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를 읽으면서 '관계'를 생각했다. 관계는 나가 아닌 다른 존재와의 만남을 전제한다.


  다른 존재와 만날 때 어떠해야 하는지에 따라 관계를 잘 맺기도 하고, 잘못 맺기도 한다.


  디지털 사회로 넘어가면서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고, 또 섣부르게 관계를 맺기보다는 홀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은 다른 존재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 다룬 글 중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에 나오는 말, 그렇다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관계를 전제로 한다. 나와는 다른 존재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소망. 참 어려운 소망이다.


나와 다른 존재는 나와 같지 않기에 내가 하는 말이 오롯이 그에게 전달되기는 힘들다. 다른 존재의 마음을 읽기도 힘들고. 그렇지만 관계를 맺지 않을 수는 없다. 또한 남을 의식하면서 자신을 잃을 수는 없다.


그러니 할 말은 하자. 할 말을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말도 받아들일 자세를 갖자. 그러면 된다.


이렇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이 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만은 아니다. 도시와 지역의 관계일 수도 있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러면 '칼부림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라는 글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으면 안 된다. 사건은 관계맺기가 실패한 데서 나온다. 어떻게 관계맺기를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냥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말고.


결국 사회란 관계맺기가 펼쳐지는 장이다. 빅이슈가 추구하는 바도 바로 이런 관계맺기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누가 누구를 소외시키지 않는 관계. 


빅이슈를 읽으면서 이런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관계맺기를 하고 있는가? 어쩌면 관계맺기를 남에게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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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다. 이제 더위가 누그러들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기승이다.


  세상에, 이렇게 더워가지고 어디 사람이 견디겠나. 여기에 모기 주둥이가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모기들도 극성이다.


  제 때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지, 철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시원한 것을 만나고 싶었는데, 빅이슈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무더위와 짜증을 잊을 수 있었다.


  다양한 내용이 실려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 이번 호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지만 내게는 생소한 그룹도 소개되었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여기에 꾸준히 실리고 있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도 읽을 만했다.


빅판의 인터뷰에서 빅판이 인터뷰에 임한 이유가 자신이 게을러서, 또는 그냥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파서, 판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인터뷰했다는 기사를 읽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음도 생각하고.


이젠 청량해져야 한다.


날씨만이 아니라 사회도. 그렇게 청량함을 선사해주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 빅이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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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예쁘다. 풋풋하다. 그냥 마음이 편해진다.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중2들의 풋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웹툰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가장 무서하는 병이라고 하는 중2병.


  하지만 과연 중2병이 있나? 예전 같으면 성장통이라고 했을 테다. 성장해가면서 몸과 마음이 겪는 아픔들.


  그 아픔들을 통해 과거의 자신보다는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래서 그런 과정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서 응원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때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지 않났나.


성장통을 겪어야만 한다. 그 아픔을 겪으면서 이겨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쳤던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런데, 너무도 쉽게 중2병이라고 진단하고, 마치 무슨 질병처럼 치료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나중에라도 성장통을 겪게 된다.


우리가 흔히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하지 않나. 살면서 겪어야 할 일들은 겪도록 해야 한다. 그 일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이 웹툰에 대한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 의존하던 모습에서 친구들로 관계를 더 넓혀가면서, 독립된 인간으로 설 준비를 하는 시기.


이 시기에 온갖 것들을 겪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외면하지 않게 해야 한다. 자신에게 좋았던 일들만이 아니라 자신이 했던 실수들까지도. 자신의 부끄러움까지도 볼 수 있게.


'계속의 궤적'이라고 <두려움은 소문일 쁀이다> 작가 최현숙 인터뷰 글이 있다. 이 글에서 최현숙은 말한다. 어쩌면 웹툰과 통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자존감을 띄우려 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면 돼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어느 면에선 중요하지만, 이것이 정상성에 기반한 인정인지 아니면 나 자신이어서 나를 인정하는 것인지가 중요해요. 사회는 남들이 인정하고 칭찬하는 방식으로 살라고 계속 요구하는데, 속아 넘어가지 말고요. ... 내 힘은 이제껏 살면서 겪은 고통과 상처, 어두움과 혼돈에서 나와요.' (35쪽)


겪을 일을 겪게 하는 것, 겪은 일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게 하는 것. 거기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모두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요소다. 


자기 삶에서 부끄러운 일들을 '소변 주머니'라고 하자. 정문정이 쓴 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빠짐없이 소변 주머니가 달려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 이 두려움이 나에게만 유일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러면 조금 더 솔직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겨나고, 그런 자신을 대면하다 보면 타인을 덜 부러워하게 되며 자기혐오의 밤이 줄어든다고 말이죠.' (39쪽)    


중2병도 마찬가지다. 병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차고 있는 소변 주머니에 불과하다. 그것을 제대로 보고 이야기하고, 함께 감당해 나가도록 하면 된다.  


[빅이슈] 읽으며 내가 지니고 있는 소변 주머니를 생각한다.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 소변 주머니가  바로 내 삶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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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 기획은 서울'이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옛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서울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과도 같은 도시다.


  누구나 '서울!서울!' 하면서 서울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긴 서울에 없는 것이 있을까? 하다못해 현지에서 생산되는 물품들도(공산품이든 농산품이든 수산품이든) 서울이 더 싸다고 하는 말도 있으니...


  의료, 교육, 정치, 경제, 연예 등등 대부분이 서울로 집중되어 있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이런 서울중심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지역에 정부 청사를 이전하는 방법도 시도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은 모든 것들의 중심이다.


이런 상황이니 [빅이슈]를 판매하는 도시도 서울과 부산 뿐이라고 하고, 이번 호 뒷면에 있는 빅이슈 판매처를 살펴보니 서울 지하철 역이 24군데(물론 판매하는 곳의 출구가 다른 곳도 있으니 판매처는 24군데보다 많다고 해야 한다)이고 부산은 두 군데뿐이다.


유동인구가 서울이 훨씬 많고 빅이슈를 판매하는 곳이 아무래도 지하철(전철) 역 근처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을텐데...


이렇게 서울서울 하지만 과연 서울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이번 호는 그래서 피상적으로 보는 서울이 아니라 서울을 경험한(살았던 또는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난 서울에 대한 글을 실었다.


  관광지로서의 서울이 아닌 역사와 삶이 담겨 있는 서울. 급속도로 변해가는 서울이고, 한없이 복잡한 서울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또 단순한 서울이기도 한 서울에 대한 글들.


  다른 도시에 대한 글들도 싣겠다고 했으니, 우리나라 다양한 도시(또는 마을)에 대한 소개가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이번 호에 나온 서울에 대한 글들을 읽었다.


  내가 생각하는 서울하고 이번 호에 실린 글에 나오는 서울하고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하긴 똑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낄테니, 이번 호에 실린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서울에 대한 다른 느낌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참고로 이번 호 표지가 두 개인데, 내가 받은 표지는 B형이다. A형은 서울타워(흔히들 남산타워라고 한다)가 B형은 대형건물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런 사진말고 서울하면 떠오르는 자신만의 사진을 생각하는 것도 이번 호 '서울'을 생각하는 다른 방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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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를 읽으면서는 '자립'에 대해 생각한다. [빅이슈]가 자립을 위해 존재하는 잡지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립을 꿈꾸지 않나.


  그런데 자립이 무엇일까? 홀로 살아가는 것만을 자립이라고 할 수 없을텐데...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자립이라고 한다면, 글쎄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나. 사람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 자립이라는 말을 의존이라는 말과 대립되는 것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번 호에 실린 최서윤의 '자립의 기둥들'이란 글을 통해서다. 이 글에 나온 내용.


'자립은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기댈 수 있는 곳을 여러 군데로 늘려 각각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해석을 최근 접했다. 자신을 지탱하는 기둥 하나에 의존 말고 여러 개의 기둥을 만들라는 뜻일 테다. 취미, 인간관계 등 각각의 기둥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61쪽)


이것이구나. 자립이란 이렇게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구나. 그러니 [빅이슈] 또한 이런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자립이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이번 호에는 빅판 코디네이터와 한 대담이 실리기도 했다. 빅판들에게 코디네이터는 의존하게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빅판들이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기둥이 될 수 있음을. 또한 그렇게 기둥이 되어 왔음을.


사람들이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많은 기둥들을 만들고 또한 자신도 기둥이 되어주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함을 '자립'이라는 말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기둥들을 [빅이슈]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호에서 언급하고 있는 '디지털 디톡스'에 관한 글들도 역시 우리 삶의 기둥, 즉 자립에 대한 말일 테다.


지나치게 디지털에 의존하는, 특히 손 안의 컴퓨터에 자신의 많은 시간을 쓰는 삶은 기둥을 줄이는 행동일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자신은 자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의존하는 삶이 됨을.


디지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자립'의 삶을 살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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