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하면서 서로 마음을 열어야 잘 살 수 있다. 어떻게 마음을 열까? 앞에 나온 이야기처럼 상대를 인정하면 된다. 인정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이번 호에 나온 이 방식을 써보면 좋겠다.


경상도식 화법은 제게 반면교사로 사용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일 때는 뭐든 그와 반대로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가 남이가?'에서 시작되는 말하기를 '우리는 남이다. 그러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로...(정문정, '충격 요법의 언어에서 친절한 언어로 나아가기'에서. 47쪽)


즉, 직설적인 말하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말하기를 하는 것, 직설적이라도 상대와 교감이 되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런 교감이 있는 상대에게는 어떤 말을 해도 통할 수가 있으니, 굳이 말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말하기 방법을 고민할 때는 나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다.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과 이야기할 때 위에 나온 방법을 사용하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이런 자세를 지니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을 때 몸과 몸이 교류를 하고, 마음과 마음이 교류를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브레이킹이라고 '브레이크 댄스'가 교육과정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탱고'를 비롯한 춤들도(학교 체육시간에 배운 무용과는 다른 의미로) 들어와야 한단 이 말... 춤을 배우는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다.


다른 성별과 교류하고 관계 맺으며 서로에 대한 존중을 학습하게끔 하는 것,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하나의 방법 아닐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게 하고 관계 속에서의 균형을 배우게 돕는 탱고를 공교육 과정에 두는 일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겠다. (최서윤, '탱고 공교육을 꿈꾼다'에서 59쪽)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춤은 최서윤의 말처럼 작용한다. 내 중학교 시절, 남녀공학, 합반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교장 선생님이 남녀 간, 또 학생 간 서먹함을 없애야 한다고 도입한 교육방법이 '포크댄스'였다. 어떤 종류의 춤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파트너를 바꾸며 추는 춤이었음은 기억나는데...


수업을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는 일주일 동안 각 반에서 포크댄스를 추도록 했다. 무려 일주일이나! 지금은 아주 짧은 시간 같지만 당시는 아주 긴 시간이었고, 수업을 하지 않고 오후 2시간 정도를 포크댄스를 추면서 남녀가 또는 남남이 손을 마주잡고 움직인 그 시간은 우리들에게 서로를 어색해 하지 않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꼭 포크댄스가 아니어도 괜찮을 터. 탱고든, 살사든, 아니면 다른 스포츠댄스든 함께 하는 활동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활동들이 서로 마음을 열게 하지 않을까? 서로에게 귀여움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하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귀여움을 발견하게 되면, 그 자체로 이미 마음이 열려 있고,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이 되니, 다른 교육적 효과보다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빅이슈가 우리의 삶을 달달하게 만들어주는 '전채 요리(애피타이저)' 역할과, 삶의 달달함을 끝까지 느끼게 해주는 '디저트(후식 요리라고 해야 하나?)' 역할까지 해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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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호다.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가 300호까지 냈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잘하리라 믿지만, 빅이슈가 다른 역할을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노숙인들이 모두 자활에 성공해서, 빅이슈가 이제는 그들이 판매해서 수익으로 살아가는 잡지가 아니라, 노숙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잡지가 되기를...


  편집자의 말에서 이 잡지에 실린 내용들이 어떨까 고민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노숙인을 돕는다는 취지가 사라져도 잡지 자체만으로 읽힐 수 있는 그런 잡지라는 생각을 한다.


내용이 알차다는,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서, 또 모르고 있던 분야, 그냥 지나쳤던 분야에 대해서 이 잡지를 통해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쪽에 고정되어 있던 내 삶의 경험을 이 잡지를 통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넓힐 수 있어서 좋다고나 할까.


300호 표지를 둘리가 장식했다. 둘리도 우리에게 온 지 벌써 40년이라고 한다. 장년의 나이가 된 둘리. 그렇다면 고길동은? 할아버지가 되어 있어야 한다.


둘리 영화가 다시 상영이 된다고 하는데, 영화는 1996년에 개봉되었다고 하니 26여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 아이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중장년이 되어 둘리를 만나게 된다.


그때 가졌던 감정들을 되살리면서 새로운 감정을 지니게 될 수 있는 기회가 될텐데...이는 과거의 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한다.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과거가 어느 순간 내 눈 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음을, 그렇게 우리의 삶은 과거를 완전히 떠나지 못함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호에서 다룬 내용 중에 이렇게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있었다. 사라진 것, 사라질 것들에 대한 생각들.


하지만 사라졌다고 우리 기억 속에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남아서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현재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이므로.


빅이슈 300호 발간을 축하한다. 앞으로도 빅이슈가 굳건하게 살아남아 과거의 잡지가 되지 않고 미래를 현재에 가져오는 현재의 잡지로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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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6-13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평로에 이어, 또 이렇게 묵직하게 중요한 잡지를 소개해주시네요.
챙겨 읽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못하겠지만,
지나치진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그런데 둘리는 의외입니다.
저는 둘리 나이가 한 50살은 된 줄 알았어요.

우리나라 문화 컨텐츠 별로 없던 시절, 그리고 어린이 만화가 귀하던 저 옛날 옛적부터 있었던 거라고 착각할 뻔 했네요^^;;; 젊네요. 둘리 ㅎ

kinye91 2023-06-13 10:54   좋아요 1 | URL
정기 구독을 하지 않더라도 가끔 빅이슈 판매원을 보면 한 권씩 사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자활을 돕는 잡지니까요.

저도 둘리 생각하면 꽤 나이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둘리가 1983년에 연재되기 시작했다니까,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아요. 물론 아이들에게는 아주 오래 된 캐릭터겠지만 말이에요.,
 

  최근 [빅이슈]를 보면 유튜브에 관한 글이 계속 실리고 있다. 그만큼 유튜브가 생활에 깊게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너무도 많은 유튜브 채널들. 그 중에서 그래도 볼 만한 채널을 소개해 주고 있어서 좋다고나 할까.


  이번 호에서는 표지에 웹툰 '가비지 타임'이 실렸다.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는데...


  영화 '슬램덩크'보다 먼저 연재되기 시작한 웹툰이다. 단행본으로도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가비지 타임'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경기를 포기할 때, 더이상 뒤집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를 가리키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농구 경기를 많이 치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기가 생길 수 있고, 이 '가비지 타임'이라는 말이 적절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단 한 번이다. 어떤 인생에도 '가비지 타임'은 없다. 비록 지금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라도, 인생은 포기하면 안 된다.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일. 그래서 인생에서 '가비지 타임'은 없다. [빅이슈]가 어쩌면 삶에서 '가비지 타임'은 없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가 끝이라고 느껴질 때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 [빅이슈]가 하고 있다. 


잡지 판매뿐이 아니라 잡지의 내용을 통해서 '가비지 타임'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빅이슈]를 읽을 때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가비지 타임'을 없애는 역할을 사회가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패자부활전이 없는 나라라는 말이 사라진, 인생에서 '가비지 타임'이 없는 사회를 꿈꿔본다. 이것이 그냥 백일몽이 아닌, 장차 실현가능한 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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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사진과 빅이슈 그리고 홈리스


  '홈리스 월드컵' 처음 들어봤다. 빅이슈 덕이다. 이런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만큼 내세계에 갇혀 있었다는 얘기다.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 열리는 패럴림픽은 알고 있었는데, 홈리스 월드컵이라니... 그것도 매해 열린다니.


  영화 '드림'을 소개하는 글이 빅이슈 여기저기에 실렸는데, 왜 그랬나 했더니, 영화 '드림'이 홈리스 월드컵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참가한 2010년 대회.


대회 참가 목적이 우승이 아니다.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음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또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거창한 목적을 달지 않아도 좋겠다. 그냥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월드컵을 홈리스들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그들이 축구를 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고, 또 그들만의 세계 대회를 갖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니 홈리스 월드컵이란 대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홈리스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고.


여기서 생각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했다. 인종, 성별, 경제적 차이, 신체 등에 의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 당연한 명제가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 아직도 장애인들이 지하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현실이 생각났다. 


요즘은 언론에서도 잘 다뤄주지 않지만, 이들은 한 해가 넘도록 자신들도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들의 요청에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관련기관이 답답하기만 한데...


홈리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홈리스들은 경제적으로 참가비를 마련하기 힘들다. 참가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서 대회가 열리니, 교통비도 마련해야 한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대회, 홈리스 월드컵이지만 현실적으로 경비는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경비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참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홈리스 월드컵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다. 


홈리스 월드컵은 한 해에 한 번 열리는 특별한 행사다. 이런 행사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출퇴근을 하고 직장에 다니는 일은 늘상 해야 하는 일이다. 보통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보통이 특별이 되지 않는가.


보통이 보통이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뒷받침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의 의무다. 이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기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휠체어를 탄 사람이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간다고 하자. 수많은 소극장들이 있는 서울 대학로. 하지만 소극장들은 3층 이상에 있거나 지하에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소극장이 별로 없다는 것.


즉, 휠체어를 탄 사람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싶어도 (대형 공연장이 아닌 소극장들에서 하는, 우리가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자주 접할 수 있는)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홈리스 월드컵처럼 참가비용 때문에 참가하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제도, 시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보통이 특별이 되지 않게.


영화는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빅이슈를 통해서 홈리스들이 꽤 오랫동안 대회에 참여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좀더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이번 호에는 그때 직접 선수로 참여했던 빅판의 이야기와, 감독으로 참여했던 사람, 그리고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 이번 호를 읽는다면 영화와는 또다른 무엇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같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으니.


그래서 영화 '드림'은 영화로 끝나서는 안 된다. 빅이슈가 홈리스의 자립만을 위한 잡지가 아니라 우리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잡지이듯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낮은 시선에서 살펴볼 줄 알아야 하겠다. 높은 곳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을 볼 수 있는 눈, 그런 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드림'이었으면 좋겠다. 잡지 [빅이슈]가 그런 눈을 지니게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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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3-05-12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영화를 봤는데, 감동적 실화와 별개로 정작 영화는 별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