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他)

 

 

 

 

남(他)

얼마나 무서운 말이냐

사람의 끝이라니

사람일 뿐이라니

이 가없는 거리

이 거리 없음

他(타)는 人也(인야)라.

남은 결국 나일밖에

나를 키우기 위해

나를 받치는

발판 ㅁ을 키울밖에

발판이 클수록 나 역시 커지고

남을 누를 때 나 역시 작아지니


 

 

남은

두려운 말

 


 

남은 사람이라

남은 바로

나라는

 

他는 人也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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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감독

 

우리는 이를 시감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기계가 되는 순간, 사제지간이 경찰과 범죄자의 관계로 전도되는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을 관장하는 점수의 권능. 점수 앞에서 생명 없는 기계 수준으로 떨어지는 인간들, 그들을 누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랴.

 

머리 속을 텅 비워라!

오직 눈만을 크게 뜨고

허튼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웃지도 말고

믿지도 말고

다른 행동을 하지도 말고

오직 아이들만을 쳐다보아라.

 

 

믿음, 인간의 신뢰

점수 앞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잠시도 쉬지 말고 감시 카메라를 작동시켜라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총탄.

반사적으로 펼쳐지는 방탄복.

 

점수를 끄집어 내려라

우리들의 사랑으로

우리들의 믿음으로

알고 싶은 것,

알아야 할 것을

얼마나 알고 있나를

잘 알고 있나를

평가해 보는 것

점수는 중요하지 않아

몰랐던 것,

부족했던 것은

다시 보충하면 되지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들이 함께 하면 되는 거지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가 좋은 학교 보내 줄 거야!

 

 

 

슬픈……

너무도 서글픈 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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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경쾌한 리듬에 맞춰

실낱같이 얇은 줄 위에

한 어릿광대

얼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안간힘을 쓰며 잡는 균형


까마득한 하늘,

까마득한 땅,

하늘도 땅도 아닌

줄 위.


두 발로 딛기엔

너무도 좁아,

얼쑤

풍악을 울려라.

하늘, 땅,

다 잊어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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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눈처럼


사랑은

이처럼 왔으면


나에게로 

단 한 번에 오지 않고

이길 저길 다니면서

부드럽게

소담스럽게

하얀 미소를 띠고

나에게 닿았으면


격하게 

온몸을 내던지는

길은 오직 하나

나를 향해 돌진하는

비처럼

닿자마자

나를 상처내고

저도 상처받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나도 즐겁고

남도 즐거운

사랑은,

눈처럼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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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09: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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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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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順天)

- 강은 길이다


큰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는 말을 왜곡한 토건족은 더 큰 도로를 내기 위해 운하 건설의 삽을 뜨는데, 이는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으로 면역력을 저하시키듯 정비란 처방을 일삼아 강의 자정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인데, 길은 도로가 아닌 골목길, 늙은길*임을, 늘 우리와 함께 해 온갖 것들을 감싸안고 그렇게 제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니 강물이 연 길에는 사람도, 짐승도, 나무도, 풀도, 돌멩이도, 흙도, 보이지 않는 것들도 모두 함께 하고 있음이니.


토건족에겐

길이란

도로일 뿐

쭉 쭉

씽 씽

곧게, 곧게

넓게, 넓게

빠르게,

쉬어야 한다고?

휴게소 건설

주변은 

방해물

주변을

살펴

달려!

오직

뚫음이

가둠이 되는

역천(逆天)


본디 강이란 직선이 아닌 곡선, 빠름이 아닌 느림, 젊음이 아닌 늙음으로 이것 저것 밀고 당기고 가두고 거두고 모든 것을 아우르며 보듬어 안는 것이나니, 이것이 비로소 길을 연 강물이었나니.


강물이 

길을 열기 위해선

밀어내고 떨궈내는 것이

아니라

다름과

함께 하고 있어야

함이니, 그것이

자연의 이치일지니.

 

 

*이육사, 광야에서

*김훈, 섬진강 기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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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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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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