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고 있다


경제성장의 봄,

정권교체의 봄,

내 청춘의 봄도


가고 있다.


출발의 즐거움을

덩그마니,

남겨 놓은 봄은

가고 있다.


직선의 시간이라

더더욱 그리운 봄은

저 혼자

가고 있다.


아무 미련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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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3


바람처럼 자유롭다고

스피릿*은 말했지

드넓은 초원을 한없이 달리는

그에겐 자유가 있었지

관계 맺길 거부한 자유


하지만 길들여지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말은,

주인을 잘 만나야 하지.

적토마가 여포보단

관운장을 만나

명성을 날렸듯


허공에 날리는 말들을

누가 자유라 할까

바른 관계로 내 것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지음(知音)이 되는 것을.

 

*스피릿 : 말을 소재로 한 미국 애니메이션 제목이자 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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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감기


꽃 몸살을 앓으면

온 마음에 꽃비가 내리고


세상 모든 것이

새롭게 출발하는 이 때


연둣빛 새싹이

푸르른 여름을 향해 가듯


한 때 겪은 몸살이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


꽃비는

축복이리라.


새로운 나를 알리는

세상의 외침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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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을 닦으며


풍물시장 놋그릇

무관심에 멍이 들어

푸르고 검은 딱지들로

제 몸을 덕지덕지 감싸고 있었다

수세미로 

박박 쓱쓱

닦고 닦으니

황금빛이 난다

관심 갖고 사랑 주면

이렇게 빛날 수 있는 것이

한 번 쓰고 또다시 방치하면

푸른 멍이

놋그릇 곳곳에 생기고

또 닦으면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한번만으로

황금빛이 유지되지 않고

계속 닦아야만

관심을 주어야만

황금빛을 띤다고

조금 힘들다고

귀찮다고 내버려두면

금세 빛이 바래는

놋그릇


우리네 삶이 바로

이 놋그릇과 같지 않을까

힘들게 놋그릇을 닦는데

문득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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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8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8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없는 동물


집 화분에 감자를 심었다

비록 작은 화분이지만

흙과 물이 있으니

감자가 열릴 것이라

감자 씨눈에서

시간이 지나 줄기가 올라와

감자가 열었으려니

아, 구슬만큼 작은

감자 세 알


이르쿠츠크와 몽고 여행을 하는데

차창 밖으로 자유롭게 노니는

말, 소, 양, 염소가 보인다

이들에게 경계는 없다

우리가 없다

자유롭게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동물들


순간 

떠오른

반도라면서 섬이 되어버린

곳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우리에 갇혀 사는

우리들

화분 속

감자 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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