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선생 노릇3


아무도 없는 곳에서

베일에 가려진 사람에게서

고해성사를 듣는다.

철저히 비밀로 하여 주시고

고해자로 하여금

마음 편케 하소서.

누군가 그 내용을 알려 하면

말하지 않게 하고

영원히 고해로 하여

죄 사함을 받게 하소서.


비밀이 

비밀인 것은

부끄러움인 것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보단

덮어둬야 하는 신부가 되어야 하느니.

나를 

나로 하여금

서게 해야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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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이름부터 바로잡겠다!


제왕적 대통령의 입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말이 나왔다.


「책상은 책상이다」를 쓴

페터 빅셀이 나자빠질 일이다.

달라지지 않는 일상에 지쳐

이름을 바꾸기 시작한 한 늙은 남자,

책상을 양탄자로

침대를 사진으로

신문을 침대로

거울을 의자로 등등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어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침묵했고 자기하고만 얘기하게 됐는데(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이런 소설 속 늙은 남자를 현실에서 만날 줄이야

 

미래 세대를 위해 자릴 비켜주지 않고 거리로 나오는,

어버이 아닌 어버이 연합

모든 자식들의 행복은 생각 없이 내 자식만 소중한,

엄마 아닌 엄마 부대

다름의 자유가 아닌 내 사상만이 옳다고 강요하는,

자유 아닌 자유총연맹

자식에게 수십 억대의 말을 대주고

수십 억 재산에 여럿의 기업체를 운영하고

값비싼 의상실, 병원, 미용실을 다니며

국정을 제 말만으로도 주물렀던,

평범 아닌 평범한 가정 주부


자로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정치를 하시면

장차 무엇부터 하시렵니까

공자 말하길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하겠다

이름이란 명분이니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리롭지 못하면 일을 성공하지 못하고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와 악이 일어날 수 없고

예와 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올바르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게 되지 못하면 백성들은 손과 발을 놀릴 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논어, 자로 편에서)


시민들은 말한다

말을 제 멋대로 쓰게 된다면

자기하고만 말하게 되고, 불통이 된다고

우리가 쓰는 언어를 함께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소통이고

이름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그것이 명분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책상은 책상이니까


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이름부터 바로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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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7-02-08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자격도 안되는 모지리를 개누리당이 선거의 여왕이라는 둥 허상을 만들어 내 국민 모두가 철저히 속아서 지금 그 죄의 고통을 겪고
있네요 지금이라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를
바라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짐승이라 조속히
헌재의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에는 반드시 부역자들과 조역자들도 단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kinye91 2017-02-08 08:49   좋아요 1 | URL
이번 사태로 정치제도의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들이 정신 바짝 차린다면요.
 

천수관음

  - 선생 노릇2


손이 천 개였으면.

이곳 저곳

다 뻗어

어루만져 줄 수 있게.

세상 소릴 들어

모든 소릴 들어

내 마음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

언제든 가져가게.

세상 소릴 듣고

어루만질 손이

천 개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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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그린 2017-02-0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뜨뜻한 아랫목 같네요 :)

kinye91 2017-02-02 08:36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반 걸음 앞서 가기

            - 선생 노릇1


딱 반 걸음만 앞서가야지.

의식하지 못해도

늘 눈 앞에 보이게.

하는 행동 하나 하나

모두 보이게.

강요하지 않고,

빨리도 가지 않고,

늦게도 가지 않고,

오직 반 걸음,

겨우 저 정도야,

금방 따라 잡을 수 있을 걸

하게 해야지.

그래서 반 걸음

손을 내밀면

언제든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게,

손 잡고 함께

함께

갈 수 있게,

반 걸음만

겨우 반 걸음만 앞서 가야지,

그 힘든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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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풍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재앙이다

남쪽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던 생활에

일대 폭풍우를 몰고 오는 바람

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따뜻한 남쪽을 향해 날아왔을 뿐인데

무슨 병원체라고

죽일 놈이라고

다 네 잘못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꼼짝없이 덤터기를 쓸 뿐인데

이들과 접촉하면 안 된다고

접촉하는 순간 너 역시 죽음이라고

위협이 아닌 실행이 된다

수많은 주검이 여기저기 묻힌다

북풍은 곧 죽음이다

제 삶의 시간표대로 살아갈 뿐인데

북풍이라고

살아서는 안 된다고


조류에게도

사람에게도

북풍은

삶을 결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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