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기쁨

           -몽돌이 가르치는


다그락, 다그닥, 다그르르

몸들이 부딪치는 소리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소리

날 만들기 위해

뼈마저 갉아내야 하는 고통.


만남은

파도에 밀리며, 부딪혀

제 살들, 뼈들을 깎아내는

돌들과 같으니

더 나아간 만남은

형체를 잃게 함이니

이별,

적절한 때 이별은

아름다운 우리를 만들지니.


다그닥, 다그락, 다그르르

돌들이 가르치는 소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내지 않을 편지 2

- 산에서


  산에 갑니다. 가파른 언덕을 헐떡이며 오르다 문득 당신이 곁에 있으면, 함께 했으면 이토록 숨차지는 않고, 오히려 기쁨일 것을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르고 내리고, 세상살이도 이와 같이 굴곡이 있는 것을, 당신에 대한 사랑도 굴곡이 있어야 함을 느낍니다. 마음만이 오직 마음만이 당신에게 가고, 당신 마음만이 그 마음만이 내게 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지금 흙을 밟고 오르듯 당신의 몸을 내 곁에 두고 싶지만, 그건 더 힘든 일, 이제는 마음도 놓아 보내야 한다고 가쁜 숨을 내쉴 때마다 그 숨결에 마음도 내보내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커닝


  우리는 이를 부정행위라 한다. 한데 행위임이 분명한지라 시험이 있는 곳엔 언제나 따라 다닌다. 더불어 시험 감독관을 예민하게 한다. 점수가 인생을 결정한 시대의 부산물이다. 슬픈 역사 유물이었으면 좋으련만, 현재 기승을 부리는 생물이다. 징그런 놈!


평가가 아니다.

전쟁이다.

목표는

좋은 내신.

수단은

도덕을 갖지 않는다.

보자, 베끼자.

하나라도 더 맞게끔.

남, 알 바 아니다.

오직, 

내 성적만이 중요할 뿐.

눈은 

사시(斜視)가 되고,

마음은

황무지가 돼 가도

점수는 

풍성해 진다.

풍년이다.

 

배 고픈 소크라테스는

교과서 속에만 있다.

학생들은

그렇게 학생들은

배 부른 돼지가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9-06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6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구에서 우리는


짧은 생에 소화기를 포기하고 생식기만 살린

한 여름 무더위에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떼


하얀 차가운 몸에서 발간 뜨거운 불꽃을

열과 빛이 날수록 저는 녹아내리는


차가운 바람으로 실내는 시원하지만

바깥은 뜨거운 열기로 채워버리는

에어컨


우리는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는지도 몰라

안이 바깥이고 바깥이 안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백담사 가는 길


맑은 연못 백 개 있어

연못 하나 진리 하나

진리 하나 구원 하나

드러나지 않아 드러남이여

만해는 백담에

시 하나씩 88편

다 채우면 남이 채울 것 없어

12개를 남겨 놓았을 터

다음에 올 일해를 위함은 아니었을진대

굽이굽이 백담에

일해도

연못을 한 자락 메우고 있는지……


나무들이

큰 놈, 작은 놈

곧은 놈, 비뚤어진 놈

가리지 않듯

물이 

더러운 물, 깨끗한 물

굽이치는 물, 곧게 흐르는 물

가리지 않듯

백담은

사람은 사람일 뿐,

생명은 생명일 뿐이라

하여

백담에는

만해도, 일해도

나같은 한산객(閑散客)도 있는 것

아닐런지.

 

---- 만해 : 한용운의 호 

        일해 : 전두환의 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8-23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3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