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리랑


산 좋고 물 좋은 동네

숲이 우거지고 나무들은 뗏목이 되어

한양으로 한양으로

사람 살게 하는 재목이, 땔감이 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강을 가던

정선은 뗏목꾼들의 목숨값을 노래로 달랬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이 산 좋고 물 좋던 고장은

나무 대신 땅 속에서 석탄을 내어

탄광으로 막장으로

다른 이들의 생명을 잇기 위해

다른 이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정선은 광부들의 목숨값을 노래로 달랬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폐광이 늘고 인부들이 떠나 폐가만 늘어

정선은 버려진 곳

레일바이크로 다시 사람을 불러 모았으나

어찌어찌 산 좋고 물 좋은 이 곳에

강원랜드, 카지노를 만들어

정선은 사람들의 도박값을 노래로 달래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선은 여전히 산 좋고 물 좋은데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고(길재의 시조)

뗏목도 석탄도 아닌 도박으로

도박값이 목숨값을 대신하는

그런 곳이 되었지

목숨값이 넘치던 내 기억 속 정선은

이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선아리랑으로만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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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2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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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2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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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는 함께 해야 힘이 된다


쪽수는 힘이라고 했다

쪽수는 민주주의라고 했다

쪽수는 약자들이 살아남을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약한 자들은 쪽수를 채워야 했다

더운 날 추운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약한 자들은 쪽수를 채우기 위해

애오라지 쪽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광장으로 나갔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고

다수의 의견에 소수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정말 그런가

값비싼 자가용을 타는 소수와

값싼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다수,

비행기 널따란 좌석에 앉는 소수와

좁디좁은 좌석에 옹기종기 앉는 다수,

누가 더 강자인가

누가 더 약자인가

동물의 세계에서 약자는 쪽수가 많다

약자는 살기 위해서 쪽수를 불릴 뿐이다

여기에 무슨 힘이 있는가

여기에 무슨 민주주의가 있는가

오직 당하고 견디고 버티고 살아갈 뿐이다

쪽수는 힘이 없음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하지만

개미도 메뚜기도 함께 하면 힘을 쓴다

쪽수가 힘이 되는 길, 함께 하는 일

거리에 광장에 모여 함께 하는 길,

그 길에 있어야 비로소

쪽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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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아, 엉덩이!

-그리스 여인들의 풍성한 엉덩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이랬지.

풍만한 가슴과

더 풍성한 엉덩이.

인류의 생명이 여기에 달려있는 양

가슴과 엉덩이는 더욱 커지고

자손들이 번창하게 되었지.

너무 많은 자손들,

이제는 넘쳐나

그만, 그만 하게 되는데,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가슴과 엉덩이는 이제,

비만과 혐오의 상징이 되었지.

하지만 아직도

그 풍만한 엉덩이를

지니고 있는 여자들,

거리에 즐비한

바오밥나무들,

제 발로 걷지 않는

그리스 여자들,

그 풍성한 엉덩이,

아,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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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만 돌린 교육


저곳이 고지라고

몇 십 년 동안 전력을 다해 달렸다

그러다 지쳐 멈추고 보니

제자리,

얼마나 힘들게 뛰었는지

더 이상 뛸 힘도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 달렸는데

그 자리만 맴돌고

혁신 개혁 변화 진보

죽어라 외치며

달리기는 했으나

달리면 달릴수록 더욱 빨라지는

쳇바퀴만 돌리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면서

변했다고

착각하며 달린 것 아닐까


딱 멈추고 보니

쳇바퀴만 돌리고 있었구나

우리네 교육은

우리네 교사는

우리네 학생은

우리네 학부모는

우리네 교육관료는

우리네 사회는

모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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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9  - 목숨들

 


남 목숨으로 살기 위해

남 목숨 위에

내 삶을 덧칠한다

목숨 하나와 바꿀

삶이란

내 목숨과도 같은 것

글자 하나 하나는

곧 

우리네 삶

목숨과 목숨이 만나

하나가 되고

또 다른 목숨에게

삶이란!

하고 알려준다.


목숨들의 연속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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