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그림이 예쁘다. 풋풋하다. 그냥 마음이 편해진다.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중2들의 풋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웹툰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가장 무서하는 병이라고 하는 중2병.
하지만 과연 중2병이 있나? 예전 같으면 성장통이라고 했을 테다. 성장해가면서 몸과 마음이 겪는 아픔들.
그 아픔들을 통해 과거의 자신보다는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래서 그런 과정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서 응원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때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지 않났나.
성장통을 겪어야만 한다. 그 아픔을 겪으면서 이겨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쳤던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런데, 너무도 쉽게 중2병이라고 진단하고, 마치 무슨 질병처럼 치료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나중에라도 성장통을 겪게 된다.
우리가 흔히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하지 않나. 살면서 겪어야 할 일들은 겪도록 해야 한다. 그 일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이 웹툰에 대한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 의존하던 모습에서 친구들로 관계를 더 넓혀가면서, 독립된 인간으로 설 준비를 하는 시기.
이 시기에 온갖 것들을 겪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외면하지 않게 해야 한다. 자신에게 좋았던 일들만이 아니라 자신이 했던 실수들까지도. 자신의 부끄러움까지도 볼 수 있게.
'계속의 궤적'이라고 <두려움은 소문일 쁀이다> 작가 최현숙 인터뷰 글이 있다. 이 글에서 최현숙은 말한다. 어쩌면 웹툰과 통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자존감을 띄우려 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면 돼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어느 면에선 중요하지만, 이것이 정상성에 기반한 인정인지 아니면 나 자신이어서 나를 인정하는 것인지가 중요해요. 사회는 남들이 인정하고 칭찬하는 방식으로 살라고 계속 요구하는데, 속아 넘어가지 말고요. ... 내 힘은 이제껏 살면서 겪은 고통과 상처, 어두움과 혼돈에서 나와요.' (35쪽)
겪을 일을 겪게 하는 것, 겪은 일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게 하는 것. 거기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모두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요소다.
자기 삶에서 부끄러운 일들을 '소변 주머니'라고 하자. 정문정이 쓴 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빠짐없이 소변 주머니가 달려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 이 두려움이 나에게만 유일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러면 조금 더 솔직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겨나고, 그런 자신을 대면하다 보면 타인을 덜 부러워하게 되며 자기혐오의 밤이 줄어든다고 말이죠.' (39쪽)
중2병도 마찬가지다. 병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차고 있는 소변 주머니에 불과하다. 그것을 제대로 보고 이야기하고, 함께 감당해 나가도록 하면 된다.
[빅이슈] 읽으며 내가 지니고 있는 소변 주머니를 생각한다.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 소변 주머니가 바로 내 삶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